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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의 도시, 춘천에 거주하는 코세니아로부터...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현재 한림대학교 전자물리학과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림대학교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최근 고속도로가 뚫려 수도권에서 방문하기에 훨씬 수월해 졌죠. 저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에 94년에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 입학하여 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당시 학위 테마는 김종진 교수님의 지도 하에 강유전체와 반강유전체의 혼합물에서 관측되는 쌍극자 유리상(dipole glass)이라는 무질서계의 동역학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 2000년에 일본 쓰쿠바대학(University of Tsukuba)에 연구원(정식 명칭은 ‘조수’라고 합니다)으로 건너가서 3년간 응집물질 분광학을 이용해 강유전체, 릴랙서(relaxors) 및 유리상전이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나서 2003년에 삼성코닝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전혀 다른 분야인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backlight)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였습니다. 그 후 2004년 가을에 한림대학교에 임용되어 지금까지 이곳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한국과학기술원 대학원 과정 중 인생의 동반자인 wife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요, 공교롭게도 박사과정 동안 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저를 잘 아는 지우들은 넌 박사과정 때 연구는 안하고 가족계획 하나만 충실히 지켰는데 도대체 어떻게 박사학위를 땄냐고 우스갯소리를 던지곤 합니다.

그림1. 2007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너스레 단호박 축제장에서 가족과 함께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박사학위 및 일본 연구원과정에서 연구했던 분야랑 삼성에서 근무할 때 담당했던 연구분야가 달라서 현재는 두 가지를 모두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 홈페이지(www.hallym.ac.kr/~jhko)를 방문하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응집물질 분광학을 이용한 상전이(phase transition) 연구입니다. 주로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과 브릴루앙 분광법(Brillouin spectroscopy)를 이용하여 액체와 고체 속에서 열적으로 여기(excitation)되어 있는 음파나 광학포논(Phonon)을 측정한 후에 이를 이용해 응집물질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전이 거동을 연구하여 왔습니다. 현재의 주 연구 주제는 강유전체 및 강유전체 릴랙서의 상전이 현상, 액체의 구조유리상전이, 아스피린과 같은 약제물질의 탄성특성 측정 등입니다. 특히 릴랙서의 완화(relaxation) 동역학이나 구조유리상처럼 일정한 무질서도를 보이는 시스템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향후에는 나노물질, 생체물질 등에 대한 분광학 연구 분야로 관심의 폭을 넓힐 계획입니다. 다행히 올해 한림대학교의 공동장비로 tandem Fabry-Perot 간섭계가 도입되어 브릴루앙 분광법 실험을 이곳 한림대학교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장비를 이용하게 되면 보통 시료 내에 존재하는 음파와 같은 저에너지(주파수 범위로 얘기하자면 1 ~ 1000 GHz) 여기원을 검출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LCD 백라이트와 관련된 연구입니다. 삼성코닝에서 직사각형 형태를 띤 새로운 광원인 면광원 백라이트 기술을 연구했던 경험에 근거해서 현재 백라이트용 형광등, 고체발광다이오드(LED), 면발광 백색 OLED 등 새로운 광원의 성능 평가 및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와 연관되어 백라이트에 포함되는 다양한 광학부품들의 광학설계 최적화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LED 백라이트를 적용한 LCD인 “LED TV”가 큰 각광을 받고 있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분야는 최신 산업 분야인 LCD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분야로써 최신의 산업동향 및 연구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림 2. LCD 백라이트의 전기광학 특성 평가 실험 중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사실, 응집물질 분광학 분야는 제가 개인적인 만족을 느끼는 연구 분야입니다. 어렵게 실험하고 분석해서 좋은 저널에 논문이 실릴 때 개인적인 성취감이 극대화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지요. 반면에, LCD 백라이트 기술은 한림대 전자물리학과의 특성화 방향인 디스플레이 분야의 핵심을 구성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산업체에 진출할 인재를 키우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분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이 분야를 졸업한 학생들은 100% 디스플레이 관련 회사 및 연구소에 취업을 한 상태입니다. 석사과정 혹은 학부과정을 거친 제자들이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에 취업하여 그곳의 핵심연구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 등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물리가 좋아서 박사과정을 선택했었고 현재도 물리분야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무엇보다도 학문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제 연구를 지도해 주셨던 김종진 교수님을 만난 것이 제 학문적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종진 교수님은 학문적 삶은 나이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는 점을 몸소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분입니다. 정년퇴임을 앞두신 때에도 최신의 연구 동향을 직접 파악하시면서 끊임없이 정진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이미 퇴임을 하신 현재도 관련된 학회에 모습을 드러내시면서 신선한 질문으로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아주고 계십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제가 제 인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견지해야 하는 학문적 원칙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과의 첫 인연은 삼성코닝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그 당시 코세니아였던 한 박사님의 소개로 형성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회사일이 너무 많아서 체계적으로 자료를 모으거나 논문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매우 부족했는데, KOSEN에 게재된 분석자료가 개인적인 공부 및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 분야와 관련된 논문을 직접 분석하고 KOSEN에 분석글을 올리면서 부족한 지식을 많이 넓힐 수 있었습니다. 현재 KOSEN에서도 주로 분석자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7 건의 학회보고서와 15건의 분석보고서를 제출하였으니, 매년 4건 이상의 분석물을 제출한 셈이 되지요. 지금은 분석자로서 뿐만 아니라 KOSEN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 전문가에 선정된 적이 한 차례 있었으나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리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당시의 불성실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활동해 볼 생각입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KOSEN은 국내외 과학자들을 연결해주는 핵심 네트워크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이 네트워크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성하는 회원들의 자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 보입니다. KOSEN 홈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형식적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회원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고, 모범적인 활동을 보이는 그룹에게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이공계의 위기”라는 진단이 이제는 현실로 확인되어 가고 있는 지금, 한국 과학의 미래는 그리 밝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어려운 수학, 과학 과목을 피해 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과 물리를 다시 가르쳐야 하는 현실에서 때로는 암담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항상 위기의 이면에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공계의 위기는 창조적인 도전정신으로 다양한 과학 분야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커다란 기회의 바다가 될 것입니다. 두 발은 현실이라는 대지에 굳게 뿌리를 내리나 가슴은 온 우주를 다 채울 커다란 열정과 희망을 품고 여러분의 꿈을 과학이라는 큰 바다에서 실현해 나가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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