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sgow에서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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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영국 Glasgow는 조금 전까지 해가 쨍하다가도, 어디선가 회색의 먹구름 떼가 나타나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어 비를 뿌리는 그런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밖에는 비가 오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해가 나서 산책을 나가볼까 생각을 했는데 말입니다. 아직은 해가 길지만 이달 말이면 summer time도 끝이 나고, 해를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는 어두움의 겨울이 시작됩니다. 비가 많이만 오지않으면 좋은 날이라 여기고 살아가는 곳이지만, ‘사람이 좋은 동네’ Glasgow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 곳인데,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글라스고에서 평소에 제가 즐기는 “일상의 소소한 여유”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University of Glasgow
제가 몸담고 있는 University of Glasgow는 영어권 국가에서는 4번째로 오래된 학교로 1451년에 새워진 학교입니다. Gillmorehill campus (main campus), Garscube campus and Dumfries campus 이렇게 3곳에 캠퍼스가 나눠져 있습니다. Garcube와 Dumfries campus에는 보통 연구소들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주로 main campus인 Gillmorehill campus에서 다니게 됩니다.
University of Glasgow Gillmorehill campus (main building)
학교에서 일을 하다가 날씨가 좋은 날은 점심을 좀 빨리 먹고, 잠깐 학교 주변 산책을 나오는데 그러면서 보게 되는 풍경들이 익숙해 듯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가을을 느낄 수 있게 단풍도 보이고 한낮임에도 코끝에 느껴지는 바람이 제법 차갑더군요. 딱! 제가 좋아하는 바람입니다. 얼마전에 새 학기가 시작했기 때문에 방학 동안에 떠나있던 학생들이 돌아와서 요즘은 학교가 북적북적합니다. 제가 일하는 실험실에도 새로운 학생들이 요즘 프로젝트를 위해서 많이 보여서 신학기임을 더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장 익숙한곳인 연구동
학교주변산책길
Kelvin museum and park
학교와 울타리를 마주하고있는 Kelvin park에는 날이 좋은 시즌에는 Glasgow West end에 사는 사람들은 다 이 공원에 나왔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모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나 학교에서 머리 속 정리가 필요한 날은 학교가 끝나고 일부러 좀 돌아서 공원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Kelvin park walking path
University of Glasgow from Kelvin park
Kelvin park 안에는 Kelvin museum이 함께 있습니다. 영국의 다른 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무료 입장(특별전시관제외)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처음 영국에 와서 박물관이 사람들과 가까이에 있는 문화가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Glasgow에는 Kelvin museum외에도 여러 박물들이 곳곳에 다양한 테마로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이 곳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제 생활반경과 아주 가깝고, 산책하기 좋은 큰 공원과 함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있는 오르간 연주 때문입니다. 이 연주를 듣기 위해서 매일 박물관에 오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도 들었는데 저도 듣고 있으니까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오르간 연주를 듣기 위해서 주말마다 갔었는데, 못간지 한참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오르간연주를 들으면서 박물관카페에 앉아서 차 한잔을 마시던 그 어느날이 너무 그러워집니다. 혹시 Kelvine museum에 오실 기회가 있으신 분들은 오르간 연주를 놓치지 마세요!
Kelvin museum
kelvin museum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오르간
BBC Scotland
10월말부터 3월 초까지는 날씨때문에 좀 힘들지만, 나머지 시즌에는 Glasgow에서는 이곳 저것 걸어다니면서 산책할 수 있는 길들이 많습니다.
Science Centre
BBC Scotland
Sunset
Kelvin park을 걷는 길은 점심시간을 이용하거나 퇴근길에 둘러오는 오는 짧은 코스지만, River Clyde옆을 따라서 걷는 이 코스는 좀 길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입니다. 기숙사에서부터 시작해서 BBC Scotland와 Science centre가 있는 곳까지 가는 이 코스는 날이 조금 더워지는 여름에 좋아하는 코스로, 퇴근 후에 방에 가방을 내려두고 천천히 강변을 따라서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노을을 보는 것이 이 코스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입니다. 걷는 동안 흘린 땀을 식힐 겸 어떤 날은 카페에 잠시 들어가서 차 한잔 마시는 것은 가끔 저에게 주는 작은 선물을 하기도 합니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강변이 춥기는 하지만, BBC Scotland 건물에 들어오는 불빛 야경이 아주 멋지기 때문에 일부러 나가보기도 합니다.
Pollock country park
Pollock country park는 제가 살고있는 West end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퇴근하고 주중에 슬쩍 가지는 못하지만, 주말에 소풍/나들이 삼아서 가방에 간단한 간식과 책 또는 신문을 넣어서 다녀오는 곳입니다. 가족행사들이 많이 열려서, 주말에 가면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참 많은 곳입니다.
Pollok Country park
또한 이곳은 Glasgow에서 멀리가지 않고 Highland cow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 Scotland하면 이 소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Nessy와 더불어서 Scotland의 상징적인 아이들입니다.
Highland cows in Pollok country park
5월말-6월초가 새끼들이 태어나는 시기라서 6월중후반에 이곳을 방문하면 그 해에 새로 태어난 새끼 Highland cow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올해 태어난 새끼 송아지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생활만 했던 터라 가까이서 소, 말, 양들을 만나게 되면 늘 신기합니다. 벌써 여러번 Highland cow들을 봤지만 볼때마다 신기합니다. 처음 봤을 때는 당장 미용실에 데리고 가서 이발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이것이 그들의 매력이라 생각하고있습니다.
Loch Lomond
Glasgow에서 1시간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Balloch이라는 역에 내리면 도착하는 이곳은 제가 Glasgow 생활을 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로 Top 3 안에 꼽는 곳입니다. 저에게는 여러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누군가가 Glasgow에 처음 오면 이 곳에는 꼭! 함께 와서 소개를 시켜주고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Loch Lomond
Loch Lomond를 옆을 따라서 짧은 산책을 즐겨도 되고, Cruise 관광을 해도 좋고, 제법 볼거리가 있는 수족관도 있습니다. 수족관의 규모는 대형수족관까지는 아니고 중형수족관정도인데,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보기에는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조금 타고 들어가면 왕복 3-4시간 정도의 등산도 할 수 있습니다. 산에서 바라보는 Loch의 경치는 산책을 하면서 옆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Conic hill 에서 바라본 Loch lomond
등산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 옆으로도 Loch따라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은 처음에 소개한 길과는 또 다른 운치가 있으며, 아주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습니다. 꼭 산책이 아니더라도 이 앞으로 지나가시게 되면, 카페에서 잠시 차 한잔 하고 가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Guy Fawkes day
달력을 보니 이 날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면 좋을 시기라서 일상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이 주제를 골랐습니다.
“Remember remember fifth of November!"
이제 곧 이 문장을 영국 전역에서 자주 들을 시기가 됩니다. 미국에선 10월 마지막에 Hallowen이 아주 큰 행사이지만, 영국에서는 미국만큼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지나가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대신 11월 5일에 있는 Guy Fawkes day (or Guy Fawkes night/ bonfire night)은 아주 큰 행사입니다. 저도 Glasgow에 오기 전까지는 11월 5일의 이 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가 이곳에 와서야 제대로 알게되었습니다. 이 날의 역사적 배경을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1605년 11월 5일 가톨릭교도들이 영국의사당을 폭파하고 제임스 1세와 그의 가족들을 시해하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게 된 것을 기념하는 날 입니다. 영국 국민들은 국왕의 무사함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도 이런 역사적 의미가 그대로 계승이 되고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참석하고있는 Glasgow시에서 주관하고있는 행사에서는 저런 분위기는 잘 못느끼고 있는데, 불꽃놀이를 보는 것은 좋은데 (첫해에 너무 호되게 당해서) 단단히 준비를 해서 가는데도 해마다 온 몸을 덜덜 떨면서 보고 오는 그런 행사입니다. Glasgow시에서는 Glasgow Green에서 매년 불꽃놀이를 하고 해마다 다른 테마를 가지고 불꽃놀이를 구성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참석했던 때의 테마가 superhero였는데 올해는 뭐를 가지고 행사를 할지 궁금합니다.
Firework night on Guy Fawkesday in Glasgow
시나 동단위로 주최하는 불꽃놀이같이 큰 규모도 있지만, 영국인들이 각자 집에서 개인적으도 불꽃놀이를 하기때문에 이 시즌에는 밤에 여기저기서 팡팡 터지는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영국에서만 특별히 즐길 수 있는 추억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시즌에 영국을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계시는 곳의 11월 5일의 축제를 놓치지 마시길.
작년에 글래스고우에 갔었는데, 이렇게 멋진 풍경이 전혀 기억에 없네요. 너무 학회장에만 열심히 있었나봅니다. 하지만 잠시 짬을 내 다녀온 pollok house가 사진에 보여 반가웠습니다. 글래스고우 다시 가보고 싶게 만들만큼 좋은 기사를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딩 때 잡지 소년동아에서 아주 흥미를 갖고 읽은 네시호수를 직접 가보아았을 때 눈물까지 핑 돌았으나 그간에 새롭게 발견되 큰 자료들은 없더군요.
런던에서 3년반 생활해 보아 그노무 지X같은 날씨는 아직도 눈에 훤합니다.아침에 날이 좋아도 어깨에 매는 줄이 달린 우산 등을 필히 지참하죠.
2,002년에 일로,내년 2,005년엔 아주 큰 일로 런던 방문계획기 있고 어찌됐던 런던이 그립네요!잘 읽고 갑니다 권 재덕 회원님
오우! 2006년 5월 학회 참석차 Gillmorehill campus (main campus)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포토에서이에서 보니 기억이 새롭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시는 연구분야에서 좋은 결실 맺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