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 PHOTO ESSAY

    일본 선도 분리막 필름 연구센터 in Kobe

    전성일 (sijeon)

    반갑습니다. 코센 가족 여러분, 저는 일본 고베 대학교 화학공학과 연구 조교수, 선도 분리막 필름 연구센터 수처리 분리막 제막 및 특성 연구 그룹의 그룹장을 맡고 있는 전성일입니다. 코센 웹진 포토 에세이라는 코너를 통해 저희 연구센터 소개 및 일본 간사이 지방을 사진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분리막을 이용한 분리 공정은 새로운 분리막 소재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수처리 뿐만 아니라 가스, 유기용매 정제 및 농축 등 많은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는 기술입니다. 전세계 분리막 시장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은 일찍이 분리막 소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07년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 기구 (NEDO, New Energy and Industrial Technology Development Organization) 중장기 기술 혁신 과제에 선정되어 고베대학교 내에 선도 분리막 필름 연구센터를 설립하였습니다. [ 분리막 연구센터의 역할 및 센터 전경 ] 올해 10주년을 맞아 국내외 많은 초청 강연 및 행사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본 연구센터에서는 산학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기초 연구 및 신소재, 신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국외로는 세계 유수의 분리막 연구센터와 MOU를 맺고 지속적인 인적 및 기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국내 및 국제 분리막 연구센터 네트워크 ] 현재 센터 내 수처리 분리막, 유기 박막, 가스 분리, 분리막 코팅, 바이오 프로세스, 분리막 재료합성 총 6개의 큰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고 23명의 교수 및 연구원과 110 여명의 4학년 학부연구생 및 석, 박사들이 분리막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한국화학연구원의 주도하에 분리막 기술 구축 사업단이 발족되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분리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고베 분리막 연구센터: http://www2.kobe-.ac.jp/~matuyama/cx14HP/index_e.html# [ 분리막 연구 그룹 ]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 검색 포털 사이트에 일본 간사이 지방 여행, 가볼만한 곳, 맛집 검색만 해도 수십 페이지의 정보가 나오는 마당에 일본에 온지 이제 3년이 되어가는 제가 과연 간사이 지방을 소개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가 흔히 고베하면 1995년에 발생한 고베 대지진을 떠올립니다. 22년이 지난 현재 고베는 도시 전체가 거의 재건 되다 싶이 하여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3위, 일본 사람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1위에 선정 되기도 했습니다. 고베시는 일본에서 6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약 153만 명으로 긴키 지방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간사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고베는 히메지와 오사카, 교토 사이에 위치하여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는 분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 고베시 랜드마크인 고베 하버랜드 ] 일본여행, 특히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팁을 드리자면 간사이 지방을 두루 여행하시는 분들에게는 간사이 쓰루패스라는 기한 한정 교통카드를 추천합니다. 일본은 살인적인 교통비로 실제로 많은 자국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국내 많은 곳곳을 여행 다니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하나, 일본의 파트타임을 포함한 모든 고용인은 월급 이외에 실 교통비를 산정하여 받습니다 (고용주에 따라 현찰 혹은 정기권 등으로 받음) 일본 간사이 대표 여행지 오사카의 유니버셜스튜디오, 최대 수족관 카이유콴, 랜드마크 난바 지역, 저렴한 오사카 음식을 경험하셨다면 교토, 고베, 히메지 그리고 아와지마 섬과 와카야마 여행을 추천 드립니다. [ 교토에 기요미즈데라와 산쥬노토 사찰 ] 교토는 여름을 제외하고 어느 계절이나 최소 이틀 이상 계획을 잡으셔서 여행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교토는 산으로 둘러 쌓인 분지지역 이기에 여름에는 무척 고온 다습하여 어른들도 여행하기에 버겁습니다. 도쿄가 수도로 정해지기 전 무려 천년간 일본의 수도 였고 불교를 바탕으로 세워졌던 수도인 만큼 수 많은 유적지와 고승지로 하루만에 교토를 여행하는 것은 무리라 생각합니다. [ 교토에 있는 철도 박물관, (좌)일본 최초의 신칸센, (우)운행중인 신칸센 ] 일본은 기차 덕후(?)의 나라인 만큼 교토에 아주 큰 철도 박물관이 있습니다. 부지가 넓어 짧은 코스이기는 하나 아직도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를 타 볼 수 있고 현역에서 물러난 수 많은 기차 및 전차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일본 최초의 신칸센은 1964년에 첫 운행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 세계 최고 270 km, 평균 운행 시속 200 km로 주행 했다고 하니 열차 선진국, 기차의 나라가 확실합니다. [ 히메지 성 ] 히메지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히메지 성이 있는 곳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히메지는 성 말고는 볼 거리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에 하나인 이유는 봄철 백옥 같은 히메지 성과 어울리는 벚꽃이 만발한 거리를 거닌 관광객의 입소문 때문일 거라 생각이 듭니다. [ 아카시 해협대교(좌), 대교 하부 전망대(우) ] 오나루토 대교 하부에는 사람이 거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통유리로 바다에서 치는 소용돌이를 볼 수 있는 이색적인 관광지입니다. 그리고 고베와 아와지시마를 잊는 아카시 해협대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고 하네요. 고베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항구 도시로 올해 개항 150년을 맞이하여 뜻 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 고베 포트타워 고베 랜드마크 하버랜드(좌), 고베항에 정기적으로 정박하는 영국 크루즈 프린세스 호(우) ] [ 매년 5월 초에 열리는 고베 마츠리(축제) ] 그래서인지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도 고베입니다. 다른 도시에 비해 다문화가 좀 더 일찍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고베와 관련하여 재미난 이야기 중 하나는 미국 NBA, 전설의 농구선수 중 한명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아버지가 고베 스테이크를 무척 사랑해서 아들의 이름을 Kobe라 지었다는 거짓말 같은 진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고베 소고기는 일본에서도 최상으로 취급하여 가격이 무척이나 부담스럽습니다. (관광지에서 드시는 고베 소고기는 오리지널이 아닙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사케 입니다. 고베 하쿠쯔루 주조장은 일본 내에서도 최고의 사케를 생산하는 주조장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2014년 이후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바로 2014년 청색 LED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까무라 슈지 때문이죠. 고베 사케 중 비교적 저렴한 사케, 사진에 보이는 청색병이 청색 LED의 색과 비슷하다 하여 2014년 노벨 시상식 후 열린 일본 만찬회장에서 공식 사케로 불리면서 매년 노벨상 만찬회장에서 사용되는 공식 사케로 신분 급상승했습니다. [ 고베 하쿠쯔루 주조장 박물관, 고베 사케(일명 노벨사케) ] [ 고베를 지키고 있는 철인 28호 ] 또한 고베에는 실사 크기의 철인 28호가 있습니다. 철인 28호를 만들어 낸 요코야마 미쓰테루 작가를 기리기 위해 세워 졌다고 하네요. 그가 태어난 곳이 바로 고베입니다. 우스갯 소리로 관동(도쿄)은 간담이 지키고 간사이는 철인 28호가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베는 일본의 3대 명산 중에 하나인 롯코 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육갑산이네요.) 고베대학교 메인 캠퍼스도 롯코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북쪽으로는 병풍같이 여섯개의 산봉우리가 남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자리하고 있어 수려한 비경을 자랑합니다. 일본사람도 풍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롯코산에서 아리마 온천 가는 케이블 (상), 롯코 산장 (하) ] 롯코산에는 여러 개의 등산 코스뿐만 아니라 케이블, 케이블 전차등이 있어 저처럼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산 정상에 오를 수 있고 롯코산 목장 등 자연 휴양림에서 가족들과 여유를 즐길 수 있습니다. [ 롯코산 케이블 시타 ] 롯코 산맥을 넘어 북쪽으로는 일본 삼대 온천 중 하나인 아리마 온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중 전투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하고 요양했던 대표적 온천이 바로 고베 아리마 온천입니다. 철광석 성분이 풍부하여 물 색이 금색과 비슷하여 킨노유 (金の湯) 라고 불립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인인 네네가 아리마 온센을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 아리마 온천, 온천 초입부에 있는 네네, 도요토미 히데요시 동상 ] 사실 욕심 같아서는 간사이 지방에 대해서 만큼은 좀 더 세세하고 더 많은 유용한 정보와 가볼만 한 곳을 소개 해드리고 싶은데, 글 솜씨가 매우 부족함에 이만 줄일까 합니다. 일본은 지방 영주 다이묘들이 각자 독립하여 서로 항쟁하는 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거리상으로는 매우 가깝지만 각 지방의 특색이 다른, 지금까지 그 지방 특색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 여행 계획이 있으신 우리 코센 가족 여러분, 한적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지방 소도시 여행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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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82년생 김지영 (이달의 주자 : 장재경)

조남주 저

  젠더 그 자체로 여성은 피해자입니다. 여러분이 알았든 몰랐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82년생인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김지영을 통해 바라본 1982년부터 오늘날까지의 모습이 너무나 솔직하고 적나라한 나머지, 이 글이 소설인지 기사인지 여러 차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작가는 단순히 사회적으로 억압된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이 젠더로서 차별을 당하고 피해를 입어온 모습을 무덤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친숙한 우리의 할머니, 엄마, 누이 그리고 여동생의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마음 한구석이 더 아련하고 아픈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머리로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와 더불어 가슴으로 공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방법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김지영이 겪었던 비슷하거나 같은 문제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입을 닫음으로써 체념하여 살아왔듯이, 남성들 또한 사회적인 그 시각과 틀을 ‘당연’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인권과 평등이라는 말이 점점 더 고려되고 있는 요즘이라고는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여전히 이 부분을 몰랐거나 혹은 인지만 했을 뿐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것은 부정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왜 지금일까? 김지영은 회복될 수 있을까? (아직)이런 세상에서 김지영의 회복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여성학자의 이 질문들로 이 책은 마무리를 짓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해답을 쉽사리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프리카, 북한 등과 같은 나라를 보며 그래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아니 더 정확히 우리 남성은 중동 지역의 몇몇 나라들을 보며 그래도 대한민국의 여성이 그들보다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행복의 기준과 판단은 타인이 아닌 자기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젠더 자체가 그 사람의 행복을 가로막는 무엇이 된다면, 또 사회가 그 장애물이 된다면,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뚜렷하고 명확한 해결방안을 저 역시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남성이 당장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할 일은 수많은 여성들이 그 동안 김지영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더불어 공감해야 한다는 것. 젠더 그 자체로 여성은 피해자입니다. 여러분이 알았든 몰랐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김지영들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입을 닫아버리고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과학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인류 지식의 발전과 진보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 즉 남성과 여성이 서로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약하겠지만 이제라도 저부터 인지하고 반성하고 공감하는 것, 이것이 제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책을 덮으며 떠올려 보았습니다.   제 다음 릴레이 주자는 이화여자대학교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의 신봉규 박사님입니다. 과학과 물리를 대하는 자세가 늘 진중하면서도 재미있어서, 저보다 동생이지만 늘 제가 더 많이 배우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STM 실험과 나노과학 이론, 두 분야에 모두 해박한 신봉규 박사님의 책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자세히 보기

최근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헌법에 개인 이름을 올리는 결의를 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아마 신이나 그 조금 아래에 존재하는 수퍼맨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남의 나라 제도를 내부구조에 대한 이해없이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만, 기본적인 원칙에 입각해서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은 필요합니다. 일전에 어느 잡지에서 아시아의 정치평점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서양기준으로 만든 서양언론사의 작품이니 아시아를 과소평가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만, 아랍지역까지 포함한 아시아에서 정치 A 학점을 받은 나라는 이스라엘이 유일했습니다. 일본은 B, 한국은 C 였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의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그리고 정치는 4류라고 혹평했던 1995년을 한참 지난 후의 평가로 기억합니다. 저는 이스라엘 내부 정치를 모릅니다만, 이웃과 분쟁의 ‘핑계’로 주변국가들이 정치민주화가 되지 않았기에 주변국 지도자들의 대표성이 없어서 협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왔습니다. 갈등을 합의하려고 상대지도자가 서명했는데, 돌아가면 내부 강경파의 반대를 넘지못해 합의서가 다시 백지로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아시아의 정치사정은 상당히 나아지는 듯 하다가 거꾸로 가는 듯 합니다. 지난 제국주의 시대에 한 번도 식민지가 된 적이 없다는 태국은 비리 혐의의 여자총리가 영국으로 망명했고, 필리핀에서는 마약과의 전쟁을 치루느라 경찰이 총으로 현행범들을 즉격처분하는 와중에 경찰들의 비리가 알려지고, 미얀마에서는 아시아 인권의 롤모델인 아웅산 수키 여사가 소수민족 문제에 소극적이고, 등등의 기사가 아시아 정치는 갈 길이 멀다는 인상을 줍니다. 아마도 아시아는 제대로 된 민주혁명을 겪은 적이 없기에 그런 것일까요? 최근에는 경제가 정의에 우선하게되니 결과가 과정보다 중시되는 문화 탓도 클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는 너무 먼 것 같습니다. 절대빈곤 아래에서는 독재자가 통치하더라도, 우선 사람들 밥을 먹이고 애들 학교에 보내고 전염병에서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절대빈곤만 벗고나면 경제보다는 정의가 앞서야죠. 정의 없는 경제는 사회를 정글로 전락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가난을 벗고나면 경제개발보다 정치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정치는 협잡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실체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정의실현을 말합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최근 한국에서의 촛불혁명은 영국의 명예혁명보다 더 보편적이고, 프랑스의 바스티유 혁명보다 더 평화적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바깥에서 전해지는 이 과정을 보는 저에게도 참으로 감격스러운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신파조의 눈물을 씼고 다시 접하게 되는 현실세계 한국은 또 다른 절망감을 줬습니다. 새로운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인사들이 청문회에서 그들의 부패했거나 혹은 깨끗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는 수치스런 모습들을 보면서, 촛불은 무엇이고 이 역설적 현실은 또 무엇인지 답답하더군요. 대통령이 한 번 바뀌었다고 모든 정의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 저도 역시 왕조시대의 전능왕을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정치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문제를 두고 비전문가 토론공청회를 통해 내린 결정도 또 한 번 어려운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방식이 민주적 절차인지, 아니면 행정부의 직무유기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의적 민주주의 원칙에는 맞지 않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국민이 다 결정할 수 없으니 선출된 권력이 행정부를 구성해서 결정하고, 입법부와 사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해달라는 것이 대의 민주주의입니다. 원자력 문제는 상식적으로 너무 낙후된 원전은 일단 정지하고 해체 준비, 이미 건설중인 원전은 계속 건설, 신규는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일단보류라는 아주 단순한 공식이 적용가능한 문제이며, 결론도 그렇게 났습니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에 붙이고 합숙토론을 하면 당연히 참여자들은 자신이 대접받는 것 같아서 좋아할 것입니다만, 그 많은 경비와 일정지연은 누가 감당하나요? 그리고 사사건건 공청회를 요구하면 국정결정은 언제 누가 하나요? 만약 이미 내린 결론을 상황이 바뀌어 다시 뒤집어야 한다면 그때는 또 어떤 공청회를 해야 하나요? 지금 영국은 브렉시트를 겨우 2% 차이로 결정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행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거꾸로 브렉시트가2% 모자라는 것으로 나와 다시 국민투표를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혼란입니다. 이 사태는 이전 총리가 불필요한 국민투표를 제안했으며, 국민들이 현 정치권을 갈아엎을 기회로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지며 생긴 일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다행히 현실적인 결론이 났지만, 만약 건설중단으로 나왔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 핵폭탄을 가져야 할 지, 말지도 공청회를 통해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여론이 촛불처럼 모이면 어떻게 하나요? 예, 잘 알겠습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 하지만 만약 이런 운동이 벌어지면 막을 마땅한 논리가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국민투표로 결정되면 번복은 어렵습니다. 마치 선출된 대통령을 다시 바꾸자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정치학자가 아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만, 민주주의는 절차에만 머물러야 하고, 결과를 결정하는 곳에까지 영향을 안미쳐야 합니다. 모든 절차는 민주적이어야 하지만, 결정은 그 절차에 따라 책임을 맡은 사람이 내려야죠. 그래야 민주주의가 강한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앞에 ‘약한’ 이라는 형용사가 붙으면 민주주의는 더 이상 생명력을 잃고 맙니다. 그래서 민주적 지도자는 국민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면 되지, 눈치마저 살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치가 과학기술의 결정을 대신하는 시대로 가고 있으니, 과학기술인들의 소통능력이 무엇보다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당장 모든 이공계 학과 교양과목에 ‘미디어와 과학기술’이라는 과목 정도는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 저를 ‘원자력 마피아’ 중 한사람이거나 그 주변인으로 생각하실 것 같아서 개인의 의견을 밣힌다면, 저 역시 원전은 안할 수 있으면 안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미디어와 과학기술’이라는 과목을 개강하는 학교가 생기면, 기존의 기자들에 앞서 저를 먼저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개혁은 내부에서부터 출발할 때 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니까요. 망년회도 많고 반성할 것도 많은 마지막 달이 벌써 왔네요. 지구촌 구석구석의 코세니아님들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꿈과 낭만을 듬뿍 누리는 연말되시길 바랍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포항공과대학교] 지능형 미세유체 의약합성 연구단

지능형 미세유체 의약합성 연구단은 화학공학에서의 주요 목표들을 “미세유체”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달성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세유체라고 불리는 아주 적은 양의 유체를 다루는 기술과 더불어, 미세유체 환경에서 수행되는 화학 반응과 이를 응용하여 개발한 새로운 개념의 화학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 연구단의 연구 내용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미세유체를 이용하여 화학 반응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많이 물어보는데 다음과 같이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욕조에 한 가득 담겨있는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과 머그컵에 담겨있는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을 비교하면, 누구나 머그컵의 물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단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을 화학 반응에 접목시켰습니다. 기존에 화학 실험들은 mL 혹은 L 단위의 비커에 담겨 수행되었는데 이는 다분히 인간에게만 친화적인 방식입니다. 우리 연구단에서는 특수한 화학 반응기를 이용하여 아주 적은 양의 유체의 화학 반응을 굉장히 정밀하게 통제하여 화학분자에게 친화적인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화학 공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미세유체 시스템의 집적화, 모듈화, 자동화를 통해 고순도의 의약품 원료와 중간체 생산이 가능한 “소형 의약 공장(Mini-Pham Plat)” 및 “스마트 약물전달체(Smart Drug Delivery System)”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단은 지난 10여년간 화학과 화학공학의 경계 영역에 속하는 미세유체 연구 분야를 선도해왔으며, 세계적인 연구 그룹들과 차별화된 핵심 선행 및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구단의 현재 목표는 미세유체 반응기 기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의약 합성 도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각종 내구성 재료와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용도별, 생산규모별로 미세유체 반응기 모듈을 제작하고, 합성, 분리, 정제로 구성된 일련의 과정을 집적화하고, 분광학 장치와 센서 장착 시스템에 의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한 단일 통합공정으로 의약품 원료는 물론 스마트 약물전달체계의 제조가 가능한 “미세유체 기반 스마트 공장(Smart Microfludic Factory)”을 개발하려 합니다. 이를 발전시켜서 궁극적으로는 인지 및 학습 기능을 가진 유기합성용 로봇 시스템 개발까지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연구단의 연구 분야도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기능성 재료, △시스템 및 공정, △의약 합성 화학, △의약품의 대량생산 시스템개발, △정밀의약용 약물전달체계 제조 공학의 5가지로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먼저, 목표 달성을 위한 원천기술로서의 기존 연구 성과를 소개한 후, 미래 목표 달성을 위한 5개 연구 분야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1) 미세유체 반응기와 공정의 원천 기술과 관련 우수 성과 연구단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세유체 응용화학 창의연구단”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다양한 미세유체 반응시스템을 개발하고, 개발된 시스템을 다양한 문제성 화학 공정에 적용하여, 환경친화적이면서 경제적이고, 고순도의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연구성과는 『사이언스(Science)』,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미국화학회지(JACS)』,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국제판』 등의 저명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었습니다. 정밀의약 합성공정의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화학성과 높은 광투과성을 지닌 재료를 활용하여 다양한 공정 조건하에서도 견딜 수 있는 미세유체 반응기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내화학성을 갖춘 초소수성 나노와이어 표면가공법을 이용함으로써 별도의 고분자 기반 분리막 없이 기체-액체 층류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신개념 미세유체 반응기를 개발하였습니다[그림 1]. 통합형 미세유체 화학반응 시스템과 공정의 구축을 위해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외부 누출 없이 안전하게 처리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물과 기름에 모두 젖지 않는 초소수/초소유성 실리콘 나노와이어 반응기 및 분리기를 포함한 시스템도 확보하였습니다. 그림 1. 초소수성 나노와이어 표면가공법을 이용하여 구현된 기체-액체 층류 기반 신개념 미세유체 반응기 연구 나아가, 마이크로초 단위의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는 중간체를 유용한 물질의 합성에 활용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아페살, 티오퀴나졸리논 등의 의약품 원료 화합물 합성 연구도 수행하였습니다[그림2]. 중간체 분자는 화학반응 도중의 찰나의 순간에 생성되었다가 소멸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거나 반응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 연구단은 3차원 구조를 포함하는 폴리이미드 필름 미세유체 반응기를 개발하여 ‘위치 선택적 기능화’가 가능한 새로운 합성경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연구단은 음이온 프라이스 재배열(anionic Fries re-arrangement) 반응을 활용해 재배열이 필요한 시간보다 더 짧은 1만분의 1초 단위로 중간체를 제어하였고, 이를 통해 반응 경로의 선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림2. 초단수명 중간체 제어를 통한 의약품 원료 화합물 합성 연구    2.2) 연구단의 주요 연구분야 및 향후 연구 추진 계획 연구단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주자지원사업(창의연구)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9년 간 미세유체 반응시스템과 화학공정의 개발 및 의약화학 분야의 연구를 추진합니다. 구체적으로 △기능성 재료, △시스템 및 공정, △의약 합성 화학, △의약품의 대량생산 시스템개발, △정밀의약용 약물전달체계 제조 공학의 다섯 분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합니다[그림 3]. 그림 3. 지능형 미세유체 의약합성 연구단의 향후 연구 목표 ‘기능성 재료’ 분야에서는 미세유체 반응기 제작에 사용될, 우수 가공성과 내구성을 갖는 재료(무기고분자, 불소고분자, 필름고분자, 세라믹, 금속 등)는 물론, 불균일 및 균일 촉매, 분리용 다공성 소재, 약물전달체용 광가교형 생체적합성 유기고분자 및 나노입자를 합성합니다. ‘시스템 및 공정’ 분야에서는 고순도 합성플랫폼으로서 미세유체 반응기 시스템과 모듈을 개발하기 위해서, 각종 팹 기술은 물론 3D 프린팅 기술에 의한 적층형 미세유체 반응기의 제작과 컴퓨터 유체 역학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반응기 설계 기술이 필요합니다. 또한, 각종 분리기술(추출, 증류, 젖음성, 키랄혼합물)과 멤브레인 막 재료 기반 분리기술을 활용하여 합성, 분리 및 정제 공정을 정밀 제어해야 합니다. 이에 연구단은 각종 분광기와 센서 기반 실시간 분석, 데이터 처리기술에 의해 자동 제어가 가능한 “소형 의약 공장”을 개발하려 합니다. ‘의약 합성화학’ 분야에서는 개발된 미세유체 반응기로 각종 헤테로고리 화합물과 상업화된 의약품의 합성은 물론, 키랄성 의약품 원료의 고순도 선택적 합성기술도 개발합니다. 이는 우수한 혼합능을 가진 반응기 설계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기존의 플라스크를 활용한 합성법으로는 불가능한 원료 의약품의 고속화학 기반의 고유속 생산이 가능하게 됩니다. 또한 포항공대에 새로 건설된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적극 활용하여 고속반응의 화학 메커니즘 규명 시도도 병행함으로써 촉매에 기반한 신약 합성의 능력 및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려 합니다. ‘대량생산 시스템 개발’에서는 합성 의약품의 개발 단계에 따라서 kg 혹은 ton 단위로 생산규모를 다양화함으로써 생산 환경, 생산 규모와 생산자에 상관없이 동등한 품질의 의약품의 합성을 가능케하여 GMP 기준에 충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형 의약 공장”의 개발은 고순도의 의약품 원료와 “스마트 약물전달체”의 제조는 물론이며, 전쟁이나 급성 전염병 창궐 등의 위기 상황에서, 의약품의 비상 생산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신약 개발과 임상 예측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밀의약용 약물전달체계 제조공학” 분야에서는 다양한 약물전달체를 쉽게 제조할 수 있는 미세유체기반 시스템과 단일통합공정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연구단은 약물을 담지한 약물전달체를 동시 다발적으로 제조하여 정밀의료 기술로서 활용할 계획입니다.    2.3) 스마트 화학공장과 유기합성용 로봇 개발 계획 지능형 정밀의약 합성공정의 근간이 되는 미세유체 반응 기술은 기존의 대형 화학공장 중심의 연구개발 생산 체계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해외의 화학 회사들은 금속 및 유리 재료 기반의 평판형 미세유체 반응기를 다층으로 적층하여 수 kg 혹은 수 톤에 달하는 규모의 상업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였습니다[그림 4]. 나아가 데스크탑 규모의 화학공장 혹은 컨테이너 방식의 이동형 화학공장 같은 새로운 화합물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단은 독창적인 의약합성용 스마트 화학공장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이를 개인 맞춤형 정밀의약품과 신약개발 연구뿐 아니라 고순도 화장품, 특수 화합물 생산에도 적용하려 합니다. 그림 4. 주문제작형 적층형 미세유체 반응기(제조사: 코닝, 론자)와 컨테이너 방식의 이동형 화학공장(유럽, 개발중) 및 유기합성로봇 개념도(S. Ley, Angew. Chem. Int. Ed. 2015, 54, 3449)   우리 연구단은 현재 박사후 연구원 7명, 대학원생 13명 및 교환학생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에 대한 욕심이 많으시고 연구 내용에 대해서도 깐깐한 평가를 내리십니다. 하지만,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시고 소통을 중시하시는 모습을 가지고 계시기도 합니다. 이러한 교수님께서는 저년차 학생들에게는 연구 방향을 일대일로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시며, 이미 연구에 어느 정도 익숙한 고년차 학생들에게는 학생 본인이 원하는 연구 방향을 존중해주시는 편입니다. 매주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정해진 일정에 따라 미팅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학생이 먼저 교수님을 찾아가서 논의를 하기도 합니다. 한국인과 외국인, 자대 출신 학생과 타대 출신 학생,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 화학공학과 출신과 타과 출신이 다양하게 섞여있는 자유로운 연구단 환경에 더불어, 포항공대의 우수한 연구 인프라 및 교수님의 연구자 인맥 등을 통해 자신이 실현하고 싶은 연구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주소  :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동 304호 ■ 전화  : 054-279-2272 ■ 이메일  : dpkim@postech.ac.kr ■ Homepage  : http://camc.postech.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