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우리가 COVID-19를 이겨내는 방법!

DSJ_독심전

박천룡(tommypark)
포함 9명 독일, Darmstadt, Zoom
독일에서 최초의 COVID-19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독일의 권위 있는 공공보건기관(e.g. RKI), 의학 전문가 집단 그리고 정치인들까지 한 목소리로 외치던 구호가 있었습니다.

‘COVID-19는 심각한 질병이 아니며, 이로 인해 독일 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질 필요는 없다‘

미디어에서 COVID-19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한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주요 성공 요인으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한 가이드라인 준수‘를 뽑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대다수의 독일인들의 의견은 ‘한국인들은 너무 과잉반응(uebertrieben)한다’ 였습니다.

실제로 당시 WHO나 Robert Koch-Institut의 공식 입장은 ‘마스크는 효용성이 없으니 쓰고 다닐 필요가 없다’였고, 이러한 주장이 유명 유튜브 채널과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재생산되고 확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민하게 마스크를 공수해서 착용하고 다니는 아시아인들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가 존재했고 이로 말미암아 크고 작은 인종차별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중시하는 독일에서 휴지, 스파게티면 품절 사태와 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2차 락다운이 실시된 11월, 독일에서 사는 유학생들의 일상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독일에서 뇌과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는 한인 유학생들의 모임인 독심전에서 코로나로 인해 변한 일상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1. COVID-19으로 달라진 일상과 우리가 COVID-19를 이겨내는 방법

용혁: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외출을 못한다는 것? 평소 외출을 자주하는 편은 아니지만, 외출을 할 수 있는데 안 나가는 것과 외출이 금지되어 못 나가는 것 사이에는 확실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고 이러한 생활 패턴이 고착되니, 자연스레 게을러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 먹이를 챙겨 주던 ‘글쿤’이란 이름의 공원 오리가 있는데, 보고싶어 가끔 꿈에 나오기도 한다.

승희: 나도 외출 제한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 평소 피트니스를 즐겨 다니는데 오랫동안 운동을 못하니 마음까지 답답해진다. 2차 봉쇄령이 내려질 것 같다는 뉴스를 보고 간단히 집에서 할 수 있는 홈 트레이닝 기구를 주문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사람들이 꽤 있는지 유튜브에 홈 트레이닝 관련 영상이 많아진 것 같아 신기하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우울할 때는 운동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이 없는 것 같다.

성우: COVID-19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도서관 이용에 제한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 논문에 인용할 논문과 저널이 대여가 불가능하고 도서관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경우가 종종 있다. 짧아진 도서관 개관시간으로 인해 인기 논문의 경우 예약 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수선하니 집중하기가 힘들다. 평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다면 이를 통해 약간의 기분 전환을 시도해도 좋다.

윤화: 독일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건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스크를 깜빡하고 챙기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대중 교통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승차가 거부되기 때문에 늘 긴장해서 마스크를 챙겨야 한다. COVID-19 초기 독일에서 일반인들이 사용할 마스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요 과열이 발생했었고, 이로 인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되기도 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게 쳐다보게 되는 현실이 웃기면서 슬프다.

슬기: 드레스덴은 관광지로 유명한데, 코로나로 인해 예전의 활기참을 잃었다. 아름다운 도시의 주연인 사람이 빠지니 유령도시가 된 것 같은 서글픔이 든다. 한창 바쁜 학부 4학기생이라 여러 과목을 수강해야 하는데 온라인 강의가 생각처럼 집중이 되질 않는다. 옆에 침대가 있으니 누워서 듣기도 하는데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현빈: 봉쇄령과 대인 간 접촉 시 가이드라인이 엄격해진 덕분에 논문에 필요한 피실험자 구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논문 제출 일정은 고정되어 있는데 초기 단계인 실험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하여 굉장히 당황했었다. 1차 락다운 해제 후 다행히(?) 사람들의 긴장이 풀렸는지 실험에 참가해주는 사람들이 생겨 결과적으로 잘 마칠 수 있었지만, 이때도 위생에 굉장히 신경 써서 실험을 진행했었다.

지수: 평소에도 심심한 독일이 더 심심해졌다. 항상 활기차던 시내에 나가도 서로가 서로를 피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웃고 떠들던 밝은 분위기의 모습들이 사라졌다. 종종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다툼이 있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괜히 동양인이라고 더 색안경 낀 눈으로 쳐다볼까 두려워 긴장해서 외출하곤 했다.
 
#2. 그래도 긍정적인 면들이 있다면?

성우: 가장 환영할 만한(?) 이벤트는 평소 듣기 힘든 유명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연주 실황을 무료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점! 최근에도 지인이 속해 있는 함부르크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를 유튜브를 통해 감상했다. 직접 연주홀로 가서 듣는 것과 질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COVID-19으로 지쳐 있는 사람들의 심신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좋은 이벤트였다. 이외에도 집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여러 교육 플랫폼에서 강의를 무료로 개방해주었다. 온라인 강의 덕분에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 건 확실히 환영할 만하다. 평소 학교까지 통학 시간이 약 2시간 정도 소요됐는데,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집에서 들을 수 있어 편리하다.

현빈: 평소 점심은 항상 함부르크 대학 학생 식당에서 먹었다. 워낙 맛있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해 즐겨 이용했었다. COVID-19으로 인해 운영을 하지 않아 섭섭했지만, 역으로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장점도 있다. 직접 요리를 하니 좀 더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다행히 COVID-19으로 논문 제출 규정이 달라져서 단비 같은 2주의 제출 연장을 받았다.

용혁: 가까운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룸메이트와는 평소에도 사이가 좋았는데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윤화: 룸메이트들과 정원에서 기르려고 마음만 먹었었던 채소와 꽃들을 드.디.어. 심게 됐다.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상상만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직접 재배한 오이와 깻잎을 먹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 계속 잘 신경 쓰고 길러줘야 한다는 건 단점…

지수: 시험을 위해 공부하던 이전 패턴에서 좀 더 여유를 갖고 심도있게 공부를 하는 시간이 생겼다는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독심전 정모에서 발생하는 선배들의 토론을 보며 진지하게 심리학을 공부하는게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다.

슬기: 오프라인 정모가 온라인으로 옮겨져 이전에는 연 2회만 만날 수 있어 아쉬웠는데, 이제는 매달 정모를 진행 할 수 있어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이래저래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가 늘기도 했지만 정모를 통해 타인의 경험을 경험하는 기회가 늘어난건 환영.

승희: 평소에 벼르고 있던 취미 생활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 늘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는데 스토리를 좀더 꼼꼼히 구상하고 드로잉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면에서는 COVID-19의 긍정적인(?) 작용이라고 생각한다. '레몬사탕'이라는 제목의 제주도에서 사는 소녀의 이야기인데 기회가 된다면 대형 플랫폼에 응모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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