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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없는 사랑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지게 되는 이유를 아십니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이성에 눈을 뜨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합니다. 이 지구상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이든 이성을 만나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 말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일이 그저 쉽고 순조롭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은 통계자료들이 보여주듯 이혼율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으며 결혼에 이르기 전에 만났다 헤어지는 사람들의 수까지 헤아리자면 기하급수적인 수치가 나오리라 예상됩니다.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지키고 가꾸려 마음먹었던 많은 이들이 왜 종국에는 이별의 아픈 상처를 남기고야 마는 것일까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과 또 다른 사랑을 찾아 헤메이기를 반복하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과연 이것이 사랑인가’ 하는 회의마저 듭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을 연구하는 많은 심리학자들 사이에 여러 학설이 분분하지만 주류를 이루는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사랑은 헌신 (Commitment), 열정 (Passion), 그리고 애정 (Intimacy), 이렇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이 중 어느 한 요소도 치우침 없이 건강하게 가꾸어질 때 그 결과로 사랑이 성장한다” 라는 정의를 내려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헌신 (혹은 충성)이라 번역된 Commitment라는 것은 사랑하는 이성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신적 물질적 투자를 하는 것, 믿음과 책임감을 가지고 관계에 임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우리가 결혼을 할 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서약이 이 헌신의 요소를 상징한다 할 수 있습니다. 열정(Passion)은 사랑하는 이성과 함께 있고 싶은 바램, 애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막을 수 없는 욕구, 로맨틱한 감정, 아끼고 돌보고자 하는 관심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 됨으로 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사랑의 행복감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이런 감정을 소홀함 없이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헌신과 열정, 두 가지만으로는 아직 부족하고 깨지기 쉬운 사랑입니다. 여기에 애정(Intimacy)이라는 요소가 더해져야 건강하고 발전적인 사랑이 완성됩니다. “애정”이라 번역된 Intimacy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따뜻하고 친밀한 감정”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Sternsberg라는 심리학자는 애정이라는 사랑의 요소를 이렇게 묘사하였습니다. “서로의 안녕에 대한 지각력을 가지고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서로 소중하게 여기며 상대방이 필요할 때 기댈 수 있으며 서로 이해하며 자신들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누며 서로 따뜻하게 이야기하며, 감정적인 위로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주며, 서로의 반응을 예상할 수 있으리만치 잘 알게 되는 친밀한 느낌.” L’Abate라는 또 다른 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좋은 것만을 보아주고 그것에 감사하며 서로 아껴주며 보호해주고 서로를 즐기며 서로에게 책임을 느끼며 아픔을 나눌 수 있고 늘 용서해주는 것.” 그저 말이 쉬운 말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바라마지 않는 것들이지만 아름답게 사랑하기가, 서로를 아껴주며 알아가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걸까요? 그것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어떠한 문화적 배경 아래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는가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Stephen은 좋아하는 이성과의 사랑키우기에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인 두려움의 종류로는 “감정이나 느낌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갈등과 이별의 두려움, 조종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그의 저서 Couples in Treatment (1992)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감정이나 느낌의 공유에 대한 두려움은 “무릇 감정이란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에서 조절하여 밖으로는 늘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그릇된 믿음에서 연유한 것으로 특히 많은 한국 남성들은 ‘남자가 울면 안된다’거나 ‘그 정도 일은 술 한잔으로 훌훌 털어버리라’, ‘남아일언 중천금이니 말수를 적게 하라’든지 하는 인식에 길들여져 감정을 드러내고 느낌을 표현하는데 큰 수치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모든 종류의 감정과 느낌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연인 사이에 큰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어린시절 부모가 알콜중독자였다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경우, 정신적 육체적 아동학대를 당했던 이들은 예측할 수 없었던, 조절되지 않고 폭발되었던 부모의 표현들을 받으며 정작 자기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은 무시당하고 억눌러야 했던 상처를 안고 자아인식의 성장이 중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느낌과 감정을 스스로도 소중히 여기지 못하게 되어 합리성, 이성적 지식으로 무장하여 느낌이나 감정은 부정하고 숨기려 합니다. 자신이 이성적으로 옳다고 믿는 것들에 대해서 완고한 태도를 가지게 되며 다른 사람과 마음을 터 놓고 대화할 여유가 없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랑하는 이에게도 느낌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결혼을 해서 같이 살게 되더라도 마음은 다른 세상에 따로 살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유년기의 경험을 통하여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자신이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지게 되어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해냈을 때에만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결코 속내의 고통을 드러냄 없이 언제나 아무 문제 없이 잘 되고 있다고 가장하는 태도가 몸에 배게 되는 것입니다. 갈등에 대한 두려움은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상대가 나에게 화를 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상대방과 거리를 두게 됩니다. 누구나 갈등이 생기고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연애나 결혼생활 초기에 어느 정도 갈등이 있는 것은 발전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이며, 때로는 건강하게 화를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두려움의 원인을 좀 더 정확히 알면 거기서부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요? 두려움을 주는 요인으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린 시절 마음에서 해결되지 않은 깊은 화가 지금의 파트너에게 전이되어 조금이라도 그 부분이 건드려지면 필요 이상으로 화를 느끼는 경우, 과거 아동학대나 배우자 학대를 경험한 이들이 그 재앙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나는 마음을 혼자서 강하게 억제해 온 경우, 상대방의 화냄이 자신에게 너무 상처가 되고 감당할 수 없는 경우들이며, 이들은 상대와 너무 가까와져서 감당할 수 없는 감정 표현을 주고 받게 되는 것이 두려워 어떻게든 피하려고 벽을 쌓습니다. 이별에 대한 두려움은 주로 과거의 관계들로부터 실연당한 상처가 너무 큰 경우에 생기는 것으로 현재의 관계 발전을 위해 감정적인 자기 투자를 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아동기에 부모의 죽음이나 이혼 혹은 버려짐으로 인해 생이별을 경험한 이들도 이같은 감정의 장애를 겪습니다. 비참하고 아픈 이별이 또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기가 무척 어렵게 됩니다. 조종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란 다르게 말하면 서로가 너무 가까와지면 상대방에 의해 내 인생이 마음대로 휘둘려질까 겁내는 것입니다. 과거에 부모와 함께 살면서 부모가 원하는대로 인생을 조종당했던 것과 같은 양상이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사이에서도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그 특유의 문화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결혼의 결정과 준비에 깊이 관여 한다든지, 경제적 도움을 빌미로 자녀가 독립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녀 문제에 결정권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 주었는데’, ‘네가 장남으로서 할 도리는 해야지’, ‘공부했다는 녀석이 그 정도도 몰라’, ‘ 저만 보고 살아왔는데…’ 따위의 죄의식을 자극시키는 말로 부지불식간에 자녀들의 인생을 조종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파워게임에 휘둘려지면서 결혼을 하고 배우자를 맞이하는 마음도 ‘내가 기선을 제압해야지’, ‘초장에 잡아야 해’, ‘말 잘듣는 착한 배우자를 원해’ 하고 결혼이나 연애로 맺어지는 관계들조차 파워게임의 연장으로 착각, 서로 터놓고 나누기보다는 ‘남자가 고작 그 딴 일에 삐져?’, ‘여자가 깔끔하지 못하고 그게 뭐야?’, ‘ 다른 남자들은 (여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 따위의 죄의식 부르기로 상대에 대한 조종권을 쟁취하는 데 전념하고 그 사이 사랑은 저만치 떠나가는 것입니다. 한층 더 깊이 들어가서 이 문제를 살펴보자면,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이 언제라도 짓밟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런 조종권 게임에 쉽게 휘말리게 되며, 이런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보다는 자신감을 채워줄, 자존심을 충족시켜줄 사람을 찾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인생의 실수를 범하기 쉽습니다. 이런 심리적 요인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도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지금까지 사랑을 이루는 요소들 중 애정이라는 요소의 성장을 막는 여러 가지 두려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누구나 어느 정도의 두려움은 가지고 살아갑니다. 종류는 다를지언정 내가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나의 연인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조차도 앞서 언급된 대부분의 두려움들을 다 안고 살아왔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두려움들로 인해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는 일을 반복해왔건만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별로 상처 부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하지도 않았습니다.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러려니, 누구나 겪는 일이거니 하는 안일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나에게 맞춤복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면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어 올라오는 과거와 유사한 갈등과 감정의 요동을 겪으면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내면 어딘가에 사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세상에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 속에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이 많다 해도 괜찮습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내면의 돌을 하나 하나 뒤집어보는 시간을 가집시다. 어떠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시간을 줍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거리를 두려는 나 자신과 나에게 마음을 터 놓고 기대오지 못하는 나의 연인에게 매일 이렇게 자상하게 설명을 해줍시다. “ 지금 이 상황은 과거에 경험했던 그 상황의 연속이 아니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당신의 느낌, 감정, 당신의 모든 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있다. 나는 당신의 가슴속 깊은 곳의 상처와 두려움도 소중히 돌볼 것이다. 설령 어떤 문제로 그것들의 가치를 인정해줄 여유가 없는 날들이 있다 해도 당신의 모든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당신이다” 라고.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 자신 있게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이와 나누세요. 두려움 없는 사랑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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