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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단 소자나노재료연구센터에 근무하는 이영국입니다. KOSEN에서 글을 부탁 받고 제 소개를 쓰다 보니 제가 화학연구원에 입사한지도 벌써 18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을 알고 새삼 놀라게 되는군요. 초등학교시절 고장난 라디오를 뜯어 속을 들여다 보면서 신기해 했던 기억을 하면 다른 분이 5문5답에 쓰신 것처럼 저도 어릴 적부터 이공계를 전공하게 될 운명(?)이었나 봅니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다음에도 막연히 이공계 분야를 동경했지만 제 미래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진 못하고 다른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고1이 끝날 때쯤 저는 인생에 큰 전기를 맞게 됩니다. 기말고사 수학성적이 좋아 담임선생님께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고 난 다음부터 갑자기 수학이 재미 있어져서 수학에 미쳐 다른 과목 공부는 제쳐두고 오로지 수학 문제와 씨름하며 고2를 보냈던 기억을 하면 지금도 혼자 웃음을 짓곤 합니다. 아무튼 수학으로 탄력받은 제 성적은 고3때도 꾸준하게 향상되어 저는 8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하고 재료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저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몰랐던 사회문제를 알게 되면서 많은 방황을 하게 됩니다. 80년대 초반은 우리사회가 극도로 혼란했던 시절로 많은 젊은이들이 고뇌와 방황으로 청춘을 보냈던 암울했던 시절입니다. 저 역시도 제 미래를 위한 준비보다는 방황으로 학부 4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생각없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지금의 스승님을 만나게 됩니다. 제 스승님은 지금은 정년퇴임을 하셨는데 제게 지금의 전공을 가르쳐 주신 분이십니다. 당시 결정학 (crystallography) 및 결정 성장(crystal growth)이란 분야는 제게 아주 생소한 학문이었고 ‘이것이 과연 재료공학인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자연과학 (물리학)에 가까운 분야였습니다. 2년간의 석사과정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저는 제대 직전 다시 한 번 스승님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화학연구원에서 결정성장으로 연구원을 채용한다니 거기 지원해 보게’ 그렇게 해서 화학연구원에 입사를 하고 몇 년 후 교수님의 권유로 다시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연구원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1997년 수열법 (hydrothermal method)을 이용하여 산화물 단결정을 성장하고 분석하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화학연구원에서 연구 업무에 종사한지가 18년 정도되며 전반기 9년은 결정 성장 분야에서, 후반기 9년은 박막 성장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단결정은 반도체, 레이저 발진소재, 각종 전자소자의 기판, 압전소자 등 수 많은 분야에 응용되는 무기재료이며 성장하는 방법으로는 실리콘을 성장하는 초크랄스키법, Mn-Zn ferrite를 성장하는 브릿지만법, 수정을 성장하는 수열법, YIG (yttrium iron garnet)을 성장하는 융제법 등이 있으며 저는 위의 방법을 모두 다 연구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단결정은 성장 속도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인내를 요구하는 학문입니다. 지금은 위의 결정 성장 장비가 대부분 자동화가 되어 저녁때 퇴근을 해도 별 탈없이 결정이 성장되지만 90년대만해도 자동화 장치가 없어 한 번 단결정 성장에 들어가면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결정 성장 업무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특히 박막 분야를 해보고 싶어 90년대 말부터 MOCVD, PECVD를 이용하여 GaN, ZnO, Ni, LiAlO2 등의 각종 박막을 성장하고 특성을 평가하는 것을 주요 연구테마로 하여 본격적으로 박막 성장 및 응용분야에서 9년간 일을 하였습니다. 박막은 과거 단결정으로 제조하였던 각종 전자 소자를 대체하는 재료로 많은 재료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박막분야에서 일을 하고 또 졸업후에도 선호하는 직종이지만 CVD는 화학과, 물리학, 재료공학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한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과거처럼 재료를 만드는 일보다는 그 재료들을 응용하는 분야에 치중할 계획입니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인쇄공정 기법에 의한 전자 회로 제조, 차세대 백색광원용 LED 제조, THz 이미징 및 센서소자 제조 분야 및 차세대 에너지원인 태양전지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중에 있으며 또한 수행할 예정입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처음부터 KOSEN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려고 가입한 것은 아닙니다. 3년전 우연히 KOSEN에서 가입권유 이메일을 받고 회원에 가입했지만 처음 1년간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차세대 조명관련 기획과제를 수행하면서 시장조사 자료와 연구동향 자료가 급하게 필요하여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다가 우연히 KOSEN에 들어와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제가 필요한 자료가 있어 그때부터 자료 검색을 위해 자주 로그인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가을 KOSEN에서 전문가를 모집한다기에 신청하여 전문가가 된 이후 후배 과학도를 위에 여기 저기서 미약하나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술자료 분석 작업과 국외 학회 분석보고서는 KOSEN 전문가의 기본 업무이므로 의무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가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많이 활동하는 곳은 ‘What is?’ 코너입니다. 학교에서 실험을 하다가 난관에 부딪혀 해결책을 호소하는 대학원생, 중소 기업에 종사하면서 분석 인프라가 없어 간단한 분석을 하지 못해 쩔쩔매는 분들에게 제가 아는 적은 지식을 총동원하여 그 분들에게 답변을 해 드릴 때의 성취감, 또한 제 답변에 대한 추천을 받을 때나 감사의 쪽지를 받을 때의 기쁨은 연구 업무에 지친 제 마음을 항상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요즘 프로젝트 관계로 바빠 제가 답할 수 있는 질문에 답변을 못 해드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바쁜 일이 끝나면 다시 What is에 복귀해서 최대한 많은 답변을 해드릴 생각입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KOSEN은 인터넷 사이트이므로 일단 많은 회원들이 먼저 on-line에서 만나 여러 가지 정보를 교류한다거나 몇 개의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간의 친목이나 특정 관심 분야의 정보 교환 등을 통해 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on-line상의 만남이나 정보교환은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자신의 감정이나 미세한 느낌을 전달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KOSEN도 이러한 문제를 예전부터 이미 인지하고 여러 가지 off-line 모임을 많이 주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 생각에 친목성의 모임이 주종을 이루는 것 같아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경비 문제가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최근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학술 워크샵을 개최하면 회원들간의 정보 교환과 더 나아가 공동연구의 길도 열릴 것이며 부수적으로 회원간의 친목도모도 한층 더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 많은 인터넷 동호회의 성공과 실패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on-line 활동과 off-line 모임의 적절한 안배가 성공의 열쇠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KOSEN은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 자료 제공이라는 강력한 메리트가 있지만 여기에 안주한다면 점차로 단순한 정보 제공 사이트에 머물지도 모른다는 기우에서 이러한 제안을 해봅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요즘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우리나라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이공계가 좋은 전망을 가진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공과대학에 다니는 것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가졌지만 지금의 후배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역은 여전히 제조업이며 그 제조업을 이끄는 것은 이공계 출신입니다. 세계는 지금 다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한미 FTA에 이어 일본과도 조만간 FTA를 체결할 것입니다. FTA가 우리에게 불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면을 보면 세계 최고가 아니면 이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게 증명된 셈이고 역으로 말하면 어떤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면 그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지금의 후배들이 공부하는 환경을 보면 20-30년 전의 선배들보다는 아주 좋은 조건입니다. 요즘 후배들은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보다는 이미 개척된 길을 따라가려는 생각에 안주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 이공계를 전공하고 있는 내 자신의 미래가 힘들고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단지 희망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뿐입니다. 희망은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여러분들은 아직 젊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희망을 찾아 젊은 날을 보낸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그 열매를 거두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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