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대학에서의 박사과정 생활
- 5853
- 21
- 8
안녕하세요! 미국 캔터키 대학에서 영문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진미라고 합니다. 과학기술자 네트워크 코센은 지난 북릴레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포토에세이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캔터키를 들으면 무엇이 생각나는지요?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KFC를 떠올리리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물론 Kentucky Fried Chicken 1호점이 캔터키에 있긴 합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만난 캔터키 원주민들은 Kentucky Fried Chicken보다는 Five Guys, Cane’s, Chick-fil-A 등등의 패스트푸드를 즐기더군요.) 혹은 미국의 역사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링컨 대통령의 출생지가 캔터키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듯합니다. 저 역시 캔터키를 알아가는 유학생이지만, 부족한 필력으로나마 이번 지면을 통해 캔터키 대학과 캔터키의 매력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캔터키 대학을 알기 훨씬 이전부터 한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음악(https://www.youtube.com/watch?v=TXV8yO1FucA)입니다. 편히 감상하시면서 저의 포토에세이를 즐기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캔터키는 미국 남동부에 위치하여 북쪽으로는 오하이오 강을 접하고 동쪽으로는 아팔라치아 산맥(the Appalachian Mountains)을 끼고 있습니다. 때문에 캔터키 대학은 아팔라치아 고원과 관련된 생태와 문화에 특화된 연구를 진행하기로도 유명합니다. 캔터키 대학이 있는 렉싱턴은 캔터키 주에서 루이빌(Louisville) 다음으로 큰 도시로 2020년도 기준으로 약 322,200명이 살고 있습니다.
(출처: Nations Online Project)
캔터키인들에 따르면, 렉싱턴은 대학도시로서 평화롭고 안전한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합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물건을 도둑맞거나 노골적인 인종차별 등에 대한 소식을 듣진 못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캔터키인들의 특유의 악센트로 가끔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곤 하는데요. 캔터키 영어에서 특징적인 것으로, 미국 북부와 서부에서는 사람들을 “you guys”라고 부르는 반면, 남부쪽에서는 “y’all”이라고 부른다는 점입니다. 이와 같이 모음을 길게 빼며 발음하는 하는 것이 캔터키 및 남부지역의 악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구네 아파트 앞에서 찍은 렉싱턴 사진
렉싱턴 시내 모습
캔터키 대학(University of Kentucky)은 캔터키의 플래그 쉽 대학으로 캔터키 주의 재정이 캔터키 대학의 프로그램들에게 전폭 지원되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대학원 과정에 약 45명의 한국인 학생들이 있는데요, 수는 적지만 치의학, 화학공학, 키네시올리지학, 곤충학, 간호학, 약학과, 행정학, 심리학, 교육학, 상담심리학, 지리학, 철학과, 문화인류학, 커뮤니케이션학, 영문과, 음악학과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캔터키 대학 풍경들
캔터키 대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은 남자 MBA선수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라는 점입니다. 캔터키 대학의 농구 팀의 경기가 열릴 때면 학교 주변이 온통 파란 복장의 사람들로 가득 차곤 하는데요. 이제 곧 9월부터 세번의 게임데이가 있을 예정입니다. 게임데이 축제를 즐기는 파란 물결 속에서 얼굴이 벌겋도록 응원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캔터키 대학의 농구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하게 됩니다.
Photo by Quinn Foster I UK Athletics
제가 처음 렉싱턴에 왔을 때, 저희 과 DGS (Director of Graduate Studies)가 렉싱턴에는 하이킹하기 좋은 곳들이 있다고 추천해주더군요.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Natural Bridge State Park가 있습니다. 유럽 정착민들이 신대륙 미국을 오기 훨씬 전부터 모나칸 인디언들은 이곳을 신성한 장소로 여겼다고 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슨 제퍼슨이 이 곳의 풍경에 반하여 이 지대를 사들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제퍼슨은 Natural Bridge를 보며 “가장 숭고한 자연의 작업물”이라고 칭송했다고 하죠. 18, 19세기엔 미국인들이 말을 타고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했으며, 고전소설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도 언급되기도 할 정도로 역사적 유례가 깊습니다. 9.6km의 하이킹 트레일이 있고, 모나칸 인디언 마을도 잘 보존되어 구경할 수 있다고 하니 렉싱턴에 오면 꼭 들러야 할 명소입니다.
(출처: https://theinnatforestoaks.com/area/natural-bridge-state-park/)
캔터키 대학은 렉싱턴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 수많은 목장이 있는데요, 많은 한국인 선배님들께서는 렉싱턴에서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목장을 둘러 싼 드라이브길을 꼽곤 합니다. 2019년 기사에 따르면 렉싱턴에는 약 450개의 말 농장이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렉싱턴은 “말의 수도”("horse capital of the world")라고 일컬어지곤 합니다. 경마는 “가장 흥미진진한 2분간의 스포츠” 혹은 “가장 빠른 2분의 스포츠”라고 부르는데요, 훌륭한 순종의 말들이 이곳 렉싱턴에서 번식되고 길러지며 경마가 됩니다. 3년된 순종의 경마들이 2주, 그리고 3주 간격으로 세번의 경기를 뛰는 Triple Crown 대회에서 나온 챔피언 경마들인 Secretariat, Seattle Slew, 그리고 American Pharoah가 모두 렉싱턴의 말들이라고 하네요. 매년 열리는 이 Triple Crown은 경마 대회 중 가장 완주하기 어려운 대회 중 하나라고 합니다. 때문에 1919년에 처음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오직 열 세마리의 경마가 챔피언의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Triple Crown의 첫 경기는 캔터키 루이빌의 Kentucky Derby에서 5월에 열리고 있습니다. 렉싱턴에도 Keeneland 경마장에서 매해 두번, 4월과 9월에 기량이 뛰어난 순종의 말들이 참가하는 경기가 열립니다. 혹시나 렉싱턴에 방문할 기회가 있는 분들은 말 농장 투어 및 경마 경기 관람을 추천 드립니다.
친구들과 Bonne Chance 말 농장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날 아마추어 사진작가 John이 찍은 작품들이에요.
렉싱턴 시내에서 볼 수 있는 경마 동상들. (출처: https://www.visitlex.com/guides/post/lexingtons-equine-history/)
버번은 옥수수와 호밀로 만든 미국 위스키입니다. 전 세계의 대부분의 Bourbon이 70개에 달하는 캔터키의 증류주 공장에서 제조된다고 합니다. 95%의 버번이 캔터키에서 만들어지고, 최고의 버번은 100% 캔터키에서 나온다고 하지요. 위스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아실만한 브랜드로는 Jim Beam, Woodford Reserve, Maker’s Mark, Wild Turkey를 예를 들 수 있겠네요. 캔터키의 자연환경과 기후가 버번 증류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합니다. 캔터키의 물이 높은 pH를 띠고, 칼슘과 마그네슘을 포함하여 높은 비율의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러한 요소가 증류에 최상의 조건이라고 하네요. 이러한 장점을 포착한 유럽 정착민들이 1700년대에 캔터키에 자리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버번 제조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저 또한 난생 처음으로 버번 위스키를 마셔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버번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보통은 진저에일에 레몬즙을 살짝 얹어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곤 합니다. 위스키를 가볍게 드셔보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합니다. 그리고 애주가분들은 캔터키를 찾게 된다면 꼭 증류주 공장 투어를 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캔터키의 증류주 공장
저는 이번 가을학기를 두번째 맞이하며 박사과정 2년차로 접어듭니다. 영문과이지만 토종 한국인으로서 지난 1년간은 새로운 토양의 환경과 문화, 그리고 언어에 부딪치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인문대에서는 2년차에 지도교수 및 논문 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제 세부전공분야를 구체적으로 정하게 됩니다.
제 관심분야는 현대미국문학과 speculative fiction 중에서도 sci-fi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주제면에서는 이질적인 것들을 마주하며 제기되는 인간성 탐구가 연구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자본주의, 계층이론, 생태학, 페미니즘, 트라우마 이론 등등의 사회학·철학·심리학 이론이 문학과 적용되며 현 사회를 진단하고 문제적 현실에 새로운 대안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제 연구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학생센터 야외 테라스에서 찍은 76m의 Patterson Office Tower. 인문대 오피스와 수업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The Robert E. Hemenway Writing Cente 제가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시간을 보냈던 곳은 캔터키 대학의 도서관입니다. 과제하느라 자주 가기도 하였지만은, TA로서 도서관 지하에 위치한 Writing Center에 매일 세시간씩 근무를 해야만 했기에 주중에는 항상 머무는 공간이었습니다.
William T. Young Library 전경, 출처: John
도서관 안에서 찍은 야외 풍경
여러 친구들에게서 이곳 도서관에 위치한 스타벅스가 미국대학 내 입점 된 스타벅스 중에서 가장 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1층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오트밀라떼를 한 손에 쥐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스터디 공간을 지나쳐 근무지인 The Robert E. Hemenway Writing Center에 다다르게 됩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미국 대학의 영문과 TA들은 Writing Center에서 튜터로 일하거나 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양수업을 배정받게 됩니다. 저는 작년 캔터키 대학의 Writing Center에 배정되어 학부생들부터 교수진들까지 약 4천명의 잠재적 고객들을 대상으로 모든 형태의 글쓰기를 첨삭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일을 하였습니다. Writing Center를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세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고객이 직접 찾아와 튜터와 직접 대면하면서 첨삭을 받는 방법, 두번째로 온라인 줌미팅으로 본인의 글을 띄워 놓고 튜터와 함께 보면서 첨삭을 받는 방법, 마지막으로 Writing Center 웹 사이트에 고객이 글쓰기 파일을 올리면 튜터가 그 파일에 코멘트를 다는 방법이 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한동안 센터를 찾는 이용자들이 급격히 줄어 비대면인 두번째나 세번째 방식이 제일 인기가 많았습니다. 첨삭 내용은 주로 글의 구조, 문법, 문장 구조, 인용방법 (MLA, APA, CHICAGO STYLE), 문장 부호 등등에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이곳 관리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글쓰기 교육이 초중고에서 잘 이뤄지고 있지 않기에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문법부터 글 구조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글쓰기 센터는 이런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데요. 한국에서도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에 관심을 가지고, 각 대학에도 글쓰기 센터가 설립되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마지막으로 Writing Center에서 1년간 근무하면서, 보람 있던 순간들을 몇 개만 공유해봅니다. 캔터키가 특성상 백인이 많은 지역인데, 글쓰기 센터에 유일한 외국인 튜터로서 원어민들 사이에서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맡았던 고객들로부터 덕분에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나, 글을 곧잘 쓰는 제 주요 고객인 어느 대학원생으로부터 마지막 예약 글에 문득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제 정성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너무 기뻤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유학생으로, 조금씩 조금씩 미국 생활에 적응하고 젖어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문과이기에 정말 미국 사회문화적 풍토와 언어의 많은 부분을 체화해야만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지만, 반면 이방인으로서 더 냉철하게 살펴보고 새로운 시각을 던질 수 있는 제 특수한 위치의 잠재적 가치를 생각하곤 합니다. 이는 비단 영문학도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인 유학생들 및 해외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에게 해당될 것입니다. 제가 캔터키대학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떠올려 보면, 한국인들은 정말 똑똑하고 근성 하나는 끝내주더라고요. 모든 한국인 연구자들이 앞으로도 국내와 전 세계에서 다채롭게 빛을 내는 비전을 내다봅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유학생들, 그리고 연구원분들 모쪼록 건강하시고 원하는 일 순탄히 이루어지길 응원합니다!
캔터키대학 곁가지에 있는 수목원. 차가 주요 이동수단인 미국에서 신나게 걸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귀한 곳. 지금 이순간 모두 화창하시길바랍니다. :)
야외테라스 너무너무 이쁩니다!!!ㅎㅎㅎ 아마추어 사진 작가이지만 색감도 그렇고 너무 좋네요. 머나먼 곳에서 영문과를 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습니다. :) 화이팅~!
2년전에 켄터키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포닥을 왔는데 오랜만에 학교 사진들을 보니 박사과정때 생각도 나고 한국인들 모임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2년차이시라니 항상 화이팅하시고 떠나고 보니 렉싱턴은 너무나도 살기 평온한 곳이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항상 행복한 학위 유학생활이길 응원할게요! 화이팅!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네요.말씀대로 가셔야 할 길 마~이 남은 유학 2년차에 계시군요.뭣보다 건강 챙기시고 목적하신 바 다 이루시는
미국유학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