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작은 도시 Freiberg에서 헬름홀츠 연구소 박사과정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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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독일 동쪽에 작센 주에 위치한 Freiberg이라는 작은 소도시에 거주 중이며 현재 헬름홀츠 연구소에서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안소현입니다. 소속 되어있는 연구소 본원은 드레스덴에 위치하고 있는 Helmholtz-Zentrum Dresden-Rossendorf (HZDR) 이며,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그 중에서도 재료 기술에 연구 분야가 집중 되어있는 Helmholtz Institute Freiberg for resource technology (HIF) 라는 곳입니다. 저는 아헨공과대학 (RWTH Aachen)에서 환경공학 석사를 마치고 작년 7월부터 HIF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독일 전역의 헬름홀츠 협회 소속 연구소들 출처: https://www.helmholtz.de/
Helmholtz Association 은 독일 전역에서 총 18개의 센터, 그리고 43000명의 직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독일 최대 규모의 정부 출연 연구 기관입니다. 리스트를 보시다 보면 DESY, DLR(German Aerospace center)와 같이 명칭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헬름홀츠 협회 소속인 연구소들도 있습니다. 저도 헬름홀츠 협회 연구소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박사과정 자리를 찾을 때나 되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헬름홀츠 협회는 대부분 대학이나 산업계에서 수행할 수 없는 거대 연구나 국가가 담당해야 할 연구를 많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크게는 에너지, 환경, 보건, 항공 우주, 입자 및 물질 구조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독일 연구소가 그러하듯, 대학의 캠퍼스 인근에 위치하며 각각의 연구 센터들은 특정 연구 분야에 집중합니다. 헬름홀츠 협회 소속 박사 과정 연구원이어서 좋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헬름홀츠 소속 연구소에서 일하는 박사과정 연구원들끼리 내부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그룹인 HeJu(Helmholtz Juniors)가 있으며 각 연구소마다 정기적인 Heju 미팅에 참석하여 발언을 담당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Heju는 박사과정학생들의 연구환경 발전 등을 위해 다양한 설문조사, 행사 등을 주최하여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hzdr.de/
HZDR은 여러 연구소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센터를 지칭합니다. 드레스덴에 위치한 HZDR은 대략 60개국 이상의 배경의 1400명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매우 인터내셔널한 환경입니다. 헬름홀츠 협회에 소속된 연구소들 중에서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드레스덴뿐만 아니라 저희 연구소처럼 다른 도시에 위치해 있지만 HZDR 소속인 연구소들이 더 있으며 (Dresden, Freiberg, Görlitz, Grenoble (France), Leipzig, Schenefeld near Hamburg), 현재 HZDR에 일하고 계시는 한국분들도 몇 분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드레스덴에 위치한 연구 캠퍼스를 방문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한번 방문해 보고싶습니다. 매년 HZDR 소속 박사 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가 열리는데,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한 규제들로 인해 하이브리드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라이베르크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는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전까지는 필드 트립 겸 세미나 행사를 계획하여 다른 곳에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해서 서로 연구 내용도 교류하고 네트워킹을 다지는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HIF 전경 및 컨셉 출처: http://www.hzdr.de/hif
Helmholtz Institute는 Helmholtz Center와 대학 간의 파트너십을 맺은 연구소들을 말합니다. HIF는 현존하는 대학들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광산 기술 대학인 Technische Universität Bergakademie Freiberg (TUBAF) 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주요 과제들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대학에 제 업무에 필요한 기기가 있으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사람들과 HIF 연구원들이 서로 업무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HIF는 헬름홀츠 연구소들 중에서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 생긴 신생 연구소입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광물 및 금속 함유 재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산업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HIF는 현재 Exploration, Processing, Biotechnology, Process Metallurgy, Analytics, 그리고 Modelling and Valuation, 총 6개의 부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저는 그 중 Department Processing에서 Recycling 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연구 대상인 Water electrolyzer 의 종류
저는 현재 독일 연방 교육 연구부 (BMBF)에서 주도하는 수소 생산 및 규모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H2giga)에서 수전해조 재활용 (ReNaRe: Water electrolyzer recycling)과 관련된 주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수전해 기술을 이용한 전기 생산을 5기가와트로 확장하는 것을 국가 수소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독일 전역에서 백여개의 산업적, 교육적 파트너들이 서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 자리를 찾게 되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든 인터뷰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오랜 시간을 들여서 갈 필요가 없어 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어느 곳도 직접 방문해서 연구소의 분위기를 겪어보지 못 해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고, 일하게 된 HIF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연구소에 출근하던 날, 설레기도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떨어진 것 같아 긴장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처음 부서장과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연구소에 아직 한국인이 없다며 제가 만약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첫번째 이자 유일한 한국인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이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연구자분이 기회가 되어 저희 연구소에 오시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소는 30여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동료들이 일하고 있으며 공식 언어는 독일어와 영어입니다. 독일어 프로그램으로 석사를 마친 저였지만 연구소 공식 언어 중 하나가 영어라 한결 언어에 대한 부담감이 낮았습니다. 물론 프로젝트 미팅을 할 때에는 독일어가 공식 언어라 매번 독일어로 발표를 준비해야하는 나날의 반복이지만,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일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다시 시작되었던 코로나로 인한 규제들로 인해 동료들과 비록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상황이 잠시 진정되었던 작년 여름, 부서 차원에서 팀원들과 함께 도시를 걷고 등산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연구소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한달도 되지 않아서 아직 동료들과 친해질 시간도 없었고 Freiberg에 대해서도 잘 모를 때였는데, 동료들과 함께 하루 종일 도시를 걷고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이런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습니다만, 요즘은 점차 규제가 많이 풀리고 있고 어느정도 생활이 많이 정상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여름에는 각종 활동들을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년에 두 번 저희 연구소에서는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러닝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서장이 일주일에 한번은 하프 마라톤을 꼭 뛰는 러너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맨 처음 인터뷰를 볼 당시 저도 체력 강화를 위해 러닝을 가끔 하던 때라 러닝을 좋아한다는 한마디를 했다가 결국 같이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5 km까지 쉬지 않고 뛰어보지는 않았었는데, 이 대회를 참석하게 되면서 한달 정도 거의 매일 러닝을 뛰는 훈련을 했고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서장을 비롯한 몇명의 연구소 러너들은 5km 20-22분대로 기록하는 놀라운 달리기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5월 말에 드레스덴에서 같은 러닝 대회가 열리고 연구소 동료들은 이번에도 참석합니다. 비록 저는 저 무서운 러너들 사이에서 뛰기엔 지난 겨울동안 러닝을 쉬어서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습니다만, 날씨가 좀 더 풀리고, 다시 한번 연습을 열심히 한 뒤 가을에 다시 한번 동료들과 함께 뛰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밖에도 박사과정 동료의 캠페인 중 하나인 100여개의 냉장고를 재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연구 대상인 수전해 셀은 두께가 마이크로미터 단위이고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 아주 작은 입자들을 연구해야 하는 반면, 이 친구의 연구 대상은 몇 백키로씩 하는 냉장고이니 저희 연구소의 연구 분야는 정말 광범위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라 대부분의 일들은 온라인으로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출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나름 연구소 생활 중 첫 출장이라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를 제외하고는 전부 독일인인 동료들과 함께 출장 기간 내내 독일어로 대화하고 독일 식당에서 식사를 했던 시간들은 약간은 힘들었지만, 그 덕에 며칠 새 독일어가 반짝 늘었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요.
맨 처음 프라이베르크(Freiberg)를 들으신 분들은 대부분 프라이부르크(Freiburg)라고 알아들으시고, 저도 심지어 면접을 볼 때 처음에 연구소가 당연히 프라이부르크에 있다고 생각을 할 정도로 독일에서도 프라이베르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프라이베르크는 독일 동쪽에 드레스덴과 켐니츠 사이에 있는 위치한 인구 4만 정도의 아주 작은 규모의 소도시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베르크는 광산도시로 불리울만큼 광업과 야금 산업에서는 매우 유명한데, 구시가지에 가면 전 세계에서 수집한 광물이 모여 있는 광물 박물관도 있습니다. 광석 산업은 중세 시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지속되었으며 은이 주요 추출 성분이라 프라이베르크를 Silberstadt (Silver city)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석사 유학 당시 서쪽 끝에서 살다가 동쪽 끝으로 이동을 하게 되어서 이런 저런 걱정도 많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도시가 작다 보니 마트를 가더라도 몇 번만 가도 알아보는 등 좀 더 정겨운 면모들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곳이다 보니 여가 시간에 할 일이 그렇게 다양하진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말에 F1 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를 챙겨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책을 하러 구시가지로 나가거나 남쪽에 위치한 산책길을 걷습니다. 구시가지에 가더라도 매번 가는 곳이 정해져 있고 걷는 코스가 매번 비슷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햇빛이 나는 날에는 많이 돌아다니려고 노력합니다. 드레스덴이 여기서 기차로 3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가끔 드레스덴으로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프라이베르크의 겨울은 아주 혹독합니다. 독일의 대부분이 지역의 날씨가 좋지 않지만, 유독 이곳의 겨울은 길고 추우며 눈이 아주 많이 옵니다. 아침에 눈 뜨고 밖을 내다보면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고, 출근 후 해가 잠시 나오다 가도 퇴근할 때가 다가오면 다시 한번 눈보라가 몰아치는 나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추운 날씨에 취약한 편이고 그 전까지 아헨에 살면서 이 곳 보다 더 날씨가 안 좋은 곳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프라이베르크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 곳에 집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지붕의 경사가 매우 가파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주민들 사이에서는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집들 근처에서 다닐 때 조심하라고 합니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눈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주변에 지인이 겨울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눈을 맞은 적이 있다고 하니 조심하면서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4월에도 마찬가지로 하루에도 수시로 눈이 오고 해가 나고 우박이 내리는 등의 다이나믹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눈 구경은 실컷 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이러한 혹독한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 특히 작센 주에서 확진자의 추이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예 취소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는 독일도 벌써 2년째이니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료가 다른 대도시들과 다르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 글루바인을 사려고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했는데, 결국 취소가 되더라구요. 또한 크리스마스 마켓 하나만을 바라보고 준비했을 소상공인들을 생각하니 그것 또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에는 부디 상황이 많이 호전되어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프라이베르크에 정착한 지도 벌써 10개월이 되어갑니다. 곧 있으면 1년을 채우겠네요. 아헨을 떠나 7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박사과정 연구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고, 차가운 이곳의 날씨에도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작은 곳에서 살게 될 줄 몰랐지만 대도시와 소도시는 각각의 장장단점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을 끝낸 이후에는 또 어디에 가서 살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한 곳에 오래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도시에서 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종사하고 있는 수전해분야와는 다른 연구를 연구소에서 주로 진행하는군요. 향후, 전해조 재활용 연구에 대해 좋은 결실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쪽에 있는 Freiburg 라 이름이 비슷해서, 서쪽인줄 알았습니다. 같은 작센주에 계시는 분이니 더 반갑네요. 좋은 연구 성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프라이베르크 도시이름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좋은 연구환경에 계신것 같네요! 국가 연구소에 속해서 학위를 진행하면 학점이수를 위한 수업은 어떻게 수강하나요????
날씨때문에 고생(?)하시겠네요.드레스덴은 박근혜대통령 방문으로 2차대전으로 철저한 파괴를 딛고 일어선 도시로
들어봤지만 프라이베르크 독일 도시 이름은 처음이고 인구 4만의 도시라니 서울 한지역 구보다 안되군요.
앞으로 수소 세상이 분명 될거니 우리나라에도 도움 주시고 건강 챙기시고요.홧팅!
안소연님 덕분에 Freiberg 도시 및 헬름홀츠 협회에 소속된 연구소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스트리아 Wien에서 공부했던 70/80년대에는 동독 도시인 Freiberg에는 가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갈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가보고싶은 곳이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