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EN 마니아들이 말하는 KOSEN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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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EN 회원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말에 열 일 제쳐두고 달려와 준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이는 빡빡한 귀국 일정 가운데 하루를 뚝 떼어 인터뷰에 응했고, 어떤 이는 휴가를 냈으며, 또 어떤 이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날이라면서도 허허 웃으며 기꺼이 시간을 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KOSEN으로 이끄는 것일까? 미국 실리콘밸리의 opentext에서 근무하는 정태희 회원,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다니는 장성재 회원, 일양약품중앙연구소에 근무하는 배우철 회원, 건국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Post-Doc)으로 있는 백아름 회원을 만나 KOSEN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백아름 회원님, 정태희 회원님, 장성재 회원님, 배우철 회원님
어떻게 KOSEN 마니아가 되셨나요?
정태희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처음 KOSEN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유학생은 아르바이트도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경제적으로 힘들어요. 그런데 KOSEN에 정보를 제공하면 돈을 벌면서 공부까지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달은 동향보고서를 열편씩 쓰기도 했어요. 그러다 취업해서 R&D를 할 때는 KOSEN에 올라오는 정보를 취합해 연구방향을 설정하는 데 활용했고요. 지금은 KOSEN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다른 회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제 연구인생 곳곳에 KOSEN이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KOSEN 마니아가 된 것 같습니다.
장성재 일본 북해도에서 8년간 유학을 할 때 KOSEN이 상당한 의지처가 됐습니다. 한국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이어서, 한국 과학자와 연결된다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위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유학 중에 KOSEN을 시작한 사람들이 꽤 많은데, 아마 저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거예요. 또 KOSEN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 저에게 큰 공부가 됐습니다. 분석 대상 논문이 게시판에 죽 올라오면 관심 있는 분야의 논문을 선택해 분석·요약해서 리포트를 생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더라고요. KOSEN 덕분에 평소에 관심은 있지만 계기가 없어 굳이 파지 않던 분야를 늘 새롭게 공부하게 됩니다.
배우철 발족 직후인 2000년에 처음 KOSEN을 접했습니다. 연구소에 들어가서 막 R&D를 시작하던 때였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막막하더라고요. 그때 KOSEN을 통해 실험 아이디어나 기술·시장동향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또 관리자가 된 다음에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받았어요. 어떤 기관에서 어떤 연구들을 하는지, 어떤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KOSEN을 하는 게 일종의 습관이 됐습니다. 최소 하루에 한 번은 접속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도움을 받기보다 주로 리포트를 생산하고 질문에 답변을 주는 입장이 됐지만, 사회 초년생일 때 받았던 도움 때문인지 KOSEN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백아름 친언니가 같은 학과 선배인데, 신입생 때 리포트를 어떻게 써야 하냐고 물으니까 대뜸 KOSEN 주소를 알려주더라고요. 자기한테 묻지 말고 KOSEN에 물어보라고요. 이때부터 지금까지 KOSEN리포트를 정말 많이 보며 성장했습니다. 저한테는 어릴 때 봤던 동아전과, 표준전과 같은 존재가 KOSEN리포트에요. 잘 모르는 분야에 처음 발을 디딜 때 배경지식을 주고 어려운 내용을 해설해 줬으니까요.
박사학위를 따고 KOSEN리포트를 쓸 자격이 생긴 이후로는 제가 도움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리포트를 쓰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보상은 덤이고요. 가끔은 What is?의 제 답변을 보고 정말 고맙다는 반응이 오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는 ‘내가 이러려고 KOSEN을 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을 받을 때는 받아서, 줄 때는 줘서 늘 기쁜 일이 생기는 곳이 KOSEN입니다. 이러니 KOSEN 마니아가 되지 않고 배길 수가 있나요.
KOSEN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백아름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전문성인 것 같습니다. KOSEN리포트의 경우 지금은 방식이 좀 달라졌지만, 각 분야의 KOSEN전문가가 분석 대상 논문을 추천하고 검토 과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합니다. 또 리포트 작성도 일정 수준 이상의 회원만 할 수 있어요. 당연히 KOSEN리포트는 전문성과 정확성이 확실합니다. 물론, KOSEN 말고도 논문에 대한 분석리포트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있지만, 전문성이 담보되는 곳은 KOSEN밖에 없어요. 또 대부분의 리포트가 핵심만 간략하게 분석·요약해 4~5쪽 정도로 제공되기 때문에 활용성이 아주 높습니다.
장성재 맞아요. 정보포털들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믿을 수 있는 핵심 분석리포트를 찾기는 정말 힘듭니다. 정보가 많아서 오히려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그런 한계를 KOSEN이 극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KOSEN의 큰 장점을 꼽는다면 융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KOSEN은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전문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많지만, KOSEN처럼 전 분야를 아우르지는 않아요. 그래서 융합도 어렵죠. 예를 들어, 기계공학을 하는 사람이 생명과학 전문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그런 사이트를 통해 두 분야 간 융합연구가 성사되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워요. 더구나 과학자들 가운데는 외골수가 많아서, 융합을 하겠다고 다른 분야의 연구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KOSEN에 오면 자연스럽게 전 분야 융합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일종의 융합 플랫폼 역할을 KOSEN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우철 회원의 소속이 다양하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대학 소속, 연구기관 소속, 기업 소속 회원이 섞여 있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엔 대학에서도 연구 과제를 신청할 때 시장동향을 꼭 넣어야 하는데, 대학에 있는 사람은 시장 쪽을 잘 몰라요. 또 시장자료는 거의 유료인 데다 고가여서 구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KOSEN에 오면 기업 소속 회원이 분석한 시장동향 리포트가 많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태희 한국과 해외 동포과학자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것이 KOSEN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동포과학자는 한국 입장에서 엄청난 자산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AI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2위인데, 중국이 자체적으로 하는 연구는 별로 없습니다. 해외에 진출한 중국과학자를 본토의 R&D 과제에 참여시키거나 공동연구를 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 협업을 유도해서 선진기술을 본토로 끌어오고 있어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국내·외 동포과학자를 연결하는 KOSEN이 있어요. KOSEN의 풀네임은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입니다. 기본적인 정체성이 네트워크라는 겁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동포과학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백아름 주변을 보면, 해외에서 학위를 받거나 Post-Doc을 했던 사람이 그때 다져놓은 휴먼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사례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저 같은 국내파는 그런 네트워크가 없어 국제협업이 어렵습니다. 요즘엔 정부 R&D과제도 해외과학자와의 협업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엔 연계 루트가 KOSEN밖에 없어요. 앞으로 KOSEN이 국제협력의 플랫폼으로 좀 더 구체적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태희 암묵지를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실험 노하우나 팁은 연구자가 수십 번 시행착오를 하면서 체득한 암묵지입니다. 책에는 안 나와요. 실험방법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건을 조금만 바꾸면 더 성공률이 높아진다던가 하는 팁은 해 본 사람이 아니면 모릅니다.
또 요즘에는 이슈토론에 자주 참여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어떻게 보면 엉뚱하고 어떻게 보면 참신한 낯선 시각으로 문제를 대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습니다. 이슈토론에 모인 아이디어를 키워 사업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KOSEN의 발전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정태희 국제공동협력 활성화를 위해 오프라인 모임에 더 힘을 쏟아주면 좋겠습니다.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오프라인 모임이 그렇게 중요할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R&D도 결국엔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얼굴 한 번 못 본 사람과 공동연구를 할 수는 없어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보면 온갖 국적의 사람들을 한 프로젝트에서 만납니다. 그런데 국적과 상관없이 얼굴 익히고 밥이라도 한 번 먹어본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자료도 주고 그럽니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해외 과학자의 협업연구를 활성화하려면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라도 국내·외 회원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를 자주 가져야 합니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잘 내주지 않아요. 생각보다 폐쇄적입니다. 그런데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신뢰를 쌓으면 의외로 선뜻 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백아름 국제 오프라인 행사를 할 때는 주제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융합과제를 도출할 수 있는 주제로요.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를 잡으면 대기환경, 토양환경, 농업, 에너지, 나노,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회원이 모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융합과제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구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내가 연구하려고 하는 과제는 이미 누군가가 다해놨더라.’ 이런 말을 가끔 하는데요. 분야별 융합을 하면 무제한으로 많은 과제가 나올 수 있고 그만큼 무한한 발전도 가능합니다. KOSEN이 과학기술 융합을 리드하는 사이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장성재 국제협력 활성화가 KOSEN의 가장 큰 과제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회원의 연구 분야와 소속 등이 오픈된 DB를 대량으로 구축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협력을 하고 싶어도 어디에 어떤 회원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모르면 시도조차 어려워요. 물론, 회원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DB 구축이 어렵다는 건 알지만, KOSEN팀에서 더 노력해주면 좋겠습니다.
배우철 지식을 교류하는 What is? 외에, 진학이나 취업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메뉴가 따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자들은 IT에 민감하니까 정보를 많이 알 것 같지만, 의외로 진학·취업 정보가 없어 답답해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저한테도 가끔 취업관련 질문이 오는데, 아예 이런 질의응답이 독립적인 카테고리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끝으로, 20주년을 맞은 KOSEN에 한 말씀 해주세요!^^
배우철 R&D사업이 하나의 목적으로 20년씩 추진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KOSEN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오래 지원하는 것이겠죠. 앞으로도 정권이 변하든 세월이 흐르든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죽 지금의 철학을 밀고 가는 KOSEN이 됐으면 합니다.
정태희 앞으로는 KOSEN이 한인과학자의 커뮤니티를 넘어서, 우리나라 국제협력의 허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백아름 현재의 KOSEN체계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에 국제협력 부분을 더 강화하면 훨씬 더 멋진 KOSEN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성재 오프라인 모임을 당장 확대할 수 없다면, KOSEN전문가들만이라도 오프라인에서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국제협력은 과제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문가 레벨에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KOSEN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KOSEN은 제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예요. KOSEN, 사랑합니다!
정박사님 사진 자연스레 잘나왔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