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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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EN회원이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치환 박사님께서 '전화기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책을 출판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책 소개와 간단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한치환 회원님은 KOSEN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요?
제가 2002년도 프랑스 보르도 1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할 때 곽지혜 박사님이 소개시켜줘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코센 전문가 활동을 포함하여 약 17년 정도 KOSEN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책을 쓰면서 KOSEN 자료에서 도움이 된 부분이 있었나요?
책을 쓰면서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경우 코센리포트를 참조했습니다. 특히 전기변색과 레독스플로우배터리 부분에서 참조를 했어요.
어떤 사람들이 책을 접하면 좋을 거 같나요?
앞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학생들,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고민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래가 어떨지 궁금하신 분들이 읽어도 좋겠죠.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나요?
책은 몇년동안 UST 학생들에게 전기화학을 가르치다가 의외로 한글로 된 전기화학책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전공 책들은 너무 딱딱하게 쓰여 있어서 재미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관련 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자고 제안해서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쓰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사실 쉽게 설명한다는 게 제일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 제목처럼 전화기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
책의 주된 내용은 현재의 석유기반의 에너지 시스템과 미래의 분산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인 차이와 이에 따른 전기화학의 역할입니다. 석유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가져왔고, 우리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필연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에너지는 전기와 수소에 기반 하는데,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두 전기화학기기가 필요합니다. 전기화학의 역사적인 내용부터 이제까지 개발된 전기화학기기들,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전기화학 기기들에 대하여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혁명이 어떻게 맞물려 발전하는지, 미래에는 왜 수직적인 조직보다 수평적인 조직이 유망한지 등에 대해서도 설명하였습니다. 아무쪼록 미래에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인류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을 읽을 독자들이 함께 공감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국 드라마 ‘친구들(Friends)’에서 6명의 주인공들 중 한명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피비(Phoebe Buffay-Hannigan)’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피비는 주인공들이 자주 모이는 센트럴 퍽(Central Perk)이라는 카페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릅니다. 피비가 부르던 노래 중에 ‘냄새나는 고양이(smelly cat)’라는 노래가 있는데, ‘smelly cat, smelly cat what are they feeding you’라는 가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도대체 사람들이 너에게 무엇을 먹이는데 이렇게 냄새가 나니 고양이야’ 쯤 됩니다. 먹는 거에 따라서 악취가 날 수도 있고, 향기가 날 수 도 있다는 얘기죠.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몸에서 고기 누린내가 나고, 카레를 많이 먹으면 몸에서 카레 냄새가 나며, 향식료를 많이 먹으면 몸에서 그 향식료 냄새가 납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커피향이 나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 그에 따르는 냄새가 납니다. 어떠한 경우에는 향기라고 표현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악취라고 표현합니다. 무엇을 먹느냐가 사람들에 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아무래도 악취가 나서는 안 되겠죠?
인류 전체를 봤을 때는 어떠한 에너지를 사용하느냐가 인류에게서 어떤 냄새가 나느냐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가 나무를 연료로 땔 때는 나무 그을린 냄새가 납니다. 석탄을 때면 먼지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납니다. 석유도 마찬가지죠. 휘발유나 경유를 때는 엔진 자동차 뒤에서는 미세먼지와 함께 휘발유 냄새, 경유 냄새, 질소산화물 냄새, 황산화물 냄새 등 다양한 냄새가 납니다. 이러한 냄새는 공기 오염의 주범입니다. 하늘을 뿌옇게 만들고, 공기 중에 몸에 해로운 물질로 남아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비가 내리면 그 속에 녹아 산성비를 만들죠. 산성비는 인체에도 유해하지만 건물이나 자동차의 수명도 단축시킵니다. 하얗게 눈이 내린 날 그 위로 자동차가 몇 번 지나가면 하얗고 예뻤던 눈 위로 시커먼 먼지가 쌓입니다. 자동차에 의한 먼지가 눈으로 보이는 순간입니다. 자동차에서 그렇게 많은 시커먼 먼지가 나오는데 평상시에는 그걸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렇게 더럽혀진 눈덩이는 블랙 아이스가 되어 운전자들의 안전 운행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화석에너지(석탄, 석유, 천연가스, 쉐일오일, 쉐일가스 등)를 사용함으로 인해서 생활의 편리함을 얻고 다양한 물자를 싸게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대신에 깨끗한 공기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무 냄새도 없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지구의 온도를 높이기 시작해서 빙하가 녹고, 이상기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환경학자들은 계속해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인류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합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더 많은 쉐일오일과 가스를 채굴하려고합니다. 쉐일오일 은 지표층에 있는 석유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표층은 퇴적층의 한 부분으로 모래나 자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더 밑으로 땅을 파면 암반층이 있습니다. 지표층에서 뽑아 올린 물은 지장수라고 부르고 암반층에서 뽑아 올린 물을 암반수라고 부릅니다. 물과 마찬가지로 원유도 지표층과 암반층 모두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원유는 암반층에 퇴적되어 있는 것을 뽑아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지표층에 있는 원유를 뽑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표층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를 쉐일가스, 지표층에서 뽑아 올린 원유를 쉐일오일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원유 생산량이 적지 않음에도 전 세계의 석유를 30% 소비하는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자 원유 수입국이었습니다. 쉐일오일 및 가스는 미국이 외국산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자립국이 되려는 의지가 깔려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스윙 프로듀서(스윙프로듀서란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자체적인 원유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유국을 말함)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냄새가 배면 지우기가 어렵듯이 지구가 한번 오염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지금이 변화를 가져와야 할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테슬라의 회장 앨런 머스크의 말처럼 지구에 안주하다가는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거창하게 화성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시도가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무언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들이 그것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화기(전기화학기기)가 있습니다.
미래의 주 에너지가 전기가 될지, 수소가 될지, 특정 금속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화석에너지가 아닌 새로운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나올 확률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기에너지 시대가 오든, 아니면 수소에너지 시대가 오든, 보다 많은 전화기가 사용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리튬전지, 햇빛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감응 태양전지, 햇빛을 받으면 수소를 생산하는 광전기화학전지, 수소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금속의 산화반응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금속공기전지 등등의 전화기가 다가오는 청정에너지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전기화학’이라는 학문은 ‘화학’의 한 분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전기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등 공대의 주 학문들 중의 하나로 ‘전기화학공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에너지의 변화가 전기화학공학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고, 전기화학공학이 새로운 다양한 전화기의 개발에 초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학문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인류가 좋은 쪽으로 변화하여 오랫동안 밝은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이나 글을 작성하면서도 '이 부분은 정말 좋은 내용이다' 하는 부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인류는 경이롭습니다. 진화에 의해서 인류가 생겨났다는 진화론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인류는 경이롭습니다. 태초에 사과만한 물질 덩어리가 빅뱅에 의해서 팽창을 시작하고 우주가 생겨났다는 것만큼이나 인류의 존재자체가 믿기지 않죠. 미생물 덩어리가 진화하고 또 진화해서 인류가 되었다는 것을 어찌 믿을 수 있을까요? 더욱 경이로운 것은 인류가 자신들이 상상하던 세상을 현실로 이룬다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하고, 스마트폰이 내말을 알아들으며, 로봇들이 자동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30년 전만해도 말 그대로 상상속의 일들이었죠. 현실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자들이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물론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들만의 노력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을 느낍니다. 오히려 그런 일들을 일찌감치 상상한 공상 과학자들의 공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그리스 신화속의 인물로 뛰어난 건축가이며 조각가이자 발명가인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납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자신의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이카로스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너무 신기하여 높이높이 날아오르고, 결국 태양열에 의해 밀납이 녹아내리면서 땅에 떨어져 죽게 된다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죠. 고대 그리스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 라이트 형제 및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의 공헌에 의해서 하늘을 나는 것이 실현되었습니다. 비행기가 개발되어 아주 먼 나라를 하루 만에 갈 수도 있고, 드론택시가 개발되어 가까운 미래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라이트형제가 없었다면 비행기가 개발되지 않았을까요? 결코 그렇진 않았을 것입니다. 또 다른 그 누군가가 비행기를 개발했겠죠. 인류가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꿈이 있는 한 그것은 시간이 문제이지 언젠가는 실현될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인류는 어떤 꿈을 꿀까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어할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궁금해 합니다. 실상은 유토피아도 아니고 디스토피아도 아닌 그 중간 정도의 사회가 구현될 확률이 가장 높죠.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할 수 있을거라 꿈꾸면서.... 과학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어떠한 꿈을 꾸는지가 어떤 기술이 개발되는지 보다 중요하죠. 여러분은 미래에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어떤 세상을 꿈꾸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상상하면 그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는 어느 카이라이터의 문구에 매우 공감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다음세대에게 꼭 필요한 것은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지식보다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여러 사람들이 상상한 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한 산물일 뿐입니다. 우리가 상상한대로 세상이 발전한다면 우리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정적인 생각을 하나씩 지우고, 좋은 미래를 꿈꾼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디스토피아 보다는 유토피아에 가까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