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없는 사회, 시간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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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로 들어오면서 세상이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세계화인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반대인 개인화도 깊어졌습니다. 즉, 세계화와 개인화라는 양극단으로 달리는 사회현상이 지난 몇 십년을 지배했습니다. 개인에게 대표적인 세계화는 해외여행이겠죠? 70년대만 해도 김포공항 청사에 들어가 본 사람들이 흔치 않았지만, 지금은 외국 한번 안 다녀와 본 사람이 없는 세상입니다. 국제경제에서 대표적인 세계화는 아웃소싱일 것입니다. 생산은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판매는 물가가 비싼 선진국을 겨냥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지에서는 인건비를 더 올려달라고 난리, 판매지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구매력은 커녕 먹고 살기도 어렵다고 난리입니다. 덩달아 섞이게 된 낯선 문화와 외국어들 속에서 잡종과 순종들은 끊임 없이 갈등합니다. 이래서 생긴 역풍이 브렉시트일 것입니다. 세계화는 경쟁력이 약한 사람들,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합니다. 언제라도 대체 될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경쟁력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다. 기술과 시장이 쉽게 바뀌어 안정된 상황이 오래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세계화로 말미암아 불안해진 토박이들의 반이민, 반기업 정서가 점점 커집니다. 소득수준이 서유럽 대비 20%에 불과한 동구권 나라들까지도 포함하여 비자없이 일자리를 찾아 옮길 수 있게 한 유럽연합은 스스로가 어려운 국면을 자초했습니다. 물론 정치적 꼼수를 쓴 영국이 더 나쁘다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세계화 탓에 모두가 스크램을 짜고 뛰고 있어서 영국이 넘어지면 유럽이 넘어지고, 도미노처럼 다른 나라들도 넘어지는 것이 세계화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자기들만 살자고 뛰쳐나간 영국을 예쁘게 봐줄 수 없습니다. 브렉시트는 아마 유럽연합보다 영국 자신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 줄 것 같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슬로건이 맞을 지 반대로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가 답일 지, 영국의 실험을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 볼 것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경제적 이슈가 아닙니다. 어쨌든 밥먹고 사는 정도는 이미 우리가 달성했으니까요. 진짜로 염려스러운 것은 영국의 분열주의가 유럽에서 다시 전쟁의 불씨를 잉태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모두 유럽에서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왕따와 밀당을 구사하거나 못본 척 하다가 생긴 전쟁입니다.
세계화는 지구촌 전체의 과업이니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이제 개인화로 시선을 돌려봅시다. 개인화를 가장 부추긴 발명품은 자동차입니다. 열차 타고 단체로 다니던 사람들이 개인단위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출발시간 전에 여유있게 나서야 하는 성가심을 자동차는 없애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어 쪽방에서 몸을 세워 잤는데, 자동차가 생기면서 교외로 나가 출퇴근하게 됩니다. 그래서 거의 한 국가만한 인구를 가진 거대 공룡 도시들이 생겨납니다. 물론 대책 없이 커진 도시의 교통혼잡으로 다시 자동차는 차고에서 잠자고, 기차의 두더지 버전인 지하철에 몸을 싣는 "Back to the Future"의 삶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제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개인화는 자동차와는 질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타자와의 소통은 자신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옵니다. 손오공을 가두어 둔 부처님 손바닥을 모든 인간들이 가지게 된 것이죠. 그런데 휴대전화에 가장 기본으로 깔린 기능은 시계입니다. 암호를 풀고 열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시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계를 안 찬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현상은 시계는 손목에서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급속하게 없어진 공중전화 박스만큼은 아니지만, 거리에서 시계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많던 시계방도 전파사도 없어졌으니, 수없이 걸렸던 시계방 벽시계나 전파상에서 "뚜뚜뚜~~" 울리던 라디오 시계 소리를 더이상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정말 풍요 속의 빈곤을 말해주는 우리 시대의 상징이 시계가 아닌가 합니다.
미국의 대형몰에서 시계를 찾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잘 알고 지내던 한 교민상인의 이야기는, 고객들의 쇼핑시간을 재촉할까봐 전략적으로 대형몰에는 시계를 배치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큰 슈퍼마켓에서도, 모두를 위해 벽에 걸어두어야 할 대형시계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쇼핑에 정신이 나간 엄마가 애를 데리러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본인 책임이지, 장사하는 사람들이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죠.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하루에 평균 두 세시간 이상을 컴퓨터에 바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컴퓨터는 오른쪽 구석에 아주 작게 시간을 표시합니다. 여러분은 하루에 몇 번 정도 시계를 보시나요? 정신 없이 바쁜 이 시대에 시간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요? 그리고 이런 시간이 얼마나 흘러야 우리는 이 지구를 떠나게될까요? 평균수명이 늘어나 하늘나라로 갈 열차출발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지만, 우리 개인이 타야 할 기차시간도 평균과 더불어 연착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예고도 없이 조기 출발하나요? 지금 흘러가는 시간을 행복하고 의미있게 보내고 있나요? 아니면 내일을 기약하느라 현재를 희생하는 시간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중인가요? 혹시 어렵고 힘든 일로 이 여름에 더딘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어려운 시간도 행복했던 시간들과 다르지 않게 금방 지나갈 것이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금수저-흙수저를 나누는 돈과는 다르게, 태어나면서부터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 역설적이게도 가장 개인적인 자산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삶은 어느 정도 공평하며, 그래서 내 삶의 문제는 내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고민 많은 연구현장이나 불같은 생산현장에서도 저 멀리에 웃고 선 낭만이란 이름의 친구에게 윙크 한 번 날려주는 코세니안들이 되길 응원하며…
공공장소에서 시계를 없애는 것은 세계화의 여파에 속하겠죠?
치열한 경쟁 속에 개인을 함몰시키는 과정에서 시계는 걸림돌이 되니까요.
그런 영향을 직감해서인지 저는 아직도 왼손에 시계를 차고 있어요.
시간은 한번쓰면 그만이지만 시간을 저축하게 해주는 게 돈이리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을 앗아가는 상술에 현혹되지않게 정신 번쩍 차리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돈도 공평하게 분배되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더 빨리 가는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