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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 한치환 박사

1. 회원님의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의 이름은 한치환이고 72년생이며, 코센 아이디는 한치(hanchi)입니다. 저는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청주는 경부고속도로의 청주 IC부터 시내까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있는 진입로가 유명하고, 교육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는 중소 도시입니다. 그리고, 자연 재해가 적고, 큰 사건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도시입니다. 저의 초등학교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할 만큼 즐거웠고, 중학교 시절은 제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만큼 괴로웠었습니다. 그리고는 죽어라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던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시절부터 저는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학교 분위기대로라면 당연히 사회문제와 이념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했었지만 저의 관심은 그때 막 인기를 끌던 헬로윈과 스키드로우에 있었습니다. 종로의 피카디리 극장 지하의 뮤직 비디오를 상영해 주던 까페 겸 레스또랑(꽤 자주 가던 곳인데 까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군요)에서 한편의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에 감동을 받고, 스틱스의 LP판을 구하기 위해서 청계천을 돌아다녔었습니다. 자작 앰프에 관심이 많아서 앰프 자작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는 못하고, 지금은 다른 분이 자작 하신 진공관 앰프를 구입하여 아주 만족하며 듣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관심이 있던 것이 많아서 사진부에 들어서 흑백 사진을 찍고 직접 현상하고 인화하는 작업에 잠깐 매료 되었다가, 좀 후에는 천기누설이라고 당시 꽤 많은 지부를 운영하던 역술 단체에 가입하여 사주팔자 보는 법도 공부를 했었습니다. 당구를 좋아해서 매일 친구들과 당구를 쳤고, 테니스도 잠깐 배웠고, 수영도 배웠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스키도 좀 배웠고, 고스톱이나 포커판이 벌어지면 빠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나면 만화책과 영화 보기를 즐겨 했습니다. 얼마전에는 단월드라고 바뀐 단학선원에도 한동안 다니면서 수련과 명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요즘 또 병이 도져서 한가지 곡 해보고 싶은 취미생활이 생겼습니다. 바로 스킨스쿠버 다이빙입니다. 바닷속을 유유히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가끔씩 생각을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네요. 이렇게 다양한 취미 생활을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특별히 남들보다 잘하거나 내세울만한 취미 생활이 없습니다. 모든 일은 장단점이 있듯이 이러한 저의 잡다한 취미생활도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람들을 사귈 때는 도움이 됩니다. 얘기를 나눌 때 화제가 풍성해지고, 또 남들이 뭐 하자고 하면 빼지 않고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오신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방향 및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연구원들의 연구 생활의 시작이 그러하겠지만 대학원 석사과정이 저의 연구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석사과정 때는 거대고리 리간드를 이용한 양이온의 선택적인 분리에 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전형적인 유기금속 화학이었죠. 그때 당시에는 원자력 발전 중에 생성되는 폐기물에서 귀금속인 백금과 팔라듐을 분리하는 실험을 했었는데 실험 결과가 매우 잘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 중에는 리튬전지의 양극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산화물 합성과 구조 분석, 전기화학적 특성 분석이 주 연구 분야였습니다. 박사 후 과정 중에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 대한 연구를 하였습니다. 현재는 화학센서(가스센서)에 대한 연구와 병행하여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와 형광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취미생활과 마찬가지로 전공분야도 매우 다양하게 바뀐 편이지만 대체적으로 고체화학이라 할 수 있는 무기재료의 합성과 그의 전기화학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연구분야를 하다 보니 생기는 장점 중의 하나는 응용력이 확실히 좋아진다는 점입니다. 리튬전지용 양극물질 때 합성했던 물질을 열전식 센서 물질에 적용하였고,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전극물질로 사용되는 FTO(Fluorine doped SnO2)를 반도체식 수소센서에 적용하였습니다. 근래에는 전계발광용 소자인 EL(Electroluminescence)용 형광체인 ZnS계 형광체의 안정성 향상을 위하여 코팅하던 SiO2를 FTO에 코팅하여 수소센서의 선택성을 좋게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또한 태양전지에 적용되는 TiO2 광촉매를 적용한 접촉연소식 가연성 가스센서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소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소재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서 많이 뒤처진 편입니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국내의 석유화학 및 철강 제품과 중장비, 자동차 선박 등의 제품의 발달이 앞섰고, 뒤를 이어 반도체 산업과 IT산업이 급성장하여 우리나라 산업의 큰 축을 이루었지만 소재분야는 여전히 뒤처진 편이어서 산자부 산하의 기관 중에 부품소재산업진흥원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대일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이 부품소재의 수입에 있습니다. 왜 이렇게 부품소재산업이 국내에서 뒤쳐진 것일까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에서 부품 및 소재를 개발하기 보다는 국외의 개발된 소재를 수입하여 제품을 만들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품과 소재를 일일이 다 개발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면 수입하는 편이 빠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지속적인 대일 무역 적자와 같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죠. 짧은 연구 역사가 또 한가지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근대 시대에 우리나라에 닥친 불행은 연구의 역사 또한 단절시켜 연구 개발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뒤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오랜 연구 바탕 위에 이루어지는 소재 및 부품 산업이 뒤쳐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재가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역사는 늘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소재 산업이 탄탄한 기반 위에 우뚝 솟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코센과의 인연은 코센의 핵심 멤버 중의 한 분인 곽지혜 박사와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마치고 프랑스에서 포닥을 하고 있던 중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 분이 당시 몽펠리에에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있었던 곽지혜 박사였습니다. 전에 광고 중에 하루를 입어도 일년을 입은듯하고, 십 년을 입어도 일년 입은듯한 옷이라는 광고가 있었는데, 저에게는 곽지혜 박사가 하루를 만나도 일 년 만난 듯하고 십 년을 만나도 일년 만난 듯 한 사람이었습니다. 첫만남은 파리의 한 지하철 역에서 우연찮게 이루어졌는데, 만난 날부터 매우 친근감이 느껴져서 다른 사람들이 전부터 알던 사이인 줄 착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났다가 제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헤어졌었는데 지금은 또 우연찮게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가 되었습니다. 사람 인연은 모른다는 옛말을 곽지혜박사를 통해서 실감했죠. 곽지혜 박사가 소개시켜 줘서 가입한 코센에서 제가 처음 활동한 곳은 ‘날아라 책’이라는 까페였습니다. 포닥으로 프랑스에 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이 언어 장애였습니다. 불어를 전혀 모르고 프랑스에 간 저는 불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문맹이라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그 때 알았죠. 돌파구를 찾은 것이 한국 책이었습니다. 사실 프랑스에 적응하려면 불어를 배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낮에 하루 종일 실험실에 있고 주말 되면 주변을 여행 다니기에 바쁘던 저에게 불어를 배우는 일은 너무 힘들었고, 대신 선택한 방법이 저녁 시간에 한국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한국에 있으면 TV를 보면서 보내던 시간 동안 책일 읽게 되니깐 생각보다 매우 많은 책을 읽게 되고, 그래서 책이 모자라던 시기였는데, 그 모자람을 날책방이 채워줬습니다. 날책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코센에 있는 ‘날아라 책’에 가입하시면 날책방이 어떻게 책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었는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이후 KISTI의 한선화 실장님을 비롯한 많은 코센 스태프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대전에서 가끔씩 있는 번개를 통해서 다른 연구 분야에 종사하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 코센 분석 자료로부터 좋은 정보도 얻게 되어 현재까지도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로그인하는 몇 안 되는 곳 중의 하나가 코센입니다. 지금은 코센 전문가로도 활동 중인데 가끔씩 제가 전문가의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만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기 때문에 그냥 노력하며 사는 것이 그런 고민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입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장자’라는 책의 첫 부분에 아주 큰 것, 아주 오래된 것에 대한 동경의 구절이 나오는데, 저는 아주 오랜 된 것에 좀 더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코센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주 오랫동안 현재와 같이 늘 그 자리에 지속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물론 코센이 더욱더 활성화 되어서 대한민국의 모든 과학기술자들이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되면 더욱더 좋겠지만 그것보다도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이 지나도 언제나 코센이 생각나면 코센과 접속이 가능하고, 코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멋진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코센이 그렇게 오랫동안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시고 계시는 코센 회원님들, 그리고 국외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한민족 과학자로서 열심히 연구하시는 분들께도 오랫동안 코센이 곁에서 같은자리를 지켜준다면 많은 힘이 되고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제가 많은 날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다 보니 배우자만 운명적인 배우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직업도 운명적인 직업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인생을 개척하시면서 열심히 사시는 분들에게 운명론을 얘기하면 꺼려하시겠지만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고, 국민교육헌장에도 있듯이 저마다 타고난 소질이라는 것이 있어서 자기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따로 있는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현재 이공계를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도 분명 졸업 후 취업이나 경제적 성취도 등을 고려하여 다른 분야로 진학을 하려는 고민을 할 수 도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다른 분야를 선택하여 노력을 하는 것만큼만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여 노력한다면 분명 다른 분야를 선택했을 경우보다 더욱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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