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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용 단클론 항체 (therapeutic monoclonal antibody)의 기술과 전망

흔히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들 한다. 생명공학은 생물이 지닌 생명현상과 기능을 규명하는 한편 이를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응용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생명공학은 그 동안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 온 갖가지 질병과 기아, 환경오염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로 기대되고 있다. 의약, 식품, 농업, 환경, 에너지 등 생명공학의 응용분야는 매우 다양하지만 현재까지 그 응용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분야는 역시 의약 분야이다. 의약분야의 연구는 질병의 원인규명, 진단 및 치료법의 개발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류 최대의 목표인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시켜 줄 분야로 기대되고 있는 질병치료제 분야는 과거의 천연물 분리나 화학적 합성방식에서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1980년대 초반, 미국 FDA의 승인을 획득한 인슐린을 필두로 성장호르몬, 인터페론, 콜로니 자극인자 및 다수의 단클론 항체 등이 이미 제품화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단백질 의약품 분야 중 특히 치료용 항체 분야는 최근에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이다. 면역계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인 항체는 인체에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래 유해물질들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체에는 IgM, IgG, IgA, IgD 및 IgE 등 5가지 종류의 항체가 있는데 이 중에서 질병 치료에 주로 이용되는 종류는 IgG이다. IgG는 약 45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2개의 H 사슬과 약 25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2개의 L 사슬이 결합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들 각 사슬의 C-말단 부위는 불변부위(constant region)로서 항체의 구조를 유지하는 한편 다른 면역세포에 결합하여 여러 가지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N-말단 부위에 위치한 가변부(variable region)에는 CDR(complementarity determining region) 이라고 불리우는 부위가 있는데 바로 이 부위가 특정 항원을 인식하여 결합하는 곳이다. 가변부 중 CDR을 제외한 지역을 framework 지역이라고 하는데 CDR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1970년대 중반,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개발된 이래로 이를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 특정 항원을 주입하여 면역시킨 생쥐로부터 항체를 생산하는 B 세포를 추출하여 골수종세포(myeloma)와 융합시키면 이 융합세포는 주입된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지속적으로 만들게 되는데 이를 단클론 항체라고 한다. 즉,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외래 유해물질을 죽일 수 있는 항체를 체외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진단용 단클론 항체의 경우에는 이미 많은 제품이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으나, 치료용 단클론 항체의 경우 여러 가지 제약 조건 때문에 제품화가 늦어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인체의 면역반응이다. 생쥐에서 유래한 항체를 인간에게 반복 주입하면 인체는 이 항체를 외래 물질, 즉 침입자로 인식하여 곧 이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이를 HAMA(human anti-mouse antibody) 반응이라고 한다. 따라서 치료목적으로 주입된 항체가 효능을 발휘하기도 전에 없어져 버리거나 심한 경우에는 과민반응을 일으켜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개발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항체의 “인간화(humanization)” 기술이다. 초기에 고안된 방법은 생쥐 항체의 불변부를 인간의 불변부로 바꾸어 주어 키메릭(chimeric) 항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키메릭 항체는 HAMA반응을 상당히 줄여주기는 했지만 쥐에서 유래한 가변부는 체내에서 외래물질로 인식되어 여전히 면역반응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FDA에 의해 승인된 infliximab, abciximab 및 rituximab 등의 치료용 항체들은 대부분 이러한 키메릭 항체로서 인체에 의한 면역반응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면역반응을 더욱 줄이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바로 CDR 이식 방법이다. 즉, 실제로 항원을 인지하여 결합하는 데 필요한 부위인 CDR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부위를 인간에서 유래한 항체로 바꾸어 주는 것으로 소위 인간화 항체(Humanized antibody)라고도 한다. 생쥐 항체 및 키메릭 항체와 비교할 때 면역반응의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고 체내 반감기가 크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생쥐에서 유래한 CDR로 인해 면역반응의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CDR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항체의 친화도가 감소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친화도를 원래대로 유지시키기 위해 framework의 아미노산 중 CDR의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미노산을 찾아내어 원래의 생쥐 항체의 아미노산으로 바꾸어 주거나 혹은 affinity maturation이란 방법을 통해 친화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생쥐에서 유래한 항체를 조작하여 최대한 인간 항체와 유사하도록 바꾸어 주는 방법 외에도 아예 인간의 항체서열을 가진 인간 단클론 항체(fully human monoclonal antibody)를 제조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파지 디스플레이 (phage display)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인간 림프구로부터 항체의 가변부를 합성하는 유전자를 중합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으로 증폭시킨 후 Fab이나 scFv 같은 항체단편(antibody fragment)을 합성하는 라이브러리를 만든 다음 특정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단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내에 특정 항원과 결합하는 단클론 항체를 분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분리된 항체의 친화도가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인간 단클론 항체를 만들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생쥐 단클론 항체의 제조방법과 동일한 원리에 따라 인간의 B 세포와 골수종세포와의 융합세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인간 골수종세포는 생쥐 골수종세포와는 달리 세포융합률이 너무 낮고 일단 융합세포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분비되는 항체의 양이 너무 적어서 실용적이지 못하다. 이와 같은 방법상의 어려움 외에도 인간 단클론 항체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윤리적인 문제이다. 즉, 사람의 경우 동물과 같이 어느 항원이든 마음대로 주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유전자이식 혹은 형질전환 생쥐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즉, 생쥐의 항체 유전자를 인간의 항체 유전자로 바꾸어 준 다음 생쥐에 항원을 주사하여 면역반응을 유발시킨다. 그러면 생쥐에서는 인간의 항체와 동일한 항체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구개발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러한 방법들을 사용하여 항체 치료제를 만들어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화 항체 혹은 인간항체는 생쥐 단클론 항체와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임상학적 문제점이 해결되었다. 우선 혈청내 반감기가 수 일 이상으로 증가하였고, 인체에 의한 면역반응이 대폭 감소되었다. 따라서 최근의 치료용 항체들은 대부분 인간화 항체 혹은 인간항체의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치료용 항체분야는 전체 생명공학 치료제 분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최근에 와서는 가장 유망한 생명공학 제품분야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회사인 Genentech사의 경우 2001년 말 현재 임상실험중인 20개의 신약 중 절반에 가까운 9개가 치료용 단클론 항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항체 약품의 시장 규모는 2010년에 5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미 작년에 치료용 항체 시장은 20억 달러를 넘어섰고 그 규모는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클론 항체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를 꼽자면 무엇보다도 개발기간이 짧고 투자비용이 적다는 점이다. 복잡한 합성 및 검색과정을 필요로 하는 기존의 화학적 방법과는 달리 빠른 시간 안에 제품개발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제품 개발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항체는 이미 인체 내에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인간화 항체 등의 개발을 통해 면역반응만 최소한으로 유지시키면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10 종류 이상의 치료용 항체가 FDA의 승인을 얻어 판매되고 있고, 100 종류 가까운 항체가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등 활발한 제품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면역반응 등의 부작용이 적고 체내 반감기가 높은 인간화 항체나 인간 단클론 항체 부문의 개발은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많은 제약회사와 생명공학 회사에서 치료용 항체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와서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일부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에서 인간화 항체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치료용 항체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이 분야의 연구와 투자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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