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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의 한국 미래의 도전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한국해양연구원부설 극지연구소의 극지기후연구센터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대부분 수원에서 보낸 수원토박이입니다. 북문(장안문)과 남문(팔달문) 사이에서 살았기 때문에 학교도 집 근처의 신풍국민학교, 연무중학교, 수성고등학교를 차례대로 다녔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90년에 서울대학교 지질과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원래 문과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었지만 가족들이 모두 문과였기 때문에 다른 걸 해보고 싶어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지질학은 자연과학 분야 중에서 가장 문과에 가까운 분야이기 때문에 크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고2때 활동했던 해양탐구반 활동이 전공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도 같습니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친 후에는 바로 대학원 연구실로 들어가서 대학원 선배들과 함께 지내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이 시기에 과학자로서의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지도교수님을 만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기였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생각하더라도 학문적인 면이나 인간적인 면에서 너무나 훌륭한 지도교수님을 만났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 입학 직전인 1996년 1월에는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핵분열비적연대측정(Fission track dating) 방법을 배웠습니다. 이 방법은 저어콘이나 인회석 처럼 우라늄 함량이 높은 광물에서 우라늄-238의 핵분열에 의해 생긴 흔적을 이용하여 광물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원자로에서 시료를 열중성자로 조사(irradiation)시키는 과정 외에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이지만, 저온 구간의 열사(thermal history)를 모델링하고 복원하는 유일한 열연대학적 방법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실험실을 세팅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국내에 전공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고 기본적인 장비를 모두 갖추는데 1년 이상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교토대학에 있는 원자로를 사용했었는데 중간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HANARO)를 사용하면서 모든 calibration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실을 성공적으로 세팅하고 좋은 연구결과를 얻어서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 연구분야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대학원 시절에는 핵분열비적 열연대학을 이용한 퇴적분지의 열사(thermal history)와 화강암체의 융기사(uplift history)를 복원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한국의 백악기 육성퇴적분지인 경상분지가 언제, 어느 정도 깊이까지 매몰된 후 언제, 어느 정도 속도로 융기하였는지를 복원하였고 대구 근처의 팔공산 화강암체가 융기한 속도와 연대를 규명하였습니다. 이 논문들은 한국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HANARO)를 이용한 최초의 FT 논문입니다. 이전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나 대구교육대학 등에 FT을 전공하신 분들이 몇 분 계셨지만 순수한 국내기술로 실험실을 세팅하고 데이터를 얻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2년간은 목포대학교 인문과학연구원에서 학술진흥재단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고고지질학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학위 후에 백악기 소분지들의 열사연구와 태백산맥의 형성시기를 밝히는 연구를 하려고 했었는데 과학재단에 지원했던 Post-Doc. 과제가 떨어져서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얼마 후에 목포대학교에서 구석기 고고학 분야로 함께 일을 해보자는 연락이 왔는데, 새로운 분야를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자리를 옮겼습니다. 제가 주로 했던 일은 고고학 발굴지의 고토양층에서 연대측정이나 토양분석과 같은 자연과학적 분석을 통해 고기후와 고환경을 복원하는 일이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고고학 발굴지에서 고고학 전문가와 지질학 전문가가 함께 연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의 학제간 연구가 드문 상황이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광주와 진주 지역의 저습지퇴적층에서 플라이스토세 후기와 홀로세 동안의 고식생과 고기후 변화를 복원하였고, 한국의 플라이스토세 고토양층에서 산출되는 서관구조(burrow)의 층서적 중요성에 대해 보고하였습니다. 극지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극지역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연구는 남극 지역에서 고기후와 고환경 변화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남극반도 지역은 현재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 중 하나이며, 인간에 의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과거의 고기후 기록들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고기후 연구 분야에서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지역의 고기후 연구는 주로 빙하와 해양퇴적물들 많이 이용하지만, 저는 육상을 중심으로 남극반도 지역에서 발견되는 화산재와 구조토(patterned ground)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또한 극지역과 중위도 지역의 고기후 변화 비교를 위해 한반도의 고토양과 몽골 지역의 호수퇴적물에 대한 연구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아시아 몬순에 대한 연구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몽골 호수퇴적물 시추를 시작하였고, 내년도에도 2차 시추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에 언제 가입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확인해보니 박사과정에 입학했던 1999년에 등록한 걸로 나와있네요. KOSEN과의 인연이 벌써 8년이 넘었으니 꽤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처음에는 주로 해외과학기술동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KOSEN을 이용했습니다. 전공과 관련된 최신뉴스들을 빠르게 전해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주변 친구들에게 KOSEN 광고도 많이 했습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매년 해외 학회에 참석할 때 학회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BK 사업이 시작되면서 대학원생들의 해외학회 참가 기회가 많아져서 매년 나갈 수가 있었는데, 1년에 한번씩은 꼭 분석신청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분석신청을 한 후에 외국학회에 참석하면 학회발표도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고 분석비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후배들에게도 학회보고서 작성을 많이 권유했지만 귀찮아서인지 잘 신청하지 않아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는 KOSEN에서 특별히 활동하는 건 없고 얼마 전에 블로그를 새로 오픈했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이 남극이나 북극 등 오지를 다니면서 고기후와 고환경 분야 연구를 하다보니 다른 분들이 접하기 어려운 장소를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KOSEN 회원분들께 제가 연구하는 지역에 대한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주로 과거에 다녀왔던 사진들을 올리고 있는데, 이번 남극 하계조사부터는 실시간으로 남극 소식을 전하려고 하니 많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국내외 과학자들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그 동안 KOSEN이 해 온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국내외에 있는 한국인 과학자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자료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도 KOSEN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지구과학 분야는 회원수가 많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현재 회원찾기 메뉴가 있지만, KOSEN 웹사이트에 전공분야나 국가별로 회원 목록을 만들어서 관리를 한다면 좀 더 편리할 것 같습니다. KOSEN 회원들의 최신 연구결과를 업로드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KOSEN에서 많은 일들을 해 오셨지만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하는 KOSEN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합니다. 그나마 공학 분야는 좀 나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자연과학 분야는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제 전공인 지질학 분야의 경우 현재는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구소나 공사, 기업체 쪽에서 사람을 뽑으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서 채용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원생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부분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는 현상 때문에 지방대의 경우 교수님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현상은 직업의 안정성과 경제적인 조건이 우선시되는 사회 풍토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졸업 후 정규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 불과 2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좋은 것인지 조언해 줄 위치에 있지 못하지만, 전공선택의 기로에 있거나 이미 결정을 내린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 경험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 경우에는 석사과정을 마칠 즈음에 박사과정으로의 진학에 대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고민(?)을 했었지만, 박사과정 진학을 비교적 쉽게 결정하였습니다. 당시에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하고 있던 연구가 재미있었고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 어디에 취직해야 하고 생계는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경제적인 측면의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논어의 옹야(雍也)편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여기서 ‘즐긴다(樂)’는 표현은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저는 지질학이 재미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지금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연구할 수 있었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극지연구소의 많은 젊은 과학자들은 해마다 여름에는 북극으로, 겨울에는 남극으로 긴 출장을 다녀야 하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즐겁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고 마지못해 하는 것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인 자세로 꾸준히 해 나간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공계 분야에 발을 내딛은 후배 여러분들이 재미있고 즐겁게 연구하는 과정 동안 행복을 찾아나가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Webzine에 초대해주신 KOSEN에 감사드리며, 모든 KOSEN 회원 여러분들이 행복한 연말연시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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