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멀리 나온 KOSENIA
- 3485
- 0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현재 텍사스대학교 휴스턴 캠퍼스 (University of Texas, Houston) 에 있는 Institute of Molecular Medicine (IMM)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곳으로 온지는 6개월 정도 되었지만 고국을 떠난지는 벌써 15년이나 되었네요. 한국에서 학부(화학공학)를 마치고 일본 오사카에서 석,박사(생물화공) 공부를 더 했습니다. 그 뒤 오사카대학 단백질연구소에서 연구원생활 2년을 마치고 2002년 도미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크루즈 캠퍼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Cruz)와 휴스톤 대학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87년 어지럽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시작한 대학생활은 소극적인 자세 때문인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지내다가 군복무 마치고 복학한 후로는 학점에 신경쓰게 되고 공부에 대한 때늦은 미련같은게 유학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땐 주말도 없이 실험실에서 실험하던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처음엔 언어소통이 부족하여 어려웠지만 다행히 연구실 일본학생들이 나이가 많다고 (병역관계로 같은 학년들 보다 좀 많았음) 잘 대해주어서인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올라가서 좀 지겨워질만 하니까 결혼하고 아기 생기고 하니 시간 잘 가더군요.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화학공학과 출신이라 유학간 연구실이 용매추출을 이용한 희귀금속 분리공정을 연구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연구실에서 새롭게 단백질 분리공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해서 박사과정 연구테마를 역미셀을 이용한 단백질의 분리공정 연구 쪽으로 잡고 시작했는데 단백질은 금속물질과 달리 100% 추출을 해도 구조가 약간 변하게 되면 (변성) 활성을 잃는 등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단백질의 미묘한 구조 변화와 추출제의 표면특성을 제어하기 위해 다양한 알코올 분자를 이용했습니다. 제가 연구한 분리 공정이 비록 산업용으로 응용되진 못했지만 학위는 주더군요. 그 후부터 단백질의 구조변화 안정성등에 한이 맺혀 박사후 과정부터 아예 생물학 쪽으로 몸을 담그게 되었습니다. 특히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 하나로 보이는 생체내 단백질 응집에 대해서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퇴행성 뇌질환중에 하나인 파킨슨병의 원인 단백질인 alpha-Synuclein의 아밀로이드 형성 과정 및 억제를 위한 치료약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밀로이드 형성과정에서 생겨나는 여러가지 불안정한 다당체(올리고머)중에서 Amyloidogenic oligomers를 안정화하고 분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alpha-Synuclein의 아밀로이드 형성과정을 자세하게 알게 될뿐만 아니라 새로운 치료약 개발에도 좋은 정보가 얻어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이 직업 또는 연구분야를 정말 잘 선택 했구나 싶었던 때는 언제인지?
내가 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논문을 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인용해주고 할때가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게 됩니다. 10년전 박사과정때 쓴 논문이 아직도 읽히고 인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지나도 나의 분신처럼 남아있을 논문이라 잘 쓸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생하고 애착이 가는 논문은 별로 인용이 않되더군요. 대충 제목만 보고 인용하는건지…
4.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 4학년때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이 제 인생에 적쟎은 영향과 갈림길이 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유학을 권유받게 되었고 다행히 6남매의 막내인 저에게 부모님과 가족들이 적극 지원해 주었습니다.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 가서 생활해 보는 것이 재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학을 준비하는 동안 내가 할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는 저는 그렇게 학구파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늦은밤에 아버지 앞에 저의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제게 유학이라는 것 너무 어렵게 생가지 말라. 꼭 학위를 위해서 보다는 새로운 견문을 넓히고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맘으로 다녀오라고 하셨습니다. 공부하다가 힘들거나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될 땐 언제든지 돌아와라. 아버지는 언제든 환영한다고 웃으시며 말씀해 주셨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하며 힘들때 아버지의 웃으시던 얼굴을 떠올리며 “안되면 돌아가지뭐” 하며 배짱있게 생활한것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었던 같습니다. 지금은 그 아버지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늘 그런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5.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일본에서 유학중에 재일교포 과학자협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후로 1999년 8월에 서울에서 가진 세계 한인과학자 모임에도 참석하게 되었고 미국에서와서도 재미과학자 협회에 가입해서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곳 휴스톤에서도 재미과학자 협회회원으로 학술 및 친목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6.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KOSEN ?사이트가 많이 개선되어 앞으로 한민족 과학자 네트워크형성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분석자료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어 폭넓은 정보를 얻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7.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무슨길이든 인생에서 쉬운길은 없어보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길 뿐이지요. 과학자의길은 누구도 하지않은 것을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며 누군가가 밝혀놓은 길을 잘 이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때론 길이 전혀 안보일때도 있지만 길은 어디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고민하면 반드시 자기만의 길을 발견하리라 생각합니다. 산이 저곳에 있기에 산에 오른다고 하는 것 처럼 아직 해결되지 않은 길이 눈앞에 있기에 그냥 함께 도전해 보심이 어떤지요. 저도 계속해서 도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