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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pective, Hopeful and Delightful (PHD)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현재 앤아버에 있는 미시간 대학교에서 포닥 생활을 하고 있는 한재석입니다. 미시간 대학으로 온 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그 전에는 시카고에 있는 시카고 메디칼 스쿨에서 당뇨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전 어릴적부터 과학쪽에 흥미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유난히 발명이나 자연현상 또는 그것들을 밝혀내는 과학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관심이 많으면 성적도 오르기 마련이고 성적이 오르면 역시 흥미는 증폭되더군요. 결국 고등학교는 당연히 이과를 선택했고, 90년에 서울대 동물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제가 동물학과에 입학을 했더니 주위사람들 모두 저에게 졸업후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취직하는 거냐고 묻더군요. 그 당시에는 저 역시도 정확히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그냥 중고등학교때부터 생물학이 좋았고, 그래서 동물학과를 선택했던 것이지요. 물론 점수 문제도 있었구요. 학부 1, 2 학년때에는 좀 방황을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대로 된 사춘기를 그때 겪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때는 공부에 치여서 제대로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구요. 그 당시 사회 상황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시국도 어수선했고, 여러 분들의 목숨이 희생당했었지요. 그렇게 방황을 하다 남들 다가는 군대란 곳을다녀 왔습니다. 저에게는 군생활이 오히려 제 인생에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간접적인 사회생활도 느꼈지요. 그래서 제대후 학업에 더 열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의 생활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부 졸업후 석사학위를 서울대 분자유전학실험실 노현모 교수님 지도하에 간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받았습니다. 석사학위 후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윤지원 교수님 지도하에 당뇨병의 치료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 연구분야를 가장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당뇨병의 발병 원인을 밝히고, 가능하면 그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현재 당뇨병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져있는 질병의 하나로서 환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찍이 산업화되었던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는 벌써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심각한 질병의 하나로서 간주하고 그 발병기작과 치료에 많은 노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식생활의 서구화 및 생활 환경의 개선으로 최근들어 그 발병률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뇨병에는 1형과 2형 당뇨병이 있는데 1형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가 자가면역에 의해 파괴되어 나타나는 질병이고, 2형 당뇨병은 인슐린의 저항성등 때문에 제대로 인슐린을 이용하지 못해 나타납니다. 제 박사 과정 연구는 유전자치료 (Gene therapy)를 통해 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전자 치료란 특정 치료 유전자를 벡터 (바이러스성 혹은 비바이러스성)를 이용하여 생체내에 이식하는 방법을 통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입니다. 이러한 접근방법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은 인슐린의 발현을 조절하는 조절부위 (Promoter region)입니다. 혈중 당 농도가 높아지면 인슐린 발현을 증가시켜 혈당은 낮추어야하고, 혈중 당 농도가 낮아지면 인슐린의 발현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전사조절부위를 직접 제작하여 인슐린의 발현을 조절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을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에 삽입하여 당뇨병에 걸린 쥐에 처리했을 때 혈당이 조절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흥분되는 결과였지요. 이 연구로 2005 미국 유전자치료학회 (American Society of Gene therapy) 에서 우수 과학자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제 지도교수셨던 윤지원 박사님이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지요. 윤지원 박사님은 세계 최초로 췌장 베타세포를 배양하셨고, 또한 1형 당뇨병이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될 수 있다는 결과를 처음으로 밝혀내셨던 분이죠. 이후에도 1형 당뇨병에 대해서 상당히 수준 높은 연구를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저 역시도 그 분이 돌아가신 후에 현재 연구를 더 이상 진행 시킬 수 없었습니다. 현재는 미시간 대학에서 당뇨병의 치료가 아닌 발병기작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치료방법을 위해서는 당뇨병의 근본원인인 베타세포의 죽음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까지의 연구방향과는 다른 분야로 새롭게 시작을 했습니다. 아마도 원인을 좀 더 자세히 알고 난 후에 제가 정말 원하는 당뇨병의 치료에 한 발 더 다가 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이것이 고 윤지원 박사님이 평생동안 그토록 원하셨던 당뇨병 치료를 완성시키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한참 박사논문 자격시험을 준비중이었지요. 캐나다의 경우는 필기시험으로 3편의 리뷰논문과 1편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5분의 교수님들과 함께 구두시험을 치루죠. 리뷰논문과 연구계획서는 정해진 기간내에 작성을 해야하고 또한 쓰는 과정에서 많은 논문들을 찾고 읽어야만 했습니다. 그 중에 몇몇은 제 학교에서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고 시간도 별로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KOSEN을 알게 되었고 구하기 힘들었던 논문들을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었지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움을 받은 후에 저 같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계실거라 생각해서 요청하신 논문들을 구해주는 일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러다 발을 좀 더 넓혀서 전공분야에 맞는 분석자료들을 신청하고 분석글을 올렸습니다. 박사 학위를 한 후에는 KOSEN의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What is 』에 질문이 들어왔을 때 제가 알고 있는 지식하에서 답변을 달고 있고요, 몇 가지 분석자료를 선별하여 분석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아서 많은 도움이 되질 않지만,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과학계는 점점 multidicipline쪽으로 방향을 틀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즉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떤 특정분야에 자신들의 전문적 지식을 접목하여 융합시키려는 노력이 진행중인 것이지요. 예를 들어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affymetix사의 DNA chip의 경우 칩 자체를 만드는 기술은 반도체의 회로를 만드는 기술을 응용한 것이라 합니다. 컴퓨터 칩을 만드는 기술을 이용하여 수 많은 종류의 oligonucleotide를 아주 작은 면적안에 심을 수 있었던 것이죠. 남들보다 앞서 나가려면 이렇듯 자기 자신만의 특정 분야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그러한 토론을 통하여 자신이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보완하여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논문에 실리는 한국인 저자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활동하고 있는 분야 역시 상당히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제대로 이용이 된다면 정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뜻에서 이번에 KOSEN에서 새롭게 시작한 블로그는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고 그 와중에 새로운 또한 매우 독창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KOSEN에 바라는 것 중의 하나는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토론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그 토론에 참여한 회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이런 농담을 들어보신 적이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PhD의 줄임말이“Poor, Hungry and Desperate“라는 우스개소리요. 지금 PhD이신 분들 중에 이 말에 공감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꽤 되리라 생각됩니다. 얼마전에 You Tube에서 아주 재밌는 그러나 매우 뼈가 있는 카툰을 본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에 대해서 의사에게 상담하는 내용인데, 아이가 뭐든 잘 분해하고 분석하고 그리고 잘 고친다고 의사한테 물어보니 의사가 매우 심각하게 잘 모르는 병명을 얘기해줍니다. 그러자 엄마는 울먹이며 이렇게 묻죠. “Can he live a normal life?“ 의사 왈 “No, he will be an engineer.“ 그리고 엄마는 통곡을 합니다. 아마도 이곳 미국이나 서구사회에서도 이공계는 기피대상이 되는 듯 합니다. 물론 이 모든 말들이 이공계의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배분들에게 낙담을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현재 상황은 새로 이공계 분야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더 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 크게 발전해야 한다는 진리를 대한민국이 깨닫게 된다면 그 때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때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그러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저 역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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