“技術保國” “技術人은 祖國 近代化의 旗手”
2005-02-03
김현중
- 1659
- 0
제가 공업계 고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현관에 있던 글귀들입니다.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물론 저와는 상관없는 글귀들이었습니다.
이공계를 택한 사람들 모두 저마다 이유는 있었겠지만, 제가 공업고등학교를 선택 할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공부를 빼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가정형편이 넉넉하지도 않았던 우리들이 중학교에서 상급 학교인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대학진학을 목표로 선택하는 건 애초부터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너나 할 것 없이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시절, 남보다 더 잘살아 본다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해 본다든지 하는 유의 선택은 너무 심한 사치였습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뻗어 가는 공업의 기수라는 거창한 명분보다 졸업과 동시에 쉽게 취직하여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에 실업계하면 공고밖에 없는 줄 알고 공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한 무지의 결과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공업계 고등학교를 택했고, 입학식 날 학교 본관 앞 담벼락에 붙어있는 선배들의 소위 말하는 명문대 합격자 명단을 보며 웬만한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더 많은 합격률에 놀라고, 학교에서 구분 지어 놓은 진학 반에 속해 공부하면서도 대학 진학은 내게 먼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技術立國을 주장하던 그분이 살아 계실 때에는 해마다 기능올림픽 4연패, 5연패니 하는 것이 큰 뉴스거리 였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분은 돌아가시고 고등학교 졸업 무렵, 실습명목으로 나간 회사에서의 대우는 ‘잔 심부름 하는 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탈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상급학교 진학 뿐 이었는데, 그때도 큰 착각으로 ‘공업계고등학교를 나왔으니 공대를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공대로 진학했고,졸업 후 취업을 해 현재 기술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신파조로 내가 이공계를 선택한 경위를 풀어 놓은 것은 내 적성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여건도 없이 입문한 이공계지만, 저만 이런 경험이 아니라 그 시절의 많지는 않겠지만 이런 선택의 폭이 좁은 시절을 지나 왔을 걸로 생각됩니다.
현재 이공계의 위기라 하고, 새로운 세대를 감당해야 될 학생들이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우수학생들의 선택이 저조한 실정이라고 하는군요. 실제 현재 우리회사와 산학연구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기계공학분야의 지방소재 대학도 대학원 석사과정의 진학률이 저조하여 연구실의 적정 연구인원을 확보하지 못하여 과제 책임자가본연의 연구활동 보다는 서류작성에 시간을 낭비해야하는 안타까운 사정입니다.
그러면 정말 이공계의 위기인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니라는 쪽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외부적인 문제도 크겠지만 이공계 내부의 문제도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이공계와 그 밖의 것들로 나뉘겠지만 이공계가 유리한 면은 이공계가 타 분야에서 공부하다 1~2년 사이에 적응하여 연구하고 설계하고 할 수 있는 손쉽게 진입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많은 기간의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배타적인 분야라고 생각 됩니다.
좁게 생각하면 합당한 대우와 투자,지원이 한없이 부족하지만 그건 단지 R&D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실제 이공계가 유리한 분야는 외환위기때 겪은 경험을 예로들면 발전소를 민간에 매각하고 하는 일을 하는 컨설턴트들이 대부분 MBA를 이수한 사람들로,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에서는 MBA를 이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공계 출신이랍니다. 수백,수천억을 평가하고 거래하고 하는 그런 분야는 분명 이공계가 바탕이 되어야 정당한 평가에 의한 정당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국가보조금이 투입된 회사거래등에서 외국계기업들이 주가 되어서 일하고, 국내 기업이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국내기업들이 그런 거래경험이 일천한 것도 있지만 실물을 평가하는건 이공계 출신이 훨씬 적정한데도, 그분야로 진출을 이공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일부겠지만, 교수,연구원등 이공계 내부경쟁분야에만 고민을 했고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데 소홀해서 맞고 있는 위기로 보입니다.
이공계를 공부했으니 기술자와 연구원이 되어야 한다. 물론 국가적으로 보면 맞는 이야기지만 실제 수많은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종사하는 사람들과 기술자들이 선진국을 비교대상으로 보면 R&D 부문에 투자되는 돈들이 적을지라도, 국내를 국한해서 보면 그러한 고급인력들의 투자대비 효율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의문은 떨쳐 버리기 꺼림직 하답니다. 극히 일부겠지만 뭐 연봉이 적어 암웨이등 다단계판매에도 뛰어들어 본업인 연구성과 보다 그쪽으로 더 성과가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러면 그런 사람은 연구원인가요?
누가 옳고 누가 틀린지는 정확히 판가름하기는 어렵지만 고급분야에서 폼나게 근무하고픈 것은 누구든지 바라는 걸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연구를 위한 연구만 양산하는 것 보다는, 기존의 연구․기술개발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과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새로운 분야를 접목해서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창출하고, 용합해야 하는 것도 분명 이공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역할로 생각됩니다.
아이들이 이 길을 간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연구를 위한 연구는 하지말고 얼마든지 부가가치가 높은 이공계의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유리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분명 내가 겪은 길과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길은 다르겠지만, 그 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