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의 도시, 댈러스의 포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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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댈러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6년전 포닥 오퍼를 받고 오기 전에 댈러스는 저에게 매우 생소한 도시 였습니다. 그 당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두 편의 영화였습니다.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댈러스 바이어스 클럽]. 두 편 모두 거칠고 조금은 어두운 영화였지만, 용기를 내서 가족들과 함께 댈러스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저의 텍사스 생활의 추억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댈러스는 포트워스라는 인접한 도시와 묶여서 댈러스-포트워스 광역권으로 불립니다. 두 도시 가운데에 위치한DFW 공항에 내려서 처음 느낀 것은 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디든지 가면 작은 동네 산이라도 보였었는데 이곳은 정말 끝없는 평야지대 입니다. 그리고 정말 넓습니다. 주차장도 넓고 식당도 넓고 길도 넓고 어딜 가든 여유있는 공간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댈러스가 미국 10대 도시 중 하나로 꽤 인구 밀도가 높은 편임에도 한국과 비교하면 정말 인구 밀도가 낮습니다.
UT Southwestern 전경
제가 댈러스로 왔을 때 연구, 미국생활 정착보다도 육아가 더 어려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기에 탔을 당시 아기가 생후 8개월이었고, 어디를 가든지 유모차가 필요했고, 기저귀와 분유 병, 물티슈가 가득 찬 가방을 가지고 다녀야 했는데요. 그럴 때 마다 텍사스 사람들의 친절이 어려움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 걸어오고 있는 저와 아기를 보며 100미터 전 부터 문을 잡고 기다려주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병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저희 부부와 아기를 보며 항상 웃어주고 아기에게 쿠키를 건네 주던 식당 직원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친절을 기억하면서 저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가족들에게 친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댈러스 다운타운 미술관에서 유모차와 함께
아파트 수영장에서
다음은 날씨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예상 하시겠지만 텍사스는 매우 덥습니다. 보통 여름에 화씨로 100도가 넘으면 섭씨 32도로 굉장히 더운데요. 110도, 37-38도가 넘는 날이 일주일이 넘어가면 정말 힘듭니다. 에어콘이 나오는 실내는 오히려 너무 추워서 겉옷을 챙겨 다녀야 하지만 잠깐 건물밖에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면 5분 정도만으로 머리카락이 다 타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항상 자동차였습니다. 한동안 주차를 실외에 해야했었는데 퇴근길에 하루종일 달궈진 차를 타면 에어컨도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왜 텍사스 사람들이 차고가 있는 집에 집착하는 알 수가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운 대신에 정말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수영장이 정말 많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컴플렉스에 공용 수영장이 있고, 도시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공영 수영장, 워터파크, 그리고 일반 주택 뒷마당에 개인 수영장이 있는 경우도 많아서 미리 정착하신 분들의 집에 놀러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수영장이 많은 것은 주변에 바다가 없는 댈러스 사람들의 아쉬움의 표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댈러스 근교 호수가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가 휴스턴 근교에 있는 갈베스톤인데요. 차로 5시간이 넘게 걸리고 한국의 인천과 유사한 갯벌 종류의 바다라서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딱 맞지는 않습니다. 그 아쉬움을 수영장과 호수에 있는 모래사장으로 어느정도 해소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첫 일년 동안은 정말 열심히 미국 음식들을 먹어보았습니다. 댈러스는 지리적으로 미국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서부와 동부의 프랜차이즈가 모두 들어와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사진에 있는 텍사스 출신 버거인 “합다디” 버거가 그당시 저의 최애 버거였습니다. 텍사스 사람들은 와러버거를 텍사스 버거라고 좋아하고, 서부의 강자 인앤아웃, 동부에서 유명한 쉑셱버거, 파이브가이즈도 모두 댈러스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 있는 맥도날드, 웬디, 버거킹, 칰필라, 파파이스도 물론 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제 인앤아웃에 정착했습니다. 서부나 중남부에 오신다면 인앤아웃의 치즈버거+그릴드어니언과 애니멀스타일 프렌치프라이, 세가지 맛 (딸기, 초콜렛, 바닐라)을 모두섞은 쉐이크를 먹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텍사스 버거, 합다디
1년정도 미국음식을 질리도록 먹다보니 슬슬 한국음식이 그리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댈러스에는 한국음식이 정말 많았습니다. DFW에 있는 비비큐 매장만 해도 4-5곳이 넘습니다. 뉴욕이나 LA한인타운처럼 아직 유명하지는 않지만, 댈러스는 뉴욕, LA, 애틀란타에 이어 4번째로 한인 인구가 많은 도시 입니다. 댈러스 로얄레인에 형성된 구 한인타운에 오래된 맛집들이 많고, 캐롤튼에 생긴 신 한인타운에는 K팝 팬들을 비롯한 미국인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한국어 라디오 방송국도 있고, 심지어 장수돌침대 매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한인 문화축제도 열리고 있습니다. 잘 형성된 한인 커뮤니티 덕에 타국 생활을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한인문화축제
달라스 코리안 라디오 방송국
한국 대도시생활과 비교하면 댈러스 생활은 한가롭고 여유로운 편이고 지루해 하는 분들도 꽤 있지만, 저희 가족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놀면서 잘 지내왔습니다. 매년 가을 할로윈, 근처 농장방문, 집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목장들까지. 텍사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파머스 마켓 방문
할로윈 데이 Trunk or Treat
그리고 최근 댈러스에는 유명한 스포츠 팀들이 많은데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구단인 풋볼팀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있고, 추신수 선수가 뛰었던 야구팀 텍사스 레인져스, 하키팀 댈러스 스타즈가 있습니다. 그리고 NBA의 신성 루카 돈치치가 뛰고 있는 댈러스 매버릭스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프로스포츠 팀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댈러스에게 희망과 같은 선수입니다.
댈러스 매버릭스 홈구장 아메리칸에어라인 센터
대부분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요. 댈러스에 있는 저희 UT Southwestern Medical Center는 연구하기에도 아주 좋은 곳 입니다.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선정된 Comprehensive Cancer Center 로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특히 신장암에서는 SPORE로 선정되어 하버드와 유이한 미국내 신장암 SPORE연구 기관 입니다. 그리고 한국인도 100여명이 일하고 있고 매달 한번씩 있는 한국인 모임에서 점심식사도 하고 연구교류도 하고 있습니다. 포닥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리고, 이 글을 읽고 궁금하신 점이 계시면 저에게 꼭 연락주세요. 마지막으로 댈러스 다운타운에 있는 포토스팟인 아이볼 사진으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언젠가 코센 회원분들과 아이볼앞에서 사진 찍을 날을 기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댈러스 다운타운, 아이볼
'합디다' 버거로 잘못 읽고 깜놀했었네요. ㅎㅎ 그 무거운 장수돌침대가 그곳까지 갔다니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이 가네요. 연구하시는 곳에도 한국인이 많이 계시고 한달에 한번씩 모임도 하신다니 그곳에서 향수병은 없으시겠습니다. 한국인 100분이 모두 코센 가입하시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예전엔 덕 노비츠키의 댈러스 매버릭스였지만 지금은 루카돈치치의 매버릭스네요..ㅎ
아기랑 같이 떠나기를 결정하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너무 대단하시고, 아기한테도 좋은 경험이 되겠어요.
저는 대학생때 댈러스 우측에 있는 롱뷰에서 교환학생을 한적이 있었는데 괜히 반가운 포토에세이네요! 농구도 무지 좋아하는지라 댈러스사는 친한 형 따라서 AAC 몇번 갔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노비츠키가 거의 은퇴를 앞두고 있었죠 ㅎㅎ! 한인식당에서 먹었던 순대국밥이 최근에 먹은것보다 훨씬 맛있었던 기억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