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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EN 지식왕 전주홍 박사

“정보의 흐름도 혈액 순환처럼 원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보는 그 자산가치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힘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같은 실수의 반복인 시행착오는 결국 국가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서울 의대 BK21 인간생명과학단 계약교수로 재직 중인 전주홍 박사 (KOSEN ID: jhjeon2)는 KOSEN 지식 질의 게시판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하고 있는 열혈 회원 중의 한 사람으로 많은 회원들에게 다양한 지식을 전달해주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올바른 과학자의 상은 진정성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아가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나보다 앞서 다른 과학자가 답을 얻더라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수 있는 여유와 용기가 있어야겠지요. 과학의 영향력은 나 자신의 문제 해결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파급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물론 현실적인 규제 때문에 어려움에 부닥치는 일은 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꾸준히 그런 마음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나의 작은 지식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버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질문을 한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답변을 보는 수많은 과학도들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현재 ‘Transglutaminase’ 라는 효소의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이 효소는 단백질간의 공유결합을 촉매하여 단백질 중합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즉, 단백질의 번역후 수식과정을 담당하며, 이 효소의 비정상적인 활성 증가는 퇴행성 신경질환 및 백내장 등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단백질과 단백질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기능 연구를 기반으로 이 효소와 상호 작용하는 단백질을 동정하고, 상호작용의 결과가 생리학적, 또는 병리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분석 중인 그는, 단백질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로 몇 가지를 언급했다.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이 중요한 이유 중 첫째는 생체 내에서 단백질은 나홀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백질과의 결합을 통해 그 기능을 나타내기 때문이고, 둘째는 유전자 및 단백질 발현의 변화, 세포내 위치의 변화, 번역후 수식을 통한 구조의 변화는 단백질 결합의 변화를 야기하며, 셋째로 이는 궁극적으로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대사 및 신호전달과정의 활성, 제어의 변화를 초래하고, 또한 유전자 변이에 의한 단백질 상호작용의 이상은 질병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생물정보학적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들간의 상호작용 데이터베이스 및 글로벌 상호작용 네트워크 (global interaction network)를 구축하면 단백질의 기능을 네트워크상의 위치 파악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대사 및 신호전달 경로에 대한 총괄적 지도는 질병과 관련된 표적단백질을 발굴하거나 신약개발을 가속화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한 기능 분석에 관심을 둘 계획이다. 또한 이 효소에 대한 활성억제물질 발굴을 위해 현재 세포 기반의 효소활성 분석법을 개발 중이다. 학부시절 그는 제프리 피셔의 <미래과학>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생명과학은 결국 질환 중심의 연구로부터 얻어진 결과를 임상에 적극 적용해야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기초의학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질환을 중심으로 유전자 및 단백질의 기능을 밝히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많은 날들을 실험실에서 우울한 새벽 공기를 맞이하며 보냈지만 가끔씩은 시원하고 부드러운 새벽공기를 음미할 때도 있었죠. 실험도 어쩌면 마약과 같습니다. 거의 대부분 나의 기대치를 비껴가고 때론 돌파구가 없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뻔히 내다보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매력적이기도 하지요.” 마약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란 여간 쉽지가 않은 법. 그 역시 이런 익숙해진 생활 속에서 벗어난 결혼생활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결혼으로 많은 것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하지만 인연은 따로 있었나 보다. 지금의 아내가 인연으로 다가온 것도 바로 그 시절인데, 그의 그 같은 우려와는 달리 아무런 거부감 없이 만나 사랑하게 되고 결혼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아내의 무엇이 좋으냐고 묻기도 합니다만 그런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 땐 어려웠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 표현이 구체적일 수 있겠네요. 제 아내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든든한 후원자이며 정신적 지주입니다.” 그 역시 과학기술인이다. 무뚝뚝한 면이 없지 않지만 따스한 가슴을 지니고 있어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분야에 몰두하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다. 그가 지닌 KOSEN에 대한 생각 역시 매 한가지다. 불같이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지켜가고 버팀목이 되는 심지 굳은 과학도. 그가 바라는 KOSEN에 대해 들어보았다. “KOSEN은 공학, 자연과학, 약학, 의학 등 다양한 과학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산만하고 정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러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계기도 되지요. 결국 학문의 벽이 파괴되고 통합이 되어야 하는 변화에 직면해 있기에 좀 더 통합적 측면에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이와 함께 KOSEN에 대한 기대와 발전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과학의 발전은 나라의 미래입니다. 이것은 결국 정책 및 제도라는 틀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학정책 및 제도에 관련된 사이트가 운영이 되어 새로운 정책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개인의 연구업적도 중요하지만 크게는 정책에 대한 이해와 의사 표현을 통해 과학발전의 기반과 토대가 다져지지 않을까 합니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 따르면, 정상과학은 일정한 패러다임에 의하여 공유되지만 이 정상과학이 심각한 이변현상을 해결하지 못할 때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정상과학이 출현하는 혁명적 구조를 가진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고정관념에 익숙해져 있고 기존의 패러다임을 신봉하며 변화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는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여기며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우리는 같은 단계를 거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산다. “과학의 진보를 위해서는 기존 패러다임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항상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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