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ESSAY
프랑스의 작은 도시, 스트라스부르
임승애 (dotoro2327)안녕하세요. Université de strasbourg에서 박사과정중인 임승애 입니다. 현재 박사 과정 3년차에 있고, 제가 있는 연구소와 대학, 도시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좌)스트라스부르는 유럽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우) Université de Strasbourg 법과 대학 건물, 유럽의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캠퍼스의 개념이 없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다 ] Strasbourg는 현재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속해있지만, 역사적인 이유로 국가가 4번이나 바뀐 지역입니다. 원래는 알자스 공국이었는데, 그러한 이유로 외각 지역에서는 “알자시안” 혹은 “알자스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주로 연로하신 분들이 사용하시는데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혼용으로 보여집니다. 알자스는 그 후 1681년 프랑스에 합병되었다가 제 1차, 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 군에 점령이 되면서 이 지방 사람들은 국적이 4번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스트라스부르는 라인강을 기준으로 독일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라인강을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운하들이 도심을 지나고 있습니다. [ 도심을 흐르는 운하. 운하 주변엔 보트 카페가 있어 분위기가 좋다. 관광객들은 운하를 따라 운행되는 배를 타고 편하게 도심을 구경할 수 있다 ]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에서도 그 위치가 중앙에 있어 매우 다양한 종류의 2차 산업과 특히 금융, 연구, 기업 컨설팅 등에 집중된 3차 산업이 발달되어 있고, “유럽의 수도” 라는 이름에 걸 맞게 Council of Europe (유럽 회의), European Parliament (유럽 의회) 기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쉬운 편이라 주변 국가를 방문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외각에 공항이 있어, 유럽 내 비행기를 이용한 이동도 가능합니다. [ (좌) 유럽의회 건물, (우) 유럽회의 건물 ] ※이미지 출처: Google 검색 스트라스부르는 꽃보다 할배 팀이 방문해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편입니다. 그리고 근교의꼴마 (Colmar) 까지 유럽 여행시 당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꼴마는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여름에는 다양한 꽃들이 운하 주변으로 피는데, 저녁시간에는 불빛 축제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노트르담 대 성당은 낮에 보면 그 웅장한 모습에 매료되고, 불빛 축제가 있는 밤에는 조명과 어우러진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유럽의 여름은 낮이 정말 깁니다. 밤 10시까지 해가 있어 야경을 보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분위기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즐깁니다. [ 여름 불빛 축제는 노트르담 대 성당과 쁘띠 프랑스 (Pettie France) 에서 함께 열린다 ] 반대로 겨울은 해가 많이 짧고, 날씨가 늘 흐린 편입니다. 오후 4시만 되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 분위기가 음산할 정도 입니다. [ 정오가 조금 넘은 겨울의 플라스 클레베흐 (Place Kleber), 겨울 안개가 낀 트램 역 ] 하지만,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방문객이 넘칩니다. 또한 규모가 유럽 최대의 크리스마스 마켓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방문객이 옵니다. 그 유명세 때문인지 한국인 방문객들이 많은 편입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마켓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습니다. [ (좌) 유럽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중, 우) 크리스마스 마켓 데코레이션 중 노트르담 성당 건설 1000년 기념 데코레이션과 거리 모습 ] 제가 학위를 진행 중인 Université de strasbourg는 1631년도에 설립되었습니다. 초기에는 3개의 독립 대학으로 분할되어 있었으나, 2009년 1월 1일에 세 대학을 통합하여 하나의 스트라스부르 대학으로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학원생 중 절반 이상이 프랑스 외의 나라에서 왔으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설립되어 있어 외국인 연구원의 비율도 타 도시에 비해 높은 편 입니다. 자연대학 대학원의 경우, 관련 행정은 대학 내에 있지만 각 연구실과 연구소는 대학교 내에 있지 않습니다. 현재 저는 Université de strasbourg와 연계되어 있는 Inserm 연구소에서 박사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있는 곳은 international lab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온 Post-Doc과 박사과정 학생들, 연구원이 있으며 외국인과 프랑스인의 비율이 반 반 정도 됩니다. 연구소 내 공용 언어는 영어이지만 공지사항이 주로 프랑스 어로 오기 때문에 공지 사항 전달에 어려움이 있으나,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친절하게 답을 해줍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해외 학회 참석 기회가 적었는데, 유럽 내 다양한 교통 수단으로 이동이 자유로워 학회 참석의 기회가 한국보다는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크고 작은 학회들이 매 달 있어 발표의 기회도 더 많습니다. 올 해에도 이미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드레스덴 학회에 참석했으며, 올 하반기는 스위스 바젤과 독일 함부르크 학회에 참석 할 예정입니다. [ (좌) 동료들과 파리 학회 발표 후 (우상) 드레스덴 학회 참석 중, 소규모 학회지만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keystone symposium이었다. (우하) 스페인 바르셀로나 간염학회 발표 ] 한국에서는 석사를 마치고 2년 반 정도 연구원으로 일을 하다가 유학을 오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박사 과정 유학을 생각하면 미국을 많이 생각하는데, 제 경우는 처음부터 미국은 염두 해 두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은 수업 참석도 있지만 연구가 무엇 보다 중심이 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특별한 사유 (예를 들어 학위 과정 중간에 사고 등의 이유로 과정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 등의 이유)가 아닌 경우는 최대 4년 안에 박사 과정을 마치도록 정책이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지도 교수와의 약속이 아닌, 학생이 학위 과정을 길게 가질수록 지도 교수의 지도력 평가가 떨어지고, 지도 교수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학원 내에서 중재를 하고 해결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제가 있는 Université de strasbourg의 경우는 의과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년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논문 publication 등의 이유로 전체 5% 미만의 학생들이 4년차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3년차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 중간 발표를 통해 현재 연구의 진행 상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내•외부 전문가들과 discussion을 하게 됩니다. [ 노트르담 성당 꼭대기에서 바라본 스트라스부르와 쁘띠 프랑스 내 운하 모습 ] 수업의 경우 science 와 social part로 나뉩니다. Science 는 말 그대로 대학에서 주관하는 작은 conference나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workshop에 참석하여 발표를 듣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 외의 다른 분야의 기술이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Social은 말 그대로 정책, 경제 등 과학 외적인 class인데, 제 경우는 어학 코스, 비즈니스, 경제 관련 소규모 conference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런 social class의 경우는 프랑스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따로 시험이나 보고서 제출이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 할 수 있습니다. [ (좌)현재 소속되어 있는 연구소의 외부와 (우) 내부, 실험실은 규정상 촬영할 수 없다, 오래된 건물의 외곽은 보존한 채, 내부는 실험실과 사무실로 구성이 되어있다 ] 박사 과정 defense의 경우는 한국에 비해서 까다로운 편입니다. 평가를 하는 감독관이 해당 분야외 전문가도 참석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독관들이 질문이 더 이상 없을 때까지 진행이 되기 때문에 보통 발표는 30분 안 밖 이지만 질의 응답이 3시간이나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점심 먹고 발표 시작해서 운 좋으면 저녁 먹기 전에 끝날 꺼야” 라고 합니다. 스트라스부르 생활의 장점 중 하나를 뽑으라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의 도시도 있지만, 아무래도 도심에서 가까운 독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머리 속 국경은 서로 감시하고 경계하는 긴장감이 가득 한 위험한 곳이었는데, 이곳 유럽의 국경은 이웃 동네 가듯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도심 지역에서 국경까지 3km 정도 떨어져 있고, 트램과 버스가 운행을 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환승을 해야 하지만, 내년에 스트라스부르 도심에서 독일 Kelh까지 트램선이 연장이 되어 환승 없이 갈 수 있게 됩니다. 독일에서 구매 가능한 물품이나 편의 시설 때문에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프랑스에 비해서 독일이 물가가 조금 더 싼 편이기 때문에 많은 한인 유학생들과 프랑스 인들이 주말이면 장을 보기 위해서 국경을 넘습니다. [ (좌) 독일 Kelh과 스트라스부르를 연결하는 다리, (우) 양 다리 끝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주말에는 휴식을 취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 기존 국경 검문소, 예전에는 이곳을 통해 독일을 방문하였지만 지금은 통제에 사용했던 문과 EU, 프랑스 독일 깃발이 이곳이 검문소였음을 알려준다 ] [ (좌) 스트라스부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 첨탑이 하나밖에 없어 영원한 미완성으로 불려진다. (우상) 언제나 붐비는 노트르담 성당 앞 Maison Kammerzell, 꽃할배 팀이 방문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우하) 성당 앞 광장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퍼포먼스가 있다 ] 스트라스부르에서 학위 진행하는 과정과 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였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프랑스로 과학 분야를 공부하러 간다는 것은 좀 생소하였는데, 막상 와보니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제 글이 프랑스 유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Y BOOK
매력적인 장 여행 (이달의 주자: 강석기)
가을리아 엔더스 저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매력적인 장 여행』입니다. 장(腸), 즉 소화기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임에도(삶을 두 동사로 요약하면 “먹고 싼다” 아닐까요?) 다른 장기에 비해 소홀하게 취급해왔던 것 같습니다. 장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성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도 합니다. 반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 뇌를 연구하는 과학에 대해 아는 척 하면 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뇌과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는 벌써 한 세대가 지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21세기 들어 생명과학의 핫이슈로 부상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장내미생물 연구입니다. 즉 대장에 살고 있는 수십 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숙주(사람)의 건강에 상당히 중요하다는 게 밝혀지고 있지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장내미생물을 '제2의 나'라고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2014년『매력적인 장 여행』이라는 대중과학서가 나오게 된 데에는 이런 시대적 배경이 한 몫을 했을 겁니다. 실제 저자는 '여는 말'에서 이런 중요한 발견들이 '그들(전공자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어 대중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지침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실망해 본인이 직접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저자 기울리아 엔더스가 이 책을 냈을 때 나이가 불과 24세(1990년 생)였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교양과학서 수백 권을 읽었지만 이렇게 젊은 저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20대로도 처음 아닐까요?). 저자는 제왕절개 분만으로 태어났고 엄마 젖도 못 먹어 장 건강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과학자들은 이를 장내미생물 초기정착 실패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저자는 마침 장에 관한 연구가 붐을 이루자 이때다 싶어 주저 없이 이 분야를 택했다는군요.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소화관과 소화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는 장의 신경체계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이 장내미생물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젊어서 그런지 글이 톡톡 튀고 친동생 질 엔더스의 약간 코믹한 일러스트까지 더 해져 술술 읽힙니다. 장에 대한 과학지식뿐 아니라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팁들이 수두룩하지만 지면 관계상 하나만 소개합니다. 즉 볼일을 보는 자세에 관한 건데요. 저자에 따르면 많은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변비와 치질의 상당부분은 좌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집에서나 밖(학교)에서나 쪼그려 앉아서 일을 봤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다들 좌변기로 대체됐습니다. 그런데 쪼그린 자세에서는 배변통로가 직선이 돼 시원하게 변이 나오는 반면 좌변기에 똑 바로 앉아 있으면 배변통로가 꺾여 잘 안 나온다는 것이죠. 호스를 꺾으면 물이 잘 안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그렇다고 좌변기를 치울 것 까지는 없다고 합니다. 일을 볼 때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양발을 작은 받침대 위에 올려놓으면(또는 뒤꿈치를 들면) 직선이 된다고 하네요. 한 번 실천해 보시고 도움이 됐다고 느끼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기겠죠? 제가 추천하고 싶은 다음 주자는 30년 전통의 과학월간지 ‘과학동아’를 이끌고 있는 윤신영 편집장입니다. 20대인 2008년 로드킬 기사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과학언론상을 수상하며 과학언론계의 차세대 리더로 여겨졌던 윤 기자는 지난해 서른여섯에 ‘과학동아’ 편집장이 되면서 리더로 우뚝 섰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2014), 『인류의 기원』(공저, 2015)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윤 편집장이 어떤 책을 소개할 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