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전자통신연구원 (RISE Acreo)에서의 연구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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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복지의 나라와 노벨상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총 인구는 우리나라의 5분의 1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에 비해 2배 정도가 많으며 과학기술 강국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스웨덴에서 연구원으로써의 생활을 포토에세이를 통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 스톡홀름 구 시가지 감라스탄과 노벨상 ]
저는 현재 스웨덴 전자통신연구원 (RISE Acreo)에서 Research Scientist로 근무하는 임장권 입니다. 2008년 스웨덴에 정착한 이후 본 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RISE는 Research Institute of Sweden의 약자로써, RISE 산하의 여러 국가연구소 중 전자통신 분야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입니다. 주요 연구분야로는 Broadband technology, Fiber optics, Micro/Nano Technologies, Power Electronics, Printed/Organic Electronics, Sensors/Actuators, System integration 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스웨덴 과학기술 발전과 정책분야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본부는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13 km 떨어진 학연산 클러스터가 조성된KISTA (시스타)에 위치 하고 있습니다. 시스타 지역은 북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우며 여러 매체를 통해서 한국에도 매우 잘 알려진 지역입니다. 저희 연구소와 더불어 왕립공대 정보통신공학부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 KTH)가 Electrum건물 내에 같이 위치해 있으며 학연간 자유로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스톡홀름 내 시스타 지역의 위치 (좌)와 RISE Acreo가 위치한 Electrum 빌딩 외관모습 (우) ]
Electrum내 저희 연구소는 5층과 6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 Electrum내 연구소 출입구 ]
저의 연구분야는 전력전자 분야 중 실리콘 카바이드(SiC)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고효율 전력변환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에 대해서 일해오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이 분야에 수년 동안 꾸준한 연구개발투자를 통해서 기술적 성과와 노하우는 세계적인 수준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 본 저자가 속해 있는 SiC 전력센터 (Silicon Carbide Power Center) 로고와 주력연구분야와 시스템응용분야 ]
Electrum내 반도체 공정청정실에서 전력반도체 소자를 제작한 후 전기특성 측정실에서 제작된 소자에 대한 특성평가 및 분석 등을 수행하고 차세대 전력모듈 개발 등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Electrum 내 반도체공정을 위한 청정실(좌)과 연구소내 전력반도체 전기특성평가 실험실(우) ]
[ 해마다 연구소 주최로 개최된 국제SiC전력소자 및 전력전자시스템 워크숍 ]
스웨덴의 다문화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편이며 저희 연구소에서도 세계 각지의 연구원들이 모여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해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Asian Lunch Festival와 같은 각국 음식문화체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이외 스웨덴 고유문화인 Fika time (coffee time)을 통해서 각자의 다른 문화를 소개 및 발표하는 기회를 갖고 연구원들 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Asian Lunch Festival과 문화체험행사 ]
[ RISE Acreo conference ]
연구원들 간의 융합연구 노력의 일환으로 해마다 1회의 RISE Acreo Conference를 개최하여 분야가 다른 연구원들을 그룹화하여 1박 2일 동안 서로의 연구분야를 공유하고 융합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어 연구원들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융합연구발표 주제를 통해서 소정의 연구개발 Seed fund를 제공함으로써 실제 연구개발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 외에 스웨덴을 비롯한 Baltic region에 속한 국가 들과의 EU 연합 프로젝트 등도 활발히 수행하여 스웨덴에만 국한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이라는 공통점으로 우리가 직면한 에너지에 대한 문제를 풀고 교류를 하는 프로젝트 등 많은 경험을 해오고 있습니다.
[ Southern Denmark University에서 열린Green Power Electronics Project Kick-off meeting ]
한국과 달리 스웨덴에서 직장을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라곰(Lagom)이라는 독특한 스웨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균형과 절제 있는 삶이라는 Spirit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함’을 의미하는 이 말은 모든 사회에 전반적으로 인식되는 삶의 모습입니다.
한국은 회사의 조직이나 학교에서 늘 경쟁에서 이기는 법을 가르치고 경쟁에서 이김으로써 내 삶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느낄 때 비로소 잘 살아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점이 현재 한국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에 반해 스웨덴은 라곰의 정서 속에서 개인의 욕심보다는 여러 이웃과 단체 내에서 함께 즐기고 어울리는 삶을 추구하고 나만이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정서가 개개인 가정과 직장, 학교 생활 속에서 반영되고 있습니다. 예로써 학교에서 이수가 힘든 과목이 있다면 그 과목을 이수할 때까지 학교는 기회를 줍니다. 우리의 경우 이수를 못 할 경우 F학점을 주거나 계절학기로 이수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 과목을 끝까지 이수할 때까지 기회를 주고 잘했다면 A학점을 줍니다. 이렇게 사회 속에 어울림 바로 라곰 정신은 스웨덴이 왜 복지의 나라이고 유럽에서 많은 난민을 받고 그들을 돕는 지에 대한 답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연구 이외에 개인적인 활동으로는, 주말에는 스톡홀름에 위치한 한인교회에서 성가대 활동도 하고 교민분들과 일주일동안 지내왔던 생활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예배가 끝나고 한국음식을 먹기도 하고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면서 조금이나마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스웨덴은 회식 문화가 없는 데 크리스마스 3주 전부터 모든 기관은 일년 중 가장 큰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번 성대하게 기획하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합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모든 구성원들을 만나는 기회 또한 잃게 되겠지요. 눈의 나라 스웨덴, 그래서 날씨가 좋은 봄이나 가을이 오는 계절이면 Town에서는 많은 야외 행사들이 있는 데 세르겔 광장에서 각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음식이나 고유 물품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합니다.
[ 감라스탄(스톡홀름 구 시가지)에서의 크리스마스 파티(좌)와 스톡홀름에 위치한 한인교회에서의 성가대 활동모습(우) ]
[스톡홀름에 세르겔광장에서 열린 Local Market(좌)와 Sickla 산업단지 방문(우) ]
이 에세이를 마치면서
스웨덴 RISE Acreo에서 8년간 일해오면서 느낀점은 성과를 위한 과학이 아닌, 실질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지금의 결과가 우리 사회에 적용되고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스웨덴이라는 낯선 곳에서 적응할 때가 어렴풋이 생각납니다. 문화적, 연구환경적 차이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였고, 그 과정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힘들었지만, 제 스스로에게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처음에 가졌던 마음가짐을 되새기면서 하루하루 연구자로써 성장해야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잡아봅니다.
목표하셨던 모두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예전 런던에서 3년여년 있었지만 북유럽에는 못가봤는데 꼭 들리고 싶은 북유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