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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에서의 단상

UKC 2014의 개회식 전경

이번 여름 8월 6일부터 9일까지 샌프란시스코 공항근처의 하야트호텔에서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주최로 한국과 미국에서 온 천여명의 과학기술자들이 모여 다양한 기술교류 행사 UKC 2014가 열렸다.
개인적으로 에너지 최적화와 인프라 지속가능성관련으로 두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또 구조물관련 세션의 좌장을 맡았는데, 이러한 활동외에도 다른 분야 연구자들은 어떠한 관심사를 가지고 사는지를 학제적 수준에서 교류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요즘 국가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KAIST 강성모 총장님은 달러사인 $로 표현되는 창조경제의 다이어그램을 통해 그 의미를 설명하였다. 개인적으로 이해한 대학내 창조경제의 정의는 과거 좋은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술 세일즈를 하여 궁극적으로 금전적 이득까지 취하는 전체 프로세스이다.

KAIST 강성모 총장님의 창조경제 강연

개인적으로 창조경제 세션에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었는데, 본인의 평소 주장인 마이너스 경제의 주범이 될 수 있는 사회 인프라 노후화에 보다 스마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피력하였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노후화된 다양한 사회기반시설들이 날이 갈수록 문제의 빈도를 증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컨퍼런스가 열리기 열흘전에 같은 주 UCLA 교정에 노후화된 대형 상수도관이 터져 졸지에 캠퍼스가 물바다가 되었으며 이와중에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practical joke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노후화된 선박이 일으킨 세월호사태를 비롯하여 폭우로 인한 댐의 붕괴등 다양한 사고가 일어나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아무튼 다양한 의견 교류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호텔 안을 벗어나, 호텔밖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해서 점심시간에 호텔밖으로 나가 스트릿 밴더가 파는 브리또를 들고 인근 해변으로 갔다.
해변 나무 그늘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브리또를 먹으니 소소한 행복감이 몰려왔다. 또한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 공항 (SFO)에서 착륙하는 여객기를 보는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득 1년전 이곳에서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가 났다는 점을 상기해보니 낭만감이 잠시 긴장감으로 변하기도 했다.

멀리 SFO 공항이 보이는 해변에서

컨퍼런스의 마지막날. 오전발표를 마치고 이 지역을 관광할 기회가 생겼다. 마침 인근에 후배가 살고 있어 호텔밖 실리콘 밸리지역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우선 호텔 북쪽으로 가서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았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무엇보다도 현수교형식의 금문교가 떠오르는데 전망대에 오르니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전망대의 바람은 그 세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또한 날씨도 조변석개다). 또한 39번 교각 주변에 널브러져있는 이지역의 "sea"lebrity 바다사자와 세계에서 가장 급커브라고 주장하는 롬바드 스트릿도 체험하였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금문교 전경

피어 39 주변의 바다사자들

세계 최고의 급커브길 롬바드 스트릿

이제 간략한 도심 관광을 마치고 필자의 주관심사인 실리콘 밸리로 향하였다.

처음으로 간 곳은 스탠포드 대학교였는데 따로 정문이 없는 캠퍼스를 달리다 보니 로뎅의 작품이 운집한 박물관에 도착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로뎅의 작품들이 모두 진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진품이라고 하여 한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청동조각상의 특성상 거푸집을 이용하여 다수개의 진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그 총 갯수는 제한한다고 한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담겨진 지옥의 문의 경우 세계적으로 서울을 포함하여 총 7개가 존재한다고 한다.

따로 정문이 없는 스탠포드 대학교

로뎅의 작품 : 지옥의 문

스탠포드에서 만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보았다. 왜 스탠포드 대학교와 실리콘 밸리가 이렇게 유명하게 되었는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자유로운 사고에 대한 권장과 그 실제 구현에 있어서의 용이함을 가진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의 이 지역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듯 하다.
스탠포드 대학교를 벗어나니 팔로 알토를 중심으로 실리콘 벨리에 세계적 IT기업 본사들이 입주해 있었다. 그 대표적으로 구글을 들 수 있는데 회사안을 견학할 수는 없었지만 앤드로이드 OS의 각 버전을 형상해놓은 인형들과 사진을 찍을 기회가 제공되었다.

구글 본사

또한 인근의 애플 본사도 방문하였는데, 이 지역이 스마트 폰의 메카이다보니 워싱턴에서는 2G수준으로 제공되던 SKT의 로밍 데이터 서비스가 계약대로 3G 스피드를 회복하는 듯 했다 (그 지표로 스마트 폰 앱을 이용하여 통화가 가능했다) .

애플 본사

그리고 마지막날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나의 네비게이션이 엉뚱한 방향을 알려줘서 결국 숙박하던 모텔 인근을 한바퀴 돌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알게된 사실이 바로 옆에 세계적 DB 기업인 오라클 본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높다란 나무사이로 보이는 오라클 본사

팔로 알토에서 가장 흥미있었던 장소는 바로 스티브 잡스의 자택이었다. 실제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후배도 이 집은 처음 와본다고 했는데, 결국 시행착오끝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진과 동일한 집을 발견했다. 집앞에는 3그루의 사과나무가 심어져있고 사과가 많이 달려있었으며 또한 떨어진 사과도 있었다 (기념으로 하나를 집어올까 하다가 무단 가택침입과 절도가 될까봐 그냥 돌아섰다^^).

스티브 잡스의 자택

스티브 잡스의 집앞에서 또 한번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과연 스티브 잡스는 왜 유명해졌을까?
빌 게이츠의 경우 MS 베이직과 MS DOS라는 걸출한 인터프리터 언어와 OS를 만들었으므로 기술적으로도 많은 공헌을 한데 반해서, 잡스가 한 일은 기술적으로 새로운 폰트를 만든 것 이상으로 그다지 큰 진보가 없는 듯 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가 한 대표적인 일은 버튼을 만든 것같다.
게이츠는 창문(window)를 통해 동시에 여러창에서 작업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에 반해서 잡스는 작은 휴대폰에 여백의 미를 가진 버튼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할일은 오직 버튼을 누르는 것이고 버튼 뒤의 복잡한 기술적 매커니즘은 엔지니어의 몫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분화는 커다란 연쇄반응을 일으켜 오늘날의 큰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결코 자신이 새로운 기술의 창조자가 될 필요도 없었고 노동집약에서 오는 가치를 숭상할 필요도 없었다. 기존의 가치를 어떻게 잘 정리해서 부가가치를 만드느냐가 또 다른 창조경제의 해법이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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