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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작은 도시, 스트라스부르

    임승애 (dotoro2327)

    안녕하세요. Université de strasbourg에서 박사과정중인 임승애 입니다. 현재 박사 과정 3년차에 있고, 제가 있는 연구소와 대학, 도시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좌)스트라스부르는 유럽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우) Université de Strasbourg 법과 대학 건물, 유럽의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캠퍼스의 개념이 없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자유롭다 ] Strasbourg는 현재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속해있지만, 역사적인 이유로 국가가 4번이나 바뀐 지역입니다. 원래는 알자스 공국이었는데, 그러한 이유로 외각 지역에서는 “알자시안” 혹은 “알자스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주로 연로하신 분들이 사용하시는데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혼용으로 보여집니다. 알자스는 그 후 1681년 프랑스에 합병되었다가 제 1차, 2차 세계 대전 중에 독일 군에 점령이 되면서 이 지방 사람들은 국적이 4번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스트라스부르는 라인강을 기준으로 독일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라인강을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운하들이 도심을 지나고 있습니다. [ 도심을 흐르는 운하. 운하 주변엔 보트 카페가 있어 분위기가 좋다. 관광객들은 운하를 따라 운행되는 배를 타고 편하게 도심을 구경할 수 있다 ]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에서도 그 위치가 중앙에 있어 매우 다양한 종류의 2차 산업과 특히 금융, 연구, 기업 컨설팅 등에 집중된 3차 산업이 발달되어 있고, “유럽의 수도” 라는 이름에 걸 맞게 Council of Europe (유럽 회의), European Parliament (유럽 의회) 기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쉬운 편이라 주변 국가를 방문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외각에 공항이 있어, 유럽 내 비행기를 이용한 이동도 가능합니다. [ (좌) 유럽의회 건물, (우) 유럽회의 건물 ]   ※이미지 출처: Google 검색 스트라스부르는 꽃보다 할배 팀이 방문해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편입니다. 그리고 근교의꼴마 (Colmar) 까지 유럽 여행시 당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꼴마는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합니다. 여름에는 다양한 꽃들이 운하 주변으로 피는데, 저녁시간에는 불빛 축제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노트르담 대 성당은 낮에 보면 그 웅장한 모습에 매료되고, 불빛 축제가 있는 밤에는 조명과 어우러진 모습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유럽의 여름은 낮이 정말 깁니다. 밤 10시까지 해가 있어 야경을 보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분위기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즐깁니다. [ 여름 불빛 축제는 노트르담 대 성당과 쁘띠 프랑스 (Pettie France) 에서 함께 열린다 ] 반대로 겨울은 해가 많이 짧고, 날씨가 늘 흐린 편입니다. 오후 4시만 되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 분위기가 음산할 정도 입니다. [ 정오가 조금 넘은 겨울의 플라스 클레베흐 (Place Kleber), 겨울 안개가 낀 트램 역 ] 하지만,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방문객이 넘칩니다. 또한 규모가 유럽 최대의 크리스마스 마켓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방문객이 옵니다. 그 유명세 때문인지 한국인 방문객들이 많은 편입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마켓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있습니다. [ (좌) 유럽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중, 우) 크리스마스 마켓 데코레이션 중 노트르담 성당 건설 1000년 기념 데코레이션과 거리 모습 ] 제가 학위를 진행 중인 Université de strasbourg는 1631년도에 설립되었습니다. 초기에는 3개의 독립 대학으로 분할되어 있었으나, 2009년 1월 1일에 세 대학을 통합하여 하나의 스트라스부르 대학으로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학원생 중 절반 이상이 프랑스 외의 나라에서 왔으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설립되어 있어 외국인 연구원의 비율도 타 도시에 비해 높은 편 입니다. 자연대학 대학원의 경우, 관련 행정은 대학 내에 있지만 각 연구실과 연구소는 대학교 내에 있지 않습니다. 현재 저는 Université de strasbourg와 연계되어 있는 Inserm 연구소에서 박사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있는 곳은 international lab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온 Post-Doc과 박사과정 학생들, 연구원이 있으며 외국인과 프랑스인의 비율이 반 반 정도 됩니다. 연구소 내 공용 언어는 영어이지만 공지사항이 주로 프랑스 어로 오기 때문에 공지 사항 전달에 어려움이 있으나,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친절하게 답을 해줍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해외 학회 참석 기회가 적었는데, 유럽 내 다양한 교통 수단으로 이동이 자유로워 학회 참석의 기회가 한국보다는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크고 작은 학회들이 매 달 있어 발표의 기회도 더 많습니다. 올 해에도 이미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독일 드레스덴 학회에 참석했으며, 올 하반기는 스위스 바젤과 독일 함부르크 학회에 참석 할 예정입니다. [ (좌) 동료들과 파리 학회 발표 후 (우상) 드레스덴 학회 참석 중, 소규모 학회지만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keystone symposium이었다. (우하) 스페인 바르셀로나 간염학회 발표 ] 한국에서는 석사를 마치고 2년 반 정도 연구원으로 일을 하다가 유학을 오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박사 과정 유학을 생각하면 미국을 많이 생각하는데, 제 경우는 처음부터 미국은 염두 해 두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에서 박사 과정은 수업 참석도 있지만 연구가 무엇 보다 중심이 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특별한 사유 (예를 들어 학위 과정 중간에 사고 등의 이유로 과정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 등의 이유)가 아닌 경우는 최대 4년 안에 박사 과정을 마치도록 정책이 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지도 교수와의 약속이 아닌, 학생이 학위 과정을 길게 가질수록 지도 교수의 지도력 평가가 떨어지고, 지도 교수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학원 내에서 중재를 하고 해결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입니다. 제가 있는 Université de strasbourg의 경우는 의과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3년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논문 publication 등의 이유로 전체 5% 미만의 학생들이 4년차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3년차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 중간 발표를 통해 현재 연구의 진행 상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내•외부 전문가들과 discussion을 하게 됩니다. [ 노트르담 성당 꼭대기에서 바라본 스트라스부르와 쁘띠 프랑스 내 운하 모습 ] 수업의 경우 science 와 social part로 나뉩니다. Science 는 말 그대로 대학에서 주관하는 작은 conference나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workshop에 참석하여 발표를 듣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 외의 다른 분야의 기술이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Social은 말 그대로 정책, 경제 등 과학 외적인 class인데, 제 경우는 어학 코스, 비즈니스, 경제 관련 소규모 conference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런 social class의 경우는 프랑스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따로 시험이나 보고서 제출이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참석 할 수 있습니다. [ (좌)현재 소속되어 있는 연구소의 외부와 (우) 내부, 실험실은 규정상 촬영할 수 없다, 오래된 건물의 외곽은 보존한 채, 내부는 실험실과 사무실로 구성이 되어있다 ] 박사 과정 defense의 경우는 한국에 비해서 까다로운 편입니다. 평가를 하는 감독관이 해당 분야외 전문가도 참석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독관들이 질문이 더 이상 없을 때까지 진행이 되기 때문에 보통 발표는 30분 안 밖 이지만 질의 응답이 3시간이나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점심 먹고 발표 시작해서 운 좋으면 저녁 먹기 전에 끝날 꺼야” 라고 합니다. 스트라스부르 생활의 장점 중 하나를 뽑으라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의 도시도 있지만, 아무래도 도심에서 가까운 독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머리 속 국경은 서로 감시하고 경계하는 긴장감이 가득 한 위험한 곳이었는데, 이곳 유럽의 국경은 이웃 동네 가듯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도심 지역에서 국경까지 3km 정도 떨어져 있고, 트램과 버스가 운행을 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환승을 해야 하지만, 내년에 스트라스부르 도심에서 독일 Kelh까지 트램선이 연장이 되어 환승 없이 갈 수 있게 됩니다. 독일에서 구매 가능한 물품이나 편의 시설 때문에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프랑스에 비해서 독일이 물가가 조금 더 싼 편이기 때문에 많은 한인 유학생들과 프랑스 인들이 주말이면 장을 보기 위해서 국경을 넘습니다. [ (좌) 독일 Kelh과 스트라스부르를 연결하는 다리, (우) 양 다리 끝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주말에는 휴식을 취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하) 기존 국경 검문소, 예전에는 이곳을 통해 독일을 방문하였지만 지금은 통제에 사용했던 문과 EU, 프랑스 독일 깃발이 이곳이 검문소였음을 알려준다 ] [ (좌) 스트라스부르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 첨탑이 하나밖에 없어 영원한 미완성으로 불려진다. (우상) 언제나 붐비는 노트르담 성당 앞 Maison Kammerzell, 꽃할배 팀이 방문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우하) 성당 앞 광장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퍼포먼스가 있다 ] 스트라스부르에서 학위 진행하는 과정과 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였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프랑스로 과학 분야를 공부하러 간다는 것은 좀 생소하였는데, 막상 와보니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제 글이 프랑스 유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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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매력적인 장 여행 (이달의 주자: 강석기)

가을리아 엔더스 저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매력적인 장 여행』입니다. 장(腸), 즉 소화기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임에도(삶을 두 동사로 요약하면 “먹고 싼다” 아닐까요?) 다른 장기에 비해 소홀하게 취급해왔던 것 같습니다. 장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성인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도 합니다. 반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 뇌를 연구하는 과학에 대해 아는 척 하면 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뇌과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는 벌써 한 세대가 지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21세기 들어 생명과학의 핫이슈로 부상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장내미생물 연구입니다. 즉 대장에 살고 있는 수십 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숙주(사람)의 건강에 상당히 중요하다는 게 밝혀지고 있지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장내미생물을 '제2의 나'라고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2014년『매력적인 장 여행』이라는 대중과학서가 나오게 된 데에는 이런 시대적 배경이 한 몫을 했을 겁니다. 실제 저자는 '여는 말'에서 이런 중요한 발견들이 '그들(전공자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어 대중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지침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실망해 본인이 직접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저자 기울리아 엔더스가 이 책을 냈을 때 나이가 불과 24세(1990년 생)였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교양과학서 수백 권을 읽었지만 이렇게 젊은 저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20대로도 처음 아닐까요?).  저자는 제왕절개 분만으로 태어났고 엄마 젖도 못 먹어 장 건강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과학자들은 이를 장내미생물 초기정착 실패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대에 진학한 저자는 마침 장에 관한 연구가 붐을 이루자 이때다 싶어 주저 없이 이 분야를 택했다는군요.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소화관과 소화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는 장의 신경체계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이 장내미생물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젊어서 그런지 글이 톡톡 튀고 친동생 질 엔더스의 약간 코믹한 일러스트까지 더 해져 술술 읽힙니다. 장에 대한 과학지식뿐 아니라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팁들이 수두룩하지만 지면 관계상 하나만 소개합니다. 즉 볼일을 보는 자세에 관한 건데요. 저자에 따르면 많은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변비와 치질의 상당부분은 좌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집에서나 밖(학교)에서나 쪼그려 앉아서 일을 봤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다들 좌변기로 대체됐습니다. 그런데 쪼그린 자세에서는 배변통로가 직선이 돼 시원하게 변이 나오는 반면 좌변기에 똑 바로 앉아 있으면 배변통로가 꺾여 잘 안 나온다는 것이죠. 호스를 꺾으면 물이 잘 안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그렇다고 좌변기를 치울 것 까지는 없다고 합니다. 일을 볼 때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양발을 작은 받침대 위에 올려놓으면(또는 뒤꿈치를 들면) 직선이 된다고 하네요. 한 번 실천해 보시고 도움이 됐다고 느끼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볼 마음이 생기겠죠?     제가 추천하고 싶은 다음 주자는 30년 전통의 과학월간지 ‘과학동아’를 이끌고 있는 윤신영 편집장입니다. 20대인 2008년 로드킬 기사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과학언론상을 수상하며 과학언론계의 차세대 리더로 여겨졌던 윤 기자는 지난해 서른여섯에 ‘과학동아’ 편집장이 되면서 리더로 우뚝 섰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2014), 『인류의 기원』(공저, 2015)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윤 편집장이 어떤 책을 소개할 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자세히 보기

21세기로 들어오면서 세상이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세계화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반대인 개인화도 깊어졌습니다. 즉, 세계화와 개인화라는 양극단으로 달리는 사회현상이 지난 몇 십년을 지배했습니다. 개인에게 대표적인 세계화는 해외여행이겠죠? 70년대만 해도 김포공항 청사에 들어가 본 사람들이 흔치 않았지만, 지금은 외국 한번 안 다녀와 본 사람이 없는 세상입니다. 국제경제에서 대표적인 세계화는 아웃소싱일 것입니다. 생산은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판매는 물가가 비싼 선진국을 겨냥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지에서는 인건비를 더 올려달라고 난리, 판매지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구매력은 커녕 먹고 살기도 어렵다고 난리입니다. 덩달아 섞이게 된 낯선 문화와 외국어들 속에서 잡종과 순종들은 끊임 없이 갈등합니다. 이래서 생긴 역풍이 브렉시트일 것입니다. 세계화는 경쟁력이 약한 사람들,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언제라도 대체 될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경쟁력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다. 기술과 시장이 쉽게 바뀌어 안정된 상황이 오래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세계화로 말미암아 불안해진 토박이들의 반이민, 반기업 정서가 점점 커집니다. 소득수준이 서유럽 대비 20%에 불과한 동구권 나라들까지도 포함하여 비자없이 일자리를 찾아 옮길 수 있게 한 유럽연합은 스스로가 어려운 국면을 자초했습니다. 물론 정치적 꼼수를 쓴 영국이 더 나쁘다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세계화 탓에 모두가 스크램을 짜고 뛰고 있어서 영국이 넘어지면 유럽이 넘어지고, 도미노처럼 다른 나라들도 넘어지는 것이 세계화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자기들만 살자고 뛰쳐나간 영국을 예쁘게 봐줄 수 없습니다. 브렉시트는 아마 유럽연합보다 영국 자신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 줄 것 같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슬로건이 맞을 지 반대로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가 답일 지, 영국의 실험을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 볼 것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경제적 이슈가 아닙니다. 어쨌든 밥먹고 사는 정도는 이미 우리가 달성했으니까요. 진짜로 염려스러운 것은 영국의 분열주의가 유럽에서 다시 전쟁의 불씨를 잉태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모두 유럽에서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왕따와 밀당을 구사하거나 못본 척 하다가 생긴 전쟁입니다. 세계화는 지구촌 전체의 과업이니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이제 개인화로 시선을 돌려봅시다. 개인화를 가장 부추긴 발명품은 자동차입니다. 열차 타고 단체로 다니던 사람들이 개인단위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출발시간 전에 여유있게 나서야 하는 성가심을 자동차는 없애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어 쪽방에서 몸을 세워 잤는데, 자동차가 생기면서 교외로 나가 출퇴근하게 됩니다. 그래서 거의 한 국가만한 인구를 가진 거대 공룡 도시들이 생겨납니다. 물론 대책 없이 커진 도시의 교통혼잡으로 다시 자동차는 차고에서 잠자고, 기차의 두더지 버전인 지하철에 몸을 싣는 "Back to the Future"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제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개인화는 자동차와는 질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타자와의 소통은 자신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옵니다. 손오공을 가두어 둔 부처님 손바닥을 모든 인간들이 가지게 된 것이죠. 그런데 휴대전화에 가장 기본으로 깔린 기능은 시계입니다. 암호를 풀고 열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시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계를 안 찬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현상은 시계는 손목에서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급속하게 없어진 공중전화 박스만큼은 아니지만, 거리에서 시계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많던 시계방도 전파사도 없어졌으니, 수없이 걸렸던 시계방 벽시계나 전파상에서 "뚜뚜뚜~~" 울리던 라디오 시계 소리를 더이상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정말 풍요 속의 빈곤을 말해주는 우리 시대의 상징이 시계가 아닌가 합니다. 미국의 대형몰에서 시계를 찾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잘 알고 지내던 한 교민상인의 이야기는, 고객들의 쇼핑시간을 재촉할까봐 전략적으로 대형몰에는 시계를 배치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큰 슈퍼마켓에서도, 모두를 위해 벽에 걸어두어야 할 대형시계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쇼핑에 정신이 나간 엄마가 애를 데리러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본인 책임이지, 장사하는 사람들이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죠.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하루에 평균 두 세시간 이상을 컴퓨터에 바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는 오른쪽 구석에 아주 작게 시간을 표시합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시계를 보시나요? 정신 없이 바쁜 이 시대에 시간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요? 그리고 이런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우리는 이 지구를 떠나게될까요? 평균수명이 늘어나 하늘나라로 갈 열차출발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지만, 우리 개인이 타야 할 기차시간도 평균과 더불어 연착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예고도 없이 조기 출발하나요? 지금 흘러가는 시간을 행복하고 의미있게 보내고 있나요? 아니면 내일을 기약하느라 현재를 희생하는 시간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중인가요? 혹시 어렵고 힘든 일로 이 여름에 더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어려운 시간도 행복했던 시간들과 다르지 않게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금수저-흙수저를 나누는 돈과는 다르게, 태어나면서부터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개인적인 자산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삶은 어느 정도 공평하며, 그래서 내 삶의 문제는 내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고민 많은 연구현장이나 불같은 생산현장에서도 저 멀리에 웃고 선 낭만이란 이름의 친구에게 윙크 한 번 날려주는 코세니안들이 되길 응원하며…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신호 조절 연구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뇌?인지과학 전공 “뇌신호 조절 연구실 (Current Lab)”은 ‘이온채널’ 연구를 포함한 전기생리학 분야의 ‘최신 연구’를 수행한다는 의미에서 “Current Lab”이라 이름 붙였으며, 2011년 3월 서병창 교수님의 지도로 시작된 실험실입니다. 2016년 현재 박사과정 7명 (통합과정 6명)과 석사과정 1명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5년 간 박사 1명, 석사 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습니다. 또한, 매년 동계 및 하계 방학동안 연구실에 관심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전기생리학과 분자세포생물학을 토대로 이온채널과 이온채널의 활성을 조절하는 인지질(phospholipid)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국내외 유수 연구실과 긴밀한 공동연구를 통하여 매년 우수한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Current Lab의 연구 주제: New RecIPES    원형질 세포막(plasma membrane)은 세포를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구분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세포막 내외부에 존재하는 수 많은 종류의 막단백질(membrane protein)이 활동하는 장소(working site) 입니다. 이러한 막 단백질 중 전압감응 이온채널 (Voltage-gated ion channel, VGIC)은 신경세포를 포함한 excitable cell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신경 전달 및 학습과 기억 (learning and memory)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VGIC의 활성은 막전위 이외에도 여러 요소에 의해 조절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원형질 세포막에 미량(< 1%) 존재하는 phosphatidylinositol 4,5-bisphosphate (PI(4,5)P2)이며, insuline, GqPCR / PLC, Ca2+ 을 포함한 다양한 signaling pathway가 이러한 PI(4,5)P2 의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PI(4,5)P2를 포함한Phosphoinositide가 다양한 이온채널의 활성을 조절하는 기전과 세포막에서 실시간으로 phosphoinositide를 비롯한 lipid의 조성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온채널의 활성 조절이 시냅스 전달 또는 기억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과 이온채널 활성조절에 이상이 생길 때에 발생하는 각종 뇌질환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온채널의 동역학적 특성, 활성 조절 및 질병과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PI(4,5)P2와 Ion channel (출처: Suh and Hille, 2008)   (1) Ion channel modulation     ① Voltage-gated Ca2+ (CaV) channel Voltage-gated calcium (CaV) channel은 G-protein coupled receptors (GPCRs)에 의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조절됩니다. Gαq 활성화, PLC activation에 따른 PI(4,5)P2 hydloysis 로 발생하는voltage-indipendent (VI) inhibition과 Gβγ 가 직접 CaV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votage-dependent (VD) inhibition 입니다. CaV channel은 α1, β, α2δ subuni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subunit isoform 조합에 따라 다른 동역학적 특성을 보입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최근 연구를 통해β subunit의 종류와 세포내 위치에 따라 Gαq와 Gβγ에 의한 CaV의 조절 크기가 달라짐을 발견하였고 구조적, 생리학적 기전을 밝히고자 합니다. GPCR에 의한 voltage-independent, voltage-dependent inhibition과 (좌) β-subunit isoform에 따른 차이 (우) <참고논문> Differential interaction of β2e with phospholipids: a comparative study between β2e and MARCKS. Kim DI and Suh BC Channels (Austin) (2016) ;10(3):238-46. doi: 10.1080/19336950.2015.1124311. available: http://www.tandfonline.com/doi/full/10.1080/19336950.2015.1124311 Molecular basis for dynamic membrane-interaction of β subunit of voltage-gated Ca2+ channels. Kim DI, Kang M, Kim S, Lee J, Park Y, Chang I*, and Suh BC* (*co-correspondence) Biophys. J. (2015) 109, 922-935. Dynamic phospholipid interaction of β2e subunit regulates the gating of voltage-gated Ca2+ channels. Kim DI, Park Y, Jang DJ, and Suh BC J. Gen. Physiol. (2015) 145, 529-541. Molecular basis for N-type voltage-gated Ca2+ channel modulation by Gq protein-coupled receptors. Keum D and Suh BC Receptors Clin. Investig. (2015) 2, e515. Voltage-dependent regulation of CaV2.2 channels by Gq-coupled receptor is facilitated by membranelocalized β subunit. Keum D, Baek D, Kim DI, Kweon HJ, and Suh BC J. Gen. Physiol. (2014) 144, 297-309. Membrane-localized β-subunits alter the PIP2 regulation of high-voltage activated Ca²+ channels. Suh BC*, Dong-Il Kim, Falkenburger BH, and Hille B* *Co-correspondence Proc. Natl. Acad. Sci. USA (2012) 109, 3161-3166. F1000 Biology   ② Voltage-gated K+ (KV) channel Voltage-gated calcium (CaV) channel은 G-protein coupled receptors (GPCRs)에 의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조절됩니다. Gαq 활성화, PLC activation에 따른 PI(4,5)P2 hydloysis 로 발생하는voltage-indipendent (VI) inhibition과 Gβγ 가 직접 CaV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votage-dependent (VD) inhibition 입니다. CaV channel은 α1, β, α2δ subuni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subunit isoform 조합에 따라 다른 동역학적 특성을 보입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최근 연구를 통해β subunit의 종류와 세포내 위치에 따라 Gαq와 Gβγ에 의한 CaV의 조절 크기가 달라짐을 발견하였고 구조적, 생리학적 기전을 밝히고자 합니다. <참고논문> PIP2 is a necessary cofactor for ion channel function: How and why? Suh BC and Hille B Annu. Rev. Biophys. Biomol. Struct. (2008) 37, 175-195. Review Electrostatic interaction of internal Mg2+ with membrane PIP2 seen with KCNQ K+ channels. Suh BC and Hille B J. Gen. Physiol. (2007) 130, 241-256. F1000 Biology, ^ Cover picture in J. Gen. Physiol. (2007) Sep 130(3) Regulation of KCNQ channels by manipulation of phosphoinositides. Suh BC and Hille B J. Physiol. (2007) 43, 911-916. Symposium report Rapid chemically-induced changes of PtdIns(4,5)P2 gate KCNQ ion channels. Suh BC*, Inoue T*, Meyer T, and Hille B *Contributed equally Science (2006) 314, 1454-1457. ^ Comment in Science (2006) 314:1402-3 ^ Spotlight in ACS Chem. Biol. (2006) 1:608 Does diacylglycerol regulate KCNQ channels? Suh BC and Hille B Regulation of KCNQ2/KCNQ3 current by G protein cycling: the kinetics of receptor-mediated signaling by Gq. Suh BC, Horowitz LF, Hirdes W, Mackie K, and Hille B J. Gen. Physiol. (2004) 123, 663-683. ^ Comment in J. Gen. Physiol. (2004) 123:657-62 ^ Highlight in Physiology (2004) 19:161 Recovery from muscarinic modulation of M-current channels requires phosphatidylinositol 4,5-bisphosphate synthesis. Suh BC and Hille B Neuron (2002) 35, 507-520. F1000 Biology ^ Comment in Neuron (2002) 35:411-2 ^ Highlight in Nat. Rev. Neurosci. (2002) 3:676     ③ Acid-sensing ion channels (ASICs) Acid-sensing ion channels (ASICs)는 세포 외부의 pH에 의해 반응하는 이온채널로 pain reception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ASIC의 활성 조절과 동역학적 특성 및 subcellular localization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참고논문> Differential regulation of proton-sensitive ion channels by phospholipids: A comparative study between ASICs and TRPV1. Kweon HJ, Yu SY, Kim DI, and Suh BC PLoS One (2015) 10, e0122014. Acid-sensing ion channels (ASICs): a therapeutic target for neurological diseases and its regulation. Kweon HJ and Suh BC BMB Reports (2013) 46, 295-304.   (2) Real-time lipid modification     ① Voltage-sensing phosphatase (VSP) Voltage-sensing phosphatase(VSP)는 voltage-gated ion channel을 포함한 일부 이온채널 이외에 유일하게 막전위에 반응하는 단백질입니다(Murata et al., 2005). VSP의 N-terminus 쪽에 있는 4개의 transmembrane domain (S1-S4)은 voltage sensor로 VGIC의 것과 상동체(homologue) 이며, C-terminus쪽의 cytosollic enzyme domain은 phospatidylinositol 3,4,5-trisphosphate (PIP3) 3-phosphatase 인 PTEN과 상동체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VSP는 막전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phosphoinositides (PIs)의 3번과 5번 인산기를 분해합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이온채널의 PI 의존성을 연구할 때에 plasma membrane의 PI(4,5)P2를 빠르게 분해하는 도구로 쓰입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더 나아가 PTEN과의 구조적 유사성을 바탕으로한 VSP의 생리학적 기능 과 다른 단백질들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Patch clamp 및 FRET을 이용하여 VSP의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참고논문> Phosphoinositide 5- and 3-phosphatase activities of a voltage-sensing phosphatase in living cells: identical voltage dependence Dongil Keum, Martin Kruse, Dong-Il Kim, Bertil Hille, and Byung-Chang Suh Proc. Natl. Acad. Sci. USA , in processing     세포막 전위 및 전류를 측정할 수 있는 patch clamp와 함께 optogenetics와 chemical inducible dimerization (CID) system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세포 내에 인위적인 변화를 유발하고, FRET, SIM super resolution등의 광학적인 측정방법을 함께 활용하여 살아있는 세포에서 이온채널의 활성 조절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실시간(real-time)으로 획득합니다.   우리 연구실 장비 및 연구 방법 (a) FRET 측정이 가능한Patch clamp 셋업, (b,c) brain slice 용 patch clamp 셋업 , (d) 현미경에 부착된SLM을 이용하여 sample표면에 문양을 주사 한 모습. (e,f) optogenetics 실험을 위한 optopatcher와 optogenetic 자극에 의한 단백질의 이동  매 주 월요일 오후에 랩미팅을 통하여 연구결과 및 연구수행중 서로 공유하거나 함께 해결해야 할 내용에 대하여 토의합니다. 랩미팅 뿐 아니라 언제든지 필요할 때에는 선배나 교수님과 함께 토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박사 6년차부터 석사 1년차 까지 모든 구성원들이 한 가지 이상의 연구실 유지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등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매년 Biophysical Society, Society for Neurosceince, Calcium Channel Conference 등의 국제학회와 한국생리학회, 대한분자세포생물학회 등 국내학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좌), 2016년 학위수여식 (우) ■ 주소  :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면 테크노중앙대로 333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관 (E4) 320호 ■ 전화  : 053) 785-6130 ■ Homepage  : http://www.suhlab.kr   * KTX 동대구역, 김천구미역 및 대구지하철1호선 대곡역에서 우리원까지 셔틀버스(무료)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셔틀버스 시간은 우리원 홈페이지 (www.dgist.ac.kr)를 참조 바랍니다. * 차량 이용 시 중부대륙고속도로 현풍IC를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15분 거리).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