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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물로 보나?

“사람을 물로 보나?“라는 말은 누가 우리를 무시할 때 화가 나서 하는 말이죠? 하지만 인체의 대부분은 물로 구성되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물로 보는 것은 아주 과학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사무실과 아파트를 들락거리며, 철강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나 지하철에 몸을 싣고 다니는 우리는 세상이 거의 대부분 고체로 구성된 것 같이 느낍니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나가서 찍은 지구의 인공위성 사진에는 그 딴 구조물들은 일절 없고 망망대해의 푸른 바다만 홀로 존재하는 물 위성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표의 75%가 물로 뒤덮혀있다고 하죠. 물은 그렇게 무르기만 한 존재도 아닙니다. 쓰나미나 뉴오를레앙의 댐을 넘어 온 성난 물길은 사람의 힘으로 감히 막을 수 없는 것임을 우리는 이미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며 맵시있게 흐르는 시냇물과 다르게 가느다란 물줄기가 돌을 자르고 금속을 두동강 내는 water jet machine을 보신 분들은 물의 이중성에 정말 놀라실 것입니다. 고여 있는 물은 게으르게 가만히 누워 산들바람에 얼굴을 씰룩거리고 자는 것 같지만, 쉼 없이 압력을 점검하고 있다가 틈이 생긴 부분이면 사정없이 덮쳐버리는 사자 같은 정중동의 균형과 조화가 물에는 있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혈연, 지연, 학연에 걸린다고 밖에서는 봐 줄 법도 한데, 가차 없이 또 새게 만드는 냉점함도 있습니다. 물은 자신의 속내를 감출 것 없이 투명하게 다 보여주는 Open Mind의 처세를 축으로 하지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녀석들은 띄워버려서 안으로 들이지도 않으며, 머리에 든 것이 많아서 무겁다고 자랑하는 놈들은 아래로 확 가라앉혀버리는 준엄함도 갖추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적으로는, 물 같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용의주도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더 잘 어울립니다.기온이 낮아지면 딱딱한 얼음으로 변하고, 뜨거워지면 춤추는 증기로 변하여 분위기를 맞출 줄도 압니다. 아무 그릇에나 들어가면 자기 형상을 버리고 상대의 비위를 맞추어 변신하지만, 압력이나 압제를 가한다고 주눅이 들어 부피가 작아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주위와 조화하되 자신의 개성까지 버리고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화이부동의 군자적 격조를 물은 가지고 있는 것이죠. 과학적으로 물이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 화학요소들을 섞어 반응을 주도하는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칵테일'들을 필요한 장소로 배달하는 운반책이 물입니다. 같은 유체인 기체도 운반책의 일정부분을 맡을 수 있지만, 물만큼 배달사고 없이 성실하게 운반하지는 못합니다. 물은 이렇게 조합과 소통을 책임지는, 축구장의 지네딘 지단 같은 핵심 플레이어입니다. 3월 22일은 물의 날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맞춰 프랑스 르몽드지가 사설을 실었습니다. 르몽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60%가 모여 사는 아시아에서 물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하는 군요. 보리 1kg를 생산하려면 1000~2000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000리터면 아파트 욕조 3개 정도를 가득 채운 분량입니다. 보리가 가장 물이 안 필요한 작물중 하나인 것 아시죠? 쌀 1kg을 생산하려면 훨씬 더 많은 물이 들겠죠. 그런데 소고기 1kg 를 생산하려면 보리의 무려 10배인 13,000~15,000 리터의 물이 소요된다고 하는군요. 물의 절대량도 문제지만, 깨끗한 물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중요하겠죠.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있죠? 옛날에는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줄이려고 치산치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마실 물을 걱정하게 되었으니, 지구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물인 것 같습니다. 아마 나중에는 휘발유보다 식수가 훨씬 비싼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한참 내려서 물이 상대적으로 비싸진다는 것인가요?“라고 농담할 분은 안계시겠죠? 둘 다 가파르게 오르지만 물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미래에는 환경 선진국인 호주, 캐나다, 스웨덴 같은 나라들이 오늘날의 산유국 행세를 대신할지 모릅니다. OPEC 대신 OWEC 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다른 나라들의 경제를 주무르는 것 말입니다. 최신형 휴대폰 하나 주고 겨우 물 한 병 받아오는 무역을 안 하려면 지금부터 환경을 보살펴야 할 때입니다. 이제부터는 물을 물로 보았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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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하셨다니..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