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독일 소도시 Cottbus에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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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부터 브란덴부르크 공대(brandenburgische technologische Universität Cottbus-Seftenberg)에서 환경과학 학사 끝내고 공정공학 석사를 공부하고 있는 윤정입니다. 제가 콧부스(Cottbus)에서 살게 된 지도 어언 4년이 되었습니다. 콧부스는 인구 10만 남짓의 독일에서는 메가시티(Megastadt)에 속하지만 한국으로 치면 소도시인 대학도시입니다. 폴란드 국경까지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독일에서도 극동독에 속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동유럽의 분위기와 동독 시절의 느낌도 느껴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 조그마한 소도시에서의 저의 삶은 어떠할까요?
콧부스 근처 어느 호숫가에서 동기들과 함께
우선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역사와 유서가 깊은 대학이 많은 유럽에서는 보기 드문 20년 정도 된 신생 대학입니다. 덕분에 캠퍼스가 도시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많은 독일 대학들과는 다르게 미국 종합 대학의 느낌이 강한 캠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인 캠퍼스가 도시 중앙에서 그리 멀지 않게 위치해 있고 캠퍼스의 거의 모든 건물이 함께 붙어 있는 형태입니다. 메인 캠퍼스를 제외하고도 분교들이 있는데, 콧부스 놀드(Nord)와 작슨돌프(Sachendorf)지역, 그리고 제프튼벌그(Senftenberg)라는 다른 도시에도 캠퍼스가 위치해 있습니다. 전체 학생수는 8000명 정도인데 이중에 20%가 외국인 학생들입니다.
브란덴부르크 공대 메인 캠퍼스
코로나 전에는 수업을 하고 학생식당인 멘자(Mensa)에 가서 밥을 먹고, 카페테리아에서 케잌이나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다시 수업을 가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후에는 다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서 캠퍼스에 들를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름 학기에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다음 학기에도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상입니다.
4월, 5월에는 모든 대학교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랩에서의 연구도 중단되었는데, 지금은 웬만한 업무는 학교에서 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몇몇 시험들은 오프라인으로 학교에서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브란덴부르크 공대 메인 캠퍼스 야경
대학교의 자랑인 도서관도 다시 문을 열어서 집에서 공부하기가 힘이 들 때면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곤 한답니다. 물론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에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에 다시 문을 열어서 고마웠습니다. 에어컨을 보기 힘든 독일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을 쐬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브란덴부르크 공대 도서관은 건축가 Herzog & De Meuron이 건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도서관 내부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건물 디자인은 정말 멋있어서 날씨 좋을 때마다 도서관 근처를 지나면 아직도 사진을 찍곤 합니다.
브란덴부르크 공대 도서관 (출처: https://www.b-tu.de/en/contact)
그 옆에는 독일에서는 종종 보기 쉬운 건축물입니다. 베를린 장벽을 여기 콧부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학교 캠퍼스에는 동독에서 지은 베를린 장벽 중 네 점이 사각형을 이루며 서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을 위해 장벽의 안정성과 안전성을 검토하려고 저희 대학교로 보냈다가 여기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장벽을 세워놓은 것 같지만 의미가 있습니다. 동독에서는 장벽의 동독을 향하는 면을 내부로 지칭하고 서독을 향하는 면을 외부로 지칭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장벽을 세울 때는 서독을 향하는 면을 안쪽으로 넣어서 내부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서독이였던 외부가 내부가 되고 동독이였던 외부가 내부가 되는 셈입니다. 아마 독일의 통일을 장벽의 구조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콧부스에 위치해 있는 베를린 장벽
물론 우리에게는 너무 작은 도시이지만 이래봬도 콧부스는 브란덴부르크 주에서 포츠담 다음으로 가장 큰 도시입니다. 독일에서 동유럽으로 기차를 타고 넘어가거나, 베를린에서 라이프지히(Leipzig)이나 드레스덴(Dresden) 같은 주요 도시를 기차로 이동을 하게 되면 꼭 들리는 곳이 콧부스입니다. 따라서 인구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여행을 많이 하는 독일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지도가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콧부스 위치 (출처: http://www.worldeasyguides.com/europe/germany/cottbus/where-is-cottbus-on-map-germany/)
콧부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브라니츠 파크와 동물원입니다. 브라니츠 파크(Branitz Park)는 Hermann Fürst von Pückler에 의해 1846년부터 1871년까지 Fürst가 죽은 뒤에도 그의 가족들에 의해1888년까지 지어진 공원입니다. Hermann Fürst von Pückler는 그 당시에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슬람권의 나라를 여행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는 터번을 종종 썼다고 하는데, 콧부스에 이곳 저곳 그가 터번을 쓰고 있는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터번을 쓴 Hermann Fürst von Pückler
그가 지은 브라니츠 파크 역시 이슬람과 북아프리카 문화에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브라니츠 파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피라미드입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영감을 받은 그가 호수 한 가운데에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언덕을 쌓은 것입니다. 이집트 피라미드와는 다르게 흙으로 덮여 있어서 봄과 여름에는 녹색 빛으로 피라미드가 물들고, 가을에는 낙엽빛으로, 그리고 겨울에 눈이 오면 피라미드가 하얗게 덮입니다.
브라니츠 공원에 위치한 피라미드
콧부스 동물원(Cottbus Tierpark)은 브라니츠 파크의 옆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동독시절인 1954년에 문을 열었고 현재는 호랑이, 펭귄 등을 포함한 170여 종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여기서 동물원이라고 해석하기는 했지만, 독일에서는 Tierpark와 Zoologischer Garten(줄여서 Zoo)에 차이가 있습니다. Zoo의 경우 크기도 크고 전 세계에서 건너온 신기한 동물들을 데려다 놓는 경우가 많은데, Tierpark는 크기도 작고 지역에서 같은 지역 혹은 위도에서 나오는 동물들이 있다고 합니다. 콧부스의 동물원의 경우 크기가 작은 편이라서 Tierpark에 속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콧부스 동물원의 겨울 (출처: https://www.tierparkcottbus.de/de/tierpark-cottbus/bildgalerie.html)
저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여가시간에도 많은 것들을 하곤 합니다. 코로나가 아니였으면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대학교에 있는 스포츠할레(Sporthall)에 가서 암벽등반이나 배드민턴을 했겠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여러가지 다른 활동을 통해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콧부스의 구시가지 근처를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사실 산책을 하러 오지는 않고, 무언가를 사거나 친구들과 만날 때 많이 들리곤 합니다. 콧부스의 구시가지는 큰 도시들처럼 화려하거나 크지는 않지만 그 나름대로의 아늑함과 유럽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베트남 식당과 그리스 식당도 여기에 위치해 있습니다. 콧부스에서 행사가 열리면 거의 대부분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도시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콧부스의 구시가지 (출처: https://urlaubsreich.de/auf-geniessertour-cottbuser-city/)
두번째로는 자전거를 타고 콧부스와 콧부스의 근교를 다니는 것입니다. 독일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나 소도시 같은 경우,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면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다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30-40km 를 자전거를 타고 근교 도시인 파이츠(Peitz)나 타이흐란드(Teichland)에 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고 오기도 한답니다. 언제 시간이 되면 동독에서 서독 끝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는 게 목표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간 파이츠에 위치한 얜슈발데 발전소 (Kraftwerk Jänschwalde)
세번째로는 집에서 할 수 있는 베이킹입니다. 최근에 제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취미 중 하나가 베이킹입니다. 한국 빵이 그리울 때면 소세지 빵이나 단팥빵을 구워먹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레드벨벳 케잌이나 독일의 치즈케이크도 오븐에 구워서 해먹습니다. 원래는 빵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요즘에는 빵 만드는 과정이 좋아서 베이킹을 해서 친구들과 나눠먹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구워본 생크림 단팥빵
앞 작은 마당에서 야채와 과일을 키우는 것도 소일거리 중 하나입니다. 현재 저의 정원에서는 배추, 고추, 바질, 파, 부추 등등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또한 조그마한 마당이 생긴 덕분에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도 하고 밖에서 맥주를 한잔하기도 합니다. 올해에는 대만, 중국 친구들과 함께 단오에 대나무잎에 싼 밥을 같이 만들어서 나눠먹기도 했구요.
친구들과 함께한 단오
독일의 여름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에 비하면은 습도도 낮고 기온도 한국 여름 기온 정도인데, 독일에 살면 왠지 모르게 더 덥게 느껴집니다. 30도가 넘는 날이면 수영장을 가거나 인공 호수, 하천으로 놀러 가서 물놀이를 즐깁니다. 특히 콧부스 주변은 인공 호수가 많은데, 석탄이 많이 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석탄을 파고 움푹 들어간 지형을 물로 채워넣기 때문입니다. 이번 년도에는 베를린 근처에 Bad Saarow 라는 호수에 가서 친구들과 스탠딩 패들 보드와 패들보트라고 페달을 밟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배를 타고 호수를 즐겼답니다.
호수에서 처음 타본 스탠딩 패들보드
콧부스에 위치한 벌그(Burg)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슈프레발트(Spreewald)에 속해있는데, 슈프레발트로 유명한 루버나우나 루번의 상류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년 독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슈프레발트를 보기 위해서 오는데 벌그는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아서 루버나우나 루번보다는 한적하게 슈프레발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거의 연례행사로 이곳에 가서 카약을 타거나 보트를 타러가곤 합니다.
슈프레발트에서 즐기는 카약킹
코로나 전에는 여름축제로 도시가 북적이곤 했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름에는 모든 행사가 취소되었습니다. 콧부스의 여름축제는 대학교에서 한번, 도시에서 한번, 사기업에서 한번, 총 세번의 여름축제를 엽니다. 대학교와 사기업에서 하는 여름 축제는 음악 콘서트와 함께 젊은 사람들은 위한 축제인 반면에, 도시에서 열리는 여름축제는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입니다.
여름축제가 한창은 구시가지. 사람들로 엄청 북적였다.
도시에서의 여름축제는 도시 구시가지와 근처 공원에서 열립니다. 저는 3년 연속 도시에서 열리는 여름축제에서 다른 나라 고유의 음식을 판매할 수 있는 콧부스 오픈(Cottbus Open)이라는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한국 음식을 맛보기 힘든 콧부스 사람들에게 한국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주된 음식으로는 양념치킨, 주먹밥, 불고기 등을 팔았었고, 유자차랑 매실차도 사이다와 함께 섞어서 팔았습니다. 양념치킨과 떡튀김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국음식의 잠재력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콧부스 오픈에서 한국 부스
독일의 겨울은 여름에 비해서 많이 어두운 편입니다. 해가 4시에서 5시면 저물뿐더러 한달에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손에 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해가 비추기만 하면 사람들이 다 나가서 햇빛을 쬡니다. 맨 처음에는 햇빛이 뭐라고 계속 나가나 싶겠지만, 독일에 계속 살다보면 이들을 이해하고 저 또한 같은 처지가 되었습니다. 해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우울증같이 적은 일조량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주위를 기울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여름은 몰라도 겨울에는 무조건 비타민 D를 따로 섭취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겨울이 되면 독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도시가 작건 크건 독일 전국에서 크리스마스마켓으로 도시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수업을 마치고 구시가지로 나가서 따듯하게 뎁힌 와인인 글루와인 한잔에 랑고스나 한드브롯(Handbrot)으로 저녁배를 채우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면서 온 몸이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콧부스의 크리스마스 마켓
독일 전역에서, 혹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는 콧부스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드레스덴이 있지만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크리스마스 마켓은 레데(Lehde)에 위치한 슈프리발드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레데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는 가장 흔한 방법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레데라는 동네가 강가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차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조그마한 동네이다 보니깐 상업화되고 화려하게 꾸며진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들과는 다르게 동네에서 직접 생산한 꿀이나 잼이라던가 할머니들이 직접 짜신 옷이나 목도리 등을 살 수 있습니다. 확실히 로컬화 되어있고 무언가 따듯한 느낌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라 제가 정말 애정하는 곳입니다.
레데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어가기 위한 배
독일 소도시에서의 삶은 파티나 밤문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심심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술집도 행사가 있지 않으면 늦어야 2시면 문을 닫고 클럽도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화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바베큐를 하며 맥주 한잔하며 하루를 끝마치는게 나쁘지 않으시다는 분들에게는 콧부스 같은 저녁이 있는 독일 삶을 잘 보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과 건축물 그리고 삶이 모두 아름다워보입니다.^^ 도시처럼 화려하고 북적이진 않지만 더 여유롭고 멋져보여요. 빵도 전문가처럼 만드시는걸요~쵝오~
콧부스에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 거 같아 보기 좋습니다. 온갖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시니 고향이 그립지는 않으시겠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잘 챙기지 않는 단오 행사를 글로벌하게(?) 주최하시고, 한국음식을 소개하시고, 민간 외교관이 따로 없으시네요.^^
작년에 라이프치히에 가면서, 베를린, 포츠담, 드레스덴, 프라하까지 모두 들렸는데, 콧부스는 몰랐네요. 혹시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들려봐야겠습니다. 참고로 작년 동독지역 기행문입니다: https://blog.naver.com/zwgeem/221523959389
사진만 봐도 너무 행복해보이네요~~! 기분 좋아기는 글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