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계통(Nuclear Steam Supply System) 설계기술 자립
2007-09-28
이익환 : ikhle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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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한국동란이 발생하던 1950년에 초등학교를 입학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삼성그룹의 창립자이신 고 이병철회장님, LG그룹의 창립자이신 고 구인회회장님이 다니셨던 남쪽 진주시의 지수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다 어려웠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훌륭한 선배님들의 모범을 거울삼아 도회지인 마산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계속하여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를 마쳤는데 당시 원자력공학은 한국에 소개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매우 생소한 학문이었습니다. 새로운 학문이기는 하지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의 호기심과 비전에 대한 도전으로 이 분야를 택하게 된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과학기술처의 원자력청에 첫 취직을 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기 위한 타당성조사를 하고 있었던 때였다고 생각됩니다.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고 원전 국제경쟁을 하는데 초기에는 영국의 가스냉각형 노형 도입이 더 집중적으로 거론되기도 하였지만 최종발표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제품인 경수로로 낙착되었습니다. 당시 기술자들이 영국에서 공부한 분이 많아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35년이 지난 현재의 세계 흐름을 볼 때 당시의 결정은 참으로 잘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왜냐하면 영국의 가스냉각로는 그동안 운전 실적이 좋지 않았고 이제 사양길로 들어서 대부분 문을 닫는 형편이며 더욱이 폐로에 대한 비용도 경수로에 비해 매우 높아 경제성이 월등히 낮다는 평가입니다.
자녀는 2녀 1남을 두고 있습니다만 모두 결혼하여 큰애 현정이는 보다 넓은 세계인 캐나다로 이민하여 이민 1세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둘째 애 현주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남편과 함께 두 아이의 엄마로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셋째 강재는 KAIST에서 학위를 하고 미국 NIST(국립표준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애들로부터 5명의 손자와 1명의 손녀를 둔 할아버지로 살고 있으니 얼마나 다복하다 하겠습니까!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첫 직장인 원자력청에서 제일 먼저 맡은 분야가 원전의 타당성조사에 대한 기술행정에 대한 일이었고 다음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자력발전소(경수로)의 건설허가를 발급하는 것과 관련된 규제기술에 대한 업무였습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며 평가한 안전성분석 결과에 따라 정부가 건설허가를 사업자인 한국전력에 발급하는 것입니다. 약 1년이 넘게 원전부지에 대한 기술타당성, 원자로 시설설치에 대한 안전성평가 등 분야별 평가가 이루어졌고 1973년 3월에 우리나라 첫 번째 원전인 고리발전소의 건설허가가 발급되었습니다. 기술규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접고 연구소인 한국원자력연구소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는 연구에 대한 강한 욕망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소에서 원자력발전안전성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특히 중수로 노형인 캐나다의 CANDU 원자로 중 대용량의 도입을 위한 검토를 캐나다와 공동연구로 수행하였던 기억이 오래 남습니다. 이 연구에 대한 결실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연구소가 대규모의 엔지니어링 랩을 건설하게 되었는데, 원전운전 조건과 같이 고압, 고온의 기기를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였던 것입니다. 이 분야의 기술발전은 다음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 기술의 자립을 추진하는데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엔지니어링 배경은 민간기업체인 현대건설(주)에 약 7년간을 근무하면서 명실공히 기술자로서 현장경험까지 쌓게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나중에 외국의 원전설계기술을 우리가 자립하는데 큰 경험적인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원전을 외국에서 도입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1986년 국가는 원전기술을 자립하도록 강한의지를 심어주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즉, 원자로계통설계, A/E, 터빈발전기, 핵연료생산 등 각 분야별로 자립을 위한 마일스톤을 마련하여 당시 건설하고자 하던 영광원전3,4호기의 건설을 건설뿐만 아니라 설계, 제작까지 외국과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하여 기술자립을 이룩하도록 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원자로계통설계의 경우, 약 150여명의 과학기술자의 피나는 노력으로 1995년 95%의 원자로계통설계의 기술자립을 달성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의 원전기술자립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나를 포함하여 관련 과학기술자들은 이에 대한 무한한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본인은 원자력연구소의 원자로계통설계사업 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특히 기술 원천기관인 미국의 CE(Combustion Engineering)에서 약 150여명의 과학기술자와 함께 영광원전3,4호기의 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하였습니다. 계약에 의해 설계가 진행된다하더라도 기술을 가진 자와 받으려는 자의 의도는 확연히 다른 법인데, 가진 자는 가능한 한 적게 주려고 노력함으로 기술의 Know-why까지 배우는 데는 애로사항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 개인은 물론 조직까지 동원하여 인간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공식적인 설계문서는 문제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간단한 설계보고서(Design Report)는 설계자 책상서랍에 두고 그때마다 계산 시에 사용되는 것이므로 여기에는 왜 계산결과에 대한 과정이 나타나 있는 것이라 엔지니어가 각자가 비밀로 보관하는 것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설계문서까지 기술을 자립하게 된 것인데 이는 원자력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기술자립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현재는 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을 거쳐 퇴직을 하고 2004년부터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자력관련기업이 많지도 않지만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회사 일에 바쁘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로 루마니아, 중국 등 외국 원전기술자문을 IAEA 요청에 따라 그때 마다 수행하고 있습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ISTI가 운영하는 고경력과학기술자 프로그램인 에너지 분야 전문위원으로 2003년부터 약 3년을 활동한 바 있습니다. 그때 자연스럽게 KOSEN 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전문위원의 주 활동인 정보분석업무를 중지한 상태였습니다만, KOSEN 회원인 지인의 소개로 KOSEN 회원이 되었고 KOSEN의 정보분석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금년, 에너지와 원자력에 대한 논문 5편을 분석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질적인 면에 신경을 쓰면서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변분들에게 KOSEN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이제 세계는 국제화(Global) 시대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특히 과학기술은 더욱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IT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의 기술정보를 확인하고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국내외 KOSEN회원이 과학기술정보에 대해 서로 협력하고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기술정보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그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면 KOSEN, 아니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미래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닭과 달걀을 비유는 끝이 없는 논쟁입니다. 무엇이 먼저인가 하는 것인데요. 저는 과학기술자의 대우에 대한 문제는 국가 정책의 문제도 많지만 우리과학기술자의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우수한 연구를 수행한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만 정부의 평가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 우선 우리자신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였고 우리 스스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 부분을 스스로 반성해보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도 정부는 여러 가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시행 중인 정책도 있습니다만 본인이 볼 때는 정부의 근본적인 시각과 사고도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연구란 추진과제가 반드시 성공하리란 법이 없는데 추진결과에 대한 평가를 점수에만 매달리게 할 때, 이는 연구원들이 연구결과를 과 포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 봅니다. 철학자 같은 얘기가 될는지도 모르지만, 있는 그대로 연구결과를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는데 연구자나 정부나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든 머리 좋은 학생이 과학기술분야에 많이 진학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산업자원부의 프로그램인 CEO특강을 “에너지위기와 원자력”에 대해 고등학교 상급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한명의 한생이라도 이공계를 지원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퇴직 후의 노후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장기근속 군인, 교육자, 공무원 모두 좋은 연금 프로그램이 있지만 연구원은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매번 대선 때면 주자들은 그럴싸한 공약을 제시하지만 그로부터 몇 번의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지금까지 현실적인 개선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끝으로 KOSEN회원님들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