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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꿈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고분자를 전공했고, 박사학위를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받았습니다. 졸업 후 한동안 삼성전자 LCD 사업부에서 일하다가, 큰 포부를 가지고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 후 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놀기 좋아하고, 밖에 나가면 들어오질 않아 어머니께서는 저를 책상에 앉히려고 무단히 많은 노력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어머니의 노력이 없으셨으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드니 너무나도 부모님께 감사 드리게 됩니다. 중고등 학교 때 흔히들 말하는 개구쟁이에 속했고, 고2가 되면서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친 듯이 공부하여 고2 당시로는 불가능하다고만 여겨졌던 서울대 공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1년이란 시간을 10년과 같이 집중할 수 있던 열정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류비세프의 “시간을 정복한 남자”라는 책을 읽으며, 그때의 1년을 10년간 지속할 수 있었더라면 나도 류비세프 같은 책을 쓰지 않았을까라는 막연한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누구나 한번씩 겪어야 하는 입시전쟁을 치르고 대부분이 그 어렵고 긴긴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맘껏 자유를 누리다 보면, 어느덧 우리 안의 류비세프는 사라지고, 게으르고 나태하게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의 대학생활도 다르지 않았었고, 허송세월로 시간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가 대학원 진학이었습니다. 뭔가를 새로 시작해보자 하는 다짐으로 열심히 연구했고, 석/박 과정 속에서 물론 타성에 젖을 때도 있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렇게 고통 속에서 알을 까고 나온 아프락사스처럼 비로소 박사학위를 받고 세상에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현재는 유기 고분자 solar cell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유기 고분자 solar cell 분야에서도 low band gap material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Si 계열의 태양전지로 30% 이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제조원가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에서 실리콘 base solar cell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보다는 미래를 내다봤을 때 비용측면과 flexibility 측면에서 유기 solar cell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태양광이 전체의 18%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높은 파장대의 태양광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low ban gap material 개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간의 연구 활동을 정리하면, 박사과정 동안 conducting polymer 분야를 연구를 해왔습니다. processing이 가능한 conducting polymer를 개발하였고, 물리적 특성 향상을 위해 clay nanocomposite을 제조하였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은 LCD에서 사용되는 배향막 개발을 맡았고, 신규 유/무기 hybrid 배향막 개발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리더로 일했습니다. 박사 후 연구원으로 코넬대학교에서는 포토리지스트 재료인 photoacid generator를 친환경적 특성을 갖도록 개질 하는 연구를 진행하였고, 차세대 리소그래피인 immersion lithography에 사용되는 immersion fluid 와 섞을 나노입자 개발과 lithographic performance 향상 등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현재로는 유기 고분자 solar cell에 관련된 일을 시작하였고, 그간의 electronic material 개발경험과 회사에서 디바이스와 관련한 연구경험을 통해 유기 solar cell의 효율 향상과 life time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사실 박사과정 동안 통해 졸업을 위해 열심히 달렸지,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넓은 세상에 나와 비로소 내가 뭘 하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 후 연구원의 길을 가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었다는 즐거움에 날을 새는 것도 피곤하지 않게 실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solar cell 연구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큰 사명감을 깨달을 수가 있었습니다. 바로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꿈입니다. 처음 UMASS Coughlin 교수님을 만났을 때, 교수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이 미래에 살게 될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의 석탄, 석유 에너지원으로 인해 환경은 망가져 가고 있고, 온난화에 의해 발 디딜 땅마저 사라져 가는 세상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교수님은 우리가 세상을 바꾸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돌탑에 돌멩이 하나를 얹는 작은 일일지 모르나 많은 사람들이 계속 돌을 얹는다면 결국엔 아주 큰 탑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미국 전부통령 앨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기 속의 이산화 탄소 증가에 따른 온난화가 가져오는 무시무시한 지구파괴의 경고를 눈과 귀로 보고 들으면서 과학자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했었고, 이제서야 내가 가야 할 길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돌돌 말려있던 인생 두루마리를 펼쳐보면, 인생을 x축 좌표로 보고 삶의 기복을 y축으로 봤을 때, 마치 사인곡선을 그리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정말 감당하기 어려워 자살을 생각하는 경지까지 가보지도 못했고, 인생 대박으로 신분이 바뀌는 그런 감당 못할 행복을 느껴보지도 못한 것 같네요. 지극히 평범하되 사인 곡선을 그리면서 살아왔습니다. 특별히 인생에 영향을 주신 분은 없으시지만, 삶의 어느 시점 마다 제게 영향을 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석,박 과정의 지도교수님은 어떤 자세로 연구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귀감이 되셨고, 어려울 때에도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코넬한인교회 목사님께서는 저희 가정을 믿음의 길로 인도하여주셨고, 지금의 UMASS 교수님을 통해 과학자로서 연구의 사명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큰 전환점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을 때와 아들 민우가 태어났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인생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둘 뽑으라면 바로 그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은 회사에서 직장 동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논문분석을 하는 정도의 아르바이트 사이트 정도로 생각 했었는데, 지속적인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과학적 자료 및 정보 교류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KOSEN을 통해 한국 과학자 네트? 파워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의 KOSEN의 성장이 한국과학에 이바지할 기여를 생각하면 정말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재는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논문분석과 논문을 추천하고 있으며, 많은 정보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이전에 없던 KOSEN 블로그가 생겨 회원과의 교류가 딱딱한 연구 얘기를 벗어 사람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정말 환영합니다. 코세니아가 사는 얘기도 마찬가지 맥락이구요. 고등학교 때, 교훈이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인이 되자” 였습니다. 정말 이 이야기를 우리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네요. 다들 큰 별이 되시길 기도 드립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릭 워렌의 책 ‘목적이 이끄는 삶’ 처럼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특히나 과학도 여러분들께서 현실적이고 자신을 위한 목표보다는 인류를 위하여 더 큰 목표를 가지신다면 근시안적인 연구가 갖는 결과 이상의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지금 빛을 바라지 않던 분야도 여러분이 어느 정도 위치에 섰을 때에는 최고의 분야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하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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