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피할 수 없을 땐 즐겨라!

    1.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더 훌륭하시고 업적도 많으신 분들이 계실 텐데, 제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서 먼저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공부에 대한 대단한 능력이 있다거나, 다른 친구들보다 비상해서 뛰어나게 이해력이 좋다거나, 암기를 잘한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공부를 하게 된 계기도, 어떤 목적이 있고, 목표가 있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지금까지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도 몰랐었으니까요.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학원이나 과외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다녀봤자 고작 읍내에 있는 영어학원이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자란 저로써는 도시란 곳은 아주 멋진 곳이었습니다. 그 멋진 도시로의 한 발자국 진보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바로 대학이었습니다. 1997년 천안 단국대학교 생명 과학부에 합격 소식을 듣고, 반대하시는 부모님 몰래 면접을 보아 입학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이라는 것에 크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제가 조금이나마 좋아하던 것을 해 보고 싶은 생각에 입학 결정을 했었습니다. 1학년 학교 생활을 마치고, 2학년이 되던 해에 미생물과 생물학, 둘 중 하나를 전공으로 선택해야 했습니다. 생물학이라는 굉장한 학문에 눈을 뜨게 되었고, 점차 그 매력에 빠져 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생명의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대학생 시절에 배웠던 모든 지식과 정보들에 의해 그 당시 저의 미래가 결정이 되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생물학은 굉장히 넓은 분야여서 생태학, 생화학, 해부학, 그리고 유전학과 같은 여러 분야를 접할 수 있었고, 그 중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찰나에 지금의 지도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생물학과는 여러 학문을 넓게 다루는 학문이었던 터라, 깊게 배우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지식을 기초로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도시로의 진보하게 된 두 번째 계기는, 대학 선배님의 소개로 2000년 7월부터 서울 가톨릭대학교 분자유전학연구소 김성주 교수님을 만나 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를 시작으로 과학자라는 길에 접어들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연구소에 들어와서 1년 동안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공업용 에탄올과 순수 에탄올 (absolute ethanol)의 차이도 몰랐으니까요. 지금부터 그 기가 막힌 사연을 올립니다. 1년 즈음 지난 후 어느 날 이었습니다. 그 날은 실험실 탁자에서 교수님과 선배님께서 실험에 관해 토의를 하고 계셨고, 때마침 시약회사에서 플라스미드 DNA 정제 키트가 들어왔습니다. 키트 안에 있는 버퍼 중에 에탄올을 첨가 해야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때까지 늘 사용해왔던 에탄올을 집어 들며 선배님께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선배님 에탄올은 제가 넣겠습니다.』라구요. 그 때 교수님과 선배님의 놀란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당시에야 알았습니다. 제가 1년 내내 사용한 에탄올이 공업용 에탄올이라는 사실을..그 동안 안되던 모든 실험에 원인이 공업용 에탄올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는 화장실에서 엄청나게 울었던, 웃지 못할 추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제가 연구하는 데 있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사건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엔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교수님께서는 후배가 입학을 하면 의례히 제가 저질렀던 공업용 에탄올 사건을 웃으시면서 말씀하시곤 합니다. 연구가 힘들거나, 지칠 때마다 저는 추억의 사건을 되새기며 옷 매무새와 마음가짐을 다시 정돈하곤 합니다. 제게 있어서, 연구 힘의 원천이 공업용 에탄올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요. 재미있게도 이렇게 제 과학도로서의 길은 시작되었고, 거의 7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분자유전학을 바탕으로 한 의-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백내장 마우스의 원인 유전자를 발굴하고, 원인 유전자의 기능을 분자, 세포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백내장이란 눈의 소 기관 중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병으로 시각적인 장애를 동반할 뿐 아니라 심하면 실명까지도 초래하는 질병입니다. 종류로는 노인적, 2차적, 외상적, 그리고 유전적인 백내장으로 나뉘어 집니다. 저는 백내장 마우스 모델을 이용하여 유전적 백내장을 연구함으로 인해 생물학적, 더 나아가 의학적 기초 연구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는, 새로운 백내장 원인 유전자로 novel gene (지금까지 그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은 유전자)을 발굴하였고, 백내장 마우스에서 발견된 돌연변이에 의한 기능 분석을 위해 정상 유전자와 돌연변이 유전자의 발현 양상과 정도 차이를 비교함으로 인하여 백내장을 유발하는 원인 mechanism 규명을 최종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Molecular cloning방법으로 유전자를 수년에 걸쳐 시도한 끝에 유전자의 full-length cDNA clone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 분석을 위하여 다른 constructs를 제작하여 원인 유전자의 단백질과 co-effecter 들과의 상호 작용뿐 아니라, down stream 조절 자로써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것은 분자 세포 생물학과 의학을 함께 접목하여 백내장 기초연구의 초석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의학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유전자 (novel gene)의 기능을 밝힘으로 인하여,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signaling transduction의 한 부분을 밝히고 그 pathway를 정립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 회원님이신 donyun5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과학뿐 아니라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웹사이트는 BRIC만을 알고 있었던 제게 KOSEN을 알게 된 것은 더 없는 행운이었습니다. 연구비 정보나, 원문 분석, 전문 카페를 통한 정보 이용 등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KOSEN에서 주로 자료실에서 원문을 해석해주신 자료를 다운 받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People of Life Science (PLS)』 라는 전문 카페를 알게 되었고,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PLS는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들의 전문 카페로 지식과 다양한 종류의 따뜻함을 나누는 카페였습니다. 그 곳에서 제가 조금이래도 도움이 되고자 해서 제가 알고 있는 리더십에 관한 좋은 글을 하루에 한 개씩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서울 부 부-시샵으로, PLS의 taifun 시샵님을 도와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KOSEN 웹진, Call for paper, What is?, 논문 교환 등을 통하여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KOSEN은 무척이나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매력적인 웹사이트임이 분명합니다. 만약 우연한 기회로 KOSEN을 알게 되셨다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그 매력에 푹 빠지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제가 그랬었으니까요.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community』의 여러 카페를 통해서 세계 각국의 한민족 과학자들끼리 많은 교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활동하고 있는 PLS도 예외는 아니겠죠? 국내에서는 볼 수 없거나, 보유하지 않는 논문을 신청하고 그 논문을 찾아주는 일과 같이 작지만 큰 일들이 하루에도 수십, 혹은 수백 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이 글을 통해서 세계 각국뿐 아니라 국내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과학자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도움을 받고 감사하다는 답 글과 함께 『칭찬 합시다』 에 추천하는 것 이외에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KOSEN 활동을 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좋은 정보를 나누고 싶은 어린 꿈나무들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KOSEN festival에 참석했던 회원들 중 제가 가장 낮은 학번이었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아쉬운 점을 만회해보려고, 제가 알고 있는 후배들에게 KOSEN을 알리고 활동을 건의해보았지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홍보의 문제도 있지만, 어떻게 이용하는지, 어떤 정보들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조금은 부족한 게 아닌가..합니다. 지금까지, KOSEN 창단 때부터 계셨던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지금 과학도의 길을 입문하는 학부생들까지, 더 나아가 과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까지도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전공분야 관련 멘토링 (mentoring) 시스템은 어떨까요? 너무 광범위한 내용이지만, 과학의 길을 이해하고 올바른 길을 가는 것에 있어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이제 시작하는 학도들에게 더 없는 행운 이니까요. 국내 혹은 세계 각국에서 열심히 연구하시는 연구자들께서 그 주춧돌이 되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조언자가 되도록 지식과 마음을 단련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겠지요? 앞으로도 KOSEN을 통해 많은 교류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Kosenia가 되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과학도로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후배 들 뿐만 아니라 연구원도 구하기 힘든 게 사실이니까요.. 혹시, 『마약의 힘이 아니면, 벌써 그만 뒀을 거야~』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연구를 계획하고, 결과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기분!! 그것을 마약이라 비유를 합니다. 솔직히 진짜 마약의 맛은 알 수 없지만…… 실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서 의기소침 해 있다가도, 어쩌다가 결과를 얻을 때면, 날 듯한 기분 때문에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도하고.. 풀리지 않았던 무엇인가를 해결했다는 기분, 그 것이 아니면 견뎌내기 힘든 분야임이 틀림없습니다. 이공계열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지원이 보장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한국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는 이공계열의 인건비! 이 때문에 마약의 힘이 아니면 과학도의 길을 계속 걷기란 쉽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저는 후학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무런 계산 없이 좋은가?’ 라는 질문에 한번의 주저 없이 ‘좋다!’ 라는 대답을 당장 할 수 없다면 과학자가 되는 것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임금이 아니면서 힘든 일이다 하면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한 것 같습니다. 저임금이라고 해도 내가 진정 좋아한다면,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 것이 바로 평생직장이 아닐까요? 행복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가치입니다. 기준이 되는 것이 지금 잘되어가고 있는 주변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껏 인생을 살아오면서 신념처럼 여기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을 땐 즐겨라!』입니다.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 머리에서 그리고 마음 속에서 싫지 않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제가 이 길을 계속 가고 있는 까닭도 내 일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과학도의 길로 접어 들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설계하고 수행해야 하는 모든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지 억지로 하면 탈날 수 있다는 것! 일을 일처럼 하지 않고 일을 놀이처럼 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체성을 갖는 것! 이 지금 해야 할 고민 중 우선이 아닐까 합니다. 인생을 마약이라 비유하는 그것에 한번쯤 미쳐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나요? 저는 이미 그것에 미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 좋아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