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숲이 아닌 자연의 숲이 그립다
2002-09-19
최광진(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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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깊은 밤, 독서삼매경에 푹 빠졌다가 단잠을 자고 일어나 맞는 안개 자욱한 아침. 풀벌레 우는 소리 들으며 그 안개 한숨 푸욱 들이마시는 그런 생활이 내 작은 바램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대도시에 사는 아이 엄마들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 숲 한 가운데서 항상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야 한다. 비가 내리는지 안개가 심하게 끼지는 않았는지 오존주의보가 내린 날인지 등등 세심한 신경을 쓰며 아이를 학교로 내보내야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아이 몸에 산성비라도 닿을까 염려스러워 사람들로 북적이는 불편한 길로 나가는 아이 손에 큰 우산을 들려주어야 하고,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면 안개에 섞여있는 나쁜 화학물질이 숨결을 따라 몸 속에 흡수될까 염려스러워 마스크를 준비해야 한다. 오존주의보라도 나오는 날이면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와야 겨우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열악한 대기환경으로 인해 천식을 앓는 유아들의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학교에서 마시는 물마저 걱정스러워 약수를 가방 안에 싸보내야 하니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먹는 음식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음식을 믿을 수 없어 전전긍긍 한다. 재료는 어디서 사오고 어떻게 키운 것인지,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나 무, 고춧가루에 사용된 농약은 제거된 것인지 항상 긴장하고 신경써야 한다.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든 많은 위험요소들이 미래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내 아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란 채소처럼 연약하기만 한 우리 아이들이 해로운 오염물질들로 가득찬 이 세상에서 하루도 마음 놓고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무와 풀, 흙이 있는 시골은 아직까지 환경이 나은 편이라 하지만 농촌 역시 농약이라는 무서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곡식을 키우기 위해 각종 병충해 방제에 사용되는 농약은 그 피해가 당사자인 농민에게 즉시 돌아갈 정도로 사용량이 높다.
바다는 어떠한가. 인과 질소의 과다 유입으로 인한 부영향화,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로 인해 오염된 물고기를 먹는 인간의 몸에 중금속이 쌓여가면서 앞으로는 미나마타병 같은 무서운 병까지도 흔해질 전망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보면 보이는 것은 똑같이 생긴 아파트와 수 많은 차들, 그리고 삑삑거리는 차들의 경적소리. 현관문을 나서면 콘크리트 계단,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는 길은 보도블럭, 버스를 타고 자리 잡고 앉으면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역시 수많은 차들과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그리고 빌딩에 가로막힌 손바닥만한 하늘뿐. 이젠 정말 콘크리트 숲 속의 생활에 진저리가 난다.
그렇다면 이처럼 파괴된 환경은 이제 영영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본적인 회복의 힘은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에서 오겠지만 인간이 파괴한 환경은 인간의 힘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본다. 오염된 환경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노력이나 환경보호는 모든 사람의 몫이기도 하겠지만 특히나 과학을 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그 책임이 더욱 크다. 어찌 보면 지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생활의 편리를 위해 이용된 과학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재활용, 생활하수 줄이기, 자동차 안타고 자전거 타기, 환경오염 물질 불법 방출과 불법 소각 안하기 등등이 일반인의 몫이라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보다 근본적인 환경 치유법의 개발은 과학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쓰레기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동정 및 배양,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의 개발, 생태계 복원을 위한 조사 연구, 폐기물 제로의 자재 개발, 무공해 에너지 개발 등등 방법도 많고 가능성도 높다. 과학은 지금까지 인간의 생활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발전시켜왔던 만큼 그 부작용을 치유하는 능력도 무궁무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도 환경보호와 연구개발에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이제는 경제발전 우선 정책에 밀려 항상 뒤로 밀려나 있던 환경정책을 선 순위에 두어야 할 시점이다.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밤 하늘과 흙냄새 섞인 청아한 공기.
잠들 무렵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
나뭇가지에서 우짖는 새와 함께 맞이하는 상쾌하고 힘찬 아침 느낌.
그렇게 살고 싶다.
한 여름 땅속에서 길어 올린 시려운 지하수에 멱도 감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한낮의 햇볕 아래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왔으면 싶다.
콘크리트 숲이 아닌 자연과 조화된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누구보다 과학자들이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