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B. 피터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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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소재 ASML에서 CS 어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근무중인 박선용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교육까지 다 받고 한국에서 쭉 살 것만 같았는데 학부 때 한달 간 프랑스에 나와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경험이 계기가 되어 현재는 유럽 여러 도시에서 학생 신분으로도 살아보고 직장인 신분으로도 살아보면서 동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에 나온 지 올해로 8년차인데 프랑스, 독일을 거쳐 현재는 네덜란드에 있습니다. 스스로 유럽 유목민이라 하며 다니고 있는데 사람 앞일은 참 모르겠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5년 후의 저는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바람은 있지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런 배경 덕분에(?) 코센 릴레이북의 주자로 추천도 받게 되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유상혁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박사 학위를 마치고 해외생활이 점점 길어지면서 제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짧지만 저에게는 쉽게 답을 내기가 어려운 질문이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삶의 항해에서 갈피를 잘 못 잡는 와중에 아래 소개해드릴 책을 접하게 됩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임상심리학자이자 토론토 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입니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1년간 당시 냉전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해 있던 유럽을 여행합니다. 그는 냉전시대 인류가 두 사상으로 나뉘어 핵 교착 상태에 빠진 채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로의 신념을 지키려는 사실에 적잖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기위해 정치학에서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1991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자는 1999년에 첫 책인 의미의 지도 (Maps of meaning)를 출간하는데, 이 책은 현재 종교 심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명저입니다. 하지만 무척 두껍고 난해한 책이라 대중의 관심을 크게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정치적 논쟁)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의미의 지도에 담긴 내용을 좀더 전달력 있고 읽기 쉽게 재구성하여 출판하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 사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역사학, 신화, 신경과학, 정신분석학, 아동심리학, 시학, 성경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왔습니다. 고등학교 이과에서 시작해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과학적 사고만 단련해왔던 저는 그 밖의 세상은 잘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종교, 신화는 소설 같은 이야기였고 심리학에 관심은 가졌지만 깊게 공부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의 지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무신론자이자 과학자로서 저는 종교나 신화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성경의 복음과 신화는 옛 격언, 소설정도로 취급했습니다. 종교는 인간사와 함께 발달되어 왔지만 저에게 종교란 인간의 사고를 제한하고 믿음을 미덕으로 여기는 비 논리적인 체계였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철학적, 과학적 발견으로 인류가 넓혀온 지식의 바다를 막아서는,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벽처럼 느껴 지기도 했습니다. 자칫 과학만능주의자로 오해를 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과학적 사유가 발달하기 전 종교는 인간 사회에 믿음과 보상체계를 부여함으로써 사회를 안정화하고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종교나 신화에 기반을 둔 문화가 사람들의 행동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직 간접적으로 사회적 합의와 규칙에 반영되어 오랫동안 안정된 국가, 제국을 유지해온 예가 많습니다. 또한 기독교는 불가능에 가까운 성취를 이루어 냈는데, 기독교 교리는 서구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의 영혼을 강조했고, 노예와 주인, 평민과 귀족을 형이상학적으로 사실상 동일선상에 올려놓았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모두 평등함을 강조했던 것이지만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개념을 서구 사회에 처음으로 도입한 셈입니다.
그러나 유럽사에서 종교의 지위가 급격히 낮아지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이는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3~4세기 전 기독교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카를 융은 가정하는데, 기독교가 영적인 구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현실의 고통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 ‘나’라는 존재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과 세상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퍼집니다. 이는 유럽 지성인들 사이에서 과학적 사고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의 틀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난 현재 우리 세상의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눈부시게 피어났습니다. 이와 더불어 인간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20세기를 거쳐 현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전 지구에 지배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하지만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사회구조, 인간의 사고방식, 종교적, 문화적 기반은 이 짧은 시간내에 현대사회에 맞게 변화하기에는 너무 복잡했고, 인류의 삶에 이미 뿌리깊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이 고단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부조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 대다수가 올바른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길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야 하는지를 열 두가지 법칙과 그에 관한 설명을 통해 전달합니다. 그 법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칙 1 -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법칙 5 -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아라, 법칙 6 -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법칙 7 -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법칙 8 -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9 -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법칙 10 -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법칙 11 -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에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법칙명만 보면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내용을 읽고 나면 법칙에 내포된 깊은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고단한 삶이 우리의 어깨에 지어주는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사실 저는 2년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었지만 이번 릴레이북 독후감 작성을 위해 천천히 한번 더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 독서를 하는 중에 저에게 특별히 와 닿는 법칙이 몇 가지 있었는데, 바로 다음 두 가지입니다.
“항상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개인이 행하는 거짓말 하나 하나는 별거 아니고 작아보있수 있지만 모든 것은 하나의 작은 거짓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거짓을 처음에 바로잡지 못하면 그 거짓을 뒷받침하는 다른 거짓들이 보태지고, 그런 거짓에서 비롯된 부끄러움을 덮기 위해 생각의 흐름을 왜곡하게 됩니다. 왜곡된 생각의 결과를 감추려 더욱 많은 거짓이 알게 모르게 쌓여가고 점차적으로 거짓은 습관이됩니다. 거짓이 무의식적인 믿음과 행동으로 굳어지면 최악인데, 수백만명의 목숨을 잃게한 나치와 공산주의도 한 사람의 거짓에서 출발한 재앙적인 결과입니다.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택하라”
우리는 매일 나중에 얻을 이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행위를 합니다. 단순하게는 노동, 좀더 복잡하게는 계약이 이에 해당합니다. 종교에서는 제물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리학적 용어로 이는 만족지연이라고 하는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수 있게된 것은 시간의 발견, 나아가 인과 관계의 발견으로 이어집니다. 만족지연은 인간에게 근본적으로 내제되어있는 동물적인 본능에 반대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에 보상을 받는것이 충분히 보장될 만큼 안정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만족지연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어떻게 인류는 이런 안정적인 사회와 만족지연이라는 두 목적을 동시에 이루었을까요? 저자는 공유의 개념에서 도덕률이 발전되고 만족지연의 한 형태로 계약이 출현하며 사회의 관습이 생겨났다고 설명합니다. 수만년 동안 사람들이 무수히 성공과 실패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성공한 사람은 만족을 늦추고 미래와 거래한다’ 였습니다. 성공한 사람은 희생할 줄 알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풀립니다. 개개인에게 희생이 무엇이고 그에 따르는 보상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성공한 사람이 갖는 도덕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높은 목표를 지향하라. 주의하고 집중하라. 고칠 수 있는 것이면 고쳐라. 현재의 지식에 교만하지 마라. 겸손한 마음을 가져라. 나의 부족함을 정확하게 인지하라. 나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겁함과 악의. 원한과 증오를 인정하라. 남을 비판하기 전에,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나서기 전에 나의 잔혹한 심성을 살펴라. 무엇보다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 하지 말라.] 편의주의적 행동을 따르기 보다는 고될지라도 현재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하루하루 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의지를 갖고 실천해나가면 주변의 모든 것이 나와 세상에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챕터입니다.
삶의 여정에서 어느 구간에 있는지에 따라 각자에게 와 닿는 법칙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두고두고 내가 삶의 여정에서 길을 이탈한 것 같을 때나 힘들 때마다 다시 집어 들어서 읽으면 참 좋겠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음주자로 저는 신준수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신 박사님은 한국항공대학교에서 박사 졸업 후, 현재 뮌헨의 독일연방군사대학교 열역학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머신러닝, 딥러닝 같은 최신 데이타 해석 기법을 열역학과 같은 고전역학에 접목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 박사님과의 인연은 제가 뮌헨에서 근무할 당시 시작되었는데 항공우주, 여행 등 공통의 관심사가 많아 금방 친해졌던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소개해 주실 지 매우 궁금하네요.
책을 다~ 읽은것 처럼 포인트를 잘 잡아주셨네요! :) 인생의 법칙은 정말 상식처럼 쉽지만 실천하기에는 어려운거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다시 마음에 새기고 열심히 살아야겠네요 좋은 책리뷰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달 전 리차드 도킨스 "신, 만들어진 위험"을 읽고 천주교 신자로서 이율배반 적인 느낌으로 좀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법칙 12개를 보니 읽고 싶어지고 기대됩니다 어떤 독후감을 줄 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