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투자, 국립 양자정보통신연구소의 설립 필요성
2006-01-03
최병수 : bscho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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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도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연구 분야인 양자정보통신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고에서 필자는 양자정보통신에 대한 개략적 설명과 각국의 연구 동향, 왜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발전 전략으로서 양자정보통신연구소를 설립할 필요가 있는 지를 논하고자 한다.
양자정보통신이란?
양자정보통신은 그 접근 방법이 다양한 만큼 정의 또한 다양하다. 본 고에서는 양자정보통신을,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기묘한 특성들을 정보론이나 전산학과 같은 기존의 고전적 정보통신 연구방법들을 활용하여 양자역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활용을 위한 것으로 정의하였다. 양자역학에서는 기묘한 특성들이 많이 나타나는 만큼 그와 관련한 연구 분야도 다양하다. 분야는 다양하지만 이 연구분야들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갖는다. 첫째, 정보론이나 전산학과 같은 고전적 연구방법을 적극 활용하여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기묘한 특성들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양자역학의 기묘한 특성들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지금껏 수행하지 못했거나 혹은 비효율적으로 수행되었던 난제들을 좀더 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연구 분야는 ‘양자정보연구’라 통칭되는데 주로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고전적 정보론의 연구결과들을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방법을 통해 현재까지도 많은 토론이 계속되고 있는 양자역학의 특이한 특성들에 대한 좀더 수학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자정보 연구는 기존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양자역학적 특성들을 발견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정리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양자역학적 난제들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분석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 연구 분야는 주로 ‘양자전산 및 양자통신연구’로 통칭된다. 양자정보 연구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양자역학적 특성들을 적극 활용하여 고전적 전산 및 통신 모델에서는 불가능했거나 혹은 어려웠던 일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구를 진행한다. 실제로 양자정보통신 연구 분야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시점도 고전 전산으로는 매우 어려웠던 문제를 양자전산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이 검증되면서부터이다. 동시에 고전적 통신방법에서의 암호기법 같은 것에 비해 양자통신 방법에서의 암호통신은 이론적으로 보다 완벽한 암호전달방법을 제공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양자전산 및 양자통신 연구가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기묘한 특성들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신기한 이야기이다. 대표적인 특성이 비국지성이라는 것인데, 위치상으로 매우 먼 거리에 놓여 있는 개체가 서로 상관 관계를 갖는 특성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정도로 기묘한 특성으로, 현재도 가장 핵심적인 연구 주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신기한 특성 때문에 그와 관련된 활용 혹은 응용 결과들도 획기적인 것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원격 이동이다. 이는 공간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한 지점에서 특정 대상체를 다른 한 지점으로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다른 예가 암호통신이다. 2005년에 세간의 이목을 받았던 도청 파문에서 나타났듯이 기존의 고전적 통신방법으로도 도청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적 측면이나 기술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뿐이다. 그런데, 양자역학에 기반한 통신에서는 완벽하게 통신보안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이유로 정부기관이나 매우 민감한 정보를 다뤄야 하는 기관들에서는 양자정보통신을 완벽한 통신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고전적 전산 방법으로는 매우 어렵다고 간주되는 소인수분해나 데이터베이스 탐색 문제에 양자전산을 활용할 경우 매우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열거되지 않은 다양한 응용들이 가능하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는 양자정보라는 원천연구와 양자전산 및 양자통신이라는 응용연구가 서로 상호 보완하여 발전한다. 양자정보 연구를 통해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기묘한 특성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게 되고, 이러한 이해는 곧바로 양자역학적 특성들을 활용하여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이 무엇이지를 구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즉, 양자정보 연구가 진행되면서 알려지는 양자역학의 특성이 양자전산과 양자통신에서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의 정확한 경계를 가르게 해준다. 역으로 양자전산과 양자통신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은 다시 양자정보의 연구에 도움을 준다. 이는 양자전산이나 양자통신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기법들이 양자정보를 분석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양자시스템의 시뮬레이션 가능성이다. 이렇듯이 양자정보라는 원천연구와 양자전산 및 양자통신이라는 응용연구는 서로의 연구 결과물이 상호 활용됨으로써 보다 심층적인 연구에 가까이 가게 된다.
양자정보통신 연구의 흐름
19세기에 전기공학이 집중적으로 발전되었다면, 20세기에는 전자공학이 집중적으로 발전되었다. 20세기에 세계 경제 대국들의 경쟁력의 바탕에는 높은 수준의 전기 및 전자공학 기술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의 척도에도 각국의 전자공학 수준이 매우 높게 반영된다. 이에 각 국은 자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공립의 유형으로 매우 많은 전기 및 전자공학 또한 이들의 융합형태인 정보통신연구소를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언론을 통해 접하는 세계 유수의 연구소들이 각국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 하에 있으며, 또한 지원 규모에 비례하여 연구 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공학적 발전들은 물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발전되었던 전기 및 전자공학도 결과적으로는 물리학의 발전 속도에 비례해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초부터 본격 연구되었던 양자역학은 21세기에 와서도 매우 어려우면서도 연구 대상이 많이 남아 있는 분야이다. 양자역학이 적극적으로 발전하게 된 시기는 1980년대 즈음으로 볼 수 있다. “정보도 물리적 대상” 이라는 말로 표현되듯 양자정보가 태동한 시기도 이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였던 정보와 물리가 결합되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새로운 시각은 새로운 연구 결과를 도출하기에 이르렀고, 앞서 설명되었던 매우 특이하면서도 강력한 응용들이 속속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각국은 양자정보통신 분야의 연구 지원을 점차 확대해나가게 되었다. 유럽권에서는 주로 양자정보라는 원천 연구를 심화하고 있으며, 캐나다권에서는 양자전산 및 통신분야 연구를, 미국권에서는 양자정보통신 전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있으나, 특성상 실질적인 구현과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도 점차 양자정보통신 전 분야의 연구를 심화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구현과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활동들은 각국이 양자정보통신연구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 지를 반영한다.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나노기술은 그 대상체가 나노 수준의 대상체이며, 이는 곧바로 양자역학적 대상체이기 때문에, 양자정보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양자정보통신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학제간 융합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생물학, 화학, 전산학, 정보통신학, 전자공학 등등 많은 유관 학문분야가 나노기술이라는 토대 위에서 공동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양자정보통신연구라는 테두리로 흡수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양자정보통신의 특성이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에 기초하고 있으며, 세상의 많은 응용들이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에 기반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많은 응용들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는 재해석 단계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국 정부는 양자정보통신 분야가 비단 정보통신분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관련 유관학문 분야로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예를 들면 나노기술 분야와의 연관성)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비약하자면 21세기의 과학기술 경쟁력의 원천은 양자역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의 응용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바로 양자정보통신 연구가 시급함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는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등과 같은 유관학문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이미 양자정보통신에 대한 연구지원을 시작하였고, 현재 다양한 형태의 연구소와 연구인력 양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양자정보통신연구 수준
시각을 우리나라의 양자정보통신연구로 돌려보자.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여러 과학기술 관련 국공립연구소가 설립되었다. 당시 국가의 미래 발전의 명운을 결정할 중요한 바탕으로서 과학기술에 집중투자를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보유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특히 20세기 말부터 시작된 정보통신분야 연구에서는 우리나라가 항상 최상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이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민간기업군의 연구지원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매우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70년 대에는 정부 주도형 과학기술 지원이었다면, 20세기 말 및 21세기 초에는 민간기업군의 과학기술지원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 투자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는 버팀목이 되어 왔다.
한편, 과학기술 지원은 이제는 정부 주도형 원천연구 지원과 민간기업 주도형의 응용개발 분야로 구분되고 있는 추세이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양자정보통신연구는 원천연구라 할 수 있는 양자정보연구와 응용개발연구라 할 수 있는 양자전산 및 통신연구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양자정보분야와 관련된 부분은 정부 주도형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양자전산이나 양자통신 같은 응용분야는 민간 주도형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양자정보통신 연구는 물리학적 측면에서 진행되는 양자정보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 학계에서 주도하고 있다. 한편, 응용분야 중에서 암호통신과 관련된 분야는 여러 국립연구기관 및 학계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다. 현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양자정보통신연구의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데, 관련 연구자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한, 반도체 강국으로서 양자정보통신연구분야에서도 우리나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형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양자정보통신분야 발전을 위한 우리나라의 중장기 전략
양자정보통신연구는 원천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양자정보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응용 측면에서도 현재까지는 매우 미미한 정도의 실용 가능한 응용이 제안되었을 뿐이다. 이는 동시에 양자정보통신 연구 분야의 가능성이 무한하면서도 동시에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적어도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양자역학이라는 테두리에서 과학기술이 계속적으로 발전할 것만은 분명하다. 또한, 국가의 과학기술경쟁력이 과거에는 응용기술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원천기술 보유 여부로 가름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원천기술 보유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간주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양자정보통신의 원천기술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현재의 전자통신연구소와 같은 형태의 양자정보통신연구소를 설립하여 세계 유수의 관련 연구자들을 집결시키는 것이다. 혹은 전자통신연구소의 현재 연구 분야를 확장하여 양자정보 및 관련 응용 연구분야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형이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결정하면 될 것이다. 다만, 21세기에도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으로서의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자정보 및 관련 응용 연구에 대한 기반 기술 및 연구 인프라의 구축이 시급히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 환경을 정부가 계속 지원하고, 연구 인력과 연구 환경이 세계적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민간기업은 우수한 연구 인력과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계속적으로 정보통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학계는 좀더 안정적으로 신규 연구 인력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