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이달의 주자 : 장재경) 조남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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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그 자체로 여성은 피해자입니다. 여러분이 알았든 몰랐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82년생인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여성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김지영을 통해 바라본 1982년부터 오늘날까지의 모습이 너무나 솔직하고 적나라한 나머지, 이 글이 소설인지 기사인지 여러 차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작가는 단순히 사회적으로 억압된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이 젠더로서 차별을 당하고 피해를 입어온 모습을 무덤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친숙한 우리의 할머니, 엄마, 누이 그리고 여동생의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마음 한구석이 더 아련하고 아픈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머리로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와 더불어 가슴으로 공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방법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김지영이 겪었던 비슷하거나 같은 문제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입을 닫음으로써 체념하여 살아왔듯이, 남성들 또한 사회적인 그 시각과 틀을 ‘당연’하게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인권과 평등이라는 말이 점점 더 고려되고 있는 요즘이라고는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여전히 이 부분을 몰랐거나 혹은 인지만 했을 뿐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것은 부정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왜 지금일까? 김지영은 회복될 수 있을까? (아직)이런 세상에서 김지영의 회복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 여성학자의 이 질문들로 이 책은 마무리를 짓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해답을 쉽사리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아프리카, 북한 등과 같은 나라를 보며 그래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아니 더 정확히 우리 남성은 중동 지역의 몇몇 나라들을 보며 그래도 대한민국의 여성이 그들보다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행복의 기준과 판단은 타인이 아닌 자기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젠더 자체가 그 사람의 행복을 가로막는 무엇이 된다면, 또 사회가 그 장애물이 된다면,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뚜렷하고 명확한 해결방안을 저 역시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남성이 당장 할 수 있는 아니, 해야 할 일은 수많은 여성들이 그 동안 김지영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더불어 공감해야 한다는 것. 젠더 그 자체로 여성은 피해자입니다. 여러분이 알았든 몰랐든,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김지영들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입을 닫아버리고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과학이라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인류 지식의 발전과 진보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 즉 남성과 여성이 서로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약하겠지만 이제라도 저부터 인지하고 반성하고 공감하는 것, 이것이 제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책을 덮으며 떠올려 보았습니다.
제 다음 릴레이 주자는 이화여자대학교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의 신봉규 박사님입니다. 과학과 물리를 대하는 자세가 늘 진중하면서도 재미있어서, 저보다 동생이지만 늘 제가 더 많이 배우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STM 실험과 나노과학 이론, 두 분야에 모두 해박한 신봉규 박사님의 책 이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