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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나의 브렌드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KOSENIA가 사는 이야기-는 Webzine을 통해서 자주 읽어는 봤지만 제 이야기를 이렇게 해 드리게 될 기회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제안을 받고 제 이야기를 해 드릴만큼 내세울 것이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아주 평범한 연구자가 사는 이야기를 꾸밈 없이 해 드리고자 용기 내어 봅니다. 세상에는 타고난 천재가 있는가 하면 노력해도 안 되는 바보가 있다고 하죠? 저는 아마 후자 쪽에 가까운 범인(凡人) 인 듯 합니다. 노력해서 그나마 이렇게 연구자의 길로 접어드는 영광을 안았으니까요. 대학 학부나 석사 과정을 이름만 대면 아는 명성이 있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학부 4학년에 뵙게 된 지도교수님(오세중 교수님)과의 만남은 제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수님의 제의로 분리공정 실험실의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난생처음 영어로 된 논문이라는 것도 읽어보고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장치를 설계해서 설치하고 실험을 해 보면서 정말 신이 났습니다. 지방대학이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워낙 적다 보니 저의 경우 학위과정을 거의 혼자 지냈습니다. 조금은 외롭고, 지루했지만 꼬박 하루가 지나야 나오는 점 하나의 결과들을 얻으며 마음만은 너무 뿌듯했습니다. 소중한 연구 결과들이 국제 SCI 저널에 실리게도 되면서 큰 성취감에 행복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대학원을 졸업할 때 즈음 교수님께서 한국화학연구원에 위촉 연구원 자릴 소개해 주셔서 연구원 이라는 곳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그곳에서 1년 남짓 일하면서 정말 이 일이 재미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정부출연연구소의 훌륭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학제간의 융합, 현장에 바로 적용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가 설립되었고 화학연구원의 지도교수님(김정훈 박사님)의 도움으로 학위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타의 대학원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업을 통한 이론적인 지식의 취득뿐만 아니라, 실제로 연구 과제에 참여하여 진행에 필요한 연구의 기획, 관리, 기술경영, 기술정책, 기술경제 등의 운영 전반에 관한 실질적 교육을 통해 폭넓은 지식을 확보 할 수 있었다고 자부 하며 정말 많이 배운 시간이었지요. 학위과정이 끝날 무렵 신생 벤처 기업에서 1년 여의 시간을 새로운 분리막 분야의 R&D을 경험할 좋은 기회가 찾아 왔고 이제는 분리막 분야의 최 선두 그룹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박사 후 연수를 수행할 기회까지 생겼습니다. 하고자 하는 연구를 좋은 환경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 듯 합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위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저는 분리막을 이용한 분리공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분리공정도 다양한 세부 전공들이 있지만 저는 분리막(membrane)을 이용한 기체(혹은 증기) 및 액체의 분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쉬운 예를 들면, O₂/N₂, H₂/CO₂, CH₄/CO₂, CO₂/N₂ 등의 기상으로 존재하는 혼합물중의 특정 성분의 분리∙회수라든가, 액상에 소량 존재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나 유기화합물 속에 소량 존재하는 수분을 제거하여 그 순도를 높인다거나 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그 상태(phase)가 액상이든 기상이든 혼합물 속에 존재 하는 특정 성분만을 분리, 회수하여 농축시키는 연구지요. 아래 그림의 좌측은 막분리 시스템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필요한 요소기술들 입니다. 분리하고자 하는 대상에 따라 각기 다른 소재를 선정하는 일에서부터 전체 분리 공정을 최적화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다단 막분리 공정을 이용한 배가스로부터 이산화탄소의 분리 회수를 위한 파일럿 규모의 플랜트(우측)를 설치 운전하기도 하였는데 제 짧은 연구 경력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박사 후 연수 과정으로 연구중인 테마는 반응과 동시에 분리가 일어나는 막 반응기(membrane reactor)에 관한 것입니다. 반응 결과로 발생되는 생산물 중의 특정 성분만을 생성과 동시에 분리함으로써 반응의 효율을 높이고 공정을 간소화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석사과정 이후에 쭉 해오던 연구들과는 약간 다른 분야지만, 새로운 분야를 접해 본다는 것 자체가 가슴 뛰고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시작은 약간 괴롭지만 나름 즐길만합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자신이 수행한 연구의 결과를 논문이나 보고서의 형태로 정리하는 것은 중요한 마무리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KOSEN의 “KOSEN Report”나 “Info on Demand”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지식과 정보의 공유의 장이 되었으며, 전문가 분들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WHAT IS” 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KOSEN에서의 특별한 활동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가입한 커뮤니티에 제가 겪은 작지만 소중한 경험들(post-doc을 나오기 위한 수속 절차, 서류일 등)을 알려드리는 정도랄까요? 적어도 다음에 오시는 분들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올리곤 하는데 아직은 제가 도움을 드리기 보다 도움을 받는 일이 더 많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질문이 거창해서 감히 저 같은 사람이 제안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과학기술자 여러분들께서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시어 연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 분야만의 좁은 전문지식(어떤 분께서는 T자형 인간이라고 하시던데)으로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 하였으며 그러한 요구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여러 기술들은 서로 융화되어 새로운 기술로 재창조되고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열악해져 가는 국내∙외의 연구 환경 속에서 작은 파이 한 조각을 입에 넣고자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네트워킹을 통하여 더 큰 파이를 만들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효율적인 네트워킹을 위하여 지식 및 정보의 교류가 필요하며 인적 물적 교류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교류의 장이 KOSEN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것이 인맥의 중요성과 다른 이들과의 교류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KOSEN을 통해서 여러 연구자가 하나의 커다란 인맥 나무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제 자신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제 분야에서 연구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감히 제가 어떤 격려나 충고를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달 전 즈음 공학도에게는 성서와 같은 “TRANSPORT PHENOMENA”의 저자 중에 한 분이신 Edwin N. Lightfoot 교수님을 만나 뵙고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제가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는 말씀 한 구절로 대신할까 합니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학회에 참석하시어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더군요. 학회 후 교수님과 잠시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 후에 마지막으로 젊은 후학들을 만나면 꼭 하시는 말이 있다고 들어 달라고 하시더군요. 교수님께서 “Do not go where the path may lead, go instead where there is no path and leave a trail” 이라는 Ralph Waldo Emerson의 말을 이용하시면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연구를 찾아 개척해 나가라”는 당부를 하시더군요. 얼핏 들으면 당연하고 쉬운 이야기 인 듯 하지만 곱씹을수록 정말 어렵고도 중요한 이야기 인 듯 합니다. 제 인생의 목표로 여기고 이 말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하고자 합니다. 제 인생에서 『내 이름이 나의 브렌드』가 되는 그날까지 안 좋은 머리지만 한번 노력해 보렵니다. 모쪼록 다른 모든 연구자 분들께서도 하시는 연구에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라며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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