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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앞두고 선택한, 가지 않은 길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의 시(詩)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이 문득 떠오릅니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 그 시의 구절 중 ‘사람이 적게 간 길’을 선택하며 걸어와서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진 삶’을 살고 있는 조은성입니다. 풍차, 튤립, 운하 등이 연상되고, 히딩크 감독 덕분에 친밀하게 느껴지는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와 두 돌이 다 된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습니다.
학부시절에 저는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여 빨리 군대 갔다 와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 1학년 겨울방학에 입대, 30개월간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친 후 복학하여 학부를 졸업하였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지금의 세부전공인 “연소공학”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석사 졸업 후, 산업용 연소기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에 취업하여 발전소와 정유회사 및 제철회사 등의 현장에서 연소관련실무를 많이 하였으며, 공부에 대한 미련을 쉽게 떨치지 못해서 학문의 마침표를 찍어 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박사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경동나비엔 에 입사하여, 3년간 수석연구원 및 팀장으로 가정용 보일러, 온수기 개발 업무 및 미래 에너지 기술 등에 관련된 선행과제 업무를 수행하며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공부에 마침표란 없다’는 진리를 더욱 절절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도전으로, 2008년 불혹을 앞둔 39세의 나이로 네덜란드 델프트공대(TU Delft)의 Process & Energy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시작하였고, 10월로 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의 연구분야는 기계공학의 열 유체 분야 중 “연소공학”입니다. ‘연소’라고 하면 흔히들 자동차 엔진의 내연기관을 연상하지만, 내연기관도 포함되지만 다양한 타입의 연소기기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게 설명 드리자면 가정에 있는 소형 보일러의 연소부터 발전소의 대형 버너 연소 등 직접 화염을 보며 연구를 하는 연구분야 입니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소를 통해 열을 얻어 직접 열을 사용하든지, 동력원으로 사용하도록 열을 일로 변화하여 사용하는데, 이러한 연소과정에서 필요 불가결하게 환경을 해치는 유해 배기가스 물질(예, NOx, CO)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최근에는 탄화수소연료의 완전연소반응에서 발생되는 이산화 탄소 (CO2) 발생을 줄이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해 배기 배출물을 최대한 억제하는 다양한 연소제어 방법을 주제로 하는 ‘저공해 고효율 연소’가 저의 주 연구주제입니다. 현재는 이러한 ‘고효율 저공해 연소방법’ 중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Excess Enthalpy Combustion” 을 주제로 델프트 공대(TU Delft)에서 실험용 연소로 에서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신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로, 현재 유럽 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Biomass 관련 연구’와 가정에서 전기와 열을 동시에 발생하여 시스템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마이크로 CHP (Combined Heat and Power) 관련 기술’입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석사과정에 지원하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연구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열정적으로 학생을 지도하신다’는 한 선배의 말에 석사 지도교수님과 더불어 “연소공학”이라는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연료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에너지산업의 중심이 되는 학문이 ‘연소공학’이며, 에너지 전달에 좀더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연소방법들을 연구하는 분야로 시대를 앞선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전자 산업의 발전으로 전자관련 연구에 비해 굴뚝산업의 모태인 기술로 여겨져 연소산업이 한동안 주가를 크게 높이지는 못하였지만, 미래 자원의 수급 한계성에 따른 유가상승이 예측됨에 따라, 보다 효율적이며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는 ‘녹색성장’ 기술에 집중하는 현재의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저의 전공분야가 빛을 발하는 시대가 다다르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작금의 ‘연소공학’연구는 예전의 방법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응용력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근무하는 TU Delft의 Process & Energy 연구소는 다양한 미래기술에 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에, 선진 기술을 습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어서 내 선택이 탁월했구나 하고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한국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석사와 박사를 각기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여 지도교수님을 두분 모시고 있습니다.
처음 석사 과정의 지도교수님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매우 열정적이고 부지런하신 분이시며,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몸소 보여주셔서 현재 저의 연구습관을 갖게 해주셨습니다. 항시 존경하고 그 분의 삶을 따라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년의 회사생활 후 시작한 박사 학위과정에서는, 다시 시작한 공부라 다소 뒤쳐지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도 역시 지도 교수님의 한결같은 격려와 지도로 무사히 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얼마 전에 박사과정 지도 교수님께서 외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시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시게 되셨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적지 않은 연세에도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모습에, 저 또한 지금의 이 도전이 결코 늦지 않은 도전이라고 새로이 힘을 얻어 더욱 용기를 가지고 연구에 전념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첫 인연에 대해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학위를 시작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자료조사를 하면서부터 알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평소 여러 다양한 자료에 대한 정보 수집을 좋아하여 이곳의 많은 유용한 소스를 활용하였으며,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웹진을 통하여 연구자들의 현황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재중인 “포닭브르스”는 절대 빼먹지 않고 보며 많은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기 보다는 도움 받는다는 생각으로 사이트를 접했는데, 올해 9월부터 전문가로 선정되었고, 제가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작은 힘이나마 줄 수 있는 위치가 되었나 반문하며 많은 생각과 반성,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조금씩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내공이 쌓이겠지요. 앞으로 더욱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개인적으로 KOSEN 회원과의 교류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연구자들간의 교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해외 과학자들과 국내 과학자들의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유학을 가야만 알게 되는 많은 정보를 국내에서 같이 접할 수 있다면, 연구자간에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세계는 여러 분야에서 지구촌(地球村)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밀접한 관계로 미래를 향하고 있지만, 이면에 존재하는 많은 미묘한 차이를 좀 더 좁히는데 KOSEN 회원간 교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학교에서 유학중인 한국인들은 자체적인 모임이 있고, 이러한 모임들이 하나의 사이트에 모여서 각 학교별 혹은 연구소에 관한 정보의 장이 되도록 KOSEN에서 지원한다면, 정보공유를 통한 연구자간의 교류도 활발해 질것이고, 그러면서 KOSEN과 유학생 상호간 윈-윈 현상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델프트 공대가 아직 KOSEN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등록하여 EU의 주요국가인 네덜란드의 목소리를 싣도록 하겠습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국내에서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은 점차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은 누구나 느끼고 있으며, 특히 이공계 기피가 물질만능에 기반을 둔 새로운 계급 사회로 변질되는 시작점에 있다는 것은 크게 안타까운 모습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제가 대학에 진학하던 즈음의 사회적 분위기가 ‘나라의 장래는 기술력에 있다’는 신념과 더불어, ‘공대를 가야 취직이 잘 된다’는 면도 있었던 터라 지금과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고액 연봉이 보장되는 직업 군에 지금처럼 계속해서 집중된다면, 사회의 균형 발전이 더뎌지고 기형적인 사회구조로 인해 발전이 역행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됩니다.
강한 신념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과학도 여러분들 모두가 우리 국가의 전사로서 앞으로 닥쳐올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있어 중추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기 바랍니다. 재미와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해나간다면, 그 보람이 개인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고, 과학의 발전으로 집약되어서, 이 사회에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살 맛나는 세상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부와 인생은 장기전(長期戰)이므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늘 기회를 주며, 운동으로 체력을 높여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으로 활발한 연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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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이 게재된 시기가 시간이 좀 된 덧 같습니다.
나이들어 다시 공부하게 되신 것을 보며 도전정신에 찬사를 보냅니다.
아직도 네덜란드에 계시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