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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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전창훈 박사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김형신입니다.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오랜 시간을 보내다 느지막이 박사를 마치고,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연구하다가 지금의 충남대 컴퓨터공학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박사과정 시절 어리버리할 때, 프린스턴의 뒷골목을 헤매다 박사님으로부터 따뜻한 구원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부터 이공계 진로를 택한 진짜 공돌이입니다. 과학고, 과기대를 거쳐 영국으로 외도를 떠나,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프로젝트 “우리별” 개발에 참여했었습니다. 젊은시절 지식인의 책들과 국내소설을 집중해서 읽던일들이 기억이 납니다만, 이번 코센 북 릴레이에서는 저의 방랑기질을 대변하는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공계, 공돌이시절을 전전하다 보니, 대학시절의 관심사는 오히려 인문학 쪽 책이었습니다. 당시가 1980년대니까, 한창 민주화 운동이 타 대학에서 활발했었지만, 저는 한발 물러나 책으로 욕구를 채우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고려대학교의 김용옥 교수님이 활발한 저술활동을 했는데, 그때 그분의 저서들인 “동양철학 이것이다”, “여자란 무엇인가”, “절차탁마대기완성”을 비롯한 통나무 출판사의 인문학 서적을 탐독했습니다. 한동안 그분의 강의에 심취해서 타대학에서 강연한 녹음 테이프를 입수해서 친구와 듣기도 했지요. 그분의 깊은 인문학적 지식과 철학사,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해석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미국에서 늦게까지 학구열을 불태운점 등이 제게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지식욕을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김용옥교수님은 일종의 출판문화 바로세우기 운동을 벌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스스로 출판사를 만들고, 제대로 된 종이책을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희곡을 직접 쓰기도 하고, 음악, 미술서적과 번역서 그리고 동화책까지 출판하면서, 제대로 된 종이책 한권을 만들려는 노력을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하셨고, 여기에 대한 지지로 저도 다양한 인문학, 교양 서적에 심취한 시절이었습니다. 대학교시절 미술, 음악, 철학등의 책을 결국 김용옥 교수님의 책들과 함께 했네요.
대학시절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일성을 강연과 책으로 쏟아냈던 김용옥 교수님의 영향은 저의 학문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만, 제가 함께하고 싶은 책은 혈기왕성하던 시절 읽었던 김용옥교수님의 책이 아니라, 다소는 차분하게 미래를 생각하며 사색하기 좋은 책입니다. 소설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입니다. 하루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르는 분이지요. 이 책은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는 그의 고백으로 시작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는 터키의 옛 노래가 이 책의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그는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간다는 두려움에, 정말로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무작정 그리스와 이태리로 떠나게 됩니다. 그 곳에서 그는 인기 장편 “상실의 시대 - 노르웨이의 숲”과 “댄스 댄스 댄스”를 지필합니다. 먼 북소리는 그의 그리스 섬 “생활기” 입니다. 단순 여행기가 아니라, 비수기에 그리스의 섬들을 낯선 이방인으로서 전전긍긍하며 생활한 내용을 그리고 있는데, 하루키는 이 기간 동안 그리스의 섬들에서 -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리스의 겨울 섬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 희랍인 조르바를 발견하고 그를 떠올리며 그들과 함께 살았다는 것입니다. 여행기 먼 북소리는 완전한 자유인 조르바의 후손들의 사는 방식을 관찰함으로써 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결국 희랍인 조르바까지 읽어야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요. 밋밋한 생활에 휩쓸려 살고 있는 40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주변에 맑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친구를 보게 됩니다. 이 친구의 에너지의 근원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 집니다. 다음 릴레이는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인공위성관련 글로벌 기업인 유텔셋에서 근무하는 최경일 박사를 추천합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지식을 기부하는 활동을 프랑스에서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는 소문이라, 이 친구의 근황이 더 궁금해져서 추천합니다.
전박사님은 책도 많이 보실거 같아요.... 부럽구요.... 새책 집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나는 공돌이, 제조업에 길을 묻다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잠시나마 교수님과 함께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습니다. 저 또한 교수님께서 밟으신 길을 따라 살아가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연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리스 여행은 미래를 위해 남겨두었는데, 그때 이 책을 읽고 가보면 되겠군요. 조르바도 탐독하고 나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시간은 자꾸 갑니다. 무라까미의 단편 영어번역본이 언제 한 번 뉴요커에 나온 적이 있었고, 프랑스에서도 번역본이 많아요.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