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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를 공부하는 전자공학자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초등학교 때 위인전을 읽으며 물리학자의 꿈을 키워나갈 때가 생각이 납니다. 주위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과학자가 꿈이었던 시절이었고, 청년 시절 고민을 거듭해 인류사에 길이 남을 성과를 이루어낸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언젠가 레이저를 만들고 싶어 집에서 쓰던 거울 두 개를 마주보게 붙이기도 하고, 관련 서적을 구하여 읽어 보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사실, 그 책의 내용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고 (당시엔 Gain Medium의 존재를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으므로) 레이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정교한 특수 거울이 필요한지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호기심은 계속 이어져 결국 물리학과로 진학하게 되었고 석사과정은 레이저광학을 전공하여 어릴 적 꿈을 이룬 셈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내가 어릴 적 꿈을 이룬 사람이란 사실이 떠오를 때 마다 뿌듯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박사과정은 전자공학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단지 원리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원리를 응용하여 인간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때건 궁극적인 저의 목표는 나와 내 주위의 자연, 그리고 자연의 원리를 활용하여 축적해 놓은 인류의 기술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계속하여 연구와 공부를 병행해 왔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 주제에 깊이 파고들어 완숙한 전문가의 경지에는 이르지는 못한 거 같습니다. 대신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호기심을 갖고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었고, 다만 저의 경우,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두려움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며 호기심을 즐거이 여겨왔습니다. 이런 태도는 어쩌면 영원히 저를 저답게 해주는 개성이고, 제가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거쳐온 연구분야를 요약한다면 매우 짧은 레이저 펄스의 스펙트럼 대역폭과 같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물리를 전공한 학부과정과, 레이저 공진기와 증폭기를 제작하여 그 펄스의 특성을 측정하고 연구하던 석사과정을 거쳤습니다. 박사과정 초기에 양자구조를 갖는 수광 소자를 연구하였고 이후 메모리 소자의 등가회로 모델링으로 학위를 받았습니다. 학위과정 동안 공정, 소자물리, 패키지, 회로 모든 분야를 거쳐왔고, 삼성전자에 입사해서는 아날로그회로 설계, 논리회로설계, 차세대 메모리 연구에 몸담아 왔습니다. 여러 기회를 통해 프로세서 구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현재는 차세대 메모리를 활용하는 미래 컴퓨팅시스템의 구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거쳐온 여러 분야에 있어 여러 논문과 제출한 특허를 통해 연구실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컴퓨터 운영체제까지 공부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차세대 메모리를 컴퓨터 구조에 도입하는 것이 현재 업무이고, 이를 위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련 주제들 즉, 새로운 메모리구조와 새로운 메모리 컨트롤러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운영체제로 차세대 메모리의 독특한 성질을 컴퓨팅시스템 내에서 올바르게 최적화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어떤 일이든 그 분야에서 자신의 힘으로 성과를 낼 경우 그 분야에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될 거라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학위를 가진 분들에게 있어 가장 일에 보람을 느낄 때는 주요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이 수락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 때 비로소 연구로 힘들었던 과정이 결실을 맺고 세상에 인정받게 되는 것 입니다. 더불어, 저와 같은 공학자의 경우, 자신의 연구분야가 실생활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될 때 많은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자동차, 텔레비전, 오디오, 휴대폰 등 모든 전자기기와 자동화 장치들에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고, 이들을 이해하고 개발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스스로 큰 자랑거리가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바로 이들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한 사람이라 생각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저는 학사 석사를 모두 물리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박사과정을 전자공학으로 바꾸었을 때 새로운 전공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학위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인내심을 갖고 제가 성장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 바로 제 인생에 전환점을 가져다 주신 분이 라고 생각합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은 박사학위 과정 중에 연구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검색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자주 접속하여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전자메일을 통해 가끔 전해오는 흥미 있는 주제를 접할 때 마다 KOSEN에 접속하여 정보를 얻곤 했습니다. 지난해부터 KOSEN 전문가를 뽑는다는 메일을 받았었는데 회사일로 바빠 여유가 없어 여기저기 신경 쓸 틈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KOSEN 전문가 신청을 하였고 9월부터 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활동을 할 기회는 없었고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미 활동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과 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국내외에서 훌륭한 실적을 쌓고 계시는 여러 분들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 하는 것이 저의 임무로 생각합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한국에서 서로 돕는다고 하면 학연, 지연, 혈연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간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느껴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은 모래와 같아 서로 돕지 않는 개인주의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인과 일본인은 대학과 대학 이후 취업과정에서 서로간에 협력채널이 잘 이루어져 있어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서로 도와가며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외간 협력채널이 잘 형성되어 좋은 기회를 훌륭한 한국인들과 나눌 수 있도록 조금 더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고, KOSEN에서 그런 장이 마련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 예로, 국내외에 좋은 일자리가 있을 때 그 정보를 잘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아직 KOSEN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아직은 부족해 보입니다. 잘 홍보가 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 할 수 있는 유인이 부각되지 않은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향한 무조건 적인 애정과 지원을 기대하는 기조를 벗어나, 정부 및 각계 인사들이 올바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도록 따끔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전한 사회참여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좋겠고, KOSEN을 통해 그 기능이 이루어 질 수 있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후학께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 조금 쉽게 평소에 생각하던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고소득 직장은 예전처럼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습니다. 변호사 의사도 각자의 노력에 따라 큰 성공을 할 수도 혹은 일반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직업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한국사회가 안정화 되면서 이미 자본을 가지지 않았다면 직업인으로서 큰 돈을 벌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졌습니다. 성공을 하고자 한다면 사업을 해야 되고 편히 살고자 하면 공무원이 되십시오. 여기까지는 제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사는 생활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만약 이공계가 적성에 맞고 재미가 있다면 이공계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업을 갖고 일정액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안정되고 나면 직업은 수단을 넘어 그 사람의 인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자신의 직업이 적성에 맞아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공계 지식을 가지고도 공무원이 될 수 있고 의사가 될 수 있고 법조인이 될 수 있습니다. 수학적 지식이 많이 요구되는 금융계에서는 점차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공계 지식은 스스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줍니다. 인간의 역사가 결국 도구의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공계 종사자는 우리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가장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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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진로에 고민이 많은 고등학생인 '이선민'입니다.
제가 전자공학자에대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료를 읽게 대었고, 많은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자공학자에 대한 궁금한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메일로 저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제 이메일은 yeesonmin@naver.com 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