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바다가 보고 싶을 때
- 2150
- 29
- 5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석사과정 중인 박정현입니다. 저는 학부를 마치고 바로 세부 전공을 정해 특정 랩실에 소속되어 실험을 진행하고 성과를 내는 한국, 미국 대학원 방식이 저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 독일 유학을 나왔습니다.
독일의 석사 과정은 학부의 연장/심화 과정입니다. 따라서 석사 때는 당장 주제를 잡고 논문을 쓰기보다는 학부 때와 마찬가지로 전공 수업을 많이 듣습니다. 예를 들어 KIT의 경우 졸업 학점 120학점 중 인턴십 12학점, 석사 논문 30학점을 제외한 108학점은 모두 강의를 듣고 시험을 쳐서 학점을 이수해야 합니다. 학점은 0.1점 단위로 아주 깐깐하게 부여되며 수강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모자란다고 판단될 경우 가차 없이 fail을 줍니다. 단순히 학부 때 배운 얕은 지식으로 섣불리 세부 전공이나 진로를 속단하고 싶지 않았던 저는 3-4학기 동안 이론을 깊고 탄탄하게 배우고 그를 바탕으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연구가 무엇인지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독일의 석사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아직 기초가 부족하다고 느껴 더 공부하고 싶었던 과목이나, 흥미가 있어 배우고 싶었던 새로운 과목들을 공부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저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포토에세이에서는 드디어 석사 첫 학기를 마치고 따듯한 해를 찾아 마요르카로 휴가를 다녀온 이야기를 가볍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독일의 4월은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내리고 우박이 내렸다가도 다시 해가 쨍쨍 내리쬐는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한데요, 오늘은 전날 20도까지 기온이 올라갔다가도 다음날은 눈이 오는 독일입니다.
독일의 4월 날씨는 제멋대로이기로 아주 유명합니다.
독일은 학기가 10월에 시작해(항상 겨울 학기가 기준입니다) 그다음해 2월에 끝나며, 2월부터 3월~4월까지 시험을 봅니다. 여름 학기는 4월에 시작해 7월 말에 끝나며 8~9월, 혹은 10월까지도 시험을 봅니다. 그래서 학기 초부터 도서관이 북적거리거나 이미 다음 학기가 시작했는데도 전 학기 시험공부를 하느라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따로 방학이 있지 않고 학기 중간중간에 크리스마스와 같은 꽤 긴 lecture-free period가 있습니다.
봄이 아닌 겨울에 학기를 시작한다는 것, 학기 중에 시험을 보고 종강하는 것이 아닌 수업과 시험은 별개인 점, 방학이 따로 있지 않고 학기 중간에 길게 쉰다는 것이 한국 학사 일정과 큰 차이점입니다. 한국과는 다른 lecture period를 잘 숙지해서 스스로 한 학기 동안의 학습 플랜을 짜고 시험 스케줄을 잡고 중간중간에 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떠나는 등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것이 독일 유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는 정반대의 학사일정에, 마음에 붕 떠서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어지거나 학기+시험 기간까지 꽤 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하면 너무 지쳐서 막상 시험을 봐야할 때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지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저 또한 첫 학기는 독일 생활 적응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저 ‘나중에 가서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학기가 끝나기만을 바라며 스스로를 좀 더 다독이고 몰아붙이기를 반복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시험을 친 4월의 어느 날. 독일엔 늘 그렇듯 비가 내렸고 저는 춥고 마음이 답답해서 바다를 보러 마요르카, 팔마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멋진 지중해
마요르카는 독일인들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지중해에 위치한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섬입니다. 제주도와 비슷하게 동, 서, 남, 북 각각 특색 있는 즐길 거리를 가지고 있는 마요르카에서 저는 공항과 시내가 위치한 팔마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도심 바로 옆에 바다가 자리 잡고 있는 팔마에선 지중해에서의 근사한 휴식과 시내 구경을 모두 누릴 수 있었습니다.
호텔 체크인 후 바다로 나와 온종일 해변에 누워 햇볕을 쬐며 가만히 파도 소리를 듣고 있으니 조금씩 기운이 나고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바다에서의 휴식이 조금 지루해질 때쯤 스페인 특유의 이국적인 골목을 누비며 이곳저곳 걸어 다니는 즐거움엔 그동안 힘들었던 것도 잊어버리고 그저 즐겁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넓은 바다를 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한국 바다와는 달리 짠 내가 전혀 나지 않아 쾌적했습니다.
이국적인 느낌이 가득했던 스페인의 건물들
제가 팔마에서 너무도 좋은 시간을 보냈었던 것처럼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언젠가 팔마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라며 (특히 독일에서 바다가 보고 싶으신 분들, 해산물이 그리우신 분들, 혹은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마요르카, 팔마의 맛집 몇 곳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Bar Andaluz
와인과 과일의 달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정말 맛있는 상그리아를 맛볼 수 있는 타파스 바 입니다. 다른 식당에 비해 타파스 메뉴가 월등히 많고 서버분들도 정말 친절해서 적극 추천하는 곳입니다.
2. 생맥주 (산미구엘, 클라라)
스페인에 오신다면 산미구엘 생맥주를 꼭 드셔주세요. 시원하고 기분 좋은 청량함을 가진 매력적인 맥주입니다. 또, 어디에서든 클라라라는 이름의 생맥주를 판매 중이라면 이것도 꼭 한 번 드셔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호텔 바에서 마실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라들러(레모네이드와 맥주를 섞은 칵테일 맥주) 와 비슷한 맛인데 훨씬 깔끔하고 가벼운 달콤함을 가진 아주 맛있는 맥주입니다.
정말 맛있었던 산미구엘 생맥
3. Elaela fabrica de helados s.l.
팔마에서 가장 맛있는 젤라또를 파는 곳입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대충 공장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장사하는 팔마의 다른 젤라또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쫀득하고 고급스러운 맛입니다. 이탈리안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젤라또 가게인데 인테리어도 귀엽고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셔서 정말 좋았던 곳입니다. 궁금한 맛은 모두 맛보기로 먹어볼 수 있습니다.
한 스쿱 양도 엄청났던 젤라또
그 외에 카페나 레스토랑은 산타 까딸리나 지역을 적극 추천합니다. 분위기 좋은 바와 식당이 많은 지역입니다.
봄이 오고 있는 독일의 모습
벌써 5월입니다. 물씬 따듯해진 날씨처럼 모두 따듯한 마음으로 기쁜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글 읽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우와 이번에 마요르카에 다녀오셨군요. 4월이여서 날씨가 정말 좋았을 거 같아요. 독일은 학생에 대한 자유가 많지만 그것에 대한 책임도 엄격하게 하는 나라여서 그런지 적응도 하시면서 첫학기를 마치시느라 힘드셨을 거 같아요.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독일 날씨가 그렇게나 변덕스러운지 처음 듣는 글이어서 쬐께 놀랍습니다.영국 런던보다 더한 것 같네요.
재밉게 읽었습니다.건강 항시 챙기시고요!
스페인에 있는 독일인의 천국이라니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