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 Texas A&M에서 포닥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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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3월부터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Texas A&M university Health science center에서 Postdoctoral research associate로 근무하고 있는 조준행이라고 합니다. 제가 해외 포닥을 나오기 전에, 저도 코센 한 코너인 해외 포닥분들의 포토 에세이를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나도 해외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직접 이 글을 준비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좌: Texas 위치|*출처: 위키피디아, 우: 종종 호텔 조식에서 발견할 수 있는 텍사스주 모양의 와플
텍사스는 미국의 중남부에 위치한 주로 남부로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기후는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서 계절의 흐름은 비슷하지만 여름이 길고 햇볕이 매우 뜨겁습니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별로 없지만 저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그때 내린 눈이 10년 만에 내린 눈이라고 합니다. 비가 쏟아지다가도 금방 쨍쨍해지고, 한낮 기온이 30도에 이르다가도 비 한 번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할 만큼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또한 텍사스 주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 중 가장 큰 주로 한반도의 3배가 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크다는 의미의 Texas size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지요. 또한 미국 내 대부분의 주들이 단순한 사각형 모양인 데 비해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는 텍사스는 특유의 주 모양을 형성하고 있어서 텍사스 인들의 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주도 모양으로 된 여러 가지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앞에 미국기와 텍사스 주기를 함께 게양한 모습. 보통의 주들은 주기를 국기보다 낮게 다는 데 비해 텍사스는 주의 자긍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국기와 같은 높이에 단다고 합니다.
제가 학위 과정동안 주로 연구했던 내용은 페이지 디스플레이(M13 Phage display) 기술을 이용한 암 줄기세포 탐지를 위한 펩타이드 개발로, 암세포 중 미량으로 존재하는 암줄기세포를 작은 펩타이드를 이용하여 테라그노시스를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특히 저는 여러 나노물질을 이용한 영상 진단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펩타이드와 나노 물질을 융합하는 연구를 진행했었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페이지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Gregory Winter가 선정되면서, 다시금 페이지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항체스크리닝, 펩타이드 스크리닝 등의 기술이 주목 받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Texas A&M university(TAMU)의 molecular and cellular medicine학과에 E.sally ward 교수와 Raimund ober 두 명의 교수가 운영하는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연구 그룹은 IT, Microscopy, 그리고 Biology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며, 서로가 실험적인 기기 세팅이나 정보를 공유하며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보통의 미국 대학의 연구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저녁 6시 정도가 되면 업무를 마무리하고 건물들도 대개 비어있지만, 저를 지도해주는 PI들의 경우 연구적 압박을 조금 많이 하는 편에 속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원생과 포닥들이 7시 이후까지 연구를 하며, 토요일도 모든 연구원들이 나와 PI함께 디스커션을 하거나 각자 실험을 진행합니다. 처음엔 미국에 와서까지 토요일에도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해서 당혹스러웠지만, 연구실마다 연구를 진행하는 PI에 의해 많은 부분이 바뀌기 때문에 포닥을 나오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이 부분도 염두해 두시는 것이 새로운 연구실 환경에 빨리 적응하여 결과를 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Aggie land water tower가 보이는 캠퍼스 모습
캠퍼스 내에서 가장 고전적인 건축양식을 띠고 있는 Academic buildin
TAMU가 위치한 도시인 College station은 텍사스의 중동부에 있으며, 대학을 거점으로 생성된 학술도시로 인구 12만 정도에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소도시입니다. 흔히들 텍사스하면 총기나 거친 이미지를 많이 떠올려서 위험할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학술도시인 만큼 치안이 굉장히 좋고 물가도 저렴한 편에 속해서 생활하기에 괜찮은 도시입니다. 다양한 국적의 국제 학생들이 많아서 외국인에게도 많이 열려있는 분위기이고, 남부 지역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고 친근하며, 더운 지역 특유의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타운 내에도 한식당이 몇 군데 있고, 간편하게 한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중국마켓이 있으며, 근처의 대도시로는 Houston이나 Austin이 1-2시간 정도 이내 거리에 있어서 Hmart(한인마켓)에 가서 한식 재료를 구하는 것도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아파트에서 마주치는 청설모와 토끼들
이 곳에서의 생활 중 가장 만족스러운 점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맑고 깨끗한 공기와 자연에 가까운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선 이제 봄의 황사만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로 인해 비염을 달고 살았는데 여기선 그런 걱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아침엔 집 근처에 와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에 잠에서 깨고, 어릴 때도 잘 보지 못하던 반딧불을 보기도 합니다. 아파트와 캠퍼스 내엔 청설모와 토끼가 흔히 돌아다니고, 근처 공원에선 작은 여우까지 만날 때도 있어서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기도 하고 제 생활이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타운에 3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고 고속도로를 조금만 타고 나가다 보면 탁 트인 초원에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어서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안이 큰 것 같습니다.
TAMU의 풋볼팀 Texas A&M Aggies와 캠퍼스 내에 풋볼 경기장 Kyle Field는 TAMU의 큰 자랑거리입니다. Kyle Field는 세계에서 5번째, 미국 내에서 4번째로 큰 경기장이고, 대학 풋볼 전체에서도 가장 팬들의 함성 소리가 큰 경기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하니 한 번쯤은 경기장에 가서 풋볼도 관람해보고 그 열기를 함께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Aggies는 풋볼팀 뿐만 아니라 Texas A&M의 학생들을 모두 Aggies라고 부르는데 여러 가지 전통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은 Aggie Ring이라고 불리는 졸업 반지를 맞춰서 끼고 다니며, 학교의 전통과 정신을 관통하는 Aggie Sprit을 공유하며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동문 의식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주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대단해서 Aggies의 상징인 Maroon색의 티셔츠나 옷을 평소에도 많이 입고 다니고, 자동차엔 TAMU 스티커나 엠블럼이 붙어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캠퍼스 내 풋볼 경기장 Kyle Field
Kyle Field의 경기장 내부 모습|*출처: 위키피디아
캠퍼스 내 Memorial Student Center에 위치한 샵 - 티셔츠를 포함한 각종 Aggies 용품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의 음식으로는 역시 Tex-Mex와 텍사스 바비큐가 유명합니다. 미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융합되어 생긴 Tex-Mex는 텍사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멕시칸 레스토랑 역시 Tex-Mex 스타일이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맛입니다. 텍사스 바비큐는 그릴에 직화로 굽는 방식이 아닌 장작을 태운 연기를 이용해서 저온으로 오랜 시간 훈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훈연한 Brisket(양지)가 유명한데, 그릴에 구운 것과는 또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드 디쉬로 식빵에 샐러드 정도로 투박하게 나오지만 그만큼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Austin의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화히타와 바비큐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립 바비큐
텍사스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Austin의 바비큐 바
Austin의 Colorado River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유명한 멕시칸 레스토랑 Oasis
주변에 관광할 만한 곳으로는 샌 안토니오(San Antonio), 휴스턴(Houston), 오스틴(Austin), 달라스(Dallas), 포트워스(Fort Worth) 정도의 도시가 3-4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습니다. 샌안토니오로 가는 길엔 미국에서도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산마르코 아울렛이 있고, 텍사스의 멕시코로부터의 독립 전쟁 유적지인 알라모 요새(Alamo), 청계천의 모델이 되었던 리버 워크(River walk), 영화 코코에서 보았던 멕시코 소품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히스토릭 마켓(Historic marcket)이 있습니다. 특히 포트워스의 Stock Yards는 카우보이로 대표되는 텍사스의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Stock Yards에서는 로데오 경기와 카우보이 시대 때의 소몰이와 말타기 묘기를 보여주는 포니쇼가 볼만합니다. Long horn이라고 불리는 긴 뿔을 가진 소들의 행렬과, 텍사스 부츠와 카우보이 모자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경험입니다.
샌 안토니오의 알라모 요새의 야경
샌안토니오의 리버 워크
히스토릭 마켓의 한 골목길
한 상점의 텍사스 부츠들
Long Horn이라고 하는 긴 뿔을 가진 소의 모습
포트워스의 Stock Yards에서 열리는 로데오와 Pony쇼
지금까지 제가 1년 7개월여 동안 경험했던 포닥 생활 그리고 텍사스라는 아주 큰 미국의 주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해보았습니다. 제가 지내 본 경험으로는 햇빛이 너무 뜨거워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의 한여름을 제외하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포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가 연구 분야, 두 번째가 생활 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텍사스는 포닥으로서의 해외 생활에도 경제적으로 큰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사학위 심사를 앞두고 있어서 해외 포닥을 준비하는 분들, 그리고 미국 다른 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많은 대학원생 혹은 포닥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가 되었길 바랍니다.
텍사스에 생활해 본적이 없는데 자세한 소개 감사합니다
다음에 여행가게되면 볼만한 것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