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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지식의 대통합 에드워드 오스본 월슨 저

 안녕하세요. 한국기계연구원 김완두 박사님으로부터 소개받은 이정환입니다. 저는 현재 영국 셰필드 대학교 소속이며 보잉 부설 연구소인 복합재 첨단 제조 연구 센터에서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3월 27일이면 이곳 영국에 거주한 지 만 16년이 되는 해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영국에서 살면서 본업의 다양한 성취를 위해 노력해왔고, 한국과 유럽의 과학기술 교류 그리고 발전을 위해서 다년간 봉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에는 대학입시를 위해 교과서와 문제집을 읽었고, 대학 시절에는 취업준비로 전공서적과 영어책을, 석박사 과정 때는 논문 관련 서적만 주로 읽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하다가 보니 제가 어느덧 40대가 되었더군요. 언젠가는 마음껏 읽고 싶은 책을 읽어 보겠노라고 다짐을 했지만 언제나 주어진 현실의 숙제 앞에서 마음껏 책을 읽겠다는 다짐은 희망에 그치곤 했습니다. 그 즈음 한국 출장을 가게 되었고 한국 출장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저는 공항 서점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과 같은 느낌과 함께 “아! 바로 이 방법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방법이란 제가 막연히 생각했던 마음껏 책을 읽겠다고 한 그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 삶에 적용해서 지속적인 생활 습관으로 만들어 가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방법은 한국 출장에서 돌아올 때에 읽고 싶은 책을 공항 서점에서 구매해서 영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읽기 시작하여 다시 한국출장을 가는 동안 구매해온 책들을 다 읽는 방법이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책을 규칙적으로 읽게 되었으며 잦은 출장으로 인해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매했는데, 그중에서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크로스오버, Science and Art 등과 같은 융합 관련된 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재영과학기술자협회의 회장 재직 기간에 경험하여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서로 다른 분야의 경험과 지식이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의견을 나눔으로써 새로운 관점과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예로 재영과협의 회원 중에서 DNA 구조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DNA 구조를 조각으로 만드는 예술가의 만남은 연구와 예술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은 CP Snow의 The Two Cultures(1959)와 Edward O Wilson의 Consilience(1998) 입니다. 그중에서 제가 이곳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교수의 통섭(Consilience) 입니다.

  개미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교수의 Consilience(1998)는 “통섭”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2005년 한국에서 출판되었습니다. 하버드대 윌슨 교수의 제자였던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윌슨 교수의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크로스오버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에 공감하고, 서울대 장대익교수와 함께 윌슨 교수의 이론이 담긴 책을 한국에 소개하고자 이 책의 번역을 맡았습니다. Consilience 라는 영어 타이틀의 번역을 놓고 많은 고심을 하였는데 최재천 교수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우리말 단어는 ‘통섭’ 이었습니다. 윌슨 교수의 Consilience는 한마디로 ‘지식의 통일성’ 을 뜻하는데 통섭은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빈치 같은 한 사람이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환원주의(Reductionism)로 인해 20세기 이후에는 한 사람이 평생을 공부하고 연구해도 한 분야를 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지식의 양이 방대해졌습니다. 그로 인하여 현재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하지만,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 연구자 사이에서도 서로 소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런 학문분야 간의 장벽을 없애자는 통합(integration)의 바람이 20세가 후반부터 시작되어 21세기에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윌슨 교수는 이 책에서 지식의 통일은 서로 다른 학문 분과들을 넘나들며 인과 설명들을 아우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연과학의 중요성과 사회과학과 인문학과의 통합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단순한 동반자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식체계의 기초를 다지는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영국 King’s College London의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과 유럽의 과학기술 교류와 발전을 위해 재영과협 부회장으로 다년간 헌신 봉사하신 배성은 박사님을 다음 주자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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