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비엔나) 경제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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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오스트리아 빈 경제경영대학에서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장다와입니다. 빈 경제경영대학의 영문명은 Vienna University of Economics and Business, 독어로는 Wirtschaftsuniversitat Wien인데요, 우리가 연세대를 연대, 고려대를 고대라고 줄여 말하듯이, 현지 사람들은 간단히 WU(뷔우)라고 부릅니다. 저도 지금부터는 간단히 WU라고 하겠습니다.
(출처: https://www.wu.ac.at/en/)
빈 경제경영대학원은 상법 및 세법학, 경제학 그리고 경영학 관련 11개 학부로 나뉘는데요, 제가 소속된 곳은 정보시스템 및 운영관리 경영학부(Department of Information Systems and Operations Management) 산하 데이터·프로세스·지식관리 경영학과(Institute for Data, Process and Knowledge Management) 연구실입니다. 약 20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비교적 규모가 큰 학과에 속하며, 구성원 대부분 머신러닝·딥러닝, 소프트웨어공학, 데이터·프로세스마이닝 등 컴퓨터공학쪽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wu.ac.at/en/dpkm/)
저의 연구주제는 혁신경영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과 시맨틱웹 지식그래프 활용방안에 대한 것으로, 혁신경영과 인공지능·지식그래프 기술을 함께 다루는 학제간 연구이기 때문에 같은 대학원의 전략·혁신경영학부(Department of Strategy and Innovation) 산하 전략·기술·조직학과(Institute for Strategy, Technology and Organization) 연구실과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2월 즈음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빈에서 박사생활을 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멀리 유럽 타국에서 시작된 저의 박사생활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우선 제가 도착했을 때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강력한 락다운 조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로, 슈퍼마켓과 병원·약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캠퍼스도 재택근무를 권유하던 시국이었습니다.
빈 도착 직후, 코로나 락다운 조치로 행인이 거의 없는 텅빈 거리
코로나 락다운 조치에 따른 재택근무로 텅 비어있던 연구실
락다운을 했다가 풀었다가 하는 상황이 2년 정도 계속되었던지라, 사무실에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학과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고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빈의 맛을 제대로 느껴본 것은 겨우 작년부터인 듯 합니다. 락다운 조치가 없어진 후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온라인으로만 보던 동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친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코로나 조치와 여행제한이 풀린 후, 프로젝트 동료들과 함께
제가 일하고 있는 캠퍼스는 영화 비포선라이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프라터 공원과 바로 맞닿아있는 것으로도 유명하고, 캠퍼스 건물이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자하 하디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알려진 ‘프리츠커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 건축가로, 우리나라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디자인한 것으로도 알려져있지요.
캠퍼스에서 바라본 프라터공원 관람차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 프라터공원 내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WU 중앙 도서관 건물 외부/내부 모습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중앙 도서관 건물 외에도, 캠퍼스내 모든 건물은 유럽의 각종 건축상을 휩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서 종종 학교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나 여행객이 찾아와 사진을 찍어가곤 합니다.
WU 캠퍼스 전경
중부유럽 또는 동유럽 관광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빈은 클림트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벨베데레궁전, 칼스플라츠 광장과 카를성당, 마차들이 다니는 호프부르크 왕궁, 빈 국립 오페라극장, 슈테판성당,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유럽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 빈시청 앞 광장, 쇤브룬궁전 등 수많은 관광명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합스부르크왕가의 여름 궁전이었던 벨베데레 궁전
칼스플라츠 광장과 카를성당
호프부르크 왕궁
빈 국립 오페라극장 야경(좌), 슈테판 성당(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 시청앞 광장(좌),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우)
쇤브룬 궁전
또한 베토벤, 모짜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빈소년합창단 등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황금동상으로 유명한 음악가의 공원부터 시작해 빈 시내를 걷다보면 블럭마다 나타나는 동상이 어떤 유명 음악가의 동상인지 맞춰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음악가의 동상들 (왼쪽부터 모짜르트, 요한스트라우스2세, 베토벤)
음악가의 동상들 (왼쪽부터 슈베르트, 브람스)
빈은 맥주 양조장 브루어리와 더불어 유럽내에서는 화이트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다른 나라의 와이너리는 대부분 시골지역에 있는 반면, 빈은 대도시이면서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는 희소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와이너리 지역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이번 기회를 빌어 소개해 봅니다.
빈 외곽지, 그린징의 포도밭
관광명소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빈 1구역 시내를 벗어나 트램을 타고 북서쪽으로 30분 남짓만 올라가면 빈의 외곽지에 해당하는 되블링 그리고 그린징이라는 지역이 나옵니다. 이 지역은 수백년간 포도농장을 하면서 화이트와인을 생산해온 유명 와이너리와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점이 즐비한 곳으로, 빈 현지인들이나 이웃나라의 유럽 여행객들이 와이너리 트래킹이나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로 따지면 남한산성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린징의 와이너리 직영 레스토랑
이왕 그린징의 와이너리까지 갔다면 빼놓기 아까운 칼렌베르그(Kahlenberg)라는 곳도 있습니다. 그린징 바로 근처에, 언덕이라기엔 높고 산이라기엔 평평한(?) 고지대가 있는데요, 빈 시내 전체와 도나우강을 한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대로 현지인에게 매우 유명한 곳입니다.
칼렌베르그 전망대 카페
칼렌베르그에서 바라본 빈 시가지 전경
파노라마로 촬영한 칼렌베르그에서 바라본 도나우강
이탈리아처럼 이미 커피로 유명한 다른 유럽나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의 카페 문화와 커피하우스는 2011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되었을 정도로 유럽 안에서도 특별한 지위를 자랑합니다. 빈의 어느 카페를 가든 메뉴판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커피명은 ‘비엔나식, 비엔나식의’이라는 의미에서 ‘Wiener’라는 수식어로 시작할 정도입니다. 영어로 Vienna coffee라고 직역할 수 있는 ‘비너 카피(Wiener Kaffee)’를 주문하면 보통 우유거품을 산봉우리처럼 올린 멜랑쥐(Melange)라는 커피를 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도로 비너 멜랑쥐(Wiener Melange)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요.
뒤 쪽에 우유거품이 산처럼 봉긋 솟아 있는 커피가 진짜 비엔나 커피, 멜랑쥐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보통 빈의 3대 카페로 꼽히는 카페자허(Cafe Sacher), 카페센트랄(Cafe Central), 카페데멜(Cafe Demel)에 많이 방문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카페데멜 외관, 카페센트럴 외관(상)과 내부(하), 카페자허 외관(상)과 시그니처 메뉴인 자허토르테(하)
(출처: https://www.demel.com/, https://cafecentral.wien/, https://www.sacher.com/de/wien/ )
하지만 빈 시내 1구역에 있는 카페들은 거의 대부분 300년에서 짧게는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3대 카페가 아니어도 저마다 역사와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카페 란트만(Cafe Landtmann)은 프로이트가 자주 찾은 것으로 유명하고, 카페 자허 바로 옆건물 코너에 자리한 카페 모짜르트(Mozart Cafe)는 <제3의 사나이>라는 고전영화의 무대이자 실제 극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곳이었다고도 합니다.
카페 모짜르트 야외 테이블에서 바라본 야경
문제는 어디를 가나 메뉴가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커피 메뉴도 디저트 메뉴도 어디를 가든 거의 비슷하다보니 두 세번만 가봐도 고만고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한숨) ‘우리나라에서 3년이면 신메뉴나 시즌스페셜 메뉴가 수십번은 쏟아졌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향수에 젖어 울적해질 때도 있습니다.^^;
벌써 빈에 온지 3년이 다 되어 가네요. 처음에 락다운 상황이 주기적으로 왔다 풀렸다하는 동안 속으로는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해가며 여기서 지내야 할까’하고 반문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음식은 입에 맞지도 않고 혼자 요리해 먹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이었던지요.^^;
작년말 학과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
그래도 시간은 흐르더군요. 이제는 거리에 사람들과 여행객들이 북적입니다. 지난 연말에는 학과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도 했고요. 저도 어느 정도 비에니즈들의 삶에 익숙해지고 마음에 여유도 생겨서 이렇게 빈 생활에 대한 글도 쓰고, 코센회원님들께 저의 유학생활과 빈에 대해 소개해드릴 기회를 가지게 되어 참 기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요, 저도 또 다른 코센회원님의 포토에세이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빈 경제경영대학
WU Vienna, Wirtschaftsuniversitat Wien, Vienna University of Economics and Business
연구원
정보/통신분야 전문
학회 참석차 오스트리아 빈, 찰츠부르크에 간 적이 있는데, 오래간만에 낯 익은 풍경보니 반갑습니다. 박사과정 자체도 힘들고 어려운데 낯선 도시에서 락다운까지 되어 더 힘드셨겠어요. 박사과정 잘 마무리하시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전 35~6년 전 런던에 있을 때 인스부르크에 며칠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목적은 짐작하실거고요.쫠츠부르크에는 사촌동생이 유학 중이고.해서 심적으로 오스트리아 포함 유럽은 멀지 않은 곳이네요 제게는.
오실 때까지 건강 챙기시고요! 목적하신 바 다 성취하시고 오시길 기원드리께요.홧팅!
와 빈! 정말 멋진 곳이네요. 오스트리아를 한번도 못가봤는데, 다음에 기회내서 꼭 가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