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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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에서 취업연수 생활

    이수진 (endeavor9)

    4년 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시던 부모님을 뒤로하고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당시 취업준비생이었던 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국비 지원 싱가포르 취업연수’에 선발되었고 예약해 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며 타국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중심지로 약 600여 개의 글로벌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전자 전기 기계, IT 통신, 제약 의료 바이오 등 다양한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지점이 모여있습니다. 싱가포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많아 저와 같은 건축 디자인, 건설, 토목 전공자에게도 현지 채용의 기회가 충분히 열려있습니다. 또한,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이 일반적이며 스펙보다는 실무 경험을 중시합니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보단 이직이 활발하여 이직을 통해 연봉을 올릴 기회도 많이 주어집니다. * 월드잡 [https://www.worldjob.or.kr/]을 통해 해외 취업에 대한 정보 및 해외 취업 장여금, 해외 취업 연수, 우수 일자리 공고 등 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커리어에 대한 절박감과 야무진 꿈만 있었지 지독한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관계된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온전히 홀로 있는 시간은 안락함보단 막막함과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몸을 동그랗게 말아 무릎이 가슴팍까지 오도록 웅크려야 잠을 청할 수 있었고 응급실에 실려 간 새벽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병원비를 보며 수술을 하는 게 맞는지 서글픈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홀로 서는 시간은 길고 불안했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 내려야 하는 인생에서 자립적 선택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Living in BCL #까사밀라 #사그라다파밀리아 싱가포르는 현지 주거 임대 비용과 의료비가 매우 비쌉니다. 급여를 협의할 때 높은 생활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취업비자의 종류에 따라 본인에게 적합한 현지의료보험을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잠깐이라도 내가 사는 곳을 떠나 자유를 갖는다는 건 특혜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국에서 혼자 살 때 더 많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가 다녔던 건설회사에서는 4개월에 한 번씩 열흘의 정기 휴가와 항공권을 제공해주었는데 보통 한국으로 휴가를 떠날 때 저는 서유럽, 동유럽, 이베리아반도와 발칸반도, 동남아시아 등 일 년에 두 번 이상 많게는 여섯 번까지 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일상 속 소모감은 타국에서도 존재합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어려움, 잦은 야근과 회식, 노스탤지어, 정서적 허기를 채워줄 가족과 친구의 부재 등 떠날 이유는 많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자유로울 수 있겠어.’ 결혼 전 싱글 여성으로서 떠나지 못할 이유는 없었습니다.틈틈이 그리고 부지런히 여행을 떠나 지금까지 여행한 국가는 총 20여 국 50개 이상의 도시입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알제리, 일본,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몰디브 등)   왜 자꾸 혼자 여행을 떠나? 어디가 가장 좋았어? 라는 비근한 질문부터 ‘여행 안 다녔으면 샤넬백 몇 개는 샀겠다.’라는 핀잔까지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물질적 소비보다 경험적 소비를 선호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곳을 걸으며 제가 가야 할 방향성을 깨닫기도 하고, 길거리 악사의 연주에 위로받으며 흐트러졌던 자존감을 바로 세우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었기에 주변 지인뿐만 아니라 지면으로 만난 당신에게도 훌쩍 떠나기를 권장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여행 가이드가 정한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패키지여행이 아닌, 개인의 속도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혼자만의 여행을 추천합니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더라도 중간중간 자유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몬세라트 동행자의 속도와 감정에 눈치 볼 필요 없이 나의 욕구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것과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스스로 집중하여 자아를 탐구하고 내면을 파고들어 자신을 이해하다 보면 상처가 아무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는, 일상에 쫓겨 사는 우리니까요. 계획이 없는 느긋한 여행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때때로 삶의 방향을 상실한 채 주위의 기대에 흔들려 타인의 삶을 살기도 하는데 혹여나 불필요한 짐을 짊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정리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가우디 예술의 반대말은 무감각이라고 했던가요. 생경한 이국땅에 도착하여 아이가 된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른 문화권을 탐하다 보면 소진되었던 열정이 깨어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내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으며 오롯이 나로 사는 일이 여행지에서는 가능해집니다. 일상에 눌려 잠재워둔 감각을 살리고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 여행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잃어 방황하기도 하고 반대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기도 합니다. 계획은 어그러지고 겹치는 불운에 신세 한탄을 하며 화를 내고 짜증을 내다보면 어느새 그런 감정이 얼마나 불필요한 일인지도 깨닫게 됩니다. 여행이 그렇듯 삶도 늘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나 자신도 이렇게 완벽하지 못한데 타인의 실수에도 너그러워집니다. 불완전함을 즐기는 유연함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력을 배우다 보면 완전히 절망하지 않는 법도 익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여행을 순탄하게 끝내다 보면 “나는 언제든지 내가 필요할 때 떠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러한 용기는 또 다른 성장을 위한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저는 타국 생활과 여행을 통해 스스로 존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미스반데어로에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더 큰 자유를 만나시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괴로움을 외면하기 어렵겠지만 그것들을 잘 다스리는 지혜도 함께 가꾸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제가 그동안 다닌 여행지 중 소개해드리고 싶은 스페인의 그라나다의 사진을 덧붙이며 마무리하겠습니다. * 스페인은 우여곡절 많은 역사 속에서 다채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어 볼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산맥들로 분리된 각각의 지역은 서로 다른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으며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까지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대단한 열정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피카소, 꿈을 그린 화가 후앙 미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등 나라 전체가 예술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디자인 힘이 매우 강하고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 그라나다는 이슬람인이 세운 그라나다 왕국의 수도로, 스페인에서 이슬람인의 최후 방어선 역할을 한 도시입니다. ‘그라나다에 살면서 장님으로 지내는 것보다 더 가혹한 일은 없다.’라는 시구가 있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알람브라 궁전은 이슬람 건축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바이신 #헤네랄리페 #카를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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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수학 (이달의 주자 : 이상현)

이언 스튜어트 저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같은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그리고 수학적 사고가 주는 통찰력 몇 년 전에 한국에 잠깐 휴가 차 귀국했을 때, 서점에 들려 볼만한 책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생명의 수학’이라는 저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책의 제목을 보고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생각했던 생물학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흰색가운을 입고, 현미경으로 세포나 바이러스 등을 관찰하거나, 복잡한 생물들을 관찰해 종에 따라 분류하거나, 신약개발로 임상실험을 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반면 수학 하면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흰색 종이에 빽빽하게 수식을 적어가는 모습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램을 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도저히 제가 생각하는 ‘생명’과 ‘수학’의 이미지가 서로 겹치지 않았기에, 저자가 어떻게 이렇게 상반된 이미지의 생명과 수학을 같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갈지가 궁금하였습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뉴턴의 미적분학에서 최근 힉스입자를 발견한 LHC입자가속기 까지, 수학과 물리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수리물리학의 형태로 각각의 학문발전을 이끌어 왔다고 소개합니다. 반면, 오랫동안 수학은 생물학 내에서 기계적인 계산이나 실험데이터의 통계적인 처리 등 간단한 연구 방법으로 써만 존재했을 뿐, 생물학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리생물학이라는 수학과 생물학의 융합분야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수학이 생명현상을 깊이 이해하는 통찰력을 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수학과 물리학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왔듯이, 21세기에는 수학과 생물학이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전히 정말 그런지 반신반의하면서, 다음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저자가 대중 과학 저술가로서 명성과 경력을 쌓아오고 있어서 그런지, 책전반에 걸쳐 어떻게 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수학과 생물학의 이야기를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설명할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책전반부는 생물학의 중요한 다섯가지 혁명에 대한 서사적인 구조로 시작합니다. 현미경의 발명, 린네의 분류, 다윈의 진화론, 멘델의 유전학, 크릭과 왓슨의 DNA구조분석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각각이 생물학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일어난 생물학에서의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수학이 생물학의 지평을 넓히는 여섯번쨰 혁명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수학이 생물학을 이해하는데 깊은 통찰력을 준 예를 하나 하나씩 소개합니다. 예를 들면, 수학 알고리즘 최적화가 인간 게놈지도의 완성을 앞당기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절약한 예, 꽃잎의 기하학적인 배열에 의한 수열 및 모델링, 적절한 종의 분류 및 분기도를 찾는 알고리즘, 군론에 의한 바이러스의 구조해석, 곤충과 동물의 걸음걸이 해석, 신경세포 신호전달 매커니즘 모델링 등등, 수학적인 접근방법이 없이는 생물현상을 깊게 이해하기 힘든 예와 수학이 얼마나 효율적 연구를 가능하게 했는지, 단계적으로 설명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느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공감을 하게 되었고, 수학에 의한 생물학의 혁명이 현재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수학과 물리학의 오랜 협력관계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 수학과 생물학이 만나 이런 재미있는 연구를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물질구조과학은 응집물질물리뿐만 아니라,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수학, 컴퓨터과학 등에 폭넓게 걸쳐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그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문제를 저마다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상호 교류하면서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체의 결정 및 자기구조를 기술하고 상전이현상을 이해하려면 군이론에 바탕을 둔 결정학 및 란다우 상전이이론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최근 에서야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수학적 사고가 왜 연구에 중요한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따라서 수학이 생물학에 깊은 통찰력을 줄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면서, 앞으로 눈부시게 발전할 수리생물학 분야의 흥미 있는 연구를 기대해봅니다.   다음주자는 프랑스 원자 및 대체 에너지 기구(CEA), 레옹 브릴루앙 연구소(LLB)에서 중성자산란을 통해 고체의 자기동역학을 연구 중이신 정재홍 박사님입니다. 연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호기심이 많으셔서 평소에도 다양한 관심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하십니다. 정재홍 박사님의 즐거운 책 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세히 보기

르네상스 공돌이

신 현현기경

전창훈 (cjun0828)

제목이 상당히 괴이하죠? 현현기경은 거의 천년 전에 중국에서 출간된 바둑 책 이름입니다. 제목을 번역하면 ‘신비로운 바둑 바이블’ 정도가 될 것입니다. 남송시대에 처음 나왔고, 원나라 때인 1300년대 중반에 재출판된 책이라고 합니다. 그 긴 세월동안 현현기경은 바둑계에서 비전처럼 전해내려오던 책이며, 저도 대학시절 이 책을 넘기며 바둑돌을 놓아본 기억이 있습니다. 반면 ‘신 현현기경’은, 제2차대전 전후 일본에서 활약했던 중국계 기사 오청원 9단이 출판한 책 제목입니다. 오청원 9단은 바둑계에서 일본을 흔든 중국판 ‘바람의 파이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분입니다. ‘치수 고치기 십번기’를 비롯한 수많은 전설의 주인공입니다. 아재 개그적 분석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듣는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 3위가 군대 이야기, 2위는 축구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1위는 둘을 결합한,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라고 하네요. 아마도 바둑은 그 바로 뒤인 4위 정도에 오르지 않을까 합니다. 소녀시절, 바둑판 앞에서 꼼짝도 안하시던 아버지 잔심부름이나, 신혼시절 주말에 바둑친구를 집으로 부르던 남편에 대한 기억을 가진 여성들이라면 바둑이라는 소재가 비호감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이니까 기대를 접지 말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한참 전에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의 대결에서 인간의 완패로 승부가 난 사건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재미있는 일은 바둑 9단을 ‘입신’이라고 부릅니다. 신의 경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신은 고사하고 인간이 만든 컴퓨터에게도 졌습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서 한 30년전쯤 한 밤에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11시에 만납시다’ 라는 KBS 토크 코너에 한국의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초청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신과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면 몇 점을 먼저 깔고 둬야 이길 수 있겠냐는 질문에, 임해봉 9단은3점만 깔면 확실히 이기겠지만 확실히 목숨을 보존하려면 아무래도 4점은 깔아야 할 것같다고 했다면서, 조훈현 9단은 어떻냐고 아나운서가 물었습니다. 임해봉 9단과 조훈현 9단은 앞에서 언급한 오청원 9단의 제자들입니다. 조훈현 9단의 대답도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런데 이세돌은 알파고에게 허무하게 패했고, 알파고는 프로기사들 모두가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묘수를 몇 차례 두었다고 합니다. 일년쯤 지나 알파고에게 3연패를 당한 중국의 최강자 커제는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완패한 것은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가집니다. 풍류를 좋아하는 동양이 냉혹한 과학적 사고를 하는 서양의 지배력 아래에 놓일 수 밖에 없었던 역사와 현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천년간 연구해온 바둑이 불과 환갑나이에 불과한 컴퓨터에 의해 제압당했다는 것도 충격이었습니다 필자는 여기에서 우리가 의존하는 경험우위적 지식론을 경계하고 싶습니다. 유사 업무에 경험이 많다는 것만으로 새로운 문제를 돌파할 내공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유사 경험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을 절약해줍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은 ‘신의 한 수’의 탄생을 막는 선입견이 될 수 있습니다. 경험자들은,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신입들 의견에 면박을 줍니다. 그래서 많은 당대의 고수들이 세월과 더불어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씨니어 전문가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부터 경계하기 위한 말입니다. 사실 경험론자들은 문제의 해답보다 문제를 막고 있는 제한조건에 더 해박한 지식이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하면 된다’ 보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에 더 전문적 소양을 가집니다. 정리하면, ‘그 길은 아니다’는 지식은 경험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길이었다’는 해답은 창의력을 동반한 고민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진짜 하고싶은 말은 지금부터입니다. 앞에서 꺼낸, 별 연관성 없어보여 쌩뚱맞기까지 한 30년전 김동건 아나운서와 조훈현 9단의 대담 프로그램 이야기입니다. “컴퓨터가 나와서 인간을 이기는 날이 오면 바둑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30여년 전 그때 김동건 아나운서가 던졌습니다. 순발력이 좋아 조제비라는 별명을 가진 고수의 대답이 흥미로와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둑판을 한 칸씩만 더 늘리면 된답니다. 겨우 가로세로 한칸씩만 늘려도 엄청나게 증가하는 확률에 컴퓨터가 적응하려면 또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9단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가정해봅시다. 만약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결하던 아침에 한 칸씩 늘어난 바둑판을 내어놓고 운동장 크기가 아주 약간 늘어났다는 통보를 하고 대국에 임했다면 결과가 어떠했을까요? 아마 한 달 전에 알려주었더라도 인간의 승리가 당연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계적 계산에서 컴퓨터에게 형편 없이 뒤지지만, 변화에 곧바로 적응하고 최적을 찾아가는데에는 컴퓨터를 확실히 능가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에서 구체적 계산은 부수적인 것이고, 큰 틀에서 봐야 하는 상황변화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단순계산능력이 약하다는 것만으로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수학 점수나 가진 돈액수가 아니라, 궁극적 목적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실행을 향한 의지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이야기입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Baylor College of Medicine] Reproductive Health Research Laboratory

저희 연구실은 주로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차세대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실 이름도 Reproductive Health Research Laboratory입니다. 지도교수님이신 한상준 박사님은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후 삼성생명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 연수과정을 마치시고 미국 휴스턴에 있는 Baylor College of Medicine에 있는 Father of Molecular Endocrinology로 알려진 Dr. Bert W. O’Malley 연구실에서 두번째 박사후 연수 과정을 마치셨습니다. 박사후 연수과정중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Dr. Bert W O’Malley가 학과장으로 근무하시는 Department of Molecular Cellular Biology in Baylor College of Medicine에서 Instructor로 발령 받으시고 assistant professor를 거쳐 현재는 associate professor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현재 실험실에서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자궁내막증 (Endometriosis)의 발병원인과 기작 그리고 이것을 치료하는 차세대 치료제를 여러가지 동물 모델과 환자 조직세포를 이용하여 찾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National Health Institution; NIH)의 지원을 받으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Endometriosis라는 질병은 자궁내 조직이 자궁내에 존재하지 않고 자궁밖으로 나와서 복강내 조직에 붙어서 자라는 질병입니다. 발병원인으로는 몇가지 가설들이 있는데, 그중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는 것은 Retrograde Menstruation Hypothesis 입니다. 이것은 여성이 생리중에 menstrual fluid가 몸밖으로 배출되지만 압력에의해서 일부는 fallopian tube를 통해 복강내로 역류하는 현상입니다. 역류된 menstrual fluid에 있는 endometrial tissue는 보통 host immunosurveillance에 의해서 제거가 됩니다. 그러나 전체 가임인구의 15%정도는 retrograde endometrial tissues가 제거 되지 못하고 복간내 조직, 예를 들어 ovary, uterus, peritoneal membrane 그리고 intestinal membrane등에 달라 붙어서 자라면서 여러가지 병증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Endometriosis는 심한 pelvic pain을 유발하며 fertility rate를 감소시켜 난임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 밖에도 endometriosis는 auto immune disease의 유발 확률을 높이고 breast cancer와 ovarian cancer의 발병 확률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 져 있습니다.  Projects 1: Determine the Endometriosis Initiation factor 모든 여성이 retrograde menstruation을 경험하지만 15%의 여성만이 endometriosis로 진행됩니다. 어떻게 retrograde mensuration를 경험하는 여성중 15%에 해당하는 여성이 endometriosis를 갖게되는 지 아직까지 그 원인이 규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희 팀에서 환경호르몬이 endometriosis를 유발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알게 되었습니다. 뿐만아니라 endometriosis 환자 샘플에 대한 whole genome exon sequencing 결과를 바탕으로 endometriosis 발병에 관련이 깊은 단백질에 존재하는 exon specific mutations을 찾았고 이들이 endometriosis 발병원인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들은 endometriosis의 prediction과 prevention에 이용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이용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Project 2. Identification of Endometriosis progression factor 일단 Endometriosis가 발병이 되면 정상적인 자궁조직과는 다른 molecular mechanism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확한 molecular mechanism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 저희 lab에서 steroid receptor coactivator 1 isoform (Nature Medicine, 2012)와 estrogen receptor beta (Cell, 2015)가 Endometriosis progression을 진행하는 중요한 factor라고 발표하면서 Endometriosis progression 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습니다. 기존까지는 Endometriosis는 estrogen dependent inflammatory disease로만 알려져서 치료법이 systematic estrogen deficiency 치료와 anti inflammatory drug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방법은 치료 효과 보다는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알려져 왔습니다. 저희가 발견 한 steroid receptor coactivator 1 isoform과 estrogen receptor beta는 Endometriotic lesions에서만 특이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그 치료의 효율성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steroid receptor coactivator 1 isoform/Estrogen receptor beta targeted therapy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Proteomics analyses를 통해 Steroid receptor coactivator isoform 1과 estrogen receptor beta와 endometriotic lesions에서 interaction하는 많은 proteins을 찾았고 이들이 어떻게 endometriosis progression 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연구 하고 있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endometriosis inducing molecular mechanism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Project 3. Natural ligand screening for the alternative endometriosis treatment 현재까지 사용중인 endometriosis drug는 치료효과가 낮을 뿐아니라 많은 부작용이 동반하고 있읍니다. 치료효과도 높이고 부작용도 줄이기 위해 현재 natural ligand 와 FDA approved drug library(총 1,500 drug)를 이용해서 steroid receptor coactivator 1 isoform과 estrogen receptor beta을 target. 하는 natural ligands를 screen하고 있읍니다. 현재 몇 종류의 lead compounds를 찾아서 그효과를 검증중입니다.  Project 4. Identification of factor to drive tumorigenesis of endometriotic lesions 정상적인 여성과 비교할때 endometriosis patient는 endometriosis associated ovarian cancer의 발병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cancer의 molecular properties 와 endometriotic lesions의 molecular properties가 거의 일치합니다. 그런데 endometriotic lesions은 benign상태로만 유지하고 있읍니다. 어떻게 endometriotic lesions이 cancer로 진행되지 않고 benign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현재까지 알려 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만일 이러한 조절기작이 깨어지면 endometriotic lesions은 cancer로 발전된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읍니다. 현재 endometriosis associated ovarian cancer gene expression profile과endometriosis gene expression profile를 이용하여 endometriosis associated ovarian cancer에서 특이적으로 변한 immune signaling을 발견하고 이 pathway가 endometriosis associated ovarian cancer를 유발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있는 연구실은 세계에서 가장 큰 Texas Medical Center에 위치하고 있는 Baylor College of Medicine에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연구실들과 유기적으로 공동연구를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Baylor College of Medicine내에 있는 Advanced Technology Core에는 모든 종류의 실험을 할 수 있는 Core laboratories있습니다. 그래서 각자 연구원들의 projects을 손쉽게 진행 할 수 있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도 Biostatistics Core, Genetically Engineered Mouse Core, Genomic and RNA Profiling Core, Human Tissue Acquisition and Pathology Core, Mass Spectrometry Core 그리고 Mouse Embryonic Stem Cell Core들과 유기적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서 많은 결과들을 빠른시간내에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Baylor College of Medicine 에 있는 DeBakey Building 7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도 참조). 제세한 내용은 박미진 연구원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 주소  : Dept of Molecular Cellular Biology Baylor College of Medicine, One Baylor Plaza Houston TX, 77030 ■ 홈페이지  : https://www.bcm.edu/research/labs/sang-jun-han ■ 이메일  : mjpark@bcm.edu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