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EN의 버팀목, 박철호 박사
2003-03-28
유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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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브로코비치. 2001년 출시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이 영화는 6가 크롬에 의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에린 브로코비치라고 하는 실존인물이 소송을 제기해 세상에 폭로하는 논픽션이다.
6가 크롬은 각종 금속의 도금이나 페인트 재료, 혹은 냉각수 첨가제 등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그 동안은 6가 크롬의 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십 년 간 이 물질로 인해 오염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 법률회사 직원이 캘리포니아 주의 가스와 전력을 공급하는 PG & E (Pacific Gas and Energy)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온 세상에 알리게 됐다.
KOSEN 전문가 박철호 박사가 바로 폐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유독성 물질인 6가 크롬을 독성이 없는 3가 크롬의 형태로 환원시키는 유전자를 복제해 특허 출원 중인 오늘의 주인공이다. 1995년 고려대 생물학과에서 곤충 생화학 관련 논문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미생물 및 면역학과에서 Post-doc을 마쳤다.
현재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에 있는 Applied Molecular Evolution 바이오텍사에서 Senior Scientist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선 관절염과 암을 치료하는 두 가지 종류의 항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임상시험 중에 있고 이 외에도 두 서너 가지의 치료용 단백질을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코케인을 분해시키는 효소를 독자 개발해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했으며 임상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그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단백질 생화학그룹]의 책임자로 회사 내 중요한 위치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그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그룹의 담당 업무는 단백질 공학을 통해 개발된 치료용 항체나 단백질을 동물실험이나 임상시험에 적합한 기준에 맞게 순수 정제하고 생화학적인 특성을 밝히는 것이다. 또, 치료용 단백질의 대량 제조공정에 적합한 기술을 개발해 해당 그룹에 전수시키는 한편 생산된 단백질이 인체에 사용 가능한 기준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Post-doc중이던 1999년 KOSEN을 알게 된 그는 처음엔 KOSEN 운영 주체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있었다. 정보 보상비로 고급 인력을 유인해 회원을 확보한 후 이를 상업화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접근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에는 닷컴 열기가 한창 이었고, 일정한 수익 모델 없이 회원수 많은 포털만 가지고도 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이용하여 주가를 올려서 엄청난 이익을 얻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KOSEN이 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2000년 초 생물학 분야의 초대 전문가로 선정돼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2건의 분석자료와 2건의 Conference Report를 작성했고, 2건의 해외교포활성화 과제를 수행했으며, 1건의 첨단기술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웹진 4호에 ‘치료용 단클론 항체(therapeutic monoclonal antibody)의 기술과 전망’ 이란 주제로 기획특집을 기고한 바 있다. 물론 분석물이나 Conference Report의 검토 횟수 역시 상당수에 달한다. 다른 전문가들의 분석물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도 전공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단다.
KOSEN 전문가로서 KOSEN을 키워온 보람이랄까. 그는 나날이 발전하는 KOSEN을 지켜보면서 전문가 풀 제도를 가장 성공적인 시도로 손꼽았다. KOSEN 전문가로서의 자부심도 돋보였다.
“생물학 분야만 하더라도 십여 가지의 다양한 세부 전공분야가 존재합니다.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다른 분야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 알 수는 없으므로 한 사람의 전문가가 모든 세부 전공분야의 분석물을 제대로 검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많이 따릅니다. 또 KOSEN이 발전함에 따라 그만큼 정보량도 증가하게 되지요. 따라서 다양한 세부 전공분야의 여러 전문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풀 제도는 참으로 의미 있고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분석에 관련된 아쉬운 점도 지적했다. 분석자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은 단순한 원문 내용의 요약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KOSEN의 ‘분석물 작성요령’에 분석물 작성시 분석자의 전문가적인 의견이 포함되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긴 하지만 이를 철저하게 지키는 분석자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분석자의 전문가적 의견 이야말로 KOSEN 분석물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적인 견해는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없는 가공된 고급 정보이기 때문에 상당한 가치를 지닙니다. 물론 원문의 내용이 방대한 경우에는 단순한 압축, 요약 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원문이 50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원문을 직접 읽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분석을 의뢰할 때 이러한 전문가적인 의견이 첨가되도록 강조함이 어떨까 합니다.”
그의 말대로 KOSEN의 주체는 운영진이 아닌 전 세계 한민족 과학자 개개인이다. KOSEN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사심 없이 교류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 주는 곳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