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꿈에서 시작하다
2007-10-29
김병규 : hopeof
- 4666
- 0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경상남도의 한 시골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학창시절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깊은 산골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 근처도 아닌 그러한 곳이었죠.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고향 근처에서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좋은, 그리고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시골이라 먼 길을 걸어서 다니며 바라보았던 자연 풍광들, 그리고 물고기 잡고 친구들과 놀았던 시절의 추억들. 가끔씩은 혼자서 흘러가는 냇물의 찰랑거림, 눈부신 반짝임과 따뜻한 담요처럼 부드러운 바람을 혼자 느끼며 강 둑에 몇 시간을 앉아있곤 했었지요. 또 맑은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막연히 우주 과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기억,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들이죠.
초등 학교 시절에는 여느 시골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걸어서 40분을 가야 하는 먼 거리인지라 참 아득히 멀어 보이던 그 길이 지금 고향을 가면 너무나 쉽게 가는 거리로 느껴지니 웃습군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길을 따라 흐르는 냇가에서 배를 만들어 띄우고는 집이 있는 마을까지 경주를 하곤 했었습니다. 배를 따라 코스모스 만발하던 그 길을 뛰던 그 시절 참 소박하고 순수했었죠. 가끔씩은 몸이 약하여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고 학교까지 갔던 기억들도 종종 있군요. 참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가 너무나 큽니다.
중학교는 고향 마을에서 버스로 늘 30분 거리에 있는 근처의 시골 중학교였는데 늘 아침마다 시골 버스는 만원이었고 그 버스를 타고 출렁이며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좀 더 넓다면 넓은 곳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공부하며 특히 축구를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여서 반대항전이나 마을 대항전 축구 시합을 이웃 마을로 1시간 20분 이상을 걸어서 원정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시합이 끝나면 주머니 용돈을 모아서 점심을 같이 먹곤 했었죠.
이 후 고등학교는 마산으로 그리고 대학은 부산으로 좀 더 넓은 곳으로 유학을 갔었습니다. 지금의 학문적인 토대를 마련한 시점은 대학 시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학교가 버스로 다니기에는 먼 거리인지라 마산의 학교 근처에서 자취 생활을 하였습니다. 자취 생활은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죠. 부모님의 은혜와 혼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며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저를 더욱 정신적으로 자라게 해준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후 대학에서는 군대를 다녀 온 시절 빼고는 학문에 매진했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물리와, 수학, 전자 공학, 디지털 이론 등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늘 상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며 좀더 깨닫기 위해 시간을 보냈었죠. 아마도 기숙사에서 생활하므로 시간적으로 많이 여유가 있었기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후 저는 KAIST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의 깊이를 더하였고 전자공학분야라는 것이 어떠한 분야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게 되었습니다. 특히 사람의 눈이 가지는 인지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러한 분야에 연구의 흥미를 느껴서 영상 처리와 컴퓨터 비젼 분야에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여전히 대전의 본원 기숙사 생활을 동료들과 함께 하며 밤새 토론하고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해 몸부림치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다행히 여러 가지로 연구의 결과들을 하나님께서 주셔서 지금까지 40여 편 이상의 논문과 특허 등을 발표하여 이 분야의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참으로 즐거움 가운데 달려온 이 길, 꽤나 많이 온 것 같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연구해 온 분야는 흔히 영상 및 비디오 신호처리 분야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비디오 신호에서 의미있는 객체에 대해 정의하고 그 객체를 비디오 신호 차원에서 추출해냄으로써 객체의 인식이나 추적 기법을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응용하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최근에 각종 비디오 클립이나 영상 검색에 있어서 키워드 검색과 같은 텍스트 검색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비디오 컨텐츠를 가진 영상이나 비디오 클립을 가장 최적의 유사도를 가지는 것 순으로 검색이 가능케 합니다. 아직은 포탈 서비스 업체 등의 서버의 계산 능력과 용량 등의 제한 때문에 실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곧 많은 기술적 수요가 있을 것으로 고려됩니다. 또 다른 분야는 현재 비디오 압축 기법에 대한 연구를 4년 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MPEG이라는 표준 단체 기술을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알고리즘과 스트리밍 관련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터넷이나 네트워크를 통하여 서비스되는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이러한 데이터 압축 기술을 사용하여 네크워크 대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멀티미디어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네트워크 상황이 현존하는 모든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이러한 기술 연구가 지속되겠죠?
이러한 연구 분야에서 현재 50여 편의 국제 학술지 논문, 학회 논문, 특허 등을 발표하며 국외의 전문가들과 연구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또한 H.264 비디오 기반의 EBS 고화질 수능 강의 시스템 구축 등에 적용하였으며 앞으로는 센서 네트워크에 비디오 즉 멀티미디어 신호를 전송하고 처리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센서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전력과 계산 능력 등의 한계성 때문에 기존의 비디오 압축이나 신호 처리 기법으로는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과의 인연은 2004년 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연구에 대한 자료의 공유와 분석 등을 서로 공유함으로 과학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기관이 있다고 소개를 받고는 먼저 홈페이지를 둘러 보았습니다. 들러보고는 같이 동참하여 제가 배운 학문적 지식과 현장에서의 연구 경험을 나누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가입을 하게 되었고, 이 후 연구 논문이나 보고서 분석 등을 통하여 제가 관심 가졌던 분야를 조금씩 섭렵하고 또 전문가분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좀 더 적극적으로 KOSEN 전문가로 활동을 하며 좀 더 많은 부분을 나누도록 하고 싶은 생각에 2006년 9월부터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가에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좋은 보고서나 논문, 자료 등을 선별해서 분석 신청 등을 통하여 좋은 기술들을 소개하게 되었고 또한 주위나 지인, 동료 연구자들에 KOSEN을 알리고 있죠. 또한 최신 분야에서 다른 전문가분들의 자료들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사실 수많은 과학자를 꿈꾸는 공대나 기초 과학 분야의 학생들이 늘 외국으로 유학을 계획합니다. 저도 그러한 생각을 가졌었으니까요. 이유는 두 가지이겠지요. 한가지는 국내에서는 배울 수 없는 학문의 깊이와 분위기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국내에서 기초과학이나 응용 공학에서 세계적인 대가라 불릴만한 분들이 많이 거의 없다 생각하는 것이 배우는 사람들의 판단이라는 것이죠. 이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수한 두되들이 외국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현실이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닙니다. 허나 또 한편으로는 전 세계를 누비며 한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좀 더 우수한 분들이 국내의 연구소나 학계에 진출하셔서 함께하는 후학들이나 동료 연구자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와 함께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국내 이공계나 과학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일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제가 논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여튼 KOSEN 분만 아니라 여러 분야와 조직에서 연구에 전념하시는 분들이 좋은 결과로 한민족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내 가족, 이웃들에게 유익한 삶을 선물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KOSEN에 가입 후 많이 느낀 점은 정보전자나 신호처리와 같은 전문가나 연구자들의 활동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게시판이나 분석물 신청란에는 80% 이상이 재료나 물성, 생명 공학 등의 분야이더군요. 왜 그런지 저는 아직도 의아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와 같은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들도 한국에 수없이 많을텐데 말입니다. 아님 그 분야의 연구가 너무 활발해서 그런지……. 정보/전자와 같은 신호처리 분야에 대해서도 더 활발하도록 제가 많이 알려야 하겠더군요. 그래서 모임도 개최하고 연구의 결과에 대한 공유와 정보나 자료의 공유 등도 세부 그룹 형태로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이공계나 과학계에 대한 생각이 좀 더 바르게 가져주길 바랍니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것을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중에 하나가 공대 진학 기피 현상이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여 문제가 된 것은 꽤나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현상을 다른 면으로 들여다 보면 정말로 과학에 대한 매니아들이 공학을 배우고 자연 과학을 배우는 좋은 현상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수가 많다고 늘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까지의 사람들의 생활과 삶의 질적 측면을 과학 기술의 발전이 선도해 왔고 앞으로 그러할 것입니다. 내가, 우리가 연구하여 개발한 기술이 내 가족과 이웃을 유익하게, 편리하게 해 주는 것을 보면서 과학자로서 공학자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위치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단순히 돈과 같은 물질이 가져다 주지 못하는 값진 것이지요.
개인적으로는 후배들, 동료 과학자들이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한국이 세계의 인재들을 흡수해서 세계로 배출해 낼 수 있는 그러한 학문적 깊이와 철학이 있기를 바라며 그러한 후진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이 아니라 이 곳 한국의 대학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연구 결과들을 가지고 연구의 흐름을 한국의 대학들로 끌어 올 수 있으면 더없이 좋으리라 늘 생각합니다. 이러한 마음 가짐을 가지고 늘 생각하고 연구하는 저와 동료 및 선배님 여러분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자연의 이치에서 저희가 배우 듯 땀을 흘린 후 때가 되면 기쁨으로 열매를 거둘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