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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보심리전: 평가와 함의


1. 문제제기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에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형태의 하이브리드전(hybrid warfare)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시(wartime) 비무력적 군사활동인 정보심리전은 현대 고도화된 디지털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현대전에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정보심리전은 적국에 대한 정보의 우위를 달성하고, 의사결정에 혼선을 유발하며, 적국의 전투 및 저항의지를 좌절시키면서 전세를 주도하려는 전쟁의 중요한 수단이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모두 자국에게 유리한 전장(battlefield) 정보와 내러티브(narratives)를 사이버 공간에 광범위하게 유포시키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정치적 지지와 군사적 지원을 확보하려는 디지털 프로파간다(digital propaganda)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IW)’은 ‘전쟁의 공격 및 방어작전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적국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정보를 사용하고 관리하는 전략적 활동’이다. ‘정보작전(Information Operations, IO)’은 ‘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만들거나, 의사결정을 좌절시키기 위해 다른 종류의 작전과 통합된 방식으로 수행하는 정보관련 군사활동’이다.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 PSYWAR)’은 적국과 적국 대중의 생각, 감정, 태도, 행동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계획적으로 프로파간다와 심리작전을 사용하는 전쟁을 일컫는다. 심리전이 정보를 사용하여 공격하는 대상은 정보커뮤니케이션 행위를 하는 적국과 적국 대중의 ‘생각’이나 ‘감정’이므로 정보심리전 공격자의 전투력은 메시지의 ‘내러티브(narratives)’가 갖는 설득력에 있다. ‘심리작전(Psychological Operations, PSYOP)’은 자국의 정책과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청중(foreign audiences)에게 특정 정보를 유포하고 설득하여 적국, 중립국, 우호국들이 자국과 동맹국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하게 하는 비무력적 군사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2. 러시아의 정보심리전

러시아는 전쟁 전부터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다지고 현지인의 저항을 누그러뜨리며, 국제사회의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연방보안국(FSB), 군사정보국(GRU), Russia Today(RT), Sputnik, TASS 등 관영 매체, 러시아 정부와 계약을 맺고 허위조작정보를 생산해내는 민간 IT 기업을 이용하여 정보심리전을 전개했다. 

러시아는 전쟁 초반 전장 정보가 부족한 상황을 이용하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로부터 도망갔다”, “우크라이나가 먼저 러시아에 대해 군사공격을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가 함락 되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압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우크라이나의 대항 의지를 좌절시키려 했다. 러시아의 군사활동 정보는 서방의 정찰위성에 의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노출되고 있던 바, 러시아는 전쟁 전 우크라이나 국경에 13만 명의 중무장 병력을 집결시켜놓고 전쟁계획을 부인하고 군자산 규모와 중무기의 실제 이동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가짜무기를 배치해 놓았다.

전쟁이 개시되기 전 2022년 2월 3일 미 국무부는 입수한 첩보에 의거, 러시아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혹은 NATO산 무기에 의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학살된 영상을 제작하고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있는 정황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가짜깃발작전(False Flag operation)’활동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러시아 침공에 대한 대응과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을 갖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먼저 도발을 했다”거나 “파시스트나 네오나치(neo-Nazis) 세력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명분을 내세우는 등 우크라이나 정부를 중상모략하는 다양한 음모론과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혐오유발을 통해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학살과 인권유린을 정당화했다. 또한 “NATO의 동진이 이번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논리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등 과거 유사한 전술의 정보심리전을 지속적으로 반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학습효과를 가져왔고, 그 결과 담론의 설득력에 있어서 세계청중을 견인하는 데에 실패했다.


3. 우크라이나의 정보심리전

전쟁 전에는 러시아의 정보심리전 담론이 보다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러시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NATO의 동진이 러시아를 도발하게끔 만든다”는 논리에 서방의 전문가들도 동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정보심리전은 양국의 전쟁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간 전쟁이기보다 ‘민주주의 진영 vs. 푸틴의 전쟁’으로 프레이밍(framing)하면서 국제사회에 민주주의 연대를 호소하고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유럽의 안보도 위험해진다”는 논리로 서방에 대해 군사적 지원을 효과적으로 설득해오고 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즉각적인 메시지 발신을 통해 전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지원을 유도하는 등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러시아를 압박하도록 세계여론을 효과적으로 결집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한 반격 내러티브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러시아 發 정보에 대한 ‘신뢰성(credibility)’을 훼손시키고 러시아의 거짓말쟁이 이미지 고착에 성공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매일 전황을 알리고 화상회의를 통해 타국 의회를 대상으로 연설하는 등 일국의 대통령이 전 세계의 정부와 대중을 대상으로 군사적·외교적 지원을 요청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과 총리 등 지도부 인사가 모두 수도 키이우(Kyiv)에서 항전하고 있음을 도시 전경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알린 영상은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제적 메시지 발신에 있어서 배우 출신인 젤렌스키는 자신의 과거 직업을 통해 훈련된 고도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술 즉 드라마틱한 방식의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보부(Ministry of Information)는 전황에 대해 지속적인 기자회견(press briefings)을 제공하고 국내외 미디어가 분쟁지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우크라이나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지역에서도 방송을 송출할 수 있도록 하여 전황 관련 정보가 지속적으로 국내외로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전쟁정보와 외부정보에 대한 접근 및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제한당하고 있는 러시아 대중과는 대조적으로 그러한 제약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Facebook, Instagram, Telegram, Twitter, Tiktok에 전황을 실시간으로 이미지와 동영상을 게시하여 전쟁을 생중계하고 있고, 정보심리전에 동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이러한 활동은 이번 전쟁에 대한 대규모의 빅데이터(Big Data)를 실시간으로 구축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서 전쟁에 대한 국제적인 책임을 묻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우크라이나의 정보심리전에는 서방의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방은 민감한 전황 정보 및 러시아 군사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여 우크라이나가 발신하는 정보와 내러티브의 설득력을 높였고,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비해 정보의 우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서방 IT 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 러시아의 정보심리전은 러시아 발 내러티브를 확산시키는 데에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불리했다. Facebook, Instagram, YouTube, TikTok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Meta나 Google이 RT, Sputnik, TASS와 같은 러시아 관영매체의 정보제공을 막음으로써 온라인 공간에서 러시아 發 내러티브가 확산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4. 평가와 정책적 함의

러시아에 결사적으로 항전한 우크라이나의 반격 정보심리전이 러시아의 정보심리전보다 더 효과적이었던 데에는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러시아 發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에 오랫동안 대비해온 것도 주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5년 초부터 Ukraine Today와 StopFake와 같은 해외 발신에 중점을 둔 미디어 플랫폼과 팩트체크 플랫폼을 구축했고, 정부가 선도적으로 “진실이 가장 효과적인 프로파간다이다(The best propaganda is the truth)”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러시아 發 내러티브의 기만성을 알리고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보를 국내외로 확산시켜왔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시기 러시아 發 정보심리전 공격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이미 서방과 다양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었다.

최근 정보심리전은 평시에도 허위조작정보 유포 활동을 통해 빈번하게 전개될 수 있으므로 우리 정부는 정보심리전을 비롯하여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전과 난민, 테러 등 초국가적, 복합적,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위기에 범부처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이버전과 사이버 정보심리전 등 비전통 안보 위기가 군사적 위기로 발전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위기대응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며, 이러한 위기에 대한 국내 민감성을 증진시키고 위기복원력(resilience)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이번 전쟁이 보여주고 있듯이, 정보심리전의 공격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동맹 및 우호국과의 공조는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정부의 정치적 정당성과 권위, 민주주의 제도와 사회질서를 보호하고 제 기능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핵심적이다. 우리 정부는 동맹과 우호국들과 정보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토론과 훈련 촉진, 위협 대응의 모범사례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활동, 다양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AI 기술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따른 협업과 공조의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최근 아시아 최초로 유럽의 사이버 안보 기구인 NATO 사이버방위센터(Cooperative Cyber Defence Centre of Excellence, CCDCOE)의 非NATO 회원국으로서 가입한 바 있고,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위스와 함께 사이버방위센터의 5개 ‘기여국’이 된 만큼 앞으로의 왕성한 활동과 기여가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국제적 협력과 함께 국내적으로 정보심리전 대응역량을 갖추기 위해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이 각각 어떤 역할에 초점을 두고 서로 어떻게 협력체제를 구축할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서 한국은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와 관련된 이슈에 대한 허위조작정보나 적대적 정보가 유포되는 상황이나 우리에 대한 해외여론 추이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상한 정보흐름을 신속하게 포착해낼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 및 범부처 통합적 대응 역량을 시급히 갖춰야 할 것이고, 관련된 연구와 조직 및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


* 붙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