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ose
2005-05-13
한 치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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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전자(e)라는 말을 단어의 앞머리에 붙인 말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가장 빨리 확산되고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 전자우편(e-mail)일 것이다. 전자우편 이외에도 전자책(e-book), 전자종이(e-paper), 전자코(e-paper), 전자결재(e-approval) 등의 말들을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말들은 유비쿼터스라는 말과 자주 연관되어지곤 하는데 유비쿼터스란 ‘물이나 공기처럼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 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1988년 미국의 복사기 제조회사인 제록스의 마크 와이저(Mark Weiser)가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당시 와이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을 메인프레임과 퍼스널 컴퓨터에 이어 제3의 정보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며,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유비쿼터스 통신,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등과 같은 형태로 쓰인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컴퓨터만을 이용해 네트워크 환경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냉장고, 안경 시계 스테레오장비 등과 같은 기기에 컴퓨터를 내장하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을 뜻하며 이러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좀 더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들이 전자종이(e-paper KOSEN 컬럼 19호 참조), 전자코(e-nose)등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자코의 역사를 살펴보면, 1920년에 Zwaardemaker와 Hogewind가 냄새를 포함하는 용액의 분무된 입자의 전하를 측정함으로써 전기적으로 냄새를 측정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지만 실용화하지는 못했다. 처음으로 냄새인식이 가능했던 것은 Hartman과 그의 동료들이 1954년에 발표한 금속선 마이크로전극과 전해질이 가득 찬 다공성막대를 접합한 전기화학적 센서에 의해서 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타입의 5가지 전기화학셀을 연결하여 서로 다른 패턴을 얻었지만 이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냄새의 인식과정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일본에서 반도체형 가스센서(주로 SnO2, WO3, NiO, In2O3등의 반도체 물질을 백금전극에 코팅하여 기체 흡탈착에 의한 전도도의 변화를 측정하여 기체를 검지하는 시스템)가 발달을 하고, 컴퓨팅시스템이 연계되면서 전자코 시스템의 가능성이 점쳐지기 시작하였고, 이시기에 전자코라는 용어도 처음 쓰이기 시작하였다.
전자코란 말 그대로 인간의 코와 같은 기능을 하는 전자장치로서, 보통 가스센서 어레이(여러 개의 가스센서가 정렬되어 있는 것)와 여기서 얻은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반도체식 가스센서란 보통 알루미나 기판 위에 기체 검지물질인 여러 가지 금속산화물과 촉매(주로 백금족 금속)를 코팅한 앞면과 온도를 높이기 위한 백금전극 히터가 있는 뒷면으로 구성된다. 검지물질 및 촉매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고 히터의 온도를 조절하면 여러 기체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센서들을 만들 수 있고, 이러한 센서를 4개에서 수십 개 정도 정열을 시켜서 어레이를 구성하여 전자코를 만들 수 있다. 반도체형 가스센서가 개발되어 상용화가 시작된 곳은 일본이지만 일본의 Taguchi형 센서를 이용하여 전자코 시스템을 처음으로 상용화한곳은 프랑스의 Alpha MOS사이다. 그림 1에 Alpha MOS사에서 상용화한 전자코 시스템과 이 전자코 시스템의 냄새인식과정을 나타내었다.
그림 1. Alpha MOS사에서 처음 상용화한 전자코 시스템과 전자코 시스템의 냄새인식과정
최근에는 반도체식 가스센서에 MEMS 공정을 도입한 마이크로 가스센서가 개발되면서 저에너지 소비형 마이크로 가스센서 어레이를 이용한 전자코 시스템이 개발되었다. MEMS 공정을 이용한 마이크로가스센서 어레이를 이용하게 되면 반도체 공정에 의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 지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고, 크기가 작아서 휴대형의 전자코 시스템을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림 2에 최근 상용화된 미국 Cyrano Science사의 전자코칩(마이크로센서 어레이) 사진을 나타내었다.
그림 2. Cyrano Science사에서 시판중인 전자코칩
이러한 마이크로센서어레이 칩에 의한 전자코 시스템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크기가 작고 전력소비가 매우 적으며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양산비용이 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자동차에 전자코 시스템이 적용 되면 자동차 내의 실내공기에 CO의 농도가 일정량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경보와 함께 환기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고, 또한 연료로 사용하는 LNG 가스나 앞으로 연료로 사용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소가스의 누출도 감지 할 수 있어 폭발성 가연성 가스에 의한 사고를 미리 예방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이 실현화 된다면 전자코 시스템에 의해서 분석된 신호를 자동차 정비업소에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이에 따라 자동차 내의 문제점 발생 부위와 정비 방법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간단한 고장인 경우에 운전자가 직접 처리하고 다시 운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많이 쓰이는 전자기기들에도 적용 될 수 있다. 냉장고 안에 전자코 시스템이 적용된다면 외출한 상태에서 휴대폰 등을 통하여 집에 있는 냉장고 안에 어떤 음식재료 들이 있고 어떤 음식들이 상태가 나쁜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은 대형 수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장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에어콘 및 실내공기정화기와 같은 전자기기에 장착되어 현재의 실내공기 상태의 질이 어떠한 상태이며 정화기가 작동되어야 하는지를 판단 자동 작동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 문제시 되고 있는 새집증후군과 같은 질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전자코는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포르말린 등과 같은 유해가스를 우리가 직접 확인 할 수 있도록 수치화 시켜서 표시해 주기 때문에 실내공기의 문제점을 쉽게 파악 할 수 있으므로 유해가스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인간의 삶의 질은 계속되는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점점 더 나아져왔고 앞으로 나아져갈 것이다.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발달이 자동제어 시스템에 의해서 성숙해 졌다면 정보혁명에 의한 기술발달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기술에 의해서 성숙해 질 것이다. 그리고 유비쿼터스 네트워킹을 현실화할 수많은 기술들 중에 전자코 시스템이 있다. 요즘 웰빙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쓰이고 있다. 아마도 현대인들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 증가가 원인일 것이며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기술로서 먹는 음식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을 정확히 판단해 낼 수 있는 전자코 시스템의 가치는 충분하다. 전자코 시스템이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고 전자코 시스템에 의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킹 기술이 현실화 되었을 경우의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지 자못 궁금하다. 아무쪼록 이러한 기술들의 개발이 현제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에게까지 골고루 풍요롭고 따듯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