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Kindred) 옥타비아 버틀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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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University of Kentucky에서 영문과 박사과정을 공부 중인 이진미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든든한 동료이자 학우인 구진모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서로서로의 소중한 책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코센이 유망한 과학기술자분들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로 알고 있는데요, 언제나 새로운 시작길에 서있는 듯한 인문학도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릴레이북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제 전공관심분야는 speculative fiction, 즉 사변소설이라고 번역되고요. 구체적으로는 sci-fi, apocalyptic 혹은post-apocalyptic fiction에 관심을 가지고 post humanism, Otherness (타자성), monstrosity, Diaspora 등등의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 관심 키워드는 책이 저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저에게 세상은 이질적이고도 낯섦으로 가득한, 그래서 때로는 나만의 영역 안에서 게으르게 경계를 나누며 이해하기를 회피하게 만들곤 하는, 그러나 끝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앎의 무대이자 대상이었습니다. 나와 이해관계가 적은 대상들을 끊임없이 타자화하는 근래의 세계적 추세에서 책은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같이 옹졸해지는 제 관성을 끊어줄 구원일 것입니다. 즉, 책은 개개인의 존재의 외연을 넓혀주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인 것입니다.
저는 미국 SF소설 장르에서 파격과 혁신의 면에서 선구자적 활동을 펼친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 『킨』 (원제목은 Kindred입니다)을 추천합니다. 선정 이유는 올해 추천작으로 아직 소설이 없었던 까닭이고, 제 전공분야를 떠나서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을 읽고 싫어했던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취향이 아닐지언정 그녀의 작품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몹시 흥미로울 것입니다. 버틀러의 작품들은 “sensational”함은 물론이고, 힘과 권력, 사회적 소수자, 혼종성 (Hybridity), 노예제, 폭력, 젠더, 인종, 계층, 연대, 사랑 등등 다양한 담론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킨』 또한 비슷한 키워드 안에서 논의될 수 있겠습니다.
『킨』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살아가는 흑인여성 데이나(Dana)가 1815년 메릴란드 주의 노예제 농장으로 시간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약 100여년의 시공간여행이 느닷없이 닥쳐서 데이나를 그녀가 영위하던 시공간으로부터 떼어놓는다는 점과, 그녀가 소환되는 과거가 그녀의 뿌리가 시작된 백인 노예주 루퍼스와 흑인 노예 앨리스가 기거하는 곳이라는 점, 그리고 데이나의 백인남편 케빈과 그녀가 경험하는 노예제의 차이입니다. 특히, 데이나가 그녀의 조상 루퍼스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과거로 소환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20세기 흑인여성이 악랄한 노예주의 무대로 호출되면서 목격하는 노예제의 참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트라우마를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인 1865년 노예제가 폐지되었지만, 소설 속에서 여전히 현대의 흑인여성이 노예제의 트라우마를 겪고, 현실에서는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미국 및 전세계로 퍼져 나간 근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종 문제는 갈수록 편가르기 급급한 세태 속에서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버틀러의 kindred는 명사로는 “친족”, 형용사로는 “동류의”로 번역됩니다. 한국어 판 제목인 『킨』은 원제인 “Kindred”의 뉘앙스를 그대로 옮기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한국어판 제목을 왜 “친족”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원어를 차용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대단히 유의미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kindred” 혹은 “킨”이 작품 속 흑인 및 백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양을 하고 다양한 위치에 서있는 존재들의 연대를 상징한다고 봅니다. 버틀러도 밝혔듯, 이러한 확장성, 가능성, 전복성, 그리고 상상력이 인간적인 제한을 뛰어 넘어 “활짝 열려있는” SF장르의 매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많이 어렵게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원어로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강렬했던 소설의 첫 구절을 나누며 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I lost an arm on my last trip home. My left arm. And I lost about a year of my life and much of the comfort and security I had not valued until it was gone.”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왼팔이었다. 그리고 일 년에 가까운 인생과,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귀한 줄 몰랐던 편안함과 안전의 많은 부분을 잃었다."
다음 릴레이북 주자로 이번에 Tulsa university에서 공부하게 된 김유혜 박사생을 추천합니다. 김유혜 연구자는 저와 함께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한 동료인데요. 함께 대학원 수업을 듣고, 학회 활동 및 스터디를 하면서 후배이지만 여러모로 배울 것이 많은 친구라고 느끼곤 했습니다. 다양한 면에서 박학다식하고 특히 사회적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모습은 제가 부지런히 익혀야 할 인문학자로서의 열정이었습니다. 유혜 선생님은 셰익스피어 전공자로 석사 논문으로 셰익스피어의 풍자희극 Troilus and Cressida을 중심으로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초기 영국에서 보여지는 초기 상업자본주의 양상과 여성의 몸의 상품화에 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여러 사회이슈에 문제의식이 있고, 고전으로서 무궁무진한 담론이 가능한 셰익스피어 전공자이며, 평소에 다양한 작품을 다독하는 그녀는 어떤 책을 추천해 줄까요? 앞으로가 기대되는 김유혜 선생님의 추천 글을 기대해 봅니다!
영화로도 만들지지 않았는지? 현재의 흑인 여성이 시간여행으로 악랄한 노예제도와 농장주를 만나....몇달 전
영화 소개하는 TV프로에서 본 것 같은데....외국생활에 건강 챙기시고요.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