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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EN 커플, 토끼와 토끼소녀

토끼부부. 이들을 대하고 있자니 아직 아무 그림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위에 고운 색 하나 둘 더해지는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 KOSEN의 기대를 채워드릴만한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들려드려야 할텐데….” 토끼(kim_akh, 김성환)의 아내 토끼소녀(girlofrabbit, 전명숙)의 걱정어린 첫 멘트다. 아니나 다를까 풋풋함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김성환 씨의 별명 ‘토끼’가 앞니 때문에 붙여졌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이들 부부의 심성이 토끼처럼 유순한 탓은 아닐까 싶다. 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 커플인 이들은 늘 붙어 다니며 자연스레 토끼와 토끼소녀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KOSEN에서도 ‘토끼부부’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 KOSEN 식구 중 부부회원으로는 오스트리아 주재 회원인 이들이 처음이다. 김성환 씨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생물학교실 생화학연구실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생강과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의 항암효과에 관한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부인 전명숙 씨는 이화여자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 소속 PostDoc 중이다. 이들에게 유학과 결혼이라는 중대사는 그야말로 초스피드 드라마와도 같다. "(…)결혼 6개월 전 남편은 비엔나 국립대학 생화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위해 떠났었죠. 남편의 실력을 인정한 지도교수님이 저도 허가하셔서 곧바로 결혼식을 올린 후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같은 실험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되었답니다."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자석의 양극처럼 어딜 가나 딱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아니 떨어질 수 없게끔 모든 상황이 진전되는 듯하다. 전명숙 씨는 신혼여행에 대한 언급도 한 마디 덧붙였다. "유학이나 결혼이 너무 급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답니다. 남편은 지금까지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비엔나에서의 3년이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이라고 말한답니다." 이들은 연구를 또 다른 여행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구의 성과로 그 만족감을 대신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신혼여행 기간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았던 듯 싶다. 우선 독일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겪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불교신자란다. 한인사회가 보통 교회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종차별 또한 무시하지 못하다 보니 그 소외감이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었을 게다. 그런 외로움의 시기 한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가 바로 다름 아닌 KOSEN이었다. 유학생활 2년째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과학기술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자 과학기술부 웹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우연히 KOSEN을 만난 것. 처음 이들은 정보 보상에 대한 마일리지 혜택에 유혹을 받은 듯 하다. 가입하고 이들이 첫발을 들인 곳은 KOSEN의 카페 ‘광장’ 이었다. 카페마담이었던 베를린의 이명주 회원이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연스레 사이버 공간 상의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전명숙 씨가 독일행 첫 연구출장을 갔을 때도 KOSEN 식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중에서 배웅까지 많은 신세를 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들은 무척이나 고마워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좋은 만남이 실제적인 만남으로 이어졌을 때의 그 느낌이란 (…) 첫 만남이지만 아주 오래된 연인을 다시 만난 듯 무척 설레고 반갑더군요. 가까운 베를린 회원들과도 많이 친숙해졌습니다. 참, KOSEN 운영자분들이 오스트리아에 방문해주셨을 때도 정말 기뻤답니다.” 이렇게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 김성환 씨는 KOSEN에 생명공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만남을 위한 ‘People with Life Science’라는 카페를 연다. 그는 “이 카페는 저희뿐만 아니라 생명공학을 하시는 분들과 과학의 최종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확실한 카페 생성 동기도 밝혔다. ‘People with Life Science’ 는 실제로도 KOSEN에서 ‘hot cafe’에 2회나 선정된 우수한 카페다. ‘연구란 연구자 자신의 만족과 목표를 향해서가 아니라, 연구의 결과를 이용할 다수의 사람을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인간 만이 아니라 그간 우리에게 끊임없이 희생되어 온 지구에의 적용을 항상 생각하며 삶을 엮어가길...’ 카페 소개글에 인용된 이 글을 상기하며 전명숙 씨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연구의 현실적 재정문제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글은 저희에게 삶의 방향키와 같습니다. 하지만 실천하기 쉬운 것은 아니더군요. 과연 내 실험의 목적은 무엇인가 하고 무수히 고민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상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답니다.” 이들 뿐 아니라 모든 과학자나, 연구자가 겪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실생활에의 적용을 위한 실험보단 논문을 위한 실험이 더 많이 진행되고, 항상 경제적인 면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구비의 편중 및 잘못된 연구비 책정, 과학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과 사회적 지위 추락 등등 요즘 우리나라 과학계에 들이닥치는 한파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이들 토끼부부는 여전히 꿈을 머금고 사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젊은 두뇌다. 그들이 현재 진행중인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연구비 지원문제로도 고민이 많지만, 오늘도 그들은 실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산다. 인간과 지구의 조화를 지향하는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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