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미인 고은진 박사
2004-06-02
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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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진 박사의 KOSEN 아이디는 kohchun. 발음대로라면 ‘고전’이다. 언뜻 고전미 흐르는 옛 여인상이 떠오르지만 사실 그의 아이디는 ‘古典’이라는 의미가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씨(姓氏)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그는 학창시절에도 줄곧 ‘고전 은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는데 때문에 자체 성씨가 ‘고전’ 두 글자인 것으로 착각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고전’의 뜻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그때마다 ‘고전’의 탄생 배경 및 의의를 열심히 설명해야 했던 그.
아니나 다를까 KOSEN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디를 놓고 ‘코천’이니 ‘고천’, ‘고춘’ 등 엿장수 마음대로 그의 성은 달라진다. 그런 회원들에게 그는 몇 번이고 의미를 되새겨준 기억도 있다. “저~ ‘고전’인데요.” 이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던가.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역사가 긴 자신의 아이디가 이런 일들로 오히려 더욱 정이 간다고 한다.
그는 현재 미 국립보건원 (National Institute of Health)내 암 연구소 (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지낸 지 3년 째 접어들고 있다. 연구 분야는 암의 전이 및 침윤 관련 분자인 autotoxin (lysophospholipaseD)이 생성하는 lysophosphatidic acid (LPA) 및 sphingosine-1-phosphate (S1P)의 작용기전에 관한 것으로, 세포의 이동 및 저해에서의 신호전달에 관한 것이다.
“연구 도중 mouse in vivo 실험에서 autotaxin이 암의 진행, 전이 및 신생혈관형성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어 항암제로서 autotaxin 저해제를 찾기 위해 실험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autotaxin이 갖는 lysophospholipase D의 효소 활성부위가 어디인지를 찾아냈으며, 저해제 합성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현재 여러 가지 물질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본실험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그가 KOSEN에서 활동한 지는 2년 남짓. 그 중에서도 Info Request에서 많은 답변으로 회원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효자손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 PWLS 카페 자료실에도 다수의 자료를 올려 회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답례보다는 인연의 고리를 위해 정보의 교류를 시도한다.
“자료를 찾는 분들의 상황과 심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십분 이해가 됩니다. 정보 교류에 대한 인사치레보다는 작은 인연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Info Request에 답변을 주고 자료를 올리면서 불편한 점에 대해서도 일언을 남겼다. 자료를 요청하는 회원들에 대한 당부의 메시지다.
“Info Request에 자료 요청 글을 올릴 때에는 Title에 논문명을 기입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찾아주는 사람 입장에서 구할 수 있는 논문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Title을 하나하나 클릭하지 않고도 논문 찾는 일이 더욱 쉬워지니까요.”
시간이 남아서 자료를 찾아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자료가 필요한 회원이라면 Title에 찾고자 하는 논문명을 기입하면 좀더 빠르게 자료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서로 시간낭비 없이 도움을 주고 받기 용이할 것이다.
KOSEN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들로 그는 여러 가지 분석을 하면서 전문가들의 고견을 듣고 배운 점이 많았던 것, 마일리지 적립으로 장학금을 받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일, 자신이 올린 정보에 대한 조회수가 많아서 가졌던 기쁨, 뉴욕에서 회원들과 모인 일, 워싱턴 DC에 방문한 한선화 실장과의 회원모임 등을 꼽았다.
“회원들과의 만남이 가슴에 가장 남습니다. KOSEN 회원이라는 동질감으로 금세 친해질 수 있었고, 오랫동안 기억이 되새겨지네요. 현재 KOSEN 아이디 giantess (황영주), charles (김철홍), niceunj (김은정), hshoe (허향숙)인 분들과는 꾸준히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데, 각자의 실험이나 연구결과에 관한 대화 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와 이벤트들로 좋은 시간을 갖고 있답니다. 미국에 계신 다른 회원분들도 모임에 동참하시면 좋겠네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이따금 KOSEN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피력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KOSEN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홍보가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 등의 마음이 들 때. 하지만 그때마다 KOSEN 운영진이 적절한 설문조사와 더불어 새로운 기획으로 ‘코센알리기’ 메뉴를 추가하는가 하면, 디자인 개편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회원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는 등 의견을 반영해 만족한 결과를 끌어내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게 된다고.
“가능하다면 회원을 통한 홍보와 더불어 좀더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치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잘 알려진 다른 과학 분야 사이트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KOSEN은 나름대로 탄탄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개성있는 사이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를 KOSEN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해나가는 아직은 연구경력 10년 남짓의 풋내기 과학도라 자칭하는 그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지니고 있다.
“학문의 길이란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 없이는 쉽게 근접할 수 없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지금 어떤 연구를 왜, 무엇을 향해 가는지 잊을 때가 간혹 있어요. 새로 나온 논문을 업데이트 하고 자신의 연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학문에 대한 철학도 ‘항상 깨어있는 정신’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깨어있는 정신. 그녀의 고전미는 바로 그 곳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오늘도 드넓은 미국 땅을 그녀의 피땀으로 물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유연희(KISTI 동향정보분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