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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보’ 그 이상...세기의 로봇을 꿈 꾼다

두 발로 걷고 사람처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선보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오준호(51) 교수. 그는 2004년이 저물어가는 12월 말, 세계 최고 수준의 인간형 로봇인 일본 혼다社의 ‘아시모(ASIMO)’에 버금가는 한국형 인간형 로봇을 탄생시켰다. 오 교수는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얼마 전 KAIST 내 신기술창업지원단장직을 그만 뒀지만 여전히 바쁘다. 학생들에게도 더 큰 정성을 쏟고 싶었지만 그 결심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간 여유가 생길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연구를 할 시간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재미(在美) 한인 과학자와 한국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최대 연례 학술대회인 ‘UKC2005’에 참석해서도 마찬가지였다.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섰지만 그는 행사 첫날 발표를 마치고는 내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어바인 근처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현재 디즈니랜드 미래관(TOMORROWLAND)에서는 혼다社의 아시모 쇼(show)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초여름에도 휴보 연구팀을 이끌고 일본으로 건너가 아이치박람회에서 공연 중인 도요타의 ‘로봇 공연’을 보고 왔다. 그런 그가 아시모 쇼를 놓칠 리 없었다. 쇼 자체를 참고하고 싶어 휴대폰 동영상을 이용해 꼼꼼히 담아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휴보의 경쟁자인 로봇들을 실제 눈으로 확인해 보고 휴보 그 이상의 로봇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이다. 바로 4년 전인 2000년 11월에만 해도 오 교수는 일본 혼다社가 2족 보행 로봇 아시모가 세상에 처음 선보이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당시 그도 사람처럼 걷는 로봇 제작을 구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보다 이미 한 발 늦은 것에 한탄하며 오 교수는 새롭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개발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장 로봇의 관절과 골격 부분을 제작할 부품 소재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주요 부품을 수입해 가며 걷기 위한 ‘메카니즘'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에서는 처음 하는 개발인 만큼 참고할 만한 연구결과가 전무한 상황이라 일일이 테스트를 해야만 했다. 휴보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일본에 가 아시모 실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도 싶었지만, 자존심이 생겨 100% 한국로봇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휴보를 세계 최고의 운동 성능을 가진 로봇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될만한 세계 각국의 로봇들을 꼼꼼하게 뜯어볼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미국 출장길에서도 행사장인 어바인에서 비행기로 3시간 떨어진 달라스대까지 달아가 로봇개발에 협력할 교수와 긴밀하게 논의하고 왔다. “곧 순수한 우리 기술과 부품로 만든 휴보를 선보일 계획이예요. 우리나라를 3만불 시대로 이끌 휴보 그 이상의 로봇, 세기의 발명품을 기대해 주세요.”
기계만 보면 두근두근~젊은 감각 유지 오 교수는 기계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기계를 유난스레 좋아했다. 집 옥상에서 로켓을 발사해보겠다고 실험을 하다 폭발을 경험하기도 했다. 천문학에도 관심도 많아 일식현상이나 천문현상을 보기 위해 실제 천문학자들도 다녀오기 힘들다는 아프리카, 터키 등 타국을 여러 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카메라와 오디오도 좋아해 고가의 장비도 돈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외양만 보고도 어떤 모델인지 척척 알아 맞추고, 전문가 못지않은 사진 촬영 실력을 갖고 있다. 기계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얼리어답터(Early-adopter)가 됐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일찌감치 미국에서 GPS(위성위치추적시스템)를 사와 자동차에 탑재하고 다녔다.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메모를 하지 않는 습관도 그가 타고난 ‘기계쟁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바로 입체적으로 기억을 해두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기억하면 금방 잊어버리겠지만, 입체적으로 기억하다 보면 처음부터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고 한다. 덕분에 메모를 하지 않아도 중요한 약속이나 내용을 절대 잊어본 적이 없다. “지금은 기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무뎌졌어요. 예전엔 좋은 기계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였죠.” 오 교수는 최근 늙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단다. 관심사도 적어지고, 기계에 대한 감동도 덜하다. 그러나 기자가 보기에는 그는 ‘충분히’ 젊다. KAIST 내에서 30대 못지않은 젊은 감각의 교수로 정평이 나 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틀에 박혀있지 않은 그의 사고에 공감할 때가 많다. “사고가 경직되지 않게 마음을 젊게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휴보 그 이상의 로봇을 만들려면 이런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을 놀래킬 그의 다음 작품이 무척 자못 궁금해진다. <오준호 교수 연락처> KAIST 기계공학과 연구실 전화 042- 869-3223/ 팩스 042-869-3263 이메일 주소 jhoh@kaist.ac.kr 미국 캘리포니아 = 문정선 기자 jsmoon@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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