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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에야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홋카이도 (북해도)에서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코센 여러분, 안녕하세요. 일년의 절반 정도로 겨울이 무척이나 긴 일본 홋카이도 (북해도)의 국립대학법인 아사히카와 (旭川) 의과대학 미생물학강좌에서 특임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장성재라고 합니다. 소중한 지면을 저에게 제공해주신 코센의 운영자 분들께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창 시절이라면 저는 지극히 평범하게 생명공학과 유전공학 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1990년 건국대학교 공과대학 미생물공학과에 입학하여 중간에 현역 (육군, 화학병)으로 군대에 다녀오고, 복학한 후 대학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실험실 (생물공학 실험실; LAB261, 지도교수: 최태부)에 입실하여 그 당시 실험실에서 진행하던 대학원 선배들의 실험을 보조해주며 전공 관련서적들과 씨름하며 생명과학 연구와의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신규 미생물의 생화학적 동정법에서부터 동물세포를 이용한 실험 및 마우스 및 렛트 등의 소동물을 이용한 in vivo 연구를 포함해서 전공 서적과는 다른 다양한 실험적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된 귀중한 시간들을 보냈으며, 대학 졸업 후에는 물론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부시절부터의 연구 테마였던 양이온성 리포좀을 이용한 유전자 도입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었습니다. 학부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론 대학 4년간 매년 참여한 경험은 있었으나, 4학년 축제 때 (학과의 특성상 막걸리를 제조)에 직접 후배들을 진두지휘(?)하여 한국 전통주인 막걸리를 만들었던 것을 들 수 있겠네요. 대학원 졸업 후에는 국내 모 화장품 전문 제조업체와 제약회사의 연구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약간 뒤늦게 2002년 10월 일본의 문부과학성 장학생의 신분으로 도일하여 연구생과 의과대학 박사과정을 거쳐 현재의 소속인 일본 국립대학법인 아사히카와 의과대학의 미생물학강좌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는 의과대학 미생물학강좌에서 미생물 쪽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면역학 및 세포생물학 관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생체의 자연면역 (nature immunity)과 깊은 관련을 가진 신규 collectin 단백질들의 기능 해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체 활성화 경로에서 렉틴 (lectin) 경로로 중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MBL (mannan-binding lectin) SP-A (surfactant protein A) SP-D (surfactant protein D)를 위시로 한 collectin 단백질들은 일반적인 렉틴 단백질의 특징인 당인식 영역과 더불어 내부에 콜라겐 영역을 포함한 독특한 구조를 가지며, 그로 인해 특이적인 다량체 구조를 취하며, 독특한 구조는 이들 단백질의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본인이 소속한 연구실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3가지의 신규 collectin (CL-L1, CL-K1, CL-P1) reverse genetics 시스템을 이용하여 발굴하였으며, 이들 단백질의 기능 해석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Colec12라고 명명된 CL-P1 (Collectin Placenta 1; 별칭 SRCL) 단백질은 SR (Scavenger Receptor) 그룹으로 분류되는 세포 수용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것과 더불어 다양한 병원성 미생물 및 동맥경화를 비롯한 혈관계 질환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산화 LDL (oxidized low density lipoprotein)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본 연구실에서 밝혀낸 바 있습니다. 현재 본인이 소속된 연구실에서는 위 3가지 신규 collectin을 대상으로 한 기능 해석의 일환으로 제브라피쉬와 마우스를 이용한 유전자 넉 아웃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물론 환자 조직을 대상으로 면역학적 접근법 (항체를 이용한 실험법) 및 다양한 세포를 이용한 세포생물학 및 유전학적인 접근법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 입니다. 이와 더불어 2년 전부터는 일본 문부성에서 지원하는 홋카이도 특유의 식품 소재의 개발 (항산화능) 및 표준 시험법의 개발 등과 관련된 지역 클러스터 사업 (Sapporo Bio-Cluster)에도 참여하고 있는 중입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본인이 생명과학 연구 분야로 들어선 것은 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을 하면 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서 겪어야 하는 군대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모 제약회사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29개월의 무난한 군 생활을 보내고 대학 2학년으로 복학하면서 장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험실에 들어간 것이 그 해 겨울방학 때였으니, 벌써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군요. 그 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현재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생명과학 분야의 길을 걸어 온 사실에 대해 단 한번도 후회를 해 본적은 없습니다.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던 때야 물론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을 잡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논문으로 완성되었을 때가 아닐까요.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인생의 선배이자 조언자이시며 때론 친구 같은 존재로써 태어나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에게 언제나 한결 같은 무한한 믿음을 보내주고 계시는 부모님이야말로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명을 뽑으라면, 잘 다니던 회사를 접고 일본이라는 가깝지만 낯선 땅으로 저를 믿고 따라와서 현재까지도 아이 둘을 키우며 내조에 열심인 아내를 들 수 있겠네요.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코센과의 첫 만남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 서핑 중에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대학원 시절에 선배의 소개로 예전의 산업기술정보원 (KINITI)에서 주관하는 한국어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던 생명과학 분야의 외국 저널들의 초록 번역 및 키워드 추출에 관한 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가 처음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의 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뒤로도 기업체 연구소에서 재직할 당시에도 자료 조사를 위해서 종종 논문 제공 서비스 등을 이용하기도 했으며, 유학 생활 초기에는 가끔 생각날 때마다 찾는 사이트였으나, 본격적으로 코센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박사학위 수여가 결정된 때부터이며, 현재는 변변치 않은 지식으로 2년째 코센에서 의학분야 전문가로 활동하며 신규 자료의 소개, 분석 및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가 전공한 의학 관련 분야는 면역학과 혈관계 질환 및 감염증 등에 국한되기 때문에 기초 의과학 분야와 더불어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의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경험들을 활용하여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마다 지식도움 방의 “What is” 코너에서는 생명과학 전반에 걸친 제 지식을 코센 회원님들과 공유하려는 취지로 각종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는 것에 가급적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코센은 인터넷을 위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격이 강합니다만, 회원 분들 또는 전문가분들 사이의 오프라인 교류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 1회 한국에 계신 분들은 만남의 기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 생활 및 연구활동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만, 1-2년에 1회 정도의 각 분야별 미팅 (자신의 연구 분야에 관한 소개 및 토론)을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또한, 재학생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들여 관심 분야의 전문가 및 선배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프라인이 어렵다면, 최근 상당히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터넷 상에서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의 매력은 바로 나 자신의 몸 속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과학적 사고와 논리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저도 그 매력에 이끌려 현재의 위치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쪽으로 발을 들여놓으신 거의 대다수의 분들이 저와 비슷한 이유로 생명과학 분야의 매력에 이끌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후배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이라면 단 한가지, 연구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초심 (初心)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 소주업체의 처음처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처음으로 직접 시도한 실험의 결과를 기다리던 때의 두근두근했던 기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실험에 실패하고 또는 까다로운 실험 조건을 세팅하기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한 뭉치의 돈다발이 아닌 연구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프라이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신의 목표를 설정해서 앞으로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학문 (배움)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생명과학은 특성상 관련 산업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무궁한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것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식에 대한 갈망의 끈을 놓지 마시길 바랍니다. 보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향하여……

오늘도 본인은 5월 초인 이제서야 잎과 더불어 피기 시작한 멋들어지진 않지만, 조용히 늦은 봄을 알리는 에조사쿠라 (蝦夷えぞさくら) - 북해도 지방을 일본에서는 에조라고 부른다 ? 인 벚꽃과 더불어 조용히 앞날을 기다리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한 채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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