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저

 충남대 김형신 교수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은 최경일 입니다. 한민족 과학기술자 네트워크 코센의 책소개 코너에 세번째 주자로 등장하는 영광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살았더라면 주위 분들께 떡이라도 풀어야 했겠지만, "멀리 사니까" 하는 핑계로 넘어갑니다. 저는 한국에서 학부를 마친 뒤, 석/박사과정 유학생활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영국, 프랑스, 독일과 인도 등지를 돌며 외국생활을 하였고, 현재는 프랑스 빠리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공돌이입니다. 전공분야는 인공위성 설계 제작이었습니다만, 현재 근무중인 회사에서는 위성 및 발사체 기술감리를 하고 있습니다. 책은 늘 옆에 두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물론, 사놓고 반도 못 읽은 책도 많습니다만, 그건 순전히 저자가 재미없게 쓴 탓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중고생 시절에 제가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시간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전날이었습니다. 왜 그 때에는 그렇게 공부하기가 싫었는지, 교과서/참고서 말고는 어떤 책이던지 꿀맛으로 다가왔지요. 하루밤에 한두권의 소설은 뚝딱 치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시간을 오래 들여서 읽으며 감동을 받았던 책이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입니다. "한국의 역사에서 세번의 안타까운 순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 독자들께 빈 공간을 채우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시집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지적 유희라고나 할까요, 연애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을까요. 그 때의 여러 시인들 목소리가 귀청을 울립니다만, 지금까지 가장 기억이 남는 시는 안도현 시인의 "그대에게"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말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그 사랑의 대상이 다른 사람이건, 사물이건, 아니면, 어떠한 신념이건, 사랑으로 인하여 괴로움을 느끼는 그 자체가 삶의 의미이며, 보람과 행복이 되지 않을까요?
제 책장을 쳐다보니, 최근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 중에, "정의란 무엇인가", "우주의 풍경", "이기적 유전자", "나쁜 사마리아인들", "상처받지 않을 권리", "역사의 미술관", "3차 산업혁명" 등이 눈에 띕니다. 인터넷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떠한 한권의 책을 내 인생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차마, 한권을 골라 권하지 못하고, 대신 하나의 질문으로 남겨봅니다. 21세기를 사는 공돌이로서, 머리로는 각종 수식과 분석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가슴이 따뜻한 양식있는 공돌이로 살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저는 오늘도 아마존과 인터파크 등 책방은 물론, 세바시, TED 등등의 비디오방들도 뒤집니다.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은 2005년에 발간된 제프리 삭스 교수의 "빈곤의 종말" 이라는 책입니다. 한국어판은 김현구님의 번역으로 2006년에 21세기북스 출판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에 민감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여년간 발전되어온 한국의 위상은 단순히 삼성, 현대 등의 대기업들의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한류라고 하는 호평받는 문화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조차 어렵겠지만, 해방 이후에 한국도 절대빈곤의 상황을 겪어야만 하였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되어 한참 달리고 있는 오늘날, 절대빈곤의 상황을 아직도 겪고 있는 인도나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보면서, 지난 시간동안 간간히 저들과 나의 관계에 대하여 고민하고 질문해오던 내용들을 바로 이 한권의 책에서 더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각종 질병과 기아에 허덕이면서 절대 빈곤의 상황에 구속되어 있는 사회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함께 동시대에 같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아직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과연, 얼마전 TV매체에서 광고하듯이, 모든 사람들이 다달이 얼마씩의 금전적 기부를 한다면, 과연 저개발국가들의 절대빈곤의 악순환 사슬을 끊어낼 수가 있을까요? 수년전에 읽었던 이 책을 최근 다시금 꺼내어 뒤적여 보면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공돌이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해야하는 일들에 관한 상상을 해봅니다. 단, 혼자서가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주 많은 공돌이들과 말입니다…

 다음달 릴레이에는 독일 킬 지방에계시는 박원선 박사를 추천합니다. 해양학을 전문으로 유럽의 해양학 전문가들과 활발히 활동하면서 한/유럽 학술교류에 이바지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지난 2012년에는 EU Korea Conference 학술위원장으로도 활동하셨죠... 박 박사님 부탁합니다!!

  • 좋아요

연말이 다가오는 이 때 적절한 책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주변의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윤정선(jsyoon) 2013-12-12

사놓고 반도 못읽은 책은 저자가 재미없게 쓴 탓이라고 하신 말씀이 심금을 울립니다.^^ 빈곤의 종말은 저도 관심 가졌던 책인데 이참에 구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요즘 최박사님께서 적정기술 관련해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도 독서와도 무관하지 않은거 같습니다. 역시 실천하는 지성이십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